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1. 01:28
지금은 기업들이 가격, 품질 보다는 가치로 승부하는 가치 경쟁 시대이다.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가치 경영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들의 사례로부터 가치 경쟁시대의 성공 포인트를 제시해 본다.
최근 기업의 경쟁 패턴은 가격, 품질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로 가치 창출이 강조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가치 창출에 대해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점은 알고 있으나 실행적인 측면에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부족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가치 경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가치 창출의 공통요소를 발견, 제시하는 것은 기업 생존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가치 경쟁의 시대
동일한 가격대의 제품일지라도 제품의 디자인, 기능 등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이는 기업 경영의 포인트가 가치 창출에 맞춰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BPR, 6시그마 등 원가 절감 중심의 혁신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혁신활동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 1980년대 말 코카콜라와 펩시는 치열하게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경쟁사인 펩시가 달콤한 맛을 첨가한 신제품을 출시하자 이에 맞서 코카콜라도 동일한 기능을 지닌 대체품을 개발하였다. 개발된 제품은 출시 전 고객 반응 테스트에서 기존의 콜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당한 성공예감이었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고객의 반응은 별로였다. 코카콜라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코카콜라는 펩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 달콤한 맛을 첨가한 기능적인 가치 향상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맛이라는 기능적 가치 외에 코카콜라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회적 가치, 감성적 가치를 원했다. 코카콜라 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면서 미국적인 것을 소비하는 일종의 자부심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창출이 어려운 것이다.
가치는 제품의 기능과 투입원가의 Trade Off 관계
일반적으로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에서 제품의 가치(Value)는 제품의 기능(Function)을 기능 구현을 위해 투입한 원가(Cost)로 나눈 것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제품의 가치는 간단한 방정식(Value=Function÷Cost)으로 표현되지만 가치 방정식의 응용 범위는 매우 넓다. 이 방정식을 활용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동일한 원가를 투입하여 제품의 기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는 주로 제품의 품질 개선 노력을 통해 달성된다. 둘째, 동일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이 경우 원가 혁신 노력에 의해 가치가 창출된다. 셋째, 기능과 원가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경우이다. 투입된 원가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기능이 향상된다면 제품의 가치는 그 만큼 향상된다.
이 가치 방정식을 고객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이 얻는 혜택이고 분모는 고객이 지불하는 댓가, 즉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클 경우 고객들은 제품 구입의 가치가 있다고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가치 경쟁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가치 창출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선진 사례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자.
● 원가를 기획하라
가치 방정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원가를 절감하면 제품의 가치는 향상된다. 요즘처럼 공급과잉 시대에는 동일한 기능을 지닌 제품을 누가 더 저렴하게 출시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은 좌우된다. 고객들은 지불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제품을 계속 구매할 것이다. 따라서 원가 혁신은 가치 창출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가치 경쟁 시대에는 고객의 관점에서 원가를 만들어가는 원가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한다. 그런 다음 정해진 제품의 가격을 중심으로 기업의 적정한 이윤을 차감하여 달성해야 할 목표원가를 정하고 목표 원가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원가 혁신 활동을 추진한다. 이러한 원가 혁신 기법을 원가 기획이라 한다. 원가 기획은 고객의 관점에서 가격을 설정한 후 달성해야 할 목표원가를 정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가격을 결정하는 원가 플러스 마진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고객의 관점에서 원가를 기획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로는 코닥을 들 수 있다. 코닥은 올해 초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사 제품보다 60% 저렴한 잉크젯 커트리지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고객 니즈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커트리지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 출시를 계획하였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가격을 설정하고 목표원가를 달성해가는 노력과 함께 품질 개선을 통한 고객 신뢰 확보에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당초의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경쟁사인 HP, 엡슨, 캐논은 코닥의 움직임에 대응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 고객의 감성을 파고 들어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구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감성적 가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들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누구나 대등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 이상의 무엇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 감성, 꿈, 스토리가 예가 될 수 있다. 고객의 감성을 파악하여 이를 제품의 가치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심층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젊은 여성들이 Ben & Jerry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이유는 아이스크림의 소비를 통해서 나름대로 느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몇 푼 안 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커뮤니티, 유대감, 신뢰감 등 감성적 가치를 경험한다. Ben & Jerry가 이익의 일부를 글로벌 빈곤계층 타파 등 글로벌 사회문제를 개선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을 고객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가 고객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 고객의 감동은 지속적인 재구매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감성적인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강조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Apple은 PC 출시 당시 우수한 운영체제를 내세워 IBM을 앞섰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체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점차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했고 급기야는 사세가 위축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높여주는 제품 디자인 혁신에 매진하여 iMac, iPod, iPhone 등 다양한 히트 상품을 쏟아냈다.
MP3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iPod은 작고 가벼운 형태의 순백색 디자인에 터치휠 패드, 대용량 기능 등을 갖추어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높였다. 디자인과 기술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알려진 iPhone. 고객들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섰고, 고생해서 손에 넣은 고객들은 공짜 폰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Apple의 i시리즈 제품들은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 또 다른 가치의 축, 신뢰를 구축하라
고객은 언제나 안심하고 믿음이 가는 제품과 서비스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가치 경쟁시대에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제품의 신뢰도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하고, 사용한 경험들은 또다시 그 제품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사용 중에 잦은 고장으로 불편함을 경험하거나 A/S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객은 그 제품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고, 그런 고객에게 재구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다. 이처럼 고객이 지니고 있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에 중요하고,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고객들은 신뢰하는 제품에 대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많은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대해 고객들은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신뢰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맥도널드가 그 한 예. 맥도널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에 대해 철저하게 위생 관리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맥도널드가 광우병 파동 당시 큰 매출변동이 없었던 것도 평소 고객의 강한 신뢰에 기반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던 탓. 소의 사육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등급관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커피판매는 이윤 확보보다는 지구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 뿐 아니라 비만의 주범으로 밝혀진 트랜스 지방이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자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실천의지를 고객에게 보여주었다. 콩 재배로 아마존 열대 우림이 훼손된다는 문제점이 환경단체들로부터 제기되자 환경 보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함과 동시에 황무지에서 개발되는 콩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실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맥도널드 햄버거는 언제나 양심적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고객들에게 확산되었다. 맥도널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객과의 탄탄한 신뢰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 외부에 있는 가치 원천을 적극 발굴하라
오늘날은 이른바 Wikinomics, 웹 2.0, UCC 시대로 불린다. 오픈 네트워크를 통해서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대이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고객 가치 창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지니지 못한 역량을 외부에서 확보하여 가치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예전처럼 한 기업이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 A/S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IBM, GE, 델, 마이크로 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해 가치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IBM은 오픈 커뮤니케이션 운영시스템인 리눅스 개발에 연간 1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40여 개국 600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협업을 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개발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경우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IBM은 외부의 가치 원천을 잘 활용하여 연간 9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제약기업인 미국의 릴리는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인 이노센티브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이노센티브의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사이트에 올리면 그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은 자신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제시된 솔루션 가운데 채택된 안에 대해서는 500만원에서부터 1억원까지 차등적인 현금보상을 실시한다. 고객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외부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해결해가는 것은 또 다른 가치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고객관점에서 가치사슬을 재점검하라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상품의 기획부터 R&D, 생산, 영업 등 가치 사슬 전반을 고객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재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먼저, 가치사슬 상에서 고객 가치 향상을 위한 경영활동이 일상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접점에서 수집되는 고객 정보가 고객의 니즈와 추구하는 가치를 정확히 도출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고객의 니즈와 가치를 반영하여 생산된 제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지를 프로세스, 시스템의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개선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Network Application은 고객의 성공을 항상 지원해준다고 강조하고, 고객의 성공 달성에 장애요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결해 간다. 그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를 제품 개선활동에 즉각 반영시켰다. 그 결과 2001년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규모가 불과 5년 만인 2006년에 20억 달러로 성장했고, 고객들의 재구매도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SAP의 CEO는 고객과의 관계가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리더십은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는 것이라는 점을 조직원들에게 강조했다. CEO의 주도하에 실시된 고객 중심 경영으로 지난 4년간 매년 두 자리대의 매출액, 시장점유율,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가치경쟁은 무형 자산의 경쟁력에서 판가름
지금까지 가치경쟁시대에 고려할 수 있는 경영해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에 제시한 해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가치는 혁신노력, 디자인, 신뢰, 네트워크, 고객 중심 경영 등 대차대조표에 나타나 있지 않은 무형의 자산에 의해 창출된다는 점이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기업 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는 정보가 75%이상을 대변하였다. 하지만 지식사회로 진화되면서 재무제표의 유형, 무형 자산은 기업 가치의 25% 정도 밖에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점도 가치경쟁 시대의 경영 관리 포인트가 달라져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크게 하는 것이다. 만일 기업이 적정 이윤을 무시한 채 제품의 기능향상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경우 얼마 가지 않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반면, 고객의 가치를 무시한 채 원가 절감에만 주력할 경우 고객으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가치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인 혁신노력이 중요하다. 많은 선진사례에서 보듯이 가치 창출의 이면에는 가치 창출 방정식의 사고가 있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가치 경쟁시대의 경영해법을 가치 방정식에서 찾아야 한다. 가치 방정식의 분모를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분자를 구성하는 요인들을 찾아내서 키워나가는 양방향의 혁신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간경제 944호
최근 기업의 경쟁 패턴은 가격, 품질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로 가치 창출이 강조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가치 창출에 대해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점은 알고 있으나 실행적인 측면에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부족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가치 경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가치 창출의 공통요소를 발견, 제시하는 것은 기업 생존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가치 경쟁의 시대
동일한 가격대의 제품일지라도 제품의 디자인, 기능 등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이는 기업 경영의 포인트가 가치 창출에 맞춰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BPR, 6시그마 등 원가 절감 중심의 혁신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혁신활동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 1980년대 말 코카콜라와 펩시는 치열하게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경쟁사인 펩시가 달콤한 맛을 첨가한 신제품을 출시하자 이에 맞서 코카콜라도 동일한 기능을 지닌 대체품을 개발하였다. 개발된 제품은 출시 전 고객 반응 테스트에서 기존의 콜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당한 성공예감이었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고객의 반응은 별로였다. 코카콜라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코카콜라는 펩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 달콤한 맛을 첨가한 기능적인 가치 향상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맛이라는 기능적 가치 외에 코카콜라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회적 가치, 감성적 가치를 원했다. 코카콜라 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면서 미국적인 것을 소비하는 일종의 자부심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창출이 어려운 것이다.
가치는 제품의 기능과 투입원가의 Trade Off 관계
일반적으로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에서 제품의 가치(Value)는 제품의 기능(Function)을 기능 구현을 위해 투입한 원가(Cost)로 나눈 것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제품의 가치는 간단한 방정식(Value=Function÷Cost)으로 표현되지만 가치 방정식의 응용 범위는 매우 넓다. 이 방정식을 활용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동일한 원가를 투입하여 제품의 기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는 주로 제품의 품질 개선 노력을 통해 달성된다. 둘째, 동일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이 경우 원가 혁신 노력에 의해 가치가 창출된다. 셋째, 기능과 원가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경우이다. 투입된 원가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기능이 향상된다면 제품의 가치는 그 만큼 향상된다.
이 가치 방정식을 고객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이 얻는 혜택이고 분모는 고객이 지불하는 댓가, 즉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클 경우 고객들은 제품 구입의 가치가 있다고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가치 경쟁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가치 창출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선진 사례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자.
● 원가를 기획하라
가치 방정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원가를 절감하면 제품의 가치는 향상된다. 요즘처럼 공급과잉 시대에는 동일한 기능을 지닌 제품을 누가 더 저렴하게 출시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은 좌우된다. 고객들은 지불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제품을 계속 구매할 것이다. 따라서 원가 혁신은 가치 창출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가치 경쟁 시대에는 고객의 관점에서 원가를 만들어가는 원가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한다. 그런 다음 정해진 제품의 가격을 중심으로 기업의 적정한 이윤을 차감하여 달성해야 할 목표원가를 정하고 목표 원가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원가 혁신 활동을 추진한다. 이러한 원가 혁신 기법을 원가 기획이라 한다. 원가 기획은 고객의 관점에서 가격을 설정한 후 달성해야 할 목표원가를 정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가격을 결정하는 원가 플러스 마진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고객의 관점에서 원가를 기획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로는 코닥을 들 수 있다. 코닥은 올해 초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사 제품보다 60% 저렴한 잉크젯 커트리지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고객 니즈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커트리지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 출시를 계획하였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가격을 설정하고 목표원가를 달성해가는 노력과 함께 품질 개선을 통한 고객 신뢰 확보에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당초의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경쟁사인 HP, 엡슨, 캐논은 코닥의 움직임에 대응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 고객의 감성을 파고 들어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구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감성적 가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들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누구나 대등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 이상의 무엇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 감성, 꿈, 스토리가 예가 될 수 있다. 고객의 감성을 파악하여 이를 제품의 가치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심층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젊은 여성들이 Ben & Jerry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이유는 아이스크림의 소비를 통해서 나름대로 느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몇 푼 안 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커뮤니티, 유대감, 신뢰감 등 감성적 가치를 경험한다. Ben & Jerry가 이익의 일부를 글로벌 빈곤계층 타파 등 글로벌 사회문제를 개선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을 고객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가 고객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 고객의 감동은 지속적인 재구매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감성적인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강조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Apple은 PC 출시 당시 우수한 운영체제를 내세워 IBM을 앞섰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체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점차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했고 급기야는 사세가 위축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높여주는 제품 디자인 혁신에 매진하여 iMac, iPod, iPhone 등 다양한 히트 상품을 쏟아냈다.
MP3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iPod은 작고 가벼운 형태의 순백색 디자인에 터치휠 패드, 대용량 기능 등을 갖추어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높였다. 디자인과 기술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알려진 iPhone. 고객들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섰고, 고생해서 손에 넣은 고객들은 공짜 폰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Apple의 i시리즈 제품들은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 또 다른 가치의 축, 신뢰를 구축하라
고객은 언제나 안심하고 믿음이 가는 제품과 서비스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가치 경쟁시대에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제품의 신뢰도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하고, 사용한 경험들은 또다시 그 제품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사용 중에 잦은 고장으로 불편함을 경험하거나 A/S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객은 그 제품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고, 그런 고객에게 재구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다. 이처럼 고객이 지니고 있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에 중요하고,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고객들은 신뢰하는 제품에 대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많은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대해 고객들은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신뢰를 구축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맥도널드가 그 한 예. 맥도널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에 대해 철저하게 위생 관리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맥도널드가 광우병 파동 당시 큰 매출변동이 없었던 것도 평소 고객의 강한 신뢰에 기반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던 탓. 소의 사육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등급관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커피판매는 이윤 확보보다는 지구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 뿐 아니라 비만의 주범으로 밝혀진 트랜스 지방이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자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실천의지를 고객에게 보여주었다. 콩 재배로 아마존 열대 우림이 훼손된다는 문제점이 환경단체들로부터 제기되자 환경 보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함과 동시에 황무지에서 개발되는 콩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실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맥도널드 햄버거는 언제나 양심적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고객들에게 확산되었다. 맥도널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객과의 탄탄한 신뢰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 외부에 있는 가치 원천을 적극 발굴하라
오늘날은 이른바 Wikinomics, 웹 2.0, UCC 시대로 불린다. 오픈 네트워크를 통해서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대이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고객 가치 창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지니지 못한 역량을 외부에서 확보하여 가치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예전처럼 한 기업이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 A/S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IBM, GE, 델, 마이크로 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해 가치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IBM은 오픈 커뮤니케이션 운영시스템인 리눅스 개발에 연간 1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40여 개국 600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협업을 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개발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경우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IBM은 외부의 가치 원천을 잘 활용하여 연간 9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제약기업인 미국의 릴리는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인 이노센티브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이노센티브의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사이트에 올리면 그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은 자신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제시된 솔루션 가운데 채택된 안에 대해서는 500만원에서부터 1억원까지 차등적인 현금보상을 실시한다. 고객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외부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해결해가는 것은 또 다른 가치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고객관점에서 가치사슬을 재점검하라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상품의 기획부터 R&D, 생산, 영업 등 가치 사슬 전반을 고객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재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먼저, 가치사슬 상에서 고객 가치 향상을 위한 경영활동이 일상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접점에서 수집되는 고객 정보가 고객의 니즈와 추구하는 가치를 정확히 도출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고객의 니즈와 가치를 반영하여 생산된 제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지를 프로세스, 시스템의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개선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Network Application은 고객의 성공을 항상 지원해준다고 강조하고, 고객의 성공 달성에 장애요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결해 간다. 그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를 제품 개선활동에 즉각 반영시켰다. 그 결과 2001년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규모가 불과 5년 만인 2006년에 20억 달러로 성장했고, 고객들의 재구매도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SAP의 CEO는 고객과의 관계가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리더십은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는 것이라는 점을 조직원들에게 강조했다. CEO의 주도하에 실시된 고객 중심 경영으로 지난 4년간 매년 두 자리대의 매출액, 시장점유율,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가치경쟁은 무형 자산의 경쟁력에서 판가름
지금까지 가치경쟁시대에 고려할 수 있는 경영해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에 제시한 해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의 가치는 혁신노력, 디자인, 신뢰, 네트워크, 고객 중심 경영 등 대차대조표에 나타나 있지 않은 무형의 자산에 의해 창출된다는 점이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기업 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는 정보가 75%이상을 대변하였다. 하지만 지식사회로 진화되면서 재무제표의 유형, 무형 자산은 기업 가치의 25% 정도 밖에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점도 가치경쟁 시대의 경영 관리 포인트가 달라져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크게 하는 것이다. 만일 기업이 적정 이윤을 무시한 채 제품의 기능향상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경우 얼마 가지 않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반면, 고객의 가치를 무시한 채 원가 절감에만 주력할 경우 고객으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가치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인 혁신노력이 중요하다. 많은 선진사례에서 보듯이 가치 창출의 이면에는 가치 창출 방정식의 사고가 있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가치 경쟁시대의 경영해법을 가치 방정식에서 찾아야 한다. 가치 방정식의 분모를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분자를 구성하는 요인들을 찾아내서 키워나가는 양방향의 혁신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간경제 9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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