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3. 11:51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전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보전하는 소위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s) 현상의 지속 여부는 세계 경제의 장기전망에 중요한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 보았다.
세계경제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이후 세계경제는 평균 5%를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미국경제가 2%대 성장세에 그치는 데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5% 정도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 호황과 글로벌 임밸런스의 불안한 공존
하지만 세계경제의 이러한 호조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라는 시한폭탄과의 미묘한 균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매우 빠르게 증가해 왔다. 美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 1996년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1,248억 달러로 GDP의 1.6%에 지나지 않았으나 10년만인 2006년에는 그 규모가 8,115억 달러에 달해 GDP의 6.1%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만성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refinance)하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미국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 채권 및 주식투자, 파생상품투자 등을 포함하는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 규모가 1996년 1,311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7,168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상수지 적자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고스란히 다시 미국으로 환류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전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보전하는 소위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s)’ 현상의 지속여부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2006년에만 8,000억 달러를 넘는 천문학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만약 붕괴된다면 세계경제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막대한 적자에 대한 우려는 198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경제와 달러화가 붕괴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세계경제 속에서 고착화된 관행처럼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과정에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시켜 신흥시장의 성장세를 가속화시키는 연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개도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자 이로 인한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매입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흥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어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한편 미국과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되는 것을 기반으로 미국이 계속 적자를 확대시켜, 신흥시장의 흑자와 성장세 가속화라는 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글로벌 시스템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며, 언젠가는 이러한 불안한 균형이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와 같이 미국의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붕괴되지 않는 현재의 글로벌 시스템의 특징을 살펴보고, 달러화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주요국의 저축·투자 갭 측면에서 글로벌 임밸런스의 지속 가능성을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단해 보고자 한다.
달러화 중심 글로벌 시스템의 향방
과거 2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한 자금 순환 시스템이 유지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요인과 함께 붕괴시킬 수 있는 불안 요인도 상존하는 만큼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이 장기적·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 가능성 문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에 8,115억 달러로 미국 GDP의 6.1%에 달했으며, 순 대외채무는 2조 5,396억 달러로 GDP의 19.2%를 기록하였다. 순 대외채무에 대한 금리 부담을 현재 장기금리 수준인 5%로 가정할 경우 미국의 대외 금리부담은 연간 GDP의 1%나 된다. 미국의 2006년 실질경제성장률이 3.3%였기 때문에 만약 연간 GDP의 1% 정도에 달하는 대외 이자자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이 계속 확대된다면 미국경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크루그만 교수는 1985년의 논문에서 완만한 달러화 약세만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가 어려울 것이며, 2008년 경에는 미국의 GDP 대비 순 채무 비중이 46%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수준은 도저히 유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달러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캐서린 만(Mann.C.L.)은 2002년 논문 등에서 저축·투자 균형, 국제자금 흐름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 합계액과 비슷한 규모로 확대돼 각국의 순 저축 대부분이 미국으로 투자되어야 하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 없다는 낙관론
그러나 이러한 비관론과 달리 과거 20년 이상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론의 대가인 맥키논(McKinnon)은 2001년 논문에서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안정된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고, 그 외에도 글로벌 결제통화로서, 또한 자산을 보존하는 준비통화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에 달러화 위기와 같은 현상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UCSC대학의 둘리(Dooley) 교수 등은NBER(국립경제연구위원회)에 기고한 여러 논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초까지 계속된 브래튼 우즈 체제의 부활(Revised Bretton Woods System)을 주장하고 있다. 브래튼 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화의 교환성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각국 중앙은행에게 달러화와 금의 교환을 보장하고, 각국은 달러화와 자국통화의 환율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정환율 시스템이었다. 둘리 교수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미국채 매입 등을 통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면서 달러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조는 전후(戰後)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고정환율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스템의 주변(周邊)에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 중심(中心)인 미국으로의 국제자금 흐름이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각국의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이 아시아를 넘어서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도이체방크 증권 일본지사의 무샤료지(武者陵司) 부회장도 2007년에 발표한 저서 「신제국주의론」에서 현재의 국제통화 시스템은 지폐에 불과한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진정한 ‘달러화본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전세계를 경영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제국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초과이윤(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도 상당 부분은 미국기업의 수출소득에 기인하고 있음) ▲ 미국식 기준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화에 따른 미국기업의 수익성 제고 효과 ▲ 미국의 고수익 대외투자자산과 외국인의 저수익 대미투자자산간의 수익률 격차 ▲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각국 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고수익성 ▲ 달러화의 교환 가치에서 달러화 지폐의 발행 비용을 뺀 이익을 의미하는 통화발행특권(seigniorage benefit) 등이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제국이익이 국제수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비관론자의 견해는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다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별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낙관론자의 주장들 역시 단편적인 사실을 확대 해석하거나 일시적 현상이 영원할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쉽게 바꾸기 어려운 관행
본고에서는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서 보기로 한다. 첫째,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사용되어 왔던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축통화라는 것은 군사적인 영향력, 글로벌한 자금 결제와 자금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제금융시장과 글로벌 금융기관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글로벌한 군사 네트워크, 막대한 유로 달러시장의 존재,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미달러화가 단시일 내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말의 71.0%에서 2007년 3월 말에는 64.2%로 소폭 떨어진 데 그치고 있으며, 유로는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다(IMF조사, 日本經濟新聞, 2007.7.8).
순 채무의 팽창을 억제하는 금융이득
둘째, 미국 경상수지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순 채무의 팽창을 억제하는 금융이득을 들 수 있다. <그림 1>과 같이 미국이 순 채무국으로 전락한 1986년 이후의 경상수지 적자의 누계금액은 2006년에는 5조 7,471억 달러, 명목 GDP의 43.4%에 달해 크루그만 교수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순 채무 규모는 2조 5,396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대외 순 채무는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 금액만큼 늘어나거나 금리 부담을 고려하면 이를 훨씬 능가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순 채무는 경상수지 누적적자의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외투자 자산의 가치가 외국인의 대미 투자자산의 가치에 비해 훨씬 빠르게 확대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금리가 낮은 미국 재무성 증권이나 미국 글로벌 은행의 예금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세계 각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하고 있는 이자 등과 대외채권에서 확보하고 있는 소득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소득수지는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대외채무에 따른 이자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지 흑자는 대외 채권국이어야 가능한 일임을 감안하면 미국을 일반적인 채무국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미 달러화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미국 투자가의 해외자산의 가치는 상승하는 한편 외국투자가들의 미국 내 투자 자산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효과도 장기화되고 있다. 미 달러화의 약세가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이러한 자산효과를 통해 미국의 대외 순 채무를 줄이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한 금융통합화
셋째, 글로벌한 금융통합 효과를 들 수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서 자본을 끌어 모아서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대외채무를 자동적으로 줄이는 메커니즘이 가능한 것은 세계 각국 금융시장의 통합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통합되고 달러화가 외국에서도 마치 국내통화와 같이 통용된다면, 국가간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상수지는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 투자가들의 행동은 <그림 3>의 투자/저축률의 비교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2000년대 들어서 급격하게 글로벌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래 각국의 투자가들은 자국 자산을 해외자산보다 선호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가 강하기 때문에 각국 간의 저축 이전이 활발하지 않았다. 따라서 각국은 장기적으로 저축률에 상응한 규모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투자율과 저축률은 45도선에 가까운 1대 1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관계는 Feldstein & Horioka가 처음으로 추정한 1980년대 이전까지는 저축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 계수가 1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그림 3>과 같이 1990년대 0.6이었던 영향력계수가 2000년대에는 0.0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투자가들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과거의 홈 바이어스가 크게 약화되면서 글로벌화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정부가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서 각국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글로벌화에 주력한 데 따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실물거래를 능가하는 금융자산
넷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아무리 방대해도 이를 훨씬 능가하는 금융자산 잔액이 글로벌하게 축적되고 있다. 각국 자산시장이 통합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구축된 가운데 각국의 금융자산이 팽창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결제가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상수지 총액은 2006년 기준으로 8,394억 달러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97%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미국 이외에도 투자를 하고 미국의 대외적자 결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세계 각국의 금융자산이 막대한 규모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최대의 자산대국인 미국의 금융자산의 경우도 2006년 기준으로 명목 GDP의 9.7배인 129조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순 채무의 50배 이상이나 되는 규모이다.
실제로도 2006년 중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1조 8,596억 달러였으며,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2.3배에 달하고 전 세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현재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한 자본거래에 있어서 경상수지와 같은 실물거래는 일부에 불과하며, 미국의 연간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의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2004년 BIS조사 기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의 스톡(stock)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산시장 거래의 결과에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GDP에 대한 자산시장의 규모가 확대 추세를 보이는 경제의 스톡화 현상이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확산되고 있어서 전통적인 논리로만 경상수지 적자를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 지속될 전망
이상과 같은 요인들은 미달러화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증세와 소비 억제 등 내수 둔화를 유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해 금융시장의 개방화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하라는 압력을 높여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임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적절한 시기에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를 유도하여 대외채무의 실질적 가치 절하와 미국의 해외자산 가치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 글로벌 시스템의 위험 요인
결국 미국이 현재의 글로벌 금융순환 시스템을 강화할 경우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붕괴는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위험 요인을 간과할 수는 없다.
첫째,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스템이 유지되는 핵심적 요인 중 하나는 신흥시장이 확대된 경제 및 무역 규모에 맞게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한편 저가격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여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신흥시장의 지속적 발전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달러화 위기가 올 수 있다. 브래튼 우즈체제가 붕괴될 시점에서도 전후 복구를 완료한 일본이나 유럽 각국에서 과잉노동력이 해소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과도하게 달러를 공급했기 때문에 국제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신흥시장에서 과잉노동력이 해소되고 성장 동력이 고갈될 경우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의 유지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신흥시장 국가들이 과거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막대한 과잉노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신흥시장의 성장 동력이 고갈되는 사태는 단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스템의 기초는 미국 해외자산의 고수익률과 여타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미 자산의 저수익률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역전될 경우, 미국은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게 되고 달러화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의 금융 패권과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익률 역전 현상은 당분간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과거의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SWF(국가자산운영기관 : Sovereign Wealth Fund)를 활용해서 외환보유고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더라도 수익률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1960년대 말 이후 브래튼 우즈체제가 붕괴 과정에 들어갔을 당시 프랑스 등의 기타 선진국들이 넘치는 달러화를 금으로 교환하기 시작한 바와 같이 아시아 각국이 미국 주도 글로벌 시스템의 핵심인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이나 다국적기업, 거대자원 기업들을 잇달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보호주의 강화가 대두될 위험성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들이 SWF를 통해 선진기업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것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유발해서 대미 자금 유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보호주의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면 자유로운 글로벌 자금순환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달러화에 대한 불안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기타 선진국이나 개도국들의 협력체제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스템에서 선진국이나 개도국이 모두 혜택을 보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각국은 극단적인 마찰을 피하고 통화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국제통화 제도의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저축-투자 갭으로 본 글로벌 임밸런스의 지속 가능성
일본, EU, 중국 등 대미 자금공급국들의 저축-투자 구조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 투자 확대 등으로 향후 상당한 변화를 겪으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임밸런스의 해소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맥킨지 산하의 연구기관인 MGI(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최근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일본 자금의 규모는 2,900억 달러로 전체 대미자본유입의 23.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중국과 한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대비자금 공급규모 역시 2,7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이들 아시아 국가들에 의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 자본 규모는 총 5,690억 달러로 전세계 대미자본 유입액의 46.9%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99년만 해도 이들에 의한 자본제공 규모가 29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00년대 이후 대미 자본수출국으로서 아시아의 부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한 자본공여자 역할을 해왔던 유럽의 경우, 그 규모가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영국 제외)가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제공한 자금의 규모는 2,640억 달러에 이르며, 영국의 경우는 1,1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점은 석유수출국들로 구성되어 있는 중동 국가들이 2005년에 1,4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0년의 130억 달러와 비교하면 10.8배나 늘어난 수치이다(<그림 1> 참조).
이렇듯 미국에 자본을 제공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상수지 흑자 시현과 그에 따른 순자본수출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국내에 축적되는 잉여자본을 직간접적인 금융중개를 통해 미국 등 경상수지 적자국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투자의 상대적 갭이 국제자본이동 초래
최근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글로벌 임밸런스의 배경에는 미국과 주요 교역상대국간의 산업구조 및 수출경쟁력 격차, 환율 등 여러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주요국의 저축과 투자의 갭(gap)이 최근의 국제자본이동과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에 갖는 함의에 주목하고자 한다.
자국 내 투자수요에 비해 저축이 더 많아서 자본이 잉여상태인 국가들(경상수지 흑자국)과 투자할 곳은 많으나 저축이 모자라 외부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여와야 하는 국가들(경상수지 적자국) 사이의 불균형은 국제자본이동을 야기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저축률 및 투자율과 경상수지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전세계의 투자율 및 저축률은 제 1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줄곧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측기간 중 피크를 이루었던 1974년의 경우 투자율과 저축률이 각각 25.7%와 25.3%를 나타내었으나 이후 다소간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양자 모두 21%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투자율 및 저축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특히 미국은 전통적으로 저축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국가이다. 미국의 경우 저축률이 가장 높았던 1979년에는 21.3%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2006년에는 저축률이 13.7%까지 크게 낮아졌다. 반면 투자율은 저축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서 2006년에는 20.0%를 기록, 투자와 저축의 갭이 6.3%p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투자와 저축의 갭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의 중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림 2> 참조).
국제자본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
한편 일본의 경우도 전세계 투자율 및 저축률의 하락에 일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저축률이 투자율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81년의 저축률과 투자율이 각각 32.5%와 31.7%였으며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경기회복으로 인해 다소 상승하고 있으나 저축률과 투자율의 반전은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2006년의 경우에는 저축률이 투자율을 3.9%p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일본은 국내의 풍부한 잉여자본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요 자본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러한 자본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국채 구입 등에 사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EU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1993년 이래 줄곧 저축률이 투자율을 상회하고 있는 지역으로, 2000년 이후 저축률과 투자율의 평균 격차가 1.8%p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1990년대 후반 이후 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저축-투자 갭이 크게 확대된 미국에 대해 저축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EU 등이 자본을 수출하고 있는 양상이 주요 선진경제권의 특징이라면, 후발 신흥국의 대표격인 중국에서도 주목할만한 저축과 투자의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개방 이후 소득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저축률도 함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반에 활력이 넘치면서 과열양상을 빚을 정도로 투자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해온 중국의 경우 특히 2000년대 들어 저축률과 투자율이 동반 급상승하면서 2005년에는 저축률이 무려 49.0%, 투자율은 43.5%를 기록하였고 저축-투자 갭도 최근 수년 간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내의 왕성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회하는 높은 저축률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고 이 자금을 다시 미국 등 해외로 내보내는 국제자본 수출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그림 4> 참조).
고령화는 저축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에서 최근 세계 경제의 가장 주목할만한 구조적 특징인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의 기저(basis)를 형성하는 주요국의 저축-투자 갭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각국의 저축-투자 구조는 장기적으로 해당국의 인구구조 및 경제산업구조 등에 따라 그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출산율의 하락과 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른 인구고령화는 현재 글로벌 임밸런스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당사국들의 저축 및 투자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해당국의 저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존의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고령화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연구결과들이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Higgins(1998) 등에 따르면 인구의 고령화는 대체로 해당국의 투자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체 인구 대비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을 경우 교육 등의 인적자본 투자와 각종 공공시설 등 사회인프라 구축을 위한 SOC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장비율(자본량/노동)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율을 시현하게 될 것이다. 반면 고령자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사회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설비투자 쪽에서는 일부 고령-고임금 노동력 대체를 위한 자동화·효율화 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투자가 해외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저축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자율의 경우에도 각국의 인구고령화 정도, 산업발전 단계, 중장기 정부정책 등에 따라 인구 고령화의 효과는 국별로,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늙은 사자 EU의 투자 회복되나
이제 글로벌 임밸런스의 여러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EU, 중국 등의 인구구조 변화 전망을 기본 전제로 향후 이들 국가의 저축과 투자율, 그리고 국제자본의 흐름에 어떠한 구조변화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로 하자.
먼저 EU의 경우 유엔(UN)의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Elderly Dependency Ratio, 65세 이상 인구수/15~64세 인구수)가 2005년 현재 23.3%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32.1%, 그리고 2050년에는 47.7%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1998년 23.1%를 정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EU의 저축률은 이와 같은 역내의 고령화 진행에 따라 향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대 초반에서 횡보해온 EU의 투자율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하락 압력 속에서도 EU 경제의 활성화, 역내 기업들의 투자전략 변화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수준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최근 IT부문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및 기업채산성 개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주요 EU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및 M&A가 크게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EU 통합 이후 역내의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있는 것도 회원국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케 하는 요인이다.
또한 EU 외연의 확대에 따른 동유럽에 대한 투자 증가와 역내 분업구조의 활성화, 그리고 상업용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사업인 갈릴레오 프로젝트 등과 같은 범 EU 차원의 신산업정책의 지속적인 탐색과 현실화 등은 향후 EU의 투자율을 상당폭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저축률의 구조적 하락과 투자회복에 따른 저축-투자 갭의 점진적인 축소 또는 역전 가능성은 그 동안 국제자본 공급기지 역할을 해온 EU의 지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
일본의 고령화 정도는 EU보다 중장기적으로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노년부양비의 경우 2005년 29.8%에서 2025년에는 49.5%, 그리고 2050년에는 73.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 30%대에서 20%대로 떨어지면서 줄곧 하락세를 보여온 일본의 저축률이 향후 반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투자율의 경우 EU와 마찬가지로 반등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일본 정부는 2010년까지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라 25조엔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10대 국가기간기술 후보를 선정하여 예산 및 인력을 집중 배분하기로 하였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쟁 주도권 회복을 위한 첨단신산업 분야에의 투자에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과거의 동남아 등지로의 해외투자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국내투자를 새삼 중시하는 ‘일본 회귀’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저축이 투자를 웃돌았던 일본의 경우에도 저축률과 투자율의 격차 축소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 경우 현재 세계 최대의 대미 자본공여국인 일본의 자본잉여 규모가 현재와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저축-투자 갭 축소 가능성
한편 중국은 2005년 현재 노년부양비가 10.8%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젊은 나라이지만 2025년에는 동 수치가 20.0%, 2050년이 되면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의 속도면에서만 본다면 EU와 일본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축률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고령화와 소비증가 등으로 상승세의 둔화 내지 하락 반전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의 경우에도 현재 최고조에 이른 투자율이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조만간 완만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2010년을 목표로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1차 5개년 규획」에 따른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이후에도 중부내륙 및 서부대개발 등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중화학공업 및 서비스산업에의 투자, 사회인프라 확충을 위한 SOC 투자 등의 수요가 무한히 산적해 있다. 향후 중국 경제가 인구고령화에 따른 저축률의 구조적 하락 압력과 경제산업구조 고도화 달성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미래의 천문학적 투자수요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저축-투자 갭의 축소에 따라 현재와 같은 대규모 자본공여국으로서의 지위가 크게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그림 5> 참조).
한편 자본수입국인 미국의 경우 노년부양비가 2005년 18.3%에서 2025년 28.1%, 그리고 2050년에는 34.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를 유지하게 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다. 여기에다 전세계 과학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기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 경제의 고유한 특징이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본다면 외부로부터의 자본수입에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구조가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재정지출의 구조개혁과 가계저축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가시적인 저축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임밸런스의 장기적 조정가능성에 대비해야
이상에서 살펴본 주요국 저축-투자 갭의 변화 가능성은 현재의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일정한 조정 또는 해소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저축-투자율의 변화는 여타 경제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서서히 진행되는 동태적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현재의 구조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국제 환율, 금리 등 여타 변수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국의 저축-투자 구조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이러한 균열이 누적될 경우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의 조정 또는 해소 과정이 의외로 앞당겨질 수도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 전체에 제어하기 어려운 큰 충격파를 야기할 것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터키, 베트남 등 인구구조가 젊은 유망 신흥경제들 가운데 일본, EU, 중국 등 대미 자본공여국의 저축-투자 구조에 예상되는 부분적인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국가가 나타날 경우 글로벌 임밸런스의 또다른 진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구조 개혁 등 글로벌 임밸런스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소 노력만이 전세계 경제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주간경제 946호
세계경제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이후 세계경제는 평균 5%를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미국경제가 2%대 성장세에 그치는 데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5% 정도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 호황과 글로벌 임밸런스의 불안한 공존
하지만 세계경제의 이러한 호조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라는 시한폭탄과의 미묘한 균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매우 빠르게 증가해 왔다. 美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 1996년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1,248억 달러로 GDP의 1.6%에 지나지 않았으나 10년만인 2006년에는 그 규모가 8,115억 달러에 달해 GDP의 6.1%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만성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refinance)하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미국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 채권 및 주식투자, 파생상품투자 등을 포함하는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 규모가 1996년 1,311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7,168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상수지 적자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고스란히 다시 미국으로 환류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전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보전하는 소위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s)’ 현상의 지속여부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2006년에만 8,000억 달러를 넘는 천문학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만약 붕괴된다면 세계경제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막대한 적자에 대한 우려는 198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경제와 달러화가 붕괴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세계경제 속에서 고착화된 관행처럼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과정에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시켜 신흥시장의 성장세를 가속화시키는 연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개도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자 이로 인한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매입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흥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어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한편 미국과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되는 것을 기반으로 미국이 계속 적자를 확대시켜, 신흥시장의 흑자와 성장세 가속화라는 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글로벌 시스템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며, 언젠가는 이러한 불안한 균형이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와 같이 미국의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붕괴되지 않는 현재의 글로벌 시스템의 특징을 살펴보고, 달러화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주요국의 저축·투자 갭 측면에서 글로벌 임밸런스의 지속 가능성을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단해 보고자 한다.
달러화 중심 글로벌 시스템의 향방
과거 2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한 자금 순환 시스템이 유지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요인과 함께 붕괴시킬 수 있는 불안 요인도 상존하는 만큼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이 장기적·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 가능성 문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에 8,115억 달러로 미국 GDP의 6.1%에 달했으며, 순 대외채무는 2조 5,396억 달러로 GDP의 19.2%를 기록하였다. 순 대외채무에 대한 금리 부담을 현재 장기금리 수준인 5%로 가정할 경우 미국의 대외 금리부담은 연간 GDP의 1%나 된다. 미국의 2006년 실질경제성장률이 3.3%였기 때문에 만약 연간 GDP의 1% 정도에 달하는 대외 이자자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이 계속 확대된다면 미국경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크루그만 교수는 1985년의 논문에서 완만한 달러화 약세만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가 어려울 것이며, 2008년 경에는 미국의 GDP 대비 순 채무 비중이 46%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수준은 도저히 유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달러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캐서린 만(Mann.C.L.)은 2002년 논문 등에서 저축·투자 균형, 국제자금 흐름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 합계액과 비슷한 규모로 확대돼 각국의 순 저축 대부분이 미국으로 투자되어야 하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 없다는 낙관론
그러나 이러한 비관론과 달리 과거 20년 이상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론의 대가인 맥키논(McKinnon)은 2001년 논문에서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안정된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고, 그 외에도 글로벌 결제통화로서, 또한 자산을 보존하는 준비통화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에 달러화 위기와 같은 현상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UCSC대학의 둘리(Dooley) 교수 등은NBER(국립경제연구위원회)에 기고한 여러 논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초까지 계속된 브래튼 우즈 체제의 부활(Revised Bretton Woods System)을 주장하고 있다. 브래튼 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화의 교환성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각국 중앙은행에게 달러화와 금의 교환을 보장하고, 각국은 달러화와 자국통화의 환율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정환율 시스템이었다. 둘리 교수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미국채 매입 등을 통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면서 달러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조는 전후(戰後)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고정환율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스템의 주변(周邊)에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 중심(中心)인 미국으로의 국제자금 흐름이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각국의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이 아시아를 넘어서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도이체방크 증권 일본지사의 무샤료지(武者陵司) 부회장도 2007년에 발표한 저서 「신제국주의론」에서 현재의 국제통화 시스템은 지폐에 불과한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진정한 ‘달러화본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전세계를 경영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제국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초과이윤(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도 상당 부분은 미국기업의 수출소득에 기인하고 있음) ▲ 미국식 기준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화에 따른 미국기업의 수익성 제고 효과 ▲ 미국의 고수익 대외투자자산과 외국인의 저수익 대미투자자산간의 수익률 격차 ▲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각국 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고수익성 ▲ 달러화의 교환 가치에서 달러화 지폐의 발행 비용을 뺀 이익을 의미하는 통화발행특권(seigniorage benefit) 등이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제국이익이 국제수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비관론자의 견해는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다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별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낙관론자의 주장들 역시 단편적인 사실을 확대 해석하거나 일시적 현상이 영원할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쉽게 바꾸기 어려운 관행
본고에서는 달러화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서 보기로 한다. 첫째,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사용되어 왔던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축통화라는 것은 군사적인 영향력, 글로벌한 자금 결제와 자금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제금융시장과 글로벌 금융기관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글로벌한 군사 네트워크, 막대한 유로 달러시장의 존재,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미달러화가 단시일 내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말의 71.0%에서 2007년 3월 말에는 64.2%로 소폭 떨어진 데 그치고 있으며, 유로는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다(IMF조사, 日本經濟新聞, 2007.7.8).
순 채무의 팽창을 억제하는 금융이득
둘째, 미국 경상수지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순 채무의 팽창을 억제하는 금융이득을 들 수 있다. <그림 1>과 같이 미국이 순 채무국으로 전락한 1986년 이후의 경상수지 적자의 누계금액은 2006년에는 5조 7,471억 달러, 명목 GDP의 43.4%에 달해 크루그만 교수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순 채무 규모는 2조 5,396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대외 순 채무는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 금액만큼 늘어나거나 금리 부담을 고려하면 이를 훨씬 능가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순 채무는 경상수지 누적적자의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외투자 자산의 가치가 외국인의 대미 투자자산의 가치에 비해 훨씬 빠르게 확대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금리가 낮은 미국 재무성 증권이나 미국 글로벌 은행의 예금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세계 각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하고 있는 이자 등과 대외채권에서 확보하고 있는 소득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소득수지는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대외채무에 따른 이자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지 흑자는 대외 채권국이어야 가능한 일임을 감안하면 미국을 일반적인 채무국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미 달러화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미국 투자가의 해외자산의 가치는 상승하는 한편 외국투자가들의 미국 내 투자 자산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효과도 장기화되고 있다. 미 달러화의 약세가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이러한 자산효과를 통해 미국의 대외 순 채무를 줄이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한 금융통합화
셋째, 글로벌한 금융통합 효과를 들 수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서 자본을 끌어 모아서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대외채무를 자동적으로 줄이는 메커니즘이 가능한 것은 세계 각국 금융시장의 통합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통합되고 달러화가 외국에서도 마치 국내통화와 같이 통용된다면, 국가간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상수지는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 투자가들의 행동은 <그림 3>의 투자/저축률의 비교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2000년대 들어서 급격하게 글로벌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래 각국의 투자가들은 자국 자산을 해외자산보다 선호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가 강하기 때문에 각국 간의 저축 이전이 활발하지 않았다. 따라서 각국은 장기적으로 저축률에 상응한 규모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투자율과 저축률은 45도선에 가까운 1대 1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관계는 Feldstein & Horioka가 처음으로 추정한 1980년대 이전까지는 저축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 계수가 1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그림 3>과 같이 1990년대 0.6이었던 영향력계수가 2000년대에는 0.0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투자가들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과거의 홈 바이어스가 크게 약화되면서 글로벌화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정부가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서 각국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글로벌화에 주력한 데 따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실물거래를 능가하는 금융자산
넷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아무리 방대해도 이를 훨씬 능가하는 금융자산 잔액이 글로벌하게 축적되고 있다. 각국 자산시장이 통합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구축된 가운데 각국의 금융자산이 팽창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결제가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상수지 총액은 2006년 기준으로 8,394억 달러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97%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미국 이외에도 투자를 하고 미국의 대외적자 결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세계 각국의 금융자산이 막대한 규모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최대의 자산대국인 미국의 금융자산의 경우도 2006년 기준으로 명목 GDP의 9.7배인 129조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순 채무의 50배 이상이나 되는 규모이다.
실제로도 2006년 중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1조 8,596억 달러였으며,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2.3배에 달하고 전 세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현재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한 자본거래에 있어서 경상수지와 같은 실물거래는 일부에 불과하며, 미국의 연간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의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2004년 BIS조사 기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의 스톡(stock)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산시장 거래의 결과에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GDP에 대한 자산시장의 규모가 확대 추세를 보이는 경제의 스톡화 현상이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확산되고 있어서 전통적인 논리로만 경상수지 적자를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 지속될 전망
이상과 같은 요인들은 미달러화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증세와 소비 억제 등 내수 둔화를 유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해 금융시장의 개방화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하라는 압력을 높여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임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적절한 시기에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를 유도하여 대외채무의 실질적 가치 절하와 미국의 해외자산 가치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 글로벌 시스템의 위험 요인
결국 미국이 현재의 글로벌 금융순환 시스템을 강화할 경우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붕괴는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위험 요인을 간과할 수는 없다.
첫째,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스템이 유지되는 핵심적 요인 중 하나는 신흥시장이 확대된 경제 및 무역 규모에 맞게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한편 저가격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여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신흥시장의 지속적 발전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달러화 위기가 올 수 있다. 브래튼 우즈체제가 붕괴될 시점에서도 전후 복구를 완료한 일본이나 유럽 각국에서 과잉노동력이 해소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과도하게 달러를 공급했기 때문에 국제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신흥시장에서 과잉노동력이 해소되고 성장 동력이 고갈될 경우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의 유지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신흥시장 국가들이 과거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막대한 과잉노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신흥시장의 성장 동력이 고갈되는 사태는 단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스템의 기초는 미국 해외자산의 고수익률과 여타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미 자산의 저수익률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역전될 경우, 미국은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게 되고 달러화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의 금융 패권과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익률 역전 현상은 당분간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과거의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SWF(국가자산운영기관 : Sovereign Wealth Fund)를 활용해서 외환보유고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더라도 수익률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1960년대 말 이후 브래튼 우즈체제가 붕괴 과정에 들어갔을 당시 프랑스 등의 기타 선진국들이 넘치는 달러화를 금으로 교환하기 시작한 바와 같이 아시아 각국이 미국 주도 글로벌 시스템의 핵심인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이나 다국적기업, 거대자원 기업들을 잇달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보호주의 강화가 대두될 위험성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들이 SWF를 통해 선진기업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것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유발해서 대미 자금 유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보호주의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면 자유로운 글로벌 자금순환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달러화에 대한 불안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기타 선진국이나 개도국들의 협력체제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스템에서 선진국이나 개도국이 모두 혜택을 보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각국은 극단적인 마찰을 피하고 통화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국제통화 제도의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저축-투자 갭으로 본 글로벌 임밸런스의 지속 가능성
일본, EU, 중국 등 대미 자금공급국들의 저축-투자 구조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 투자 확대 등으로 향후 상당한 변화를 겪으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임밸런스의 해소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맥킨지 산하의 연구기관인 MGI(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최근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일본 자금의 규모는 2,900억 달러로 전체 대미자본유입의 23.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중국과 한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대비자금 공급규모 역시 2,7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이들 아시아 국가들에 의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 자본 규모는 총 5,690억 달러로 전세계 대미자본 유입액의 46.9%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99년만 해도 이들에 의한 자본제공 규모가 29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00년대 이후 대미 자본수출국으로서 아시아의 부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한 자본공여자 역할을 해왔던 유럽의 경우, 그 규모가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영국 제외)가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제공한 자금의 규모는 2,640억 달러에 이르며, 영국의 경우는 1,1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점은 석유수출국들로 구성되어 있는 중동 국가들이 2005년에 1,4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0년의 130억 달러와 비교하면 10.8배나 늘어난 수치이다(<그림 1> 참조).
이렇듯 미국에 자본을 제공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상수지 흑자 시현과 그에 따른 순자본수출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국내에 축적되는 잉여자본을 직간접적인 금융중개를 통해 미국 등 경상수지 적자국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투자의 상대적 갭이 국제자본이동 초래
최근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글로벌 임밸런스의 배경에는 미국과 주요 교역상대국간의 산업구조 및 수출경쟁력 격차, 환율 등 여러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주요국의 저축과 투자의 갭(gap)이 최근의 국제자본이동과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에 갖는 함의에 주목하고자 한다.
자국 내 투자수요에 비해 저축이 더 많아서 자본이 잉여상태인 국가들(경상수지 흑자국)과 투자할 곳은 많으나 저축이 모자라 외부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여와야 하는 국가들(경상수지 적자국) 사이의 불균형은 국제자본이동을 야기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저축률 및 투자율과 경상수지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전세계의 투자율 및 저축률은 제 1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줄곧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측기간 중 피크를 이루었던 1974년의 경우 투자율과 저축률이 각각 25.7%와 25.3%를 나타내었으나 이후 다소간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양자 모두 21%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투자율 및 저축률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특히 미국은 전통적으로 저축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국가이다. 미국의 경우 저축률이 가장 높았던 1979년에는 21.3%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2006년에는 저축률이 13.7%까지 크게 낮아졌다. 반면 투자율은 저축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서 2006년에는 20.0%를 기록, 투자와 저축의 갭이 6.3%p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투자와 저축의 갭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의 중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림 2> 참조).
국제자본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
한편 일본의 경우도 전세계 투자율 및 저축률의 하락에 일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저축률이 투자율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81년의 저축률과 투자율이 각각 32.5%와 31.7%였으며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경기회복으로 인해 다소 상승하고 있으나 저축률과 투자율의 반전은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2006년의 경우에는 저축률이 투자율을 3.9%p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일본은 국내의 풍부한 잉여자본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요 자본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러한 자본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국채 구입 등에 사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EU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1993년 이래 줄곧 저축률이 투자율을 상회하고 있는 지역으로, 2000년 이후 저축률과 투자율의 평균 격차가 1.8%p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1990년대 후반 이후 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저축-투자 갭이 크게 확대된 미국에 대해 저축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EU 등이 자본을 수출하고 있는 양상이 주요 선진경제권의 특징이라면, 후발 신흥국의 대표격인 중국에서도 주목할만한 저축과 투자의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개방 이후 소득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저축률도 함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반에 활력이 넘치면서 과열양상을 빚을 정도로 투자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해온 중국의 경우 특히 2000년대 들어 저축률과 투자율이 동반 급상승하면서 2005년에는 저축률이 무려 49.0%, 투자율은 43.5%를 기록하였고 저축-투자 갭도 최근 수년 간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내의 왕성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회하는 높은 저축률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고 이 자금을 다시 미국 등 해외로 내보내는 국제자본 수출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그림 4> 참조).
고령화는 저축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에서 최근 세계 경제의 가장 주목할만한 구조적 특징인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의 기저(basis)를 형성하는 주요국의 저축-투자 갭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각국의 저축-투자 구조는 장기적으로 해당국의 인구구조 및 경제산업구조 등에 따라 그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출산율의 하락과 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른 인구고령화는 현재 글로벌 임밸런스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당사국들의 저축 및 투자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해당국의 저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존의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고령화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연구결과들이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Higgins(1998) 등에 따르면 인구의 고령화는 대체로 해당국의 투자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체 인구 대비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을 경우 교육 등의 인적자본 투자와 각종 공공시설 등 사회인프라 구축을 위한 SOC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장비율(자본량/노동)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율을 시현하게 될 것이다. 반면 고령자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사회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설비투자 쪽에서는 일부 고령-고임금 노동력 대체를 위한 자동화·효율화 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투자가 해외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저축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자율의 경우에도 각국의 인구고령화 정도, 산업발전 단계, 중장기 정부정책 등에 따라 인구 고령화의 효과는 국별로,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늙은 사자 EU의 투자 회복되나
이제 글로벌 임밸런스의 여러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EU, 중국 등의 인구구조 변화 전망을 기본 전제로 향후 이들 국가의 저축과 투자율, 그리고 국제자본의 흐름에 어떠한 구조변화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로 하자.
먼저 EU의 경우 유엔(UN)의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Elderly Dependency Ratio, 65세 이상 인구수/15~64세 인구수)가 2005년 현재 23.3%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32.1%, 그리고 2050년에는 47.7%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1998년 23.1%를 정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EU의 저축률은 이와 같은 역내의 고령화 진행에 따라 향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대 초반에서 횡보해온 EU의 투자율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하락 압력 속에서도 EU 경제의 활성화, 역내 기업들의 투자전략 변화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수준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최근 IT부문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및 기업채산성 개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주요 EU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및 M&A가 크게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EU 통합 이후 역내의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있는 것도 회원국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케 하는 요인이다.
또한 EU 외연의 확대에 따른 동유럽에 대한 투자 증가와 역내 분업구조의 활성화, 그리고 상업용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사업인 갈릴레오 프로젝트 등과 같은 범 EU 차원의 신산업정책의 지속적인 탐색과 현실화 등은 향후 EU의 투자율을 상당폭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저축률의 구조적 하락과 투자회복에 따른 저축-투자 갭의 점진적인 축소 또는 역전 가능성은 그 동안 국제자본 공급기지 역할을 해온 EU의 지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
일본의 고령화 정도는 EU보다 중장기적으로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노년부양비의 경우 2005년 29.8%에서 2025년에는 49.5%, 그리고 2050년에는 73.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 30%대에서 20%대로 떨어지면서 줄곧 하락세를 보여온 일본의 저축률이 향후 반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투자율의 경우 EU와 마찬가지로 반등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일본 정부는 2010년까지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라 25조엔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10대 국가기간기술 후보를 선정하여 예산 및 인력을 집중 배분하기로 하였다. 기업들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쟁 주도권 회복을 위한 첨단신산업 분야에의 투자에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과거의 동남아 등지로의 해외투자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국내투자를 새삼 중시하는 ‘일본 회귀’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저축이 투자를 웃돌았던 일본의 경우에도 저축률과 투자율의 격차 축소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 경우 현재 세계 최대의 대미 자본공여국인 일본의 자본잉여 규모가 현재와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저축-투자 갭 축소 가능성
한편 중국은 2005년 현재 노년부양비가 10.8%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젊은 나라이지만 2025년에는 동 수치가 20.0%, 2050년이 되면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의 속도면에서만 본다면 EU와 일본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축률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고령화와 소비증가 등으로 상승세의 둔화 내지 하락 반전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의 경우에도 현재 최고조에 이른 투자율이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조만간 완만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2010년을 목표로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1차 5개년 규획」에 따른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이후에도 중부내륙 및 서부대개발 등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중화학공업 및 서비스산업에의 투자, 사회인프라 확충을 위한 SOC 투자 등의 수요가 무한히 산적해 있다. 향후 중국 경제가 인구고령화에 따른 저축률의 구조적 하락 압력과 경제산업구조 고도화 달성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미래의 천문학적 투자수요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저축-투자 갭의 축소에 따라 현재와 같은 대규모 자본공여국으로서의 지위가 크게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그림 5> 참조).
한편 자본수입국인 미국의 경우 노년부양비가 2005년 18.3%에서 2025년 28.1%, 그리고 2050년에는 34.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를 유지하게 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다. 여기에다 전세계 과학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기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 경제의 고유한 특징이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본다면 외부로부터의 자본수입에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구조가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재정지출의 구조개혁과 가계저축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가시적인 저축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임밸런스의 장기적 조정가능성에 대비해야
이상에서 살펴본 주요국 저축-투자 갭의 변화 가능성은 현재의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일정한 조정 또는 해소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저축-투자율의 변화는 여타 경제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서서히 진행되는 동태적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현재의 구조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국제 환율, 금리 등 여타 변수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국의 저축-투자 구조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이러한 균열이 누적될 경우 글로벌 임밸런스 구조의 조정 또는 해소 과정이 의외로 앞당겨질 수도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 전체에 제어하기 어려운 큰 충격파를 야기할 것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터키, 베트남 등 인구구조가 젊은 유망 신흥경제들 가운데 일본, EU, 중국 등 대미 자본공여국의 저축-투자 구조에 예상되는 부분적인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국가가 나타날 경우 글로벌 임밸런스의 또다른 진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구조 개혁 등 글로벌 임밸런스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소 노력만이 전세계 경제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주간경제 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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