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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4. 13:35

위키노믹스의 저자인 돈 탭스콧은 똑똑한 소수가 경제를 이끌던 이코노믹스의 시대가 끝나고 다수의 집단 지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위키노믹스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에서도 집단 지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는 천재라 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나 의사결정이 어려운 환경이고 세상 변화에 따라 기업의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의 지혜를 모으면 조직 논리나 자기 합리화 편향 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이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듯 하다. 특히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 활용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구성원 집단 지성 활성화를 위해서는 ① 공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아이디어나 정보를 공유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내부 구성원간에도 대부분의 문서를 기밀화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공유를 통해 기업이 더 큰 기회를 찾고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② 잘 경청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적 역량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 전통적이고 위계적인 리더십으로는 구성원들의 호기심, 자발적 참여, 수평적 협업 등을 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③ 집단 지성과 개인 지성간의 조화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집단 지성은 아이디어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과와 연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되, 이를 추진하고 실행하는 리더(전문가)의 역할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④ 보다 수평적이고, 구성원들의 호기심 및 자발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의 모습을 고민해야 한다. 위계적인 구조 하에서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일하던 전통적 방식으로는 집단 지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Ⅰ. 이코노믹스(Economics)에서 위키노믹스(Wikinomics)로 
  

사람들은 흔히 지금까지 한 명의 천재가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의 저자 키스 소여(Keith Sawyer) 교수는 한 명의 천재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혁신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협력하여 통찰력을 이끌어낼 때 가능했으며, 개개인의 통찰력을 모았을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인정 받았지만 사실 광범위하게 구축된 동료 네트워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발명왕 에디슨도 골방에서 혼자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뛰어난 사교가이며 협업가였다고 전해진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역시 수많은 실험실 또는 팀들과 국제적인 협력 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교환한 결과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커넥션(Connections)’의 저자 제임스 버크(James Burke)는 아인슈타인의 ‘E=mc2’이라는 유명한 공식은 여러 사람들이 제안한 개념들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혁신은 혼자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생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예상치 못한 생각의 연결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IBM의 CEO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는 ‘혼자 연구실에서 밤새워 연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혁신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협동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면서 기업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집단 지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애플이 프로그램 개발 도구를 배포하고 자사의 제품에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 제작을 대중들에게 허용함으로써 다양한 앱이 개발된 사례는 집단 지성을 활용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저자인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똑똑한 소수가 경제를 이끌던 이코노믹스(Economics)의 시대가 끝나고 다수의 집단 지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세계 미래 포럼 뉴스레터 칼럼집인 ‘미래로 보는 세상’은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사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미래학자나 경영학자들이 집단 지성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집단 지성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듯 하다. 특히 외부와의 집단 지성 이전에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 활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집단 지성의 개념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집단 지성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가 한 개체로는 매우 미미한 흰개미들이 협업을 통해 과학적으로 뛰어나고 규모도 거대한 개미집을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즉,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력이 모이면 훨씬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집단 지성은 호기심 있는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 자율성, 개방성, 수평적 관계에서의 협업 등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한 명의 리더가 구성원을 모아놓고 돌아가며 의견을 내도록 하는 회의나, 소수의 팀원끼리만 함께 일하는 협동과는 그 의미가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에서는 ‘협업’이라는 용어와 많이 혼용되어 사용되었는데 수평적, 자발적 참여 등에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공동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의미에서는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업에서의 집단 지성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나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과 같이 외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기업 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많이 연구/시도되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 등이 안고 있는 문제를 사이트에 올리면 관련 있는 사람들이 해법을 제시해주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가 그 예이다. 

본 글에서는 리더나 소수의 담당자가 기업 문제를 해결했던 지금까지의 방식과 달리 구성원들이 함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더 나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대한 의미로 집단 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와의 집단 지성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내부 구성원들과의 집단 지성부터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Ⅱ. 구성원 집단 지성이 중요해지는 이유 
  

많은 학자들이 집단 지성의 효과를 연구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대중의 지혜’의 저자인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 교수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보다 다수의 다양한 대중이 훨씬 더 현명하다’고 주장한 바 있고, ‘위키노믹스’의 저자 돈 탭스콧은 ‘광대한 수평적 참여 네트워크 안에 구현된 집단의 지식과 능력 및 자원을 동원하면 회사 하나가 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집단 지성의 효과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성과 창출을 하는데 있어 집단 지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창의성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기업에는 빌 게이츠(Bill Gates)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 같은 천재적 인물이 현실적으로 희소하다는 점이다.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인 제프리 코헨(Jeffrey Cohen)은 혁신가들은 뛰어난 관리자 중에서도 5~10%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미국 맥주회사인 밀러 쿠어스(Miller Coors)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앤드류 잉글랜드(Andrew England)는 이보다 더 적은 1%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희소한 천재를 찾기보다 오히려 구성원 다수의 지성을 모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예측이 불가능하고 경쟁 구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요즘 경영 환경에서는 천재라 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 창출이나 적시 올바른 의사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이 ‘천재가 먹여살린다는 것은 20세기 말까지의 경영에서나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혀 엉뚱한 분야의 컨버전스도 늘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경쟁자도 나타나고 있는 요즘이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집단 지성을 통해 조직 전체 차원에서 생각의 범위와 깊이를 넓고 깊게 확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실제로 스콧 버쿤(Scott Berkun)은 그의 책 ‘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에서 혁신의 천재라고 불렸던 스티브 잡스도 사실상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기술자, 디자이너, 매니저들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놀라운 성과 창출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업 경영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돈 탭스콧은 태어나면서 디지털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가 성장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네트웍트 인텔리전스(Networked 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지식과 정보가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앞으로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글로벌 협업과 집단 지성 활용이 주요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이 공급자 또는 생산자였던 역할을 하며 변화를 이끌었던 지위에서 벗어나 생각을 연결하는 장을 만들어주고 이를 기반으로 집단 지성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회장 역시 2008년 한 컨퍼런스에서 ‘이번 경제 위기는 전세계 시장 환경을 ‘리셋(Reset)’했다’면서 ‘경제 위기 이전에 기업을 운영하던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위계적 구조 하에서 리더가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 구성원들이 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많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오늘날의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넷째, 집단 지성은 조직 내 형성되어 있는 조직 논리나 리더들이 빠지기 쉬운 자기 합리화 편향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효과가 매우 크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실린 ‘Decision 2.0’이라는 글에서 저자인 에릭 보나보(Eric Bonabeau)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몇 가지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해결책 도출 시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정보만을 찾는 경향이라든지,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증거를 찾았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 경향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집단 지성을 활용하면 다양한 관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Ⅲ. 기업에서 집단 지성 발현이 어려운 이유 
  

돈 탭스콧이 ‘이제는 참여와 협업의 시대’라고 말한 이래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에서 집단 지성이 활용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원인 3가지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잘못된 내부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90년대 후반 성과주의 도입 이후, 집단 내 경쟁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옆에 앉은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물론 동료와의 건전한 경쟁은 성과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만 그렇다. 불행히도 우리 기업의 경우, 성과주의 도입 초반에 올바른 성과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인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선의의 건설적 경쟁을 촉진하려는 원래 의도와 달리 소모적 경쟁이 일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진짜 경쟁 상대는 외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은 눈에 보이는 동료들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그들을 이겨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직의 성과보다는 자신의 성과 지표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리더들간에 자신의 자원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태도, 토론을 통해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주기보다 우선 비판하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의 문화로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 활용은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단어로만 인식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역량이 낮거나 이기적인 리더의 모습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리더들이 과거의 지식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자신의 성공 체험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 구성원들이 최근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거나 기존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진가를 발견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리더들의 통찰력 부족으로 구성원들은 침묵하게 되고, 집단 지성의 기본 조건인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동료나 부하들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이를 자신의 아이디어인양 포장하거나, 성공한 결과물에 대해 혼자 생색내는 경우, 또는 구성원들의 창의적 산물에 숟가락을 얹는 식의 행동 역시 구성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 

끝으로 여전히 ‘시키는대로 해’라는 조직 문화가 일부 남아있는 것도 구성원 집단 지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집단 지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업무 내용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고자 하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우리 기업이 일하던 방식은 리더가 시키는 일을 문제없이 처리하기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호기심을 발휘할 기회도 많지 않았고, 오히려 구성원들의 호기심이나 자발성을 죽이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라든지, ‘내가 시키는 것이나 잘해’라는 식의 말들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경직된 위계 질서로 인해 튀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조직 생활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따라서 구성원은 그저 조용히 위에서 시키는 일만 처리하는 수동적 자세가 몸에 배인 것이다. 생각의 표현조차도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뛰어드는 행동을 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Ⅳ. 구성원 집단 지성 발현을 위한 과제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의 ’10년 기사에 따르면 집단 지성을 잘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고 한다. P&G는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연구개발비 비중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보이는 반면, 몬산토(Monsanto)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히트 상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 지성이 조직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집단 지성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실렸던 ‘The Collective Intelligence Genome’의 저자인 토머스 맬론(Thomas W. Malone)은 ‘기업들이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집단 지성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1. 공유에 대한 두려움 극복 

집단 지성은 공유에서 시작된다. 리누즈 토발즈(Linus B. Torvalds)가 연구한 내용을 인터넷에 공유함으로써 리눅스가 시작된 것처럼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문제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사실 이는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의 관례와는 정 반대의 내용이라 그리 쉽지는 않다. 대개의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순간 모방이 일어나고 그 결과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벤처 기업들은 ‘백만불짜리 아이디어라는 것은 없다. 실행을 해야만 백만불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아이디어의 공유를 통한 집단 지성을 활성화하고 있다. 실제로 공유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성과 창출을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Amazon)의 경우,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킬 것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외부에 공개했다. 그러자 대중들이 사이트를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었고, 아마존은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공유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이 이제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숨기는 방법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관점을 바꿔서 무엇부터 공유하면 좋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서를 기밀화하고, 임원 회의는 참석자를 제외하고 공개하지 않고, 옆 부서 보고서 하나 열람하는 것도 제한을 둔다면, 구성원들은 집단 지성을 발휘할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공유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아닌지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문제를 다 공유하고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수많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또는 문제가 막혀서 풀리지 않을 때는 과감히 공유하고 조직 내 여러 지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말 일급 기밀 사항이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프로젝트이거나, 수술이나 음식 조리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는 집단 지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공유할 때는 핵심이 명확해야 한다.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핵심 내용이 견고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이슈에 집중해서 그에 맞는 아이디어나 지식,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나 아이디어도 너무 방대해서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목표에 대한 공감대, 윈윈 관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의 노하우가 노출되면 존재 가치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 전체의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많은 정보들이 있어 다른 구성원들이 도움을 받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 또는 긍정적 평가 등이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전통적/위계적 리더십 탈피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의 변화가 중요하다. 집단 지성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생각의 결합, 구성원들의 호기심과 열정 발휘, 인정과 성취감 등인데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리더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찰스 리드비터(Charles Leadbeater) 역시 ‘폐쇄적인 조직 통솔 방식은 시대 풍조가 점점 더 민주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존의 전통적/위계적 리더십으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업, 자율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집단 지성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리더들이 끊임없이 공부함으로써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리더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판단력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역량도 중요한 리더십의 요건으로 꼽힌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아이디어를 처음 보았을 때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더들은 아이디어가 터무니없어 보이면 ‘아냐’라고 단정해버린다. 구성원들의 창의적 생각을 리더가 앞장서서 제한하는 셈이다. 최근 협업적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P&G의 앨런 래플리(A. G. Lafley) 회장을 전형적인 협업적 리더로 꼽으며 ‘스폰지처럼 모든 의견을 잘 듣는 탁월한 경청자’라고 칭송한 바 있다. 

와이즈먼 그룹(Wiseman Group)의 회장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최대로 배가시켜 집단 지성이 일어나도록 하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이런 리더를 일컬어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고 부르고 있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도록 하는 멀티플라이어형 리더는 그렇지 않은 리더에 비해 생산성을 2배 이상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리더는 창조적 질문을 많이 하고 회의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구성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집약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3. 성과와의 연결 - 집단 지성과 개인 지성의 균형 

기업은 빠른 시간 안에 최고의 성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집단 지성을 통한 아이디어 도출과 개인 지성을 활용한 아이디어 추진/실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집단 지성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찰스 리드비터는 저술 활동 당시 집단 지성을 직접 활용하여 책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세상과 고립되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던 지금까지와의 방식으로 집단 지성을 논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웹사이트에 초고를 그대로 올렸다. 초고가 웹상의 수많은 링크를 타고 퍼지며 하루 평균 35번 다운로드 되었고, 150건의 의견이 게재되었으며 200여통의 메일이 왔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자세한 의견을 달아줘 책 내용이 알차졌지만 저자는 ‘전통적인 편집 과정’도 몹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즉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논의하는데는 웹사이트의 의견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지만 출판사의 전문적 탈고 과정 덕분에 비로소 성공적 저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경우에도 문서 창조는 대중들이 지식을 자유롭게 게재하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문서의 삭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위키피디아의 관리자가 수행하고 있다. 리눅스 역시 새로운 소프트웨어 모듈은 사용자들의 아이디어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냈지만 다음 출시 때 포함시킬 모듈의 결정은 토발즈와 주요 프로그래머들이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는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의사결정하고 실행시켜 성과로 창출시키는 데는 리더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MIT 집단 지성 센터의 토머스 맬론 교수도 ‘군중들의 창조와 리더의 의사결정이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 비로소 집단 지성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4. 조직 구조의 변화 

부서나 본부 단위를 벗어나 전사적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집단 지성에 적합한 미래형 조직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리더가 팀원들을 모아놓고 ‘자, 이제부터 집단 지성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 다들 아이디어 하나씩 얘기해’라고 해서 집단 지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 지성이 활성화되려면 구성원들의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하향식 관료 제도를 기반으로 리더가 업무를 배분하고, 직급에 따라 업무를 나눠 수행하는 형식으로는 엄밀한 의미의 집단 지성 활용이 어렵다.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조직 모델, 즉 조금 더 수평적이고 개방된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찰스 리드비터 역시 ‘미래 조직 모델은 협업과 영리 추구, 커뮤니티와 기업을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업무를 웹에 띄우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서 일을 하는 형식이라든지, 팀이나 부서 단위를 뛰어넘어 인재들이 관심 있는 업무에 일정 기간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우선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어(Gore)가 위계적 조직 구조를 만들지 않고, 구성원 누구나 하고 싶은 업무 내용을 제의하면 그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과를 창출하는 모습은 집단 지성을 원활하게 활용하는 조직 운영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집단 지성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보안 문제도 그리 쉽지 않고, 기존 조직 운영 방식도 많이 바꿔야 할 것이다. 특히 아이디어와 정보의 공유는 의지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들도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집단 지성을 통해 전문가가 아닌 대중들이 전문가 이상의 질적 성과를 창출한다고는 하지만, 집단 지성에 참여하는 일반인들도 해당 문제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파고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자발적 참여와 협업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활성화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2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