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17. 21:56
최근 활발한 기업 인수를 통해 글로벌 M&A의 강자로 부상한 사모펀드는 M&A 시장뿐 아니라 산업자본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향후 이들의 행보에 대응할 방법을 미리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해 글로벌 M&A 시장은 이미 지난 해를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5월까지 발표된 M&A 규모만도 전년 동기 대비 65.8% 늘어난 총 2조 2,380억 달러에 달하였다(순부채 포함 금액, Thomson Financial). 이런 상황 속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사모펀드, Private Equity Fund ; 이하 PEF)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하였다. PEF가 주도한 M&A 투자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06년에는 글로벌 M&A 시장의 23%를 차지할 만큼 성장하였다. 이처럼 M&A 시장에서 PEF가 주요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PEF 특유의 투자기법이 가진 유효성을 인정하여 풍부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실기업 인수 건으로 국내에 등장한 PEF는 본래 선진국 금융 시장에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2000년 대 이전만 하더라도 주요 활동 무대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벤처 기업이나 중소형 기업의 기업공개(IPO) 투자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틈새 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1,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거래(Mega Deal)까지 넘볼 만큼 자금동원력과 M&A 실행력이 급성장하였다. 따라서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들 간에서나 이루어지던 대형 기업 인수도 지금은 PEF가 주도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다우케미칼 등 글로벌 기업들도 수시로 PEF의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2007년 5월 PEF인 서버러스는 독일의 다임러벤츠가 매각하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현재와 같은 PEF의 M&A 추세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압도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분명히 금융자본의 기업 인수 건들은 향후 매각 과정에서 산업의 역학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와 반대로 너무 지나친 우려는 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M&A 투자를 지연시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PEF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먼저 최근 PEF가 주도한 M&A의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PEF의 M&A는 수익 미실현 단계
최근 M&A 시장에서 주목 받은 PEF들의 M&A는 대부분 차입인수를 활용한 기업 인수 건이었지 수익 회수를 위한 매각 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PEF를 운용하는 담당자는 인수 성공에 따른 수수료 수입으로 고수익을 획득할 수 있지만 정작 PEF에 투자한 투자자는 아직 수익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과 같이 PEF 업계 전체가 대형 상장기업의 차입인수에 집중한 시대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모두 처음 접해본다는 점이다. 심지어 업계 수위의 PEF 경영진조차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할 정도이다. 본래 PEF들이 차입인수로 고수익을 창출하던 시장은 주로 벤처, 중소형 기업 등 비상장회사의 기업 공개(IPO) 시장이었다. 물론 부실화된 대형 기업을 차입인수한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주로 제도권 금융자본이 간과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새의 수익 창출 기회를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주식시장의 호황세가 가세하면서 과다한 인수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책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인수를 위한 차입금이나 정크본드의 발행 규모도 커지고 있어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아직 먼 수익 회수, 이미 나타나는 부작용
투자 속성 상 PEF의 M&A는 기업을 꾸준히 보유하면서 수익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기적인 자본차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현재 PEF가 인수한 기업들은 가치를 높이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매각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최근 대규모 인수전이 늘어난 만큼 향후에는 매각을 위한 대형 M&A 건이 양적으로도 늘어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남아 있다. 대형 매각 건들이 M&A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여건이 현재와 같거나 더 호의적이어야 할 것이다. 금리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이어야 하고, 주식시장도 호황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백억 달러를 부담하면서 대형 기업을 인수할 능력을 갖춘 투자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전제 조건들이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매각을 통한 목표 수익 달성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보유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수익 회수 방식이 동원되면서 기업의 영속성을 해칠 가능성 역시 커지게 된다. 이 때 주로 동원되는 방식이 채권 발행과 자산 매각을 통한 배당 실시, 유상감자 등이다. 때로는 기업을 분리 매각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들은 모두 기업에 영구적인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해당 산업의 판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인수 경쟁의 격화는 다양한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적정 가치를 초과할 정도로 기업인수 가격이 폭등하였다. M&A에 참여한 투자은행,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 증권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서 각종 내부거래 의혹이나 정보 유출, 담당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들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PEF들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순기능을 하는가 하면, 사업적 연관성이 있는 보유 기업 간에 불공정한 거래를 하도록 조장하여 수익을 우회적으로 회수하려는 유혹에 점점 빠질 수 있다. 결국 이런 모든 부작용은 잠재적인 인수비용으로 작용하여 수익 회수의 가능성을 더 낮추게 될 것이다.
PEF 운영의 변화 조짐 나타나
최근 PEF의 급격한 성장은 역으로 PEF 자체도 변화하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PEF를 둘러싼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주로 PEF의 조직, 운영 방법 등 근본적인 면과 연관되어 있다. PEF의 변화는 M&A 시장의 기업 인수, 매각을 통해 산업자본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PEF 업계의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산업자본 출신 경영인 영입 증가
실제 기업 경영의 경험이 있는 경영인 또는 기업 내에서 투자, M&A 부문을 담당하던 전문경영인들이 영입 대상 1순위로 선호되고 있다. 심지어 현직 경영인이 관련 산업 M&A 목적의 PEF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3년 간 경영진 구인이 연간 25%씩 늘어났다는 외신의 보도도 있었다(The Wall Street Journal 2007.5.16.). 경영진 확보에 노력하는 이유는 투자 대상인 대형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이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엿보인다. 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경영진이 담당하면 무리한 수익 창출 방식을 동원하지 않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 PEF의 기업 공개(IPO) 추진
대형 PEF들을 중심으로 기업 공개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PEF 업계의 선두인 블랙스톤 그룹은 기업 공개를 추진하여 약 25억 달러의 공모 자금을 모집해 놓은 상황이다(<표 2> 참조).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주요 PEF들도 기업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기업 공개를 추진하는 표면적인 목적은 효율적인 자금조달, 공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의 일반적인 사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제도적 구속을 받지 않는 PEF가 기업 공개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급성장의 부작용 제거와 재도약을 위한 변신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일단 상장으로 조달된 증자 대금은 상환 부담이 없어 활용도가 커지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블랙스톤 그룹도 기업 공개의 목적에서 밝히듯이 새로운 사업영역, 예를 들어 기업 금융의 핵심인 투자은행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설립 주주들의 진퇴를 용이하게 할 목적도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과 PEF의 호황이 동시에 발생한 상황은 PEF의 설립 주주에게는 은퇴나 수익 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기업 공개 후에는 경영의 위험을 시장에서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존 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고 퇴장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익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장의 몫으로 남게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 PEF 운용 방식의 변화
PEF의 투자기간(기업 보유 기간)을 더 장기화하거나 기대수익률을 낮춘다든지,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운용방법 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투자 경쟁으로 인해 적정 기업가치를 능가한다고 평가되는 M&A 거래가 증가하였다. 이런 기업 인수 건들은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운용 방법이 다소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기업 공개를 단행한 PEF에서는 PEF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PEF가 운용하는 펀드의 투자자 간에 수수료로 인한 갈등이 생길 소지도 있다.
● PEF 경영진의 세대 교체
PEF의 급성장과 기업 공개가 동시에 추진되는 현재 시점은 공교롭게도 PEF의 탄생과 성장을 직접 진두 지휘한 PEF 업계의 1세대가 은퇴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기업 공개를 추진 중인 블랙스톤 그룹뿐 아니라 KKR 등 선두권 PEF들에서는 이미 1세대 경영진의 퇴진이 시작되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세대의 퇴진과 함께 새로 충원된 경영진들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게 각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최초의 변화 과정이 바로 지금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PEF에 대한 견제와 활용이 모두 필요
이처럼 PEF는 시장 환경에 맞춰 다시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산업자본 측은 여전히 PEF를 기업의 소유권을 침해하거나 성장성을 저해하는 위해세력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PEF의 기업 인수 증가세에 압도되어 더욱 그런 면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PEF 측에서는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성 강화나 비용 절감 노력이 부족한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PEF는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순기능과 투기자본으로서 기업에 폐해를 끼치는 역기능을 모두 할 수 있다. 주주의 수익률이 높은 기업의 주주들은 PEF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PEF를 무조건 적대시하기 보다는 일단 다음과 같이 적절한 견제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서 PEF가 지닌 유용한 방안은 도입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경영 효율성 제고가 최선의 대응
금융자본의 속성상 산업자본에 일시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PEF에 의한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나 기업 내 경영진 간, 또는 주주 간 갈등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PEF의 인수 제의를 받은 기업의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현상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 준다. 더군다나 PEF는 1970년 대에 득세했던 기업사냥꾼들과 달리 기관투자가들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산업자본에 더욱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주 권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현재에는 주주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적절한 내부 인력 관리 역시 중요하다. 때로는 내부 인력이 PEF에 가세하여 산업자본에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부 사례는 기업에 잠재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PEF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경영 활동에 PEF를 활용
PEF는 일시적이긴 하나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경영진의 취향에 따라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PEF가 있는가 하면 블랙스톤 그룹과 같이 헤지펀드부터 부동산, M&A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PEF도 많다. 사업의 범위는 달라도 PEF들은 기업 매각 시점까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PEF는 사업의 영속성 면에서 산업자본의 지주회사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PEF는 기업을 판매 가능한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므로 기업에 대한 시각이 산업자본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런 시각 차이에서 오는 PEF의 투자 방안을 오히려 산업자본도 활용해 봄 직하다. PEF들이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가치 제고를 하는 방식은 산업자본도 사업 확장이나 M&A 투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방안이다. 예를 들어 자금흐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최소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되, 산업자본 고유의 강점인 영속성을 가미하여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추구한다면 이상적인 사업 확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PEF를 통해 한계 사업을 정리한다든지, PEF의 투자나 경영 기법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PEF가 인수한 기업들이 향후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시기를 사업 확장이나 신규 사업의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금리변동이나 주식시장의 불황 등으로 인해 PEF의 기업 매각 여건이 불리한 경우는 산업자본에게 오히려 호기일 수도 있다.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PEF의 차입인수는 최악의 경우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 등 모든 금융시장을 경색시키고 그 여파는 나아가서 산업자본에까지 미칠 위험성도 크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PEF들의 활발한 M&A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가능하였다. 최근 5년간 PEF의 M&A를 위해 발행된 채권 규모는 4,6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는 기업 주주와 PEF의 상승 작용으로 M&A 규모가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EF의 인수 제의를 받은 기업의 주주들이 주가의 인상을 요구하고 이를 PEF가 받아들여 기업 인수금액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채권발행 규모도 늘어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5월 현재 차입인수를 위해 발행 대기 중인 정크본드나 차입금의 규모만도 2,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Standard & Poor’s Leveraged Commentary & Data, The Wall Street Journal 2007.6.11.).
각국의 금리 변동이 예상되는 최근 들어 PEF의 M&A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차입인수의 구조 상 금리 변동은 기업의 자금 흐름에 상당한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부채 상환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기업의 부채 상환이 힘들어지면 채권자에게 자금의 압박이 가해지고 주가 폭락으로 주주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금리가 인상되면 차입비율이 높은 PEF의 기업 인수 건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진행된 PEF의 급성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등 우호적인 시장 여건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PEF의 투자 활동은 향후 금융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차입인수 구조는 금리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므로 PEF의 M&A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PEF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고수익을 추구하는 PEF는 산업자본을 대상으로 한 M&A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이미 일부 PEF들은 조직 구성의 변혁, IPO 등으로 재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현재와 같은 PEF의 성장세에 압도되기 보다는 냉정한 시각을 견지해서 먼저 PEF의 실체를 이해하고 대처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한 금리 변동의 가능성이 예상되는 현재 시점부터는 PEF의 위협뿐 아니라 막대한 차입금융을 활용한 PEF의 투자 실패가 가져올 금융시장의 불안정 가능성과 그 여파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주간경제 941호
올해 글로벌 M&A 시장은 이미 지난 해를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5월까지 발표된 M&A 규모만도 전년 동기 대비 65.8% 늘어난 총 2조 2,380억 달러에 달하였다(순부채 포함 금액, Thomson Financial). 이런 상황 속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사모펀드, Private Equity Fund ; 이하 PEF)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하였다. PEF가 주도한 M&A 투자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06년에는 글로벌 M&A 시장의 23%를 차지할 만큼 성장하였다. 이처럼 M&A 시장에서 PEF가 주요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PEF 특유의 투자기법이 가진 유효성을 인정하여 풍부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실기업 인수 건으로 국내에 등장한 PEF는 본래 선진국 금융 시장에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2000년 대 이전만 하더라도 주요 활동 무대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벤처 기업이나 중소형 기업의 기업공개(IPO) 투자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틈새 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기업 인수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1,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거래(Mega Deal)까지 넘볼 만큼 자금동원력과 M&A 실행력이 급성장하였다. 따라서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들 간에서나 이루어지던 대형 기업 인수도 지금은 PEF가 주도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다우케미칼 등 글로벌 기업들도 수시로 PEF의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2007년 5월 PEF인 서버러스는 독일의 다임러벤츠가 매각하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현재와 같은 PEF의 M&A 추세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압도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분명히 금융자본의 기업 인수 건들은 향후 매각 과정에서 산업의 역학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와 반대로 너무 지나친 우려는 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M&A 투자를 지연시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PEF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먼저 최근 PEF가 주도한 M&A의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PEF의 M&A는 수익 미실현 단계
최근 M&A 시장에서 주목 받은 PEF들의 M&A는 대부분 차입인수를 활용한 기업 인수 건이었지 수익 회수를 위한 매각 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PEF를 운용하는 담당자는 인수 성공에 따른 수수료 수입으로 고수익을 획득할 수 있지만 정작 PEF에 투자한 투자자는 아직 수익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과 같이 PEF 업계 전체가 대형 상장기업의 차입인수에 집중한 시대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모두 처음 접해본다는 점이다. 심지어 업계 수위의 PEF 경영진조차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할 정도이다. 본래 PEF들이 차입인수로 고수익을 창출하던 시장은 주로 벤처, 중소형 기업 등 비상장회사의 기업 공개(IPO) 시장이었다. 물론 부실화된 대형 기업을 차입인수한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주로 제도권 금융자본이 간과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새의 수익 창출 기회를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주식시장의 호황세가 가세하면서 과다한 인수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책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인수를 위한 차입금이나 정크본드의 발행 규모도 커지고 있어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아직 먼 수익 회수, 이미 나타나는 부작용
투자 속성 상 PEF의 M&A는 기업을 꾸준히 보유하면서 수익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기적인 자본차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현재 PEF가 인수한 기업들은 가치를 높이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매각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최근 대규모 인수전이 늘어난 만큼 향후에는 매각을 위한 대형 M&A 건이 양적으로도 늘어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남아 있다. 대형 매각 건들이 M&A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여건이 현재와 같거나 더 호의적이어야 할 것이다. 금리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이어야 하고, 주식시장도 호황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백억 달러를 부담하면서 대형 기업을 인수할 능력을 갖춘 투자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전제 조건들이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매각을 통한 목표 수익 달성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보유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수익 회수 방식이 동원되면서 기업의 영속성을 해칠 가능성 역시 커지게 된다. 이 때 주로 동원되는 방식이 채권 발행과 자산 매각을 통한 배당 실시, 유상감자 등이다. 때로는 기업을 분리 매각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들은 모두 기업에 영구적인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해당 산업의 판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인수 경쟁의 격화는 다양한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적정 가치를 초과할 정도로 기업인수 가격이 폭등하였다. M&A에 참여한 투자은행,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 증권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서 각종 내부거래 의혹이나 정보 유출, 담당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들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PEF들의 경우에도 다양한 기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순기능을 하는가 하면, 사업적 연관성이 있는 보유 기업 간에 불공정한 거래를 하도록 조장하여 수익을 우회적으로 회수하려는 유혹에 점점 빠질 수 있다. 결국 이런 모든 부작용은 잠재적인 인수비용으로 작용하여 수익 회수의 가능성을 더 낮추게 될 것이다.
PEF 운영의 변화 조짐 나타나
최근 PEF의 급격한 성장은 역으로 PEF 자체도 변화하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PEF를 둘러싼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주로 PEF의 조직, 운영 방법 등 근본적인 면과 연관되어 있다. PEF의 변화는 M&A 시장의 기업 인수, 매각을 통해 산업자본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PEF 업계의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산업자본 출신 경영인 영입 증가
실제 기업 경영의 경험이 있는 경영인 또는 기업 내에서 투자, M&A 부문을 담당하던 전문경영인들이 영입 대상 1순위로 선호되고 있다. 심지어 현직 경영인이 관련 산업 M&A 목적의 PEF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3년 간 경영진 구인이 연간 25%씩 늘어났다는 외신의 보도도 있었다(The Wall Street Journal 2007.5.16.). 경영진 확보에 노력하는 이유는 투자 대상인 대형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이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엿보인다. 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경영진이 담당하면 무리한 수익 창출 방식을 동원하지 않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 PEF의 기업 공개(IPO) 추진
대형 PEF들을 중심으로 기업 공개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PEF 업계의 선두인 블랙스톤 그룹은 기업 공개를 추진하여 약 25억 달러의 공모 자금을 모집해 놓은 상황이다(<표 2> 참조).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주요 PEF들도 기업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기업 공개를 추진하는 표면적인 목적은 효율적인 자금조달, 공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의 일반적인 사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제도적 구속을 받지 않는 PEF가 기업 공개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급성장의 부작용 제거와 재도약을 위한 변신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일단 상장으로 조달된 증자 대금은 상환 부담이 없어 활용도가 커지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블랙스톤 그룹도 기업 공개의 목적에서 밝히듯이 새로운 사업영역, 예를 들어 기업 금융의 핵심인 투자은행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설립 주주들의 진퇴를 용이하게 할 목적도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과 PEF의 호황이 동시에 발생한 상황은 PEF의 설립 주주에게는 은퇴나 수익 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기업 공개 후에는 경영의 위험을 시장에서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존 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고 퇴장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익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장의 몫으로 남게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 PEF 운용 방식의 변화
PEF의 투자기간(기업 보유 기간)을 더 장기화하거나 기대수익률을 낮춘다든지,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운용방법 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투자 경쟁으로 인해 적정 기업가치를 능가한다고 평가되는 M&A 거래가 증가하였다. 이런 기업 인수 건들은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운용 방법이 다소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기업 공개를 단행한 PEF에서는 PEF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PEF가 운용하는 펀드의 투자자 간에 수수료로 인한 갈등이 생길 소지도 있다.
● PEF 경영진의 세대 교체
PEF의 급성장과 기업 공개가 동시에 추진되는 현재 시점은 공교롭게도 PEF의 탄생과 성장을 직접 진두 지휘한 PEF 업계의 1세대가 은퇴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기업 공개를 추진 중인 블랙스톤 그룹뿐 아니라 KKR 등 선두권 PEF들에서는 이미 1세대 경영진의 퇴진이 시작되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세대의 퇴진과 함께 새로 충원된 경영진들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게 각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최초의 변화 과정이 바로 지금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PEF에 대한 견제와 활용이 모두 필요
이처럼 PEF는 시장 환경에 맞춰 다시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산업자본 측은 여전히 PEF를 기업의 소유권을 침해하거나 성장성을 저해하는 위해세력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PEF의 기업 인수 증가세에 압도되어 더욱 그런 면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PEF 측에서는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성 강화나 비용 절감 노력이 부족한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PEF는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순기능과 투기자본으로서 기업에 폐해를 끼치는 역기능을 모두 할 수 있다. 주주의 수익률이 높은 기업의 주주들은 PEF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PEF를 무조건 적대시하기 보다는 일단 다음과 같이 적절한 견제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서 PEF가 지닌 유용한 방안은 도입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경영 효율성 제고가 최선의 대응
금융자본의 속성상 산업자본에 일시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PEF에 의한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나 기업 내 경영진 간, 또는 주주 간 갈등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PEF의 인수 제의를 받은 기업의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현상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 준다. 더군다나 PEF는 1970년 대에 득세했던 기업사냥꾼들과 달리 기관투자가들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산업자본에 더욱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주 권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현재에는 주주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적절한 내부 인력 관리 역시 중요하다. 때로는 내부 인력이 PEF에 가세하여 산업자본에 치명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부 사례는 기업에 잠재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PEF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경영 활동에 PEF를 활용
PEF는 일시적이긴 하나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경영진의 취향에 따라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PEF가 있는가 하면 블랙스톤 그룹과 같이 헤지펀드부터 부동산, M&A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PEF도 많다. 사업의 범위는 달라도 PEF들은 기업 매각 시점까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PEF는 사업의 영속성 면에서 산업자본의 지주회사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PEF는 기업을 판매 가능한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므로 기업에 대한 시각이 산업자본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런 시각 차이에서 오는 PEF의 투자 방안을 오히려 산업자본도 활용해 봄 직하다. PEF들이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고 가치 제고를 하는 방식은 산업자본도 사업 확장이나 M&A 투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방안이다. 예를 들어 자금흐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최소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되, 산업자본 고유의 강점인 영속성을 가미하여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추구한다면 이상적인 사업 확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PEF를 통해 한계 사업을 정리한다든지, PEF의 투자나 경영 기법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PEF가 인수한 기업들이 향후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시기를 사업 확장이나 신규 사업의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금리변동이나 주식시장의 불황 등으로 인해 PEF의 기업 매각 여건이 불리한 경우는 산업자본에게 오히려 호기일 수도 있다.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PEF의 차입인수는 최악의 경우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 등 모든 금융시장을 경색시키고 그 여파는 나아가서 산업자본에까지 미칠 위험성도 크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PEF들의 활발한 M&A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가능하였다. 최근 5년간 PEF의 M&A를 위해 발행된 채권 규모는 4,6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는 기업 주주와 PEF의 상승 작용으로 M&A 규모가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EF의 인수 제의를 받은 기업의 주주들이 주가의 인상을 요구하고 이를 PEF가 받아들여 기업 인수금액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채권발행 규모도 늘어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5월 현재 차입인수를 위해 발행 대기 중인 정크본드나 차입금의 규모만도 2,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Standard & Poor’s Leveraged Commentary & Data, The Wall Street Journal 2007.6.11.).
각국의 금리 변동이 예상되는 최근 들어 PEF의 M&A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차입인수의 구조 상 금리 변동은 기업의 자금 흐름에 상당한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부채 상환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기업의 부채 상환이 힘들어지면 채권자에게 자금의 압박이 가해지고 주가 폭락으로 주주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금리가 인상되면 차입비율이 높은 PEF의 기업 인수 건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진행된 PEF의 급성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등 우호적인 시장 여건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PEF의 투자 활동은 향후 금융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차입인수 구조는 금리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므로 PEF의 M&A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PEF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고수익을 추구하는 PEF는 산업자본을 대상으로 한 M&A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이미 일부 PEF들은 조직 구성의 변혁, IPO 등으로 재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현재와 같은 PEF의 성장세에 압도되기 보다는 냉정한 시각을 견지해서 먼저 PEF의 실체를 이해하고 대처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한 금리 변동의 가능성이 예상되는 현재 시점부터는 PEF의 위협뿐 아니라 막대한 차입금융을 활용한 PEF의 투자 실패가 가져올 금융시장의 불안정 가능성과 그 여파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주간경제 9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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