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하면 각 국가마다 관세인하 일정과 범위, 원산지 규정, 표준, 통관 절차 등의 규정과 활용 절차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기업은 복잡하고 어려운 규정과 활용 절차를 이해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며 이러한 면은 사실상 FTA 체결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바그와티 교수는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이 마치 스파게티 가락들이 접시 안에서 서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이를 스파게티 보울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고 명명했다.
자유무역협정의 확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통한 지역주의(Regionalism)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WTO를 통한 다자 간 협상(도하개발아젠다: DDA, Doha Development Agenda)이 몇 년째 답보상태를 보이자, 양자 간 협정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요 교역국이 다른 나라들과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자국 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점차 그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외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주요 교역국가들과의 FTA 체결이 불가피하다.
한국도 칠레, 싱가포르, EFTA, ASEAN, 인도, EU 등과 FTA가 발효되었고, 미국과의 FTA 체결 서명 이후 비준을 기다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280건 이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중이다.
자유무역협정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는 글로벌 교역 시스템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하다 보니,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른 관세인하 일정과 범위, 원산지규정, 표준, 통관절차 등의
복잡하고 어려운 규정과 활용 절차를 이해하고 그에 대처해야 한다. 또한 개별 FTA의 협정 내용이 서로 달라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문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성의 증대는 기업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개별적인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부담도 커져서 오히려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교역 시스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즉 FTA 체결을 통해 배타적인 무역특혜(Benefits of Exclusivity)를 추구했어도 FTA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복잡성의 비용(Costs of Complexity)이 급속히 상승하면 FTA 효과를 상쇄시켜 실제 FTA 활용률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산지 규정 관련 등에 따른 복잡성 비용의
증대
FTA는 체결국 간에만 관세 혜택을 주는 당사국 간 배타적 협정이기 때문에 품목별 원산지 결정 기준은 엄격하게
규정된다. 즉 상대국에서 수출하는 상품 중 그 나라가 원산지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무관세 혹은 저관세 혜택을 주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협정에
따라 FTA 체결국마다 서로 다른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이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
원산지 규정은 몇 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각국은 자국에
적합한 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1) 완전생산기준(자국의 원재료를 이용해 최종상품을 생산•가공•제조하는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
2)
세번(稅番)변경 기준(원재료 또는 부품의 세번 즉 HS 코드와 최종상품의 세번이 다를 경우 최종상품을 제조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
3)
부가가치 기준(최종상품에 대하여 특정 비율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
4) 가공공정 기준(최종상품의 주요공정이 수행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 등이 있다.
결국 체결한 FTA의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른 원산지 결정 기준이 적용될 경우, 기업은 같은 상품을 수출하더라도 어느 국가로 수출하느냐에 따라 원재료 조달이나 생산방식을 달리 해야 하는 부담과 애로사항이 생기게 되는데 FTA 체결국이 많아질수록 이런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원산지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수출을 할 경우 FTA에 따른 관세 인하는커녕 면제받은 세금을 반환하거나 심지어 벌금까지 징수당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개별 FTA하에 합의한 원산지 규정에 맞는 서류를 구비하여 해당관청에 제출해야만 특혜관세를 적용 받을 수 있다. FTA 체결 국가가 많아질수록 많은 기업들이 그만큼 업무가 늘어나는 부담이 발생하고 결국 불편을 겪는 사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원산지 규정 관련 피해 사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후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Ford)가 원산지 증명 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4,1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낸 사례가 있다. 포드는 1996년부터 멕시코 소재 자회사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특혜관세를 적용 받았는데, 2001년 미국 세관으로부터 그 동안의 원산지 증명서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서류와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5년간의 관세를 소급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란?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바그와티 교수는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이 마치
스파게티 가락들이 접시 안에서 서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이를 스파게티 보울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고 명명했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는 누들 보울 효과(Noodle Bowl Effect)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 실증 분석의
결과는?
지난 200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은 원산지규정에 따른 기업의
애로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 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FTA 활용 실태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를 보면, 609개 대상기업 중 약 27%가
복잡한 원산지규정으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고 거래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고 응답해 스파게티 보울 효과의 존재를 실제로 입증하고 있다.
※ 조사대상 기업 구성
- 전자 33%, 자동차 21%,
섬유 및 의류 17%, 기타(화학, 의류, 금속, 기계류, 가공식품 등)
- 거대기업(1,000명 이상) 22%,
대기업(101-1,000명) 44%, 중소기업(100명 이하) 33%
국가별로 응답률은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싱가포르가 3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일본 31%, 필리핀 28%, 태국 26%, 한국 15% 그리고 중국 6% 순이었다. FTA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는 싱가포르가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은 원산지규정이 복잡해진다 해도 심각한 장애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FTA 체결 대상국 수가 적고 FTA 체결 대상국도 ASEAN을 제외하면 교역규모가 작은 국가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스파게티 보울의 해결책은
없는가?
바그와티 교수는 ‘다자 간 협정의 활성화’가 스파게티 보울 효과라는 비효율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FTA 확산과 스파게티 보울 문제가 다자 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나타났다는 점에서 해결책 또한 다자 간 협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국 간 협정은 다자 간 협정보다 체결하기도 쉽고 편리한 점이 있지만, FTA 체결이 늘면 복잡성과 거래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에서 양자 간 협정보다는 다자 간 협정을 통해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 간
협정이 체결되면 회원국 전체가 모두 이를 따르기 때문에, 개별 FTA별로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의 번거로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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