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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5. 08:59

컬렉터이건 인베스터이건 투자하기 전에 투자 대상을 파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노하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도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를 보는 눈과 인베스터를 보는 눈이 매우 상반되어 있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애정도 때문일 것이다

미술 투자와 미술 수집, 같은 활동인 듯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두 활동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둘은 분명 다르다. 미술 수집은 지극히 주관적인 활동이라는 느낌이 들고, 미술 투자는 주관적인 활동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적어도 작품에 대한 정보와 향후 전망 등을 객관적인 자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술 수집이나 미술 투자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대상이 그림 혹은 미술품(조각, 설치미술 작품, 사진 등)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그 대상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미술 투자나 수집은 감상이라는 행위와는 분명 다른 활동이다. 감상은 작품에 대한 무관심적인 관심(칸트에 따르면)일 뿐이다. 즉 아무런 사심 없이 바라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좋다거나 싫다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반응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기준 없이 자유롭다. 그렇지만 미술 투자나 수집은 다르다. 분석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행위는 모두 자금이 투여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좋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객관적인 평가 또한 주관적인 만족감 이상으로 중요하다. 미술 수집은 나의 눈에 좋고 더불어 객관적인 평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고 미술 투자는 더 대중적인 취향에 의존하고자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감상의 눈과는 분명 다르다. 특별하게 어느 연대의 작품이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소재는 어떠한지, 재료는 어떠한지, 사인은 정확한지, 혹시 가짜 작품은 아닌지 등 작품 자체와는 상관없는 외적인 정보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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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투자나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수집하게 되고 오랫동안 수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과적으로 투자가 되는 경우도 있겠고, 오로지 투자처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저평가되어온 미술시장을 알게 되었고, 그림은 하나도 모르지만 투자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하던 터에 의외로 미술 투자를 쉽고 재미있게 느껴 빠져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 미술품에 빠져들어야만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아트 컬렉터 vs 아트 인베스터

‘아트 컬렉터’는 그림을 보지만 ‘아트 인베스터’는 돈을 본다. 아트 컬렉터는 미술사를 보지만 아트 인베스터는 옥션 결과를 본다. 아트 컬렉터는 내 눈에 좋아 보이지 않는 작품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구매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베스터라면 수익률이 좋다는 전제하에 추천을 받는 작품은 무조건 좋아 보인다. 이는 대단히 상반된 반응이다. 좋은 것과 좋게 보는 것. 결국 인베스터는 자신의 안목은 뒤로한 채 인덱스만 따라다니기 일쑤다. 이렇게 움직이다 보면 인덱스의 정확성에 대한 회의,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회의만 남을 뿐 정작 미술 투자에서 가장 필요한 안목의 성장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좋은 아트 인베스터로 성장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금의 흐름, 경제 현황, 취향의 변화 등에 정통하는 것만큼이나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을 훈련시키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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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본인의 안목에 따라 작품 구매를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컬렉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초보 컬렉터들에게는 화려한 색과 형상의 작품에 끌리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추상을 좋아하는 컬렉터도 분명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컬렉터의 안목에 따라 구매 작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안목이 일취월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즉 형형색색의 구상회화를 좋아하던 컬렉터가 그다음에 바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작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밟으면서 성장해가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가 컬렉팅의 즐거움이기 때문에 컬렉터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자 자산이 된다. 그러나 아트 인베스터는 취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은 구매 결정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입 작품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작품은 대체적으로 퀄리티가 매우 높은 작품이기 때문에 감상의 과정이 없는데도 안목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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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와 인베스터는 결국 안목의 향상과 함께 그림을 고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까다롭게 되며 이런 과정을 거쳐 컬렉터는 자연스럽게 인베스터로 인베스터는 자연스럽게 컬렉터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모는 의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그 대상이 그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림은 다른 투자 대상과는 달리 온전히 소유하는 유일한 투자다. 내가 소유한 그 작품은 이 세상에 오직 한 점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수집, 투자는 은밀한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느 한 작품을 소장하면 소장자는 그 작품의 족보에 오르는 것이며 그 작품의 전설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소장자가 좋은 명성을 가져야만 한다. 컬렉터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수록 작품의 가치는 더더욱 상승하며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더욱 견고하게 구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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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터와 컬렉터 모두 미술품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인베스터가 컬렉터로 변모하지 못하고 인베스터로 남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럴 경우 미술시장에서 오래 버텨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기적으로 결과가 눈앞에 나오지 않으면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크다. 미술품은 주식과는 다르며 인덱스의 커브도 다르게 형성된다. 오르고 내리는 주기가 매우 느리면서 오름폭의 기울기는 매우 큰 형태의 곡선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큰 상승 곡선을 만나기 위해서는 10여 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면 미술 투자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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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터에서 컬렉터로 변모한 경우 느긋한 마음으로 그림을 즐기는 마인드로 확실하게 컨트롤되었는지 다시 한 번 검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컬렉터이건 인베스터이건 투자하기 전에 투자 대상을 파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노하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도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를 보는 눈과 인베스터를 보는 눈이 매우 상반되어 있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애정도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어떻게 소장하고 어떻게 팔 것인지는 작가의 명성과 작품의 생명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컬렉터는 작품을 판매할 때에도 최대한 작품의 명성이 빛나도록 이왕이면 적재적소에 컬렉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인베스터는 최고로 비싸게 판매되는 곳이라면 거침없이 작품을 판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데, 인베스터보다는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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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인베스터라도 아트 인베스터는 달라야 한다. 취향이 고려되지 않는 작품을 구매한다고 해도 작품에 대한 애정도는 높아야 할 것이며 판매 시에도 최대한 작가의 명성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작품을 구매하기 어렵고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없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트 인베스터와 컬렉터는 같아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같아져야만 미술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글  이호숙 (‘마로니에 북스’ 미술 출판 전문기획위원)
-Beyond Promise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