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1. 12:49
각국 정부의 금융안정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호전되고 있다. 미국 주택경기가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도 감소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민간부문에 점차 파급되면서 세계경기는 당분간 빠른 회복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이 내수부양을 통해 고성장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초부터는 경기부양 약효가 떨어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속도도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보다 빠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경제는 원화강세, 부양효과 소진 등으로 유리한 여건들이 점차 소멸되면서 세계경기 흐름과 동조화될 것이다. 정부정책 효과는 감소하는 반면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소비 회복의 힘은 크지 않아 내년도 내수 경기는 완만한 회복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수출은 중국효과, 우리 주력제품의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중심 성장으로 고용회복은 성장에 비해 더디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화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안정으로 2%대 후반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0.6%, 내년에는 4.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Ⅰ.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파산 신청 이후 씨티,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위기와 GM 파산 등 여러 차례의 고비를 겪어 온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완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위험도를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나 LIBOR-OIS 스프레드 역시 위기 이전 수준으로 안정돼, 신용위험과 자금경색의 정도가 완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과 은행 부문의 불안정성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미국 금융 스트레스 지수(Financial stress index)도 2009년 9월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그와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의 손실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07년 후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국제 금융시장 회복세 지속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이 된 미국 주택경기 침체와 금융기관의 파산위험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S&P/Case-Shiller Home price index)가 2006년 2분기 이후 3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해 오다 2009년 2분기 들어 전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융기관의 자산상각 규모 역시 축소되었다. 2009년 2분기 금융기관의 자산상각 규모는 1,270억 달러(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기관 기준)로, 이는 금융시장의 붕괴위험이 고조되었던 2008년 4분기의 1/3 수준이다.
이는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및 자본확충 지원, 주택 및 소비자 금융 지원 등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출구전략 가시화되면서 현재의 저금리 기조 약화될 전망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요국의 금융완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는 가운데,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그 동안 부진했던 금융기관의 대출도 서서히 늘어나면서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되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흥경제권으로부터 대거 이탈했던 외국자본 또한 지난 상반기 이후 다시 유입되는 추세여서, 개도국의 금융불안 및 외채위기 우려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금융기관의 자산 부실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경영실적이 악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자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정부재정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됨으로써 향후 금리와 물가가 불안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유로지역 등 주요 선진경제권의 출구전략은 그 시기와 강도에 있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의 회복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들 국가의 정책금리 인상은 가계, 기업 등 민간부문의 뚜렷한 회복세를 전제로 내년 중반 이후에, 그리고 중국, 호주, 노르웨이 등 현재 경제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나라들이 그보다 먼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주요 선진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는 데 신중을 기하더라도 전반적인 시장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각국의 정부채 발행의 필요성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경기호전으로 인해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여기에 물가상승 기대까지 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등의 신용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회사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통해 나타나는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금리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안정에 따라 통화가치의 완만한 조정 예상
금융위기 국면에서 안전통화로서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의 가치는 금융시장 안정이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완만한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의 안전자산 선호 및 현금보유 성향이 약화되고,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저금리를 이용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까지 나타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09~2010년 동안 3조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달러 가치 위협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다만 미국의 소비 부진 및 저축률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되고, 여기에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협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일방적인 하락보다는 완만한 약세 국면이 예상된다.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 수요의 상당 부분은 유로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유로 지역은 일본에 비해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이 발달해 있어 투자처로서의 규모가 큰 편이다. 게다가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 재정지출 및 물가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중시되고 있어, 느린 경제회복 속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달러당 90엔 남짓한 엔화환율은 구매력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수준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재 위축 상태에 있는 일본의 해외투자가 재개되고, 특히 향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상당 부분이 엔화 조달로 대체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2005년 전후와 같은 엔화 약세 흐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위상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제고되었으나,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산재해 있다.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진 데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율절상 억제 또는 약세 유도 가능성은 당분간 위안화 절상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Ⅱ. 세계경기 전망
금융시장의 안정에 힘입어 세계 실물경제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분기 대부분의 국가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분기 들어서면서 하락폭이 컸던 개도국을 중심으로 빠른 반등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공업국들이 2분기에 높은 전기비 성장을 기록했고 선진국 중에서도 1분기 성장률이 급락했던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2분기중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미국과 유로지역도 경기하락 속도가 크게 완화되면서 성장률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었다.
주요국들의 성장률을 가중평균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추정해보면 2분기 중 세계경제는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기 낙관적 전망 확산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도 점차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국들의 소비자 기대지수 등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 등도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미국, 유럽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는 지난해 위기 이후 계속 하향조정되었으나 올 6월 이후에는 다시 상향되고 있다.
실물경기가 이처럼 조기에 호전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각국이 세계적인 공조 속에 재정 및 통화 확장정책을 통하여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또한 자동차세 감면, 보조금 지급 등 소비 유인책으로 민간수요 회복을 유도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정부부문에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면서 실물경기 하락의 악순환이 멈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의 안정도 경기회복에 기여했다. 지난해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올초에는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유가하락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다른 부문에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높여주었으며 또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안정시켜 금융완화의 여지를 높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 회복추세 가속될 듯
재고조정도 상당부분 완료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말 금융위기와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신속하게 재고조정에 나서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도 빠르게 재고가 급감한 바 있다(<그림 5> 참조). 과거 세계경제 침체기 중의 선진국 재고 추이를 보면 재고 감소가 경기정점 이후 약 5~12분기까지 완만하게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재고가 매우 빠르게 줄어들었다. 리먼쇼크 이후 3분기 동안 주요 선진국(미국, 독일, 일본)의 평균 재고는 10.5% 급락해 과거 경기하강 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재고의 하락폭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상음향기기, 자동차 등 내구재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건축자재 부문의 재고가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1분기에 크게 줄었던 재고가 2분기에 이미 증가세로 돌아서 재고축적 과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국의 재고 급감 추세가 멈추고 지역 및 산업별로 재고축적(restocking)이 재개되면서 하반기 중 재고는 생산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소비, 수출 등 민간부문의 수요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수요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했던 소비가 2분기 중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민간부문의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6> 참조). 투자는 아직 부진하지만 수출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 경기부양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수요 확대의 효과가 민간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세계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완만한 상승세
2010년에도 주요국들은 상당 규모의 경기부양을 계획하고 있어 정부수요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09년에 비해서는 부양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09년 GDP의 2.0%→’10년 1.5%, G20 기준)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더욱이 기록적인 재정적자 누적으로 각국은 내년 중 재정건전화를 위해 세수확대에 나서게 될 것이다. G20 국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은 ’07년 1.0%에서 ’09년에는 8.0%로 급등한 바 있다. 각국 정부는 수년에 걸쳐 재정적자 규모를 점차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가계부채 조정 역시 향후 수년간 소비의 빠른 회복을 제한하면서 세계경기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그림 8> 참조). 현재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2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은 약 80~100%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가 저축을 늘려 부채부담을 줄이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OECD는 미국의 저축률을 ’09년 5.4%, ’10년 6.5%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미국 GDP 0.8% 규모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 성장률 4%보다 낮은 수준이다(<그림 9> 참조). 세계경제가 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의 실질 GDP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내년 3분기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 크지 않을 듯
경기부양 과정에서 본원통화가 크게 늘면서 향후 인플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통화확대 정책으로 미 FRB의 자산이 2조달러를 넘어 위기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바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쓰면서 통화량을 크게 늘려왔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통화량 증대로 인해 최근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중에는 이와 같은 초과유동성이 급격한 인플레 압력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 갭을 추정해보면 리먼 쇼크 직전인 2008년 3분기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갭이 존재했으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10> 참조).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까지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수요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도 디플레이션 갭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정부들이 내년 중반 계획대로 출구전략에 나선다면 통화환수의 시점이 크게 늦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 개도국이 세계경제 회복 주도
지역별로 보면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이 수요확대를 주도하는 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11> 참조). 2010년 세계수요 증가의 절반 가량이 중국과 인도에 의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경제의 경우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7.9%를 기록하는 등 선진국보다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수출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공투자, 개인소비 등 내수 확대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수회복의 기폭제가 된 공공수요의 증가세는 2010년에 다소 둔화될 것이다. 하지만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이 2010년에도 이어져 공공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보조금을 통한 소비 진작책이 자산시장의 호조와 내구재 생산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내수확대 기조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성장세 회복으로 위축되었던 중국의 수출수요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2010년 중국경제는 8.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경제도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IT 아웃소싱 등 서비스업 수요 확대,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서비스업과 제조업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등 금융부문의 시장개방 확대 조치와 소매유통 부문에서의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 완화 등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인도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공업국 경제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 대만 등 신흥공업국(NIEs)과 ASEAN, 베트남 등은 내년 성장에서 수출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 내수 회복 지연될 것
선진국 경제는 올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0년에도 성장세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선진국은 내년 성장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서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밑돌 전망이다(<그림 12> 참조). 따라서 주변국으로의 수요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올 3분기 중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수출이 늘면서 경기회복을 선도하겠지만 내수경기 회복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2010년에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책정되었으나 재정지출이 앞당겨 집행되고 있어서 2010년 하반기에는 정책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조정이 소비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와 같이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가 멈추면서 수년간 큰 폭으로 위축되었던 주택건설 투자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경제는 자동차 구입 지원 등 각국 정부의 감세 및 소비 유인 정책의 효과로 인해 2009년 중반 이후 경기급락세가 서서히 멈추고 있으나 고실업 문제 등으로 소비와 설비투자의 자율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컸던 아일랜드,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가계부채 조정으로 소비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기의 회복에 힘입은 수출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2010년 유로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올해 성장률이 -5.5%로 선진국 중 가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는 수출수요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의 또 다른 견인차인 정부의 공공수요도 서민생활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권의 등장으로 2010년에도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의 수익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지만 막대한 과잉설비와 과잉인력 부담으로 설비투자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보유국의 회복과 러·동구의 상대적 부진
적극적인 경기 부양과 높은 내수 비중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피한 브라질은 빠른 회복이 예상되지만 기타 중남미 국가들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의 지속적인 부진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경제는 원유 등 에너지 자원 수출가격의 상승으로 위축된 경상수지 흑자폭이 다시 늘어나겠지만 외국인 직접투자와 해외 자금조달 부진으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지속, 실물경제는 더딘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유럽에 대한 수출과 외자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의 경우 개도국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경기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폴란드와 체크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르겠지만 대외 개방도가 높아 극심한 신용경색과 실물경제의 급랭을 경험하고 있는 발틱 국가들은 2010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경제는 국제유가의 회복과 함께 국제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석유생산 능력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 아라비아,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이 호전되고 각종 개발 프로젝트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Ⅲ. 국내경제 전망
최근 국내 실물경기는 세계 주요국가들에 비해 빠른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세계경제가 전기대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국내경제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 바 있다. 2분기 들어서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2.6%(연율 11.0%)에 달해 경기회복의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보다 유리한 여건으로 빠른 경기회복
이처럼 우리경제가 세계경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경제에 비해 유리한 몇 가지 여건 때문이다(<그림 14> 참조). 우선 수출 측면에서는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수혜를 크게 보았다. 높은 대중수출 의존도와 고환율에 따른 점유율 상승 효과가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국이 전세계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내외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은 21.7%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급락했던 중국의 수입수요는 연초부터 내수용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났는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수출도 7월까지 연초 대비 74.9% 고성장했다.
내수부문에서는 주요국보다 높은 경기부양책 규모가 내수의 빠른 위축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G20 국가의 평균 GDP 대비 경기부양 규모는 2.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7%로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유가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우리나라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석유소비 비중은 GDP 대비 8.9% 규모로 전세계의 평균 비중 5.1%보다 높다. 유가가 높아질 때는 이에 따른 타격이 크게 나타나지만 유가가 떨어질 때는 그만큼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연말부터 상승속도 점차 완만해질 전망
이상의 요인들 중 중국효과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여전히 8%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은 점차 효력이 약해질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본유입으로 원화가 대부분의 경쟁국 화폐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화에 대해서는 내년 중 평균 15% 이상의 높은 절상이 예상되어 대일 가격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도 완만한 상승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부양 효과도 향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계획된 재정지출 규모 272.7조원중 8월까지 199.3조원을 집행하여 월평균 25조원을 지출하였다. 이에 따라 남은 기간 동안의 재정집행 규모는 월평균 18.4조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특히 정부는 남은 재정집행을 3분기에 더 집중시킬 계획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정부수요 확대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현재의 빠른 경기상승 추세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경제의 빨랐던 성장속도가 하반기와 내년 초반까지 둔화되는 조정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게 유리했던 여건이 줄어들면서 국내경기는 점차 세계경기 흐름과 동조하는 추세를 보이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4분기에 5%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전기에 비해서는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도로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 4.2% 전망
2010년 국내경기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상승의 주된 원동력은 역시 세계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뤄놨던 내구재 등에 대한 대기수요(pent-up demand)가 나타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설비투자의 위축현상도 진정되면서 철강이나 화학 등의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의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원화강세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경기 상승을 어느 정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의 부양규모 또한 내년 중 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 우려 및 국가부채 확대 부담으로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51조원(GDP 대비 5.1%)에서 내년에는 30조원(GDP 대비 2.7%) 규모로 줄일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공공근로 등 고용확대 정책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부문 수요를 약화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부문에서의 소득창출이 국내 수요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내수경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년 중 우리경제는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성장에 비해 실질국민 소득 증대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도 있지만 반도체, LCD 등 주력 수출용 부품의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단가의 하락추세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경쟁 격화로 열위 기업들이 생산대열에서 탈락하는 등 산업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들 제품의 단가가 회복된 결과이다. 이에 따른 실질소득의 상승은 주로 기업들의 수익증대로 유보되어 있는데 이는 점차적으로 투자나 임금 및 고용확대로 이어져 완만한 내수경기 회복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는 내년 중 세계경제 성장률보다는 다소 높은 4% 내외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5> 참조). 국내경제가 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의 실질GDP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로 세계경제(내년 3분기)보다 다소 빠를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
수요부문별로 보면 소비의 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인 소비회복의 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소비지표 호전은 상당부분 정책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3개월(5~7월)동안 소매판매액이 전년동기비 3.0%로 회복된 것은 정부의 자동차세 감면 등 수요진작책에 기인한 바 큰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판매를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0.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소비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수출부문에서의 소득 창출, 소비심리의 회복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정부부문에서의 수요견인력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또한 높아진 가계부채 수준 역시 소비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올 2분기 기준 GDP의 83.6%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독일, 일본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2008년말 기준 미국 98.7%, 영국 108.7%, 독일 61.5%, 일본 29.2%). 미국과 같이 급격한 부채조정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금리 상승 등으로 적자가계들은 저축 확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내구재 등 선택적 소비항목에 대한 지출 회복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경기 회복기 중 TV 등 교양오락용품, 자동차 구입 등 개인교통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그림 16> 참조). 물론 경기회복 속도가 당시보다 완만할 것이지만 위기 중 미루어두었던 대기수요가 부분적으로 현실화되면서 내구재 수요가 전체 소비회복을 주도할 전망이다.
설비투자, 올해 줄어든 부분 만회하는 수준
작년 말 이후 불확실성 증대와 비관적인 경제전망에 따라 설비투자는 올 상반기 -19.5%(전년동기대비)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급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설비투자 여건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올초 61%까지 하락했던 제조업 가동률이 2000년대 평균 수준인 78%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그림 17> 참조). 기업 수익성도 아직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연초 대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전체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최근 3년간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이 전체 설비투자의 84% 수준을 차지)들이 이번 위기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아 투자여력이 큰 편이다.
다만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또 원자재 공급제약, 선진국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중장기적으로도 세계경제 성장의 탄력이 2000년대 중반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장기적 시각에서의 기업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설비투자 증가는 올해 위축되었던 부분을 만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내구재 및 장치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그림 18> 참조). 이들 산업들의 설비투자 조정압력(=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이 연초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세계적인 내구재 대기수요 및 중국의 SOC 관련 수요가 늘면서 이들 부문의 투자가 전체 설비투자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건설 투자 소폭 반등 예상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설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SOC 투자 등 토목 건설이 전체 건설투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주택부문의 투자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SOC 투자는 다소 둔화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건설투자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건설 확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재건축/재개발 주도 등으로 주택건설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소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9> 참조). 그동안 주택공급 물량의 감소가 지속되면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어 주택건설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적 공급부진이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표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소 강세를 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택경기 반등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4만호로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2000~2007년 평균 5.1만호),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이 36.9%로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에 이르는 등 미분양 적체 문제는 향후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 회복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미분양 중 85㎡ 이상 중대형 주택이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어, 중대형 주택 비중이 높은 민간부문 건설이 더욱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토목건설의 경우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 등 녹색뉴딜 사업과 같은 대형 SOC 투자사업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SOC 예산이 올해처럼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공기업 투자 확대, 민간자본투자 유치 등의 보완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2010년 토목건설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효과로 수출경기 상승 지속
우리 수출은 지난해 말의 급격한 위축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원화약세로 경쟁국의 시장을 가져올 수 있었던 점이 수출회복의 주된 요인이었다면 향후에는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측면의 호전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의 수출 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4분기 중에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우리 수출에 가장 긍정적인 요인은 최대수출국인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연초 급감했던 중국의 수입은 내구재 소비 지원책과 SOC 확대정책 등으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호전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 정부가 내년에도 올해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내수 확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단가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장기적으로 빠른 하락추세를 보였던 우리나라 수출 단가는 올 들어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20> 참조). 중국 등 개도국 중심의 철강, 화학, LCD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른 반면 급격한 경기침체를 우려한 전세계 기업들이 가동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설비투자를 자제하면서 이들 제품의 글로벌 공급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중 올 상반기와 같은 단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와 같은 하락추세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CD와 반도체 등 주요 전자부품의 경우 중국의 가전하향과 북미 지역의 디지털 방송 전환 등으로 전방 산업인 가전 부문의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 또한 중국 등의 공공투자 확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압력 등으로 당분간 수출가격의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환율여건은 올해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원화는 내년 중 대부분의 경쟁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얻었던 가격경쟁력 우위 효과가 대부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화에 대해 15% 이상 원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일본에서 가져왔던 시장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1> 참조). 과거 추이를 보면 원/엔 환율은 약 반 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대적 수출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중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두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강세로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환율 하락으로 여행수지도 다시 큰 폭 적자로 돌아서면서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100억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 크지 않아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들과 달리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지 않았다. 이는 원화 약세요인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그림 22> 참조). 그 동안 우리나라는 경기침체기에 환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위기에서도 금융위기에 따른 급속한 자본이탈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비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OECD의 7월 식료품비는 평균 0.6% 올랐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6.9%나 상승했다. 향후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위기 이후의 총수요 급감으로 수요가 공급능력에 비해 부족한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상황은 내년 하반기 경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 저금리, 초과유동성에 따라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점차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한국은행이 점차 정책금리를 인상시키는 등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중 일자리 증가, 성장에 비해 미미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사정은 빠른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2분기 중에도 전년동기대비 13만4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경기회복이 고용 창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수출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내수 회복이 아직 가시권에 들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토목공사 및 공공근로 중심의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의 특성상 하반기 중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도 고용은 지난해 대비 감소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중 우리나라가 4%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취업자수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훨씬 적을 전망이다. 2000~2007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은 약 4% 내외인데 취업자수 증가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취업자수 증가는 2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년 경기회복이 수출 등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그림 23> 참조). 더욱이 약 25만명에 달하는 희망근로 취업자도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내년 중 고용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 부문이 제조업의 인력 이탈을 받아들이는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토목공사 및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건설업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일부 이루어질 전망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산업 고도화와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 확대 등으로 사업서비스, 교육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늘어날 것이다. 반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부문에서는 자영업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상승
실물경기의 회복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내년 국내 시중 금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낮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금융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실물경기 회복은 가계 및 기업의 자금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예금금리 인상이나 CD 및 채권 발행 같은 시장성 수신 증가도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위기 중 악화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금융당국의 건전성 및 유동성 규제 강화, 정부의 신용보증 축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여, 대출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금리부담 수준은 다소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도 시중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신용위험이 낮아지면서 신용도에 따라 부가되는 가산금리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경제주체들의 금리 부담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은 2008년 9월 이후의 금융경색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하였던 은행채 등의 RP 대상편입 및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의 비상조치를 해제한 후, 경기회복 속도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기개선 흐름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여타 개도국보다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시작 시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 중이 될 것으로 보이나, 경기회복의 지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상 폭은 내년 말까지 1.25~1.5%p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하락 속도는 완만해질 듯
금융위기 상황의 극심한 불안국면에서 벗어난 원화환율은 내년에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8월을 기준으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밑돌아 기준시점(2004년 11월)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인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외국인 투자 및 해외차입 또한 순유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되었던 신흥경제권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고금리 국가로의 자금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자본의 순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율의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약세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는 약화되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의 완만한 오름세 또한 경상수지의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최근 호조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 또한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유입 확대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평균 원화환율은 올해 달러당 1,200원대 후반이 예상되며, 내년에는 1,14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들어 나타난 원/엔 환율의 하락세 둔화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됨으로써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되고 일본 국내로부터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하락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재정적자 정책기조 유지,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대책 마련
경기급락을 막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재정적자 규모가 올해 GDP의 5%에 이르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서 당초 계획된 세입이 줄어든 반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 역시 GDP의 3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경기확장 기조는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국내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출구 전략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시기와 폭, 재정정책 기조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4%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의 경기확장 기조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보다는 수위가 낮더라도 금융 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빠른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적극적인 정부의 부양책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아직 민간부문의 자생적인 수요회복력은 약한 상황이다. 고용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희망근로 등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기조가 급격히 긴축으로 선회할 경우 민간부문 회복의 불씨가 꺼지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 경제의 실질생산 규모가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의 효과가 인플레이션으로 발현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대공황, 오일쇼크 등 과거 세계경제의 심각한 위기 상황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회복을 낙관한 정부의 긴축기조 선회로 인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던 경험을 한 바 있다. 경기침체는 세입을 축소시켜 재정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경기정책의 기조는 경기의 안정적인 상승세 지속 여부와 물가압력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재정적자 문제는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폭이나 속도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의 빠른 강세, 자산시장 변동성의 확대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향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동성 확대나 재정지출로 인해 경기 상승세가 높아지는 반면,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저축률이 다시 떨어지면서 소비주도로 성장이 높아진다거나 유동성 환수조치 실기 등으로 인해 더블딥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LTV, DTI 규제 등 미시적인 금융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제고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 LG Business Insight 1059호
Ⅰ.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파산 신청 이후 씨티,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위기와 GM 파산 등 여러 차례의 고비를 겪어 온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완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위험도를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나 LIBOR-OIS 스프레드 역시 위기 이전 수준으로 안정돼, 신용위험과 자금경색의 정도가 완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과 은행 부문의 불안정성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미국 금융 스트레스 지수(Financial stress index)도 2009년 9월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그와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의 손실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07년 후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국제 금융시장 회복세 지속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이 된 미국 주택경기 침체와 금융기관의 파산위험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S&P/Case-Shiller Home price index)가 2006년 2분기 이후 3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해 오다 2009년 2분기 들어 전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융기관의 자산상각 규모 역시 축소되었다. 2009년 2분기 금융기관의 자산상각 규모는 1,270억 달러(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기관 기준)로, 이는 금융시장의 붕괴위험이 고조되었던 2008년 4분기의 1/3 수준이다.
이는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및 자본확충 지원, 주택 및 소비자 금융 지원 등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출구전략 가시화되면서 현재의 저금리 기조 약화될 전망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요국의 금융완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는 가운데,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그 동안 부진했던 금융기관의 대출도 서서히 늘어나면서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되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흥경제권으로부터 대거 이탈했던 외국자본 또한 지난 상반기 이후 다시 유입되는 추세여서, 개도국의 금융불안 및 외채위기 우려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금융기관의 자산 부실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경영실적이 악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자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정부재정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됨으로써 향후 금리와 물가가 불안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유로지역 등 주요 선진경제권의 출구전략은 그 시기와 강도에 있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의 회복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들 국가의 정책금리 인상은 가계, 기업 등 민간부문의 뚜렷한 회복세를 전제로 내년 중반 이후에, 그리고 중국, 호주, 노르웨이 등 현재 경제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나라들이 그보다 먼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주요 선진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는 데 신중을 기하더라도 전반적인 시장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각국의 정부채 발행의 필요성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경기호전으로 인해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여기에 물가상승 기대까지 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등의 신용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회사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통해 나타나는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금리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안정에 따라 통화가치의 완만한 조정 예상
금융위기 국면에서 안전통화로서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의 가치는 금융시장 안정이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완만한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의 안전자산 선호 및 현금보유 성향이 약화되고,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저금리를 이용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까지 나타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09~2010년 동안 3조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달러 가치 위협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다만 미국의 소비 부진 및 저축률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되고, 여기에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협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일방적인 하락보다는 완만한 약세 국면이 예상된다.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 수요의 상당 부분은 유로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유로 지역은 일본에 비해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이 발달해 있어 투자처로서의 규모가 큰 편이다. 게다가 거시경제 운용에 있어 재정지출 및 물가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중시되고 있어, 느린 경제회복 속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달러당 90엔 남짓한 엔화환율은 구매력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수준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재 위축 상태에 있는 일본의 해외투자가 재개되고, 특히 향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상당 부분이 엔화 조달로 대체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2005년 전후와 같은 엔화 약세 흐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위상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제고되었으나,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산재해 있다.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진 데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율절상 억제 또는 약세 유도 가능성은 당분간 위안화 절상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Ⅱ. 세계경기 전망
금융시장의 안정에 힘입어 세계 실물경제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분기 대부분의 국가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분기 들어서면서 하락폭이 컸던 개도국을 중심으로 빠른 반등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공업국들이 2분기에 높은 전기비 성장을 기록했고 선진국 중에서도 1분기 성장률이 급락했던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2분기중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미국과 유로지역도 경기하락 속도가 크게 완화되면서 성장률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었다.
주요국들의 성장률을 가중평균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추정해보면 2분기 중 세계경제는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기 낙관적 전망 확산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도 점차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국들의 소비자 기대지수 등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 등도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미국, 유럽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는 지난해 위기 이후 계속 하향조정되었으나 올 6월 이후에는 다시 상향되고 있다.
실물경기가 이처럼 조기에 호전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각국이 세계적인 공조 속에 재정 및 통화 확장정책을 통하여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또한 자동차세 감면, 보조금 지급 등 소비 유인책으로 민간수요 회복을 유도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정부부문에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면서 실물경기 하락의 악순환이 멈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의 안정도 경기회복에 기여했다. 지난해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올초에는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유가하락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다른 부문에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높여주었으며 또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안정시켜 금융완화의 여지를 높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 회복추세 가속될 듯
재고조정도 상당부분 완료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말 금융위기와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신속하게 재고조정에 나서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도 빠르게 재고가 급감한 바 있다(<그림 5> 참조). 과거 세계경제 침체기 중의 선진국 재고 추이를 보면 재고 감소가 경기정점 이후 약 5~12분기까지 완만하게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재고가 매우 빠르게 줄어들었다. 리먼쇼크 이후 3분기 동안 주요 선진국(미국, 독일, 일본)의 평균 재고는 10.5% 급락해 과거 경기하강 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재고의 하락폭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상음향기기, 자동차 등 내구재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건축자재 부문의 재고가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1분기에 크게 줄었던 재고가 2분기에 이미 증가세로 돌아서 재고축적 과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국의 재고 급감 추세가 멈추고 지역 및 산업별로 재고축적(restocking)이 재개되면서 하반기 중 재고는 생산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소비, 수출 등 민간부문의 수요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수요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했던 소비가 2분기 중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민간부문의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6> 참조). 투자는 아직 부진하지만 수출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 경기부양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수요 확대의 효과가 민간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세계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완만한 상승세
2010년에도 주요국들은 상당 규모의 경기부양을 계획하고 있어 정부수요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09년에 비해서는 부양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09년 GDP의 2.0%→’10년 1.5%, G20 기준)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더욱이 기록적인 재정적자 누적으로 각국은 내년 중 재정건전화를 위해 세수확대에 나서게 될 것이다. G20 국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은 ’07년 1.0%에서 ’09년에는 8.0%로 급등한 바 있다. 각국 정부는 수년에 걸쳐 재정적자 규모를 점차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가계부채 조정 역시 향후 수년간 소비의 빠른 회복을 제한하면서 세계경기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그림 8> 참조). 현재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2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은 약 80~100%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가 저축을 늘려 부채부담을 줄이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OECD는 미국의 저축률을 ’09년 5.4%, ’10년 6.5%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미국 GDP 0.8% 규모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 성장률 4%보다 낮은 수준이다(<그림 9> 참조). 세계경제가 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의 실질 GDP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내년 3분기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 크지 않을 듯
경기부양 과정에서 본원통화가 크게 늘면서 향후 인플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통화확대 정책으로 미 FRB의 자산이 2조달러를 넘어 위기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바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쓰면서 통화량을 크게 늘려왔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통화량 증대로 인해 최근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중에는 이와 같은 초과유동성이 급격한 인플레 압력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 갭을 추정해보면 리먼 쇼크 직전인 2008년 3분기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갭이 존재했으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10> 참조).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까지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수요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도 디플레이션 갭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정부들이 내년 중반 계획대로 출구전략에 나선다면 통화환수의 시점이 크게 늦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 개도국이 세계경제 회복 주도
지역별로 보면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이 수요확대를 주도하는 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11> 참조). 2010년 세계수요 증가의 절반 가량이 중국과 인도에 의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경제의 경우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7.9%를 기록하는 등 선진국보다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수출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공투자, 개인소비 등 내수 확대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수회복의 기폭제가 된 공공수요의 증가세는 2010년에 다소 둔화될 것이다. 하지만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이 2010년에도 이어져 공공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보조금을 통한 소비 진작책이 자산시장의 호조와 내구재 생산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내수확대 기조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성장세 회복으로 위축되었던 중국의 수출수요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2010년 중국경제는 8.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경제도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IT 아웃소싱 등 서비스업 수요 확대,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서비스업과 제조업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등 금융부문의 시장개방 확대 조치와 소매유통 부문에서의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 완화 등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인도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공업국 경제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 대만 등 신흥공업국(NIEs)과 ASEAN, 베트남 등은 내년 성장에서 수출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 내수 회복 지연될 것
선진국 경제는 올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0년에도 성장세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선진국은 내년 성장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서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밑돌 전망이다(<그림 12> 참조). 따라서 주변국으로의 수요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올 3분기 중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수출이 늘면서 경기회복을 선도하겠지만 내수경기 회복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2010년에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책정되었으나 재정지출이 앞당겨 집행되고 있어서 2010년 하반기에는 정책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조정이 소비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와 같이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가 멈추면서 수년간 큰 폭으로 위축되었던 주택건설 투자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경제는 자동차 구입 지원 등 각국 정부의 감세 및 소비 유인 정책의 효과로 인해 2009년 중반 이후 경기급락세가 서서히 멈추고 있으나 고실업 문제 등으로 소비와 설비투자의 자율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컸던 아일랜드,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가계부채 조정으로 소비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기의 회복에 힘입은 수출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2010년 유로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올해 성장률이 -5.5%로 선진국 중 가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는 수출수요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의 또 다른 견인차인 정부의 공공수요도 서민생활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권의 등장으로 2010년에도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의 수익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지만 막대한 과잉설비와 과잉인력 부담으로 설비투자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보유국의 회복과 러·동구의 상대적 부진
적극적인 경기 부양과 높은 내수 비중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피한 브라질은 빠른 회복이 예상되지만 기타 중남미 국가들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의 지속적인 부진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경제는 원유 등 에너지 자원 수출가격의 상승으로 위축된 경상수지 흑자폭이 다시 늘어나겠지만 외국인 직접투자와 해외 자금조달 부진으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지속, 실물경제는 더딘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유럽에 대한 수출과 외자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의 경우 개도국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경기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폴란드와 체크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르겠지만 대외 개방도가 높아 극심한 신용경색과 실물경제의 급랭을 경험하고 있는 발틱 국가들은 2010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경제는 국제유가의 회복과 함께 국제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석유생산 능력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 아라비아,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이 호전되고 각종 개발 프로젝트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Ⅲ. 국내경제 전망
최근 국내 실물경기는 세계 주요국가들에 비해 빠른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세계경제가 전기대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국내경제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 바 있다. 2분기 들어서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2.6%(연율 11.0%)에 달해 경기회복의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보다 유리한 여건으로 빠른 경기회복
이처럼 우리경제가 세계경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경제에 비해 유리한 몇 가지 여건 때문이다(<그림 14> 참조). 우선 수출 측면에서는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수혜를 크게 보았다. 높은 대중수출 의존도와 고환율에 따른 점유율 상승 효과가 유리하게 작용했다. 중국이 전세계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내외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은 21.7%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급락했던 중국의 수입수요는 연초부터 내수용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났는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수출도 7월까지 연초 대비 74.9% 고성장했다.
내수부문에서는 주요국보다 높은 경기부양책 규모가 내수의 빠른 위축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G20 국가의 평균 GDP 대비 경기부양 규모는 2.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7%로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유가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우리나라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석유소비 비중은 GDP 대비 8.9% 규모로 전세계의 평균 비중 5.1%보다 높다. 유가가 높아질 때는 이에 따른 타격이 크게 나타나지만 유가가 떨어질 때는 그만큼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연말부터 상승속도 점차 완만해질 전망
이상의 요인들 중 중국효과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여전히 8%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은 점차 효력이 약해질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본유입으로 원화가 대부분의 경쟁국 화폐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화에 대해서는 내년 중 평균 15% 이상의 높은 절상이 예상되어 대일 가격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도 완만한 상승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부양 효과도 향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계획된 재정지출 규모 272.7조원중 8월까지 199.3조원을 집행하여 월평균 25조원을 지출하였다. 이에 따라 남은 기간 동안의 재정집행 규모는 월평균 18.4조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특히 정부는 남은 재정집행을 3분기에 더 집중시킬 계획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정부수요 확대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현재의 빠른 경기상승 추세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경제의 빨랐던 성장속도가 하반기와 내년 초반까지 둔화되는 조정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게 유리했던 여건이 줄어들면서 국내경기는 점차 세계경기 흐름과 동조하는 추세를 보이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4분기에 5%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전기에 비해서는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도로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 4.2% 전망
2010년 국내경기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상승의 주된 원동력은 역시 세계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뤄놨던 내구재 등에 대한 대기수요(pent-up demand)가 나타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설비투자의 위축현상도 진정되면서 철강이나 화학 등의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의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원화강세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경기 상승을 어느 정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의 부양규모 또한 내년 중 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 우려 및 국가부채 확대 부담으로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51조원(GDP 대비 5.1%)에서 내년에는 30조원(GDP 대비 2.7%) 규모로 줄일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공공근로 등 고용확대 정책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부문 수요를 약화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부문에서의 소득창출이 국내 수요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내수경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년 중 우리경제는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성장에 비해 실질국민 소득 증대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도 있지만 반도체, LCD 등 주력 수출용 부품의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단가의 하락추세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경쟁 격화로 열위 기업들이 생산대열에서 탈락하는 등 산업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들 제품의 단가가 회복된 결과이다. 이에 따른 실질소득의 상승은 주로 기업들의 수익증대로 유보되어 있는데 이는 점차적으로 투자나 임금 및 고용확대로 이어져 완만한 내수경기 회복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는 내년 중 세계경제 성장률보다는 다소 높은 4% 내외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5> 참조). 국내경제가 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의 실질GDP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로 세계경제(내년 3분기)보다 다소 빠를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
수요부문별로 보면 소비의 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인 소비회복의 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소비지표 호전은 상당부분 정책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3개월(5~7월)동안 소매판매액이 전년동기비 3.0%로 회복된 것은 정부의 자동차세 감면 등 수요진작책에 기인한 바 큰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판매를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0.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소비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수출부문에서의 소득 창출, 소비심리의 회복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정부부문에서의 수요견인력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또한 높아진 가계부채 수준 역시 소비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올 2분기 기준 GDP의 83.6%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독일, 일본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2008년말 기준 미국 98.7%, 영국 108.7%, 독일 61.5%, 일본 29.2%). 미국과 같이 급격한 부채조정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금리 상승 등으로 적자가계들은 저축 확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내구재 등 선택적 소비항목에 대한 지출 회복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경기 회복기 중 TV 등 교양오락용품, 자동차 구입 등 개인교통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그림 16> 참조). 물론 경기회복 속도가 당시보다 완만할 것이지만 위기 중 미루어두었던 대기수요가 부분적으로 현실화되면서 내구재 수요가 전체 소비회복을 주도할 전망이다.
설비투자, 올해 줄어든 부분 만회하는 수준
작년 말 이후 불확실성 증대와 비관적인 경제전망에 따라 설비투자는 올 상반기 -19.5%(전년동기대비)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급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설비투자 여건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올초 61%까지 하락했던 제조업 가동률이 2000년대 평균 수준인 78%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그림 17> 참조). 기업 수익성도 아직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연초 대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전체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최근 3년간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이 전체 설비투자의 84% 수준을 차지)들이 이번 위기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아 투자여력이 큰 편이다.
다만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또 원자재 공급제약, 선진국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중장기적으로도 세계경제 성장의 탄력이 2000년대 중반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장기적 시각에서의 기업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설비투자 증가는 올해 위축되었던 부분을 만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내구재 및 장치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그림 18> 참조). 이들 산업들의 설비투자 조정압력(=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이 연초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세계적인 내구재 대기수요 및 중국의 SOC 관련 수요가 늘면서 이들 부문의 투자가 전체 설비투자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건설 투자 소폭 반등 예상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설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SOC 투자 등 토목 건설이 전체 건설투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주택부문의 투자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SOC 투자는 다소 둔화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건설투자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건설 확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재건축/재개발 주도 등으로 주택건설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소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9> 참조). 그동안 주택공급 물량의 감소가 지속되면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어 주택건설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기적 공급부진이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표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소 강세를 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택경기 반등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4만호로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2000~2007년 평균 5.1만호),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이 36.9%로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에 이르는 등 미분양 적체 문제는 향후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 회복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미분양 중 85㎡ 이상 중대형 주택이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어, 중대형 주택 비중이 높은 민간부문 건설이 더욱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토목건설의 경우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 등 녹색뉴딜 사업과 같은 대형 SOC 투자사업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SOC 예산이 올해처럼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공기업 투자 확대, 민간자본투자 유치 등의 보완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2010년 토목건설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효과로 수출경기 상승 지속
우리 수출은 지난해 말의 급격한 위축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원화약세로 경쟁국의 시장을 가져올 수 있었던 점이 수출회복의 주된 요인이었다면 향후에는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측면의 호전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의 수출 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4분기 중에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우리 수출에 가장 긍정적인 요인은 최대수출국인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연초 급감했던 중국의 수입은 내구재 소비 지원책과 SOC 확대정책 등으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호전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 정부가 내년에도 올해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내수 확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단가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장기적으로 빠른 하락추세를 보였던 우리나라 수출 단가는 올 들어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20> 참조). 중국 등 개도국 중심의 철강, 화학, LCD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른 반면 급격한 경기침체를 우려한 전세계 기업들이 가동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설비투자를 자제하면서 이들 제품의 글로벌 공급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중 올 상반기와 같은 단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와 같은 하락추세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CD와 반도체 등 주요 전자부품의 경우 중국의 가전하향과 북미 지역의 디지털 방송 전환 등으로 전방 산업인 가전 부문의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 또한 중국 등의 공공투자 확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압력 등으로 당분간 수출가격의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환율여건은 올해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원화는 내년 중 대부분의 경쟁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얻었던 가격경쟁력 우위 효과가 대부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화에 대해 15% 이상 원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일본에서 가져왔던 시장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1> 참조). 과거 추이를 보면 원/엔 환율은 약 반 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대적 수출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중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두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강세로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환율 하락으로 여행수지도 다시 큰 폭 적자로 돌아서면서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100억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 크지 않아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들과 달리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지 않았다. 이는 원화 약세요인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그림 22> 참조). 그 동안 우리나라는 경기침체기에 환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위기에서도 금융위기에 따른 급속한 자본이탈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비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OECD의 7월 식료품비는 평균 0.6% 올랐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6.9%나 상승했다. 향후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위기 이후의 총수요 급감으로 수요가 공급능력에 비해 부족한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상황은 내년 하반기 경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 저금리, 초과유동성에 따라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점차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한국은행이 점차 정책금리를 인상시키는 등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중 일자리 증가, 성장에 비해 미미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사정은 빠른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2분기 중에도 전년동기대비 13만4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경기회복이 고용 창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수출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내수 회복이 아직 가시권에 들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토목공사 및 공공근로 중심의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의 특성상 하반기 중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도 고용은 지난해 대비 감소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중 우리나라가 4%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취업자수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훨씬 적을 전망이다. 2000~2007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은 약 4% 내외인데 취업자수 증가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취업자수 증가는 2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년 경기회복이 수출 등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그림 23> 참조). 더욱이 약 25만명에 달하는 희망근로 취업자도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내년 중 고용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 부문이 제조업의 인력 이탈을 받아들이는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토목공사 및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건설업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일부 이루어질 전망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산업 고도화와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 확대 등으로 사업서비스, 교육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늘어날 것이다. 반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부문에서는 자영업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상승
실물경기의 회복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내년 국내 시중 금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낮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금융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실물경기 회복은 가계 및 기업의 자금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예금금리 인상이나 CD 및 채권 발행 같은 시장성 수신 증가도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위기 중 악화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금융당국의 건전성 및 유동성 규제 강화, 정부의 신용보증 축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여, 대출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금리부담 수준은 다소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도 시중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신용위험이 낮아지면서 신용도에 따라 부가되는 가산금리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경제주체들의 금리 부담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은 2008년 9월 이후의 금융경색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하였던 은행채 등의 RP 대상편입 및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의 비상조치를 해제한 후, 경기회복 속도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기개선 흐름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여타 개도국보다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시작 시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 중이 될 것으로 보이나, 경기회복의 지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상 폭은 내년 말까지 1.25~1.5%p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하락 속도는 완만해질 듯
금융위기 상황의 극심한 불안국면에서 벗어난 원화환율은 내년에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8월을 기준으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밑돌아 기준시점(2004년 11월)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인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외국인 투자 및 해외차입 또한 순유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크게 위축되었던 신흥경제권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고금리 국가로의 자금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자본의 순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율의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약세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는 약화되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의 완만한 오름세 또한 경상수지의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최근 호조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 또한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유입 확대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평균 원화환율은 올해 달러당 1,200원대 후반이 예상되며, 내년에는 1,14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들어 나타난 원/엔 환율의 하락세 둔화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됨으로써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되고 일본 국내로부터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하락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재정적자 정책기조 유지,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대책 마련
경기급락을 막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재정적자 규모가 올해 GDP의 5%에 이르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서 당초 계획된 세입이 줄어든 반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 역시 GDP의 3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경기확장 기조는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국내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출구 전략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시기와 폭, 재정정책 기조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4%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의 경기확장 기조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보다는 수위가 낮더라도 금융 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빠른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적극적인 정부의 부양책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아직 민간부문의 자생적인 수요회복력은 약한 상황이다. 고용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희망근로 등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기조가 급격히 긴축으로 선회할 경우 민간부문 회복의 불씨가 꺼지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 경제의 실질생산 규모가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의 효과가 인플레이션으로 발현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대공황, 오일쇼크 등 과거 세계경제의 심각한 위기 상황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회복을 낙관한 정부의 긴축기조 선회로 인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던 경험을 한 바 있다. 경기침체는 세입을 축소시켜 재정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경기정책의 기조는 경기의 안정적인 상승세 지속 여부와 물가압력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재정적자 문제는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폭이나 속도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의 빠른 강세, 자산시장 변동성의 확대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향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동성 확대나 재정지출로 인해 경기 상승세가 높아지는 반면,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저축률이 다시 떨어지면서 소비주도로 성장이 높아진다거나 유동성 환수조치 실기 등으로 인해 더블딥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LTV, DTI 규제 등 미시적인 금융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제고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 LG Business Insight 10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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