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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31. 13:53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 없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누군가는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할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일 수 있다. 사용자의 역량에 관계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착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 안고,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특정 고객군만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어린이 성장에 좋은 우유, 여성이 좋아하는 색상의 노트북, 실버세대에 필요한 성분을 보강한 영양제 등이 시장 세분화를 통해 출시된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고객의 특성별로 시장을 나누고 선택한 시장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크기가 작거나, 판매대수당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상 고객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사용이 어려워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소수를 위해 기능성을 강조한 몇몇 제품들은 미적 요소는 배제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제품들도 의도치 않게 소수의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의 소재로도 쓰였던 키 작은 사람들과 노약자들이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꺼낼 때에 겪는 고충이 한 예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품, 환경,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을 디자인 할 때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수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용하는 반면, 소수의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거나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위도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셔터가 오른쪽에 있는 카메라도 오른손잡이 위주의 디자인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다수가 인지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소수에게 주고 있다. 

주류 고객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왼손잡이, 신체적 역량이 부족한 노약자, 키가 작은 어린이와 여성 등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바로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용 디자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왼손잡이를 위한 가위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이 아니다. 왼손잡이를 위한 가위는 오른손잡이를 배제한 것이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모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가위가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이다. 휠체어사용자를 위한 지하철역의 휠체어리프트보다는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 사용자 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업의 역량을 활용한 의미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착한 방식으로 기업의 활동을 전개하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 의의 

유니버설디자인은 기존고객이 약자를 위해 불편이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기존고객에게도 현재 이상의 효용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함을 추구한다. 

일부 공공서비스나 공공재에서는 약자를 위해 다수의 효용이 희생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달리 기업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은 기존 고객의 효용 제고와 사용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에 따르는 효과나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디자인 도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고객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든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가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위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근간은 바로 고객을 위한 배려이다. 

한 기업이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전세계로 넓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 기업이 고려해야 할 고객의 다양성을 높인다. 또한, 전세계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점차 비중이 높아지는 고령사용자의 니즈가 기업 의사결정에 있어 예전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첫째,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과정에서 신제품 기획 또는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을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사용을 가능케 하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 모든 사용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주류 시장만을 고려한다면 기존 제품의 개선점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역량과 조건이 각기 다른 고객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위해 개선할 방향을 찾아간다면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예로 대부분의 냉장고가 사용하고 있는 여닫이 문은 어린이와 노약자가 열고 닫기에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도시바, LG전자 등이 출시한 버튼을 살짝 누르면 문이 열리고, 열린 문을 살짝 밀면 자석의 힘으로 문이 닫히는 냉장고는 어린이와 노약자의 사용성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냉장고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더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기존의 많은 제품과 서비스는 건강한 성인을 주 고객층으로 삼아 출시되었다. 때문에어린이, 노약자, 외국인 등은 그들만을 위해 특화된 제품을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며 사용해야 했다. 한편, 기업은 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원을 투입하여 특화된 상품을 출시해야 했다. 혹은 주류 고객 만을 위한 상품을 출시해, 그 외의 고객군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한다면 하나의 제품으로 더 많은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베이비부머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와 실버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 내 베이비부머 세대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391만원으로 이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에서 고령인구(65세 이상)는 11.0%(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2060년에는 4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실버세대는 소수였으며 구매력이 낮아 주목 받는 소비자가 아니었으나, 지속적으로 고령인구의 수와 구매력이 모두 상승하고 있어 기업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실버소비자층에게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향후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제품의 수출이 많아지고 우리나라로 방문 또는 이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제품이 만나는 사람의 국적, 언어, 문화적 배경, 사용환경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을 통해 모든 이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을 가능케 한다면, 전세계 시장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사용 역량 차이로 인한 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차별을 느낄 수 있다. 

ATM(Automated Teller Machine, 현금자동입출금기)기기도 누군가에게는 사용이 어려운 기기일 수 있다. ATM기기를 이용하면 보다 빠르게, 보다 자유로운 시간대에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의 경우 영업시간에 맞추어 지점을 찾아가 상대적으로 긴 대기시간을 보낸 후에야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 많은 ATM기기에 도입된 시력이 약한 고객을 위한 글씨 확대 기능과 음성 안내 기능 등은 보다 많은 고객들이 ATM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역량의 차이로 인해 겪는 차별 해소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은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넷째, 미국, 일본 등의 선진시장을 필두로 한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이 1990년에 도입되어 장애인들의 인권보장 및 편의제고를 위한 틀을 마련하였다. 고용, 정부 활동, 대중교통, 공공시설, 상업시설, 통신 등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음을 보장하도록 하였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장애인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는 건/개축 기준을 규정하였으며, 통신사업자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통신을 위한 중계서비스(Telecommunications Relay Services, TRS)를 24시간 제공하도록 하였다. 

유니버설디자인이 가장 활성화된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상황이다. 1990년에 도입된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정보처리기기의 억세서빌리티(Accessibility) 지침을 시작으로, 건축물 사용 편의를 위한 하트빌딩(Heart Building)법, 제품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PL(Product Liability, 제조물책임)법, 대중교통이용 활성화를 위한 교통 배리어프리(Barrier-free)법이 제정되었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계획이 포함된 e-Japan, u-Japan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 시에 장애인의 자립에 관한 내용의 비중이 커져, 향후 장애인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규제들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었던 건축, 교통 분야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 상태이다. 향후 이런 법률들이 점차 보강된다면 영향을 받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을 한 발 앞서 도입한다면 관련 규제가 발효되었을 때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성공을 위한 토대 

● 제품/서비스에 관계된 모든 과정에 스며드는 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디자인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설계, 생산, 검증, 마케팅,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고객 모두가 누리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모든 과정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 방식보다 복잡한 과정과 수고로움을 요할 수 있다. 다수의 사용자가 단순히 말로 표현하는 의견들보다는, 다양한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를 제품 개선과 개발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기존의 방식보다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특히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고령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은 노력보다 더 큰 보상으로 화답할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가치를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이 스며들 수 있게 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안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소수에 대한 배려와 관찰을 통한 고객 모두의 가치 제고 

대부분의 사용자와는 다른 조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가 알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주류 사용자에 속한다. 때문에 소수의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한 개선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소외되어 왔던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전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2007년에 LCD크기가 기존 제품의 2배 이상으로 커진 에어컨을 출시하였다. 이 제품은 시력이 좋지 않은 고객을 배려하여 출시된 제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도 LCD크기의 확대로 인해 작동상황을 멀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더 큰 효용을 얻는다. 이처럼 소수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공공부문이 유니버설디자인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 많을 듯 

일부 지자체는 유니버설디자인을 공공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은 필수적일 것이다. 또한 정부의 장애인, 여성, 노년층 채용이 늘어나는 만큼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사무환경 조성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환경조성에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사무기기의 활용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수요 부문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의 모델과 사례를 선도해 간다면 유니버설디자인을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국민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주거환경에서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일지라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환경에서는 혼자 할 수 있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공기업이 보급하는 주택에서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 의의와 그 성공을 위한 토대에 대해 살펴보았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단순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도입은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현명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은 경쟁력 축적을 위한 탄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1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