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5. 08:08
[Business]
스티브 잡스, 화려하게 떠나다
스티브 잡스가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근래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커다란 뉴스가 되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만큼 그가 미친 영향력은 지대했다. 그는 1977년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애플II를 발표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즉 PC의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불과 23세의 나이로 세계를 호령하기도 했지만, IBM의 PC 시장 참전과 그들의 공격적인 개방형 전략에 밀리면서 1986년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픽사와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운영했고, 픽사가 디즈니와 합병을 하면서 이 시대 최고의 전설적인 미디어와 콘텐츠 기업의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도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하여 망해가는 애플을 PC 중심의 업체에서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위시로 한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최고의 기기를 선보이는 기업, 더 나아가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켰다.
이렇게 그가 이룩한 업적은 일일이 옮기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는 전문가나 몇몇 산업에서나 사용했던 컴퓨터라는 특별한 기계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새 시대를 창조했고, 전화기를 단순히 통신용도의 기기가 아닌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범용기기인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또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면서 IT 기기 및 산업이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토대와 융합을 이끌어내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스트 잡스 시대, 누가 이끌 것인가
그렇다면 그의 뒤를 이어 전 세계 IT 산업에 리더십을 발휘할 ‘포스트 잡스’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인물로는 전자상거래를 탄생시킨 이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미래 엔진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검색엔진 최강자의 자리에서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모바일 플랫폼과 구글+로 소셜 웹까지 장악하려고 하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 전 세계 8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수많은 IT 기업 생태계를 만들면서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마지막으로 중국 최고의 인터넷 업체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지난 9월 28일, 아마존은 아이패드의 아성을 강력하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심작 ‘킨들 파이어’를 발표했다. 제프 베조스는 1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십과 콘텐츠 그리고 클라우드 자산을 모두 하나의 제품에 쏟아 넣어 하모니를 이루어 냈다.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해 낸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을 연상시킨다.
새로운 브라우저 기술인 ‘Amazon Silk’의 경우에는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 중 하나인 EC2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웹 브라우저를 가속한다. 클라우드와 오프라인 킨들 파이어 디바이스의 파워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웹 브라우징 속도가 빨라지고, 가상으로 무제한 캐시를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량까지 급격히 줄여준다. 또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위해 이미 NBC, 유니버설, CBS, 폭스 등 주요 방송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클라우드 TV 스트리밍 방송도 개시한다.
팔수록 조금씩 손해를 본다고 해도 어차피 콘텐츠 마켓에서 이윤을 회수하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전략적 접근이다. 장기적 안목을 갖춘 제프 베조스의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은 과거 전자상거래의 황제로 등극한 것이나 상업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하여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것,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전자책 시장을 킨들을 통해 만들어낸 것 등의 행보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킨들 파이어’는 그의 예지력과 뛰어난 실행력이 조화된 작품이라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이들이 그를 포스트 잡스 시대의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꼽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제 프 베조스와 함께 가장 많은 매체에서 주목한 인물은 구글의 새로운 CEO, 래리 페이지이다. 구글은 이미 애플과 함께 IT 산업의 양강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였던 래리 페이지는 오랫동안 구글의 CEO를 지낸 에릭 슈미트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그래서 지난 4월 래리 페이지가 구글 CEO로 임명되었을 때, 그가 과연 구글이라는 거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그동안 펼쳐왔던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했고, 동시에 구글+와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과 같이 검색엔진 이후에 구글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먼저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를 제치고 현재 가장 많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장비에 탑재된 운영체제로 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구글+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는 그릇 역할을 하면서 이름 그대로 구글의 차세대 얼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역시 기존 UGC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온라인 방송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당분간은 구글이 애플과 함께 IT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현재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이룬 업적으로만 보면 그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에 비견해 글로벌 리더십을 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
2011 년 11월 현재 페이스북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해서 활동하는 액티브 사용자 수는 무려 8억 명을 넘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수치는 매일 페이스북에 들르는 사용자가 그 중 50%를 넘어, 매일 4억 명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뿐인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55만 개가 넘는 페이스북 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작된 일종의 PaaS(Platform as a Service)로, 이 중 하나인 Zynga는 웬만한 글로벌 인터넷 회사의 가치를 뛰어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글로벌 브랜드들은 최근 한 조사기관의 경제성 평가에서 페이스북 상에서의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들이 이런 거대한 가치를 모른 척하고 페이스북을 떠난다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페이스북은 이미 엄청난 플랫폼으로 성장한 상황이고,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 혁신과 파생제품 등을 통해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포 스트 잡스 시대의 리더십에서도 여전히 미국 기업가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주목받는 리더들이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한 포스트 잡스 시대 네 명의 리더 중 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동양인 특유의 감성적이고 진정성 있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IT 산업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 세계를 호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 히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는 오리엔탈 특급 프로젝트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한국, 중국의 IT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동반 진출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식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아시아 3국의 인터넷 서비스와 IT 인프라가 확산되면 아시아 3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이미 마윈의 알리바바 그룹은 소프트뱅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8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30년 뒤에는 이를 5,000개까지 늘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확장되는 계열사에 대한 기업지배권을 확보하는 데 신경 쓰지 않고, 거대한 웹 생태계를 조성하여 망할 곳은 망하고, 흥할 곳은 흥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친다는 점이다. 이를 손정의는 웹형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알리바바의 마윈 역시 손정의에게 커다란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급격하게 바뀌는 IT 산업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인물에 의해 큰 흐름이 바뀌기보다는 이들 간의 합종연횡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누가 얼마나 협력을 잘 이끌어 내는가?’에 의해 전체적인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지나치게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탓에 이처럼 협상하고 협업하고, 전체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 더욱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통 큰 시각의 기업과 인물의 등장이 필요할 때다. 글로벌 IT 리더십 후보가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 글│정지훈│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소장
스티브 잡스가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근래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커다란 뉴스가 되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만큼 그가 미친 영향력은 지대했다. 그는 1977년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애플II를 발표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즉 PC의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불과 23세의 나이로 세계를 호령하기도 했지만, IBM의 PC 시장 참전과 그들의 공격적인 개방형 전략에 밀리면서 1986년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픽사와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운영했고, 픽사가 디즈니와 합병을 하면서 이 시대 최고의 전설적인 미디어와 콘텐츠 기업의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도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하여 망해가는 애플을 PC 중심의 업체에서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위시로 한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최고의 기기를 선보이는 기업, 더 나아가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켰다.
이렇게 그가 이룩한 업적은 일일이 옮기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는 전문가나 몇몇 산업에서나 사용했던 컴퓨터라는 특별한 기계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새 시대를 창조했고, 전화기를 단순히 통신용도의 기기가 아닌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범용기기인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또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면서 IT 기기 및 산업이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토대와 융합을 이끌어내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스트 잡스 시대, 누가 이끌 것인가
그렇다면 그의 뒤를 이어 전 세계 IT 산업에 리더십을 발휘할 ‘포스트 잡스’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인물로는 전자상거래를 탄생시킨 이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미래 엔진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검색엔진 최강자의 자리에서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모바일 플랫폼과 구글+로 소셜 웹까지 장악하려고 하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 전 세계 8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수많은 IT 기업 생태계를 만들면서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마지막으로 중국 최고의 인터넷 업체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지난 9월 28일, 아마존은 아이패드의 아성을 강력하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심작 ‘킨들 파이어’를 발표했다. 제프 베조스는 1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십과 콘텐츠 그리고 클라우드 자산을 모두 하나의 제품에 쏟아 넣어 하모니를 이루어 냈다.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해 낸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을 연상시킨다.
새로운 브라우저 기술인 ‘Amazon Silk’의 경우에는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 중 하나인 EC2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웹 브라우저를 가속한다. 클라우드와 오프라인 킨들 파이어 디바이스의 파워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웹 브라우징 속도가 빨라지고, 가상으로 무제한 캐시를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량까지 급격히 줄여준다. 또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위해 이미 NBC, 유니버설, CBS, 폭스 등 주요 방송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클라우드 TV 스트리밍 방송도 개시한다.
팔수록 조금씩 손해를 본다고 해도 어차피 콘텐츠 마켓에서 이윤을 회수하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전략적 접근이다. 장기적 안목을 갖춘 제프 베조스의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은 과거 전자상거래의 황제로 등극한 것이나 상업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하여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것,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전자책 시장을 킨들을 통해 만들어낸 것 등의 행보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킨들 파이어’는 그의 예지력과 뛰어난 실행력이 조화된 작품이라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이들이 그를 포스트 잡스 시대의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꼽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제 프 베조스와 함께 가장 많은 매체에서 주목한 인물은 구글의 새로운 CEO, 래리 페이지이다. 구글은 이미 애플과 함께 IT 산업의 양강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였던 래리 페이지는 오랫동안 구글의 CEO를 지낸 에릭 슈미트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그래서 지난 4월 래리 페이지가 구글 CEO로 임명되었을 때, 그가 과연 구글이라는 거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그동안 펼쳐왔던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했고, 동시에 구글+와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과 같이 검색엔진 이후에 구글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먼저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를 제치고 현재 가장 많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장비에 탑재된 운영체제로 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구글+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는 그릇 역할을 하면서 이름 그대로 구글의 차세대 얼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역시 기존 UGC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온라인 방송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당분간은 구글이 애플과 함께 IT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현재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이룬 업적으로만 보면 그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에 비견해 글로벌 리더십을 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
2011 년 11월 현재 페이스북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해서 활동하는 액티브 사용자 수는 무려 8억 명을 넘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수치는 매일 페이스북에 들르는 사용자가 그 중 50%를 넘어, 매일 4억 명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뿐인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55만 개가 넘는 페이스북 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작된 일종의 PaaS(Platform as a Service)로, 이 중 하나인 Zynga는 웬만한 글로벌 인터넷 회사의 가치를 뛰어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글로벌 브랜드들은 최근 한 조사기관의 경제성 평가에서 페이스북 상에서의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들이 이런 거대한 가치를 모른 척하고 페이스북을 떠난다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페이스북은 이미 엄청난 플랫폼으로 성장한 상황이고,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 혁신과 파생제품 등을 통해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포 스트 잡스 시대의 리더십에서도 여전히 미국 기업가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주목받는 리더들이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한 포스트 잡스 시대 네 명의 리더 중 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동양인 특유의 감성적이고 진정성 있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IT 산업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 세계를 호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 히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는 오리엔탈 특급 프로젝트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한국, 중국의 IT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동반 진출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식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아시아 3국의 인터넷 서비스와 IT 인프라가 확산되면 아시아 3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이미 마윈의 알리바바 그룹은 소프트뱅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8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30년 뒤에는 이를 5,000개까지 늘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확장되는 계열사에 대한 기업지배권을 확보하는 데 신경 쓰지 않고, 거대한 웹 생태계를 조성하여 망할 곳은 망하고, 흥할 곳은 흥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친다는 점이다. 이를 손정의는 웹형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알리바바의 마윈 역시 손정의에게 커다란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급격하게 바뀌는 IT 산업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인물에 의해 큰 흐름이 바뀌기보다는 이들 간의 합종연횡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누가 얼마나 협력을 잘 이끌어 내는가?’에 의해 전체적인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지나치게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탓에 이처럼 협상하고 협업하고, 전체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 더욱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통 큰 시각의 기업과 인물의 등장이 필요할 때다. 글로벌 IT 리더십 후보가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 글│정지훈│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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