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6. 01:59
이노베이션을 잘 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신경을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이다. 효과적인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남의 방식을 단순 모방하기보다는 자사가 추구하는 이노베이션의 유형과
보유한 이노베이션 역량의 성숙도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노베이션의 ‘투입-과정-결과’를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소수의 핵심 성과 지표를
선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기업들의 큰 화두는 이노베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 구조와 문화, 리더십 등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바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노베이션의 성과 관리이다.
피터 드러커는 “모든 조직은 한 가지 핵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노베이션이다. 그리고, 모든 조직은 이노베이션 성과를 기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하면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이노베이션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얼마나 이노베이션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경영진들도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2009년 조사에 의하면 경영진의 73%가 이노베이션이라는 영역에 있어서도 마케팅이나 생산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성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데는 미흡하다. 필요성에 대한 응답과는 대조적으로 응답자의 45%는 이노베이션에 대해 전혀 성과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그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의 30%만이 자사의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처럼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실 이노베이션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고려해본다면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이노베이션에 강한 기업이 되고 싶다면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원칙들은 있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 방안
● 어떤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라
앞서 언급한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조사에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 것은 ‘어떤 성과 지표를 사용해야 하는가를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접근 방법과 지표들을 얻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많은 고민이 진행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떤 지표가 우리 회사에 적절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 잊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 바로 바로 ‘어떤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 주도로 기업계와 학계의 대가들이 모여 미국 경제 발전을 위한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를 고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가장 많은 논란이 이루어졌던 부분도 바로 ‘어떤 이노베이션을 평가하고자 하는가?’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노베이션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그 중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이노베이션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노베이션의 유형에 따라 속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평가의 기준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록스의 수석 연구원이었던 존 브라운은 “점진적 이노베이션의 경우에는 신제품 매출과 같은 지표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근본적 이노베이션은 현재의 사업 모델, 방식, 핵심 역량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로 측정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 투입(Input)-과정(Process)-결과(Output)를 균형적으로 평가하라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노베이션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오히려 이노베이션의 숨통을 조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노베이션 ROI(Return On Investment)’라는 성과 지표이다.
이노베이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ROI가 ‘이노베이션의 제약 요인(Restraint of Innovation)’의 약자라는 농담이 있기도 할 정도이다. ROI와 같은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을 측정하는 지표는 자칫 방만해지기 쉬운 이노베이션에 있어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성공하기 쉽고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이 성공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낮은 이노베이션을 많이 시도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다시 말해 결과만을 가지고 이노베이션을 관리할 경우, 근본적인 고객 가치 혁신을 가져올 만한 프로젝트는 시도조차 못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노베이션의 결과를 측정하는 성과 지표의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객관적인 수치 산정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 많은 단점도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노베이션의 속성 상,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과 지표만으로는 현재 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거나, 우리 회사의 이노베이션 파이프 라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발굴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지금처럼 혁신의 속도가 빠른 시기에 ‘늦게 안다’는 것은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때 시장에서 주목 받는 히트 제품을 내 놓고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경영이 어려워지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이런 결과 지표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적인 이노베이션은 없거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나타난 수치가 좋아 보이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듯한 착각(Innovation Inflation)에 빠져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노베이션의 결과(Output)만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Input)와 이노베이션 프로세스 자체를 성과 관리에 포함시키는 추세이다. 일례로 글로벌 컨설팅 사인 ADL에서 사용하는 이노베이션 스코어 카드는 이노베이션 전략, 프로세스, 자원 투자, 조직 구조와 문화 등을 모두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미래 기업의 조건(Seeing What’s Next)’의 저자 중 한 명인 스코트 앤소니 역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시도하는 기업의 상당 수가 만병 통치약(Silver Bullet)을 찾으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노베이션은 매우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지표로 이를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며, 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와 성과, 그리고 그 과정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그림 1> 참조).
● 회사의 이노베이션 성숙도를 고려하라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기업들은 대개 선진 기업의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이를 그대로 도입하여 적용하곤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제대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일례로 혁신 기업의 대명사인 3M에서 사용하는 ‘신제품 매출 비중’과 같은 지표를 도입하여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이노베이션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신제품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히 제품의 외형이나 색상만 바꾼 경우도 신제품으로 분류하여 보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만한 역량도 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게 되자, 거짓 성과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신제품 매출 비중’이란 지표는 분명 세계 최고의 이노베이션 역량을 가진 기업에서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자사의 이노베이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가늠해보고 그에 맞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노베이션 성숙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우선은 이노베이션의 투입과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성과 지표를 활용하여 이노베이션을 위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선 현장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직 분위기라면 우선은 이노베이션의 투입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제안 건수’와 같은 지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이노베이션 지향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이후에 ‘제안된 아이디어 중 채택률’이나 ‘제안된 아이디어를 통해 얻어진 사업적 성과’와 같은 결과형 지표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라 여겨진다(<그림 2> 참조).
● 백화점식 성과 관리는 금물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의 목적은 이노베이션이 보다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 관리가 되어야 하는 부분은 이노베이션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에 해당되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자칫, 이노베이션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관리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소위 말하는 ‘백화점식 성과 지표’가 되어 버린다. 이럴 경우, 성과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비용과 노력만 많이 들어갈 뿐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자사가 추구하는 이노베이션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지표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몇 개의 지표가 적당한 것인가? 정답은 없겠지만 이노베이션 전문가들은 약 5~10개 정도의 성과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투입-과정-결과 별로 핵심적인 성과 지표 2~3개씩을 균형적으로 선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는 이노베이션을 책임지는 한 조직 단위에서 너무 많은 지표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한 회사 전체적으로 사용되는 성과 지표의 개수가 10개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경영진과 프로젝트 추진 리더가 필요로 하는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경영진은 회사 전체 수준에서 이노베이션을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 전체의 이노베이션 ROI, 신제품 매출 비중 등의 지표가 필요하다. 또한 어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자원을 투자할 것인가라는 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관리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별 투입 자원, 기술적 성공 가능성, 잠재적 시장 가치 등의 지표도 필요하게 된다. 반면, 일선 현장의 리더 입장에서는 주어진 자원과 일정에 맞추어 개별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척도에 따른 단계적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처럼 조직의 각 단위 별로 차별적으로 성과 지표를 활용하되, 반드시 필요한 핵심 지표만을 선정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
성과 관리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성과 측정이지만, 측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단지 성과 측정에만 그치고 활용되지 못한다면 그저 ‘흥미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원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의 활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의 양과 질이 의사 결정이나 개선 활동 등에 활용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있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 상무부 주도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내린 결론 중의 하나도 아직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여기라’고 제안한다. 언뜻 생각하면 이노베이션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조직 내에서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노베이션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어 있는 현 경영 환경을 고려한다면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IBM의 딘 스피처 박사는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측정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시험적인 지표라도 적용해보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이노베이션에 강한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
-LG Business Insight 1109호
요즘 기업들의 큰 화두는 이노베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 구조와 문화, 리더십 등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바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노베이션의 성과 관리이다.
피터 드러커는 “모든 조직은 한 가지 핵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노베이션이다. 그리고, 모든 조직은 이노베이션 성과를 기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하면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이노베이션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얼마나 이노베이션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경영진들도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2009년 조사에 의하면 경영진의 73%가 이노베이션이라는 영역에 있어서도 마케팅이나 생산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성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데는 미흡하다. 필요성에 대한 응답과는 대조적으로 응답자의 45%는 이노베이션에 대해 전혀 성과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그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의 30%만이 자사의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처럼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실 이노베이션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고려해본다면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이노베이션에 강한 기업이 되고 싶다면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원칙들은 있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 방안
● 어떤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라
앞서 언급한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조사에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 것은 ‘어떤 성과 지표를 사용해야 하는가를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접근 방법과 지표들을 얻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많은 고민이 진행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떤 지표가 우리 회사에 적절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 잊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 바로 바로 ‘어떤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 주도로 기업계와 학계의 대가들이 모여 미국 경제 발전을 위한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를 고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가장 많은 논란이 이루어졌던 부분도 바로 ‘어떤 이노베이션을 평가하고자 하는가?’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노베이션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그 중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이노베이션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노베이션의 유형에 따라 속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평가의 기준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록스의 수석 연구원이었던 존 브라운은 “점진적 이노베이션의 경우에는 신제품 매출과 같은 지표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근본적 이노베이션은 현재의 사업 모델, 방식, 핵심 역량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로 측정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 투입(Input)-과정(Process)-결과(Output)를 균형적으로 평가하라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노베이션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오히려 이노베이션의 숨통을 조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노베이션 ROI(Return On Investment)’라는 성과 지표이다.
이노베이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ROI가 ‘이노베이션의 제약 요인(Restraint of Innovation)’의 약자라는 농담이 있기도 할 정도이다. ROI와 같은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을 측정하는 지표는 자칫 방만해지기 쉬운 이노베이션에 있어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성공하기 쉽고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이 성공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낮은 이노베이션을 많이 시도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다시 말해 결과만을 가지고 이노베이션을 관리할 경우, 근본적인 고객 가치 혁신을 가져올 만한 프로젝트는 시도조차 못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노베이션의 결과를 측정하는 성과 지표의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객관적인 수치 산정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 많은 단점도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노베이션의 속성 상,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과 지표만으로는 현재 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거나, 우리 회사의 이노베이션 파이프 라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발굴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지금처럼 혁신의 속도가 빠른 시기에 ‘늦게 안다’는 것은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때 시장에서 주목 받는 히트 제품을 내 놓고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경영이 어려워지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이런 결과 지표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적인 이노베이션은 없거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나타난 수치가 좋아 보이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듯한 착각(Innovation Inflation)에 빠져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노베이션의 결과(Output)만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Input)와 이노베이션 프로세스 자체를 성과 관리에 포함시키는 추세이다. 일례로 글로벌 컨설팅 사인 ADL에서 사용하는 이노베이션 스코어 카드는 이노베이션 전략, 프로세스, 자원 투자, 조직 구조와 문화 등을 모두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미래 기업의 조건(Seeing What’s Next)’의 저자 중 한 명인 스코트 앤소니 역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시도하는 기업의 상당 수가 만병 통치약(Silver Bullet)을 찾으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노베이션은 매우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지표로 이를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며, 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와 성과, 그리고 그 과정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그림 1> 참조).
● 회사의 이노베이션 성숙도를 고려하라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기업들은 대개 선진 기업의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이를 그대로 도입하여 적용하곤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제대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일례로 혁신 기업의 대명사인 3M에서 사용하는 ‘신제품 매출 비중’과 같은 지표를 도입하여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이노베이션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신제품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히 제품의 외형이나 색상만 바꾼 경우도 신제품으로 분류하여 보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만한 역량도 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게 되자, 거짓 성과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신제품 매출 비중’이란 지표는 분명 세계 최고의 이노베이션 역량을 가진 기업에서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자사의 이노베이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가늠해보고 그에 맞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노베이션 성숙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우선은 이노베이션의 투입과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성과 지표를 활용하여 이노베이션을 위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선 현장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직 분위기라면 우선은 이노베이션의 투입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제안 건수’와 같은 지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이노베이션 지향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이후에 ‘제안된 아이디어 중 채택률’이나 ‘제안된 아이디어를 통해 얻어진 사업적 성과’와 같은 결과형 지표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라 여겨진다(<그림 2> 참조).
● 백화점식 성과 관리는 금물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의 목적은 이노베이션이 보다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 관리가 되어야 하는 부분은 이노베이션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에 해당되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자칫, 이노베이션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관리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소위 말하는 ‘백화점식 성과 지표’가 되어 버린다. 이럴 경우, 성과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비용과 노력만 많이 들어갈 뿐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자사가 추구하는 이노베이션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지표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몇 개의 지표가 적당한 것인가? 정답은 없겠지만 이노베이션 전문가들은 약 5~10개 정도의 성과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투입-과정-결과 별로 핵심적인 성과 지표 2~3개씩을 균형적으로 선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는 이노베이션을 책임지는 한 조직 단위에서 너무 많은 지표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한 회사 전체적으로 사용되는 성과 지표의 개수가 10개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경영진과 프로젝트 추진 리더가 필요로 하는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경영진은 회사 전체 수준에서 이노베이션을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 전체의 이노베이션 ROI, 신제품 매출 비중 등의 지표가 필요하다. 또한 어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자원을 투자할 것인가라는 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관리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별 투입 자원, 기술적 성공 가능성, 잠재적 시장 가치 등의 지표도 필요하게 된다. 반면, 일선 현장의 리더 입장에서는 주어진 자원과 일정에 맞추어 개별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척도에 따른 단계적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처럼 조직의 각 단위 별로 차별적으로 성과 지표를 활용하되, 반드시 필요한 핵심 지표만을 선정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
성과 관리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성과 측정이지만, 측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단지 성과 측정에만 그치고 활용되지 못한다면 그저 ‘흥미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원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이노베이션 성과 지표의 활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의 양과 질이 의사 결정이나 개선 활동 등에 활용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있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 상무부 주도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내린 결론 중의 하나도 아직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여기라’고 제안한다. 언뜻 생각하면 이노베이션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조직 내에서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노베이션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어 있는 현 경영 환경을 고려한다면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노베이션 성과 관리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IBM의 딘 스피처 박사는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측정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시험적인 지표라도 적용해보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이노베이션에 강한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
-LG Business Insight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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