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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12. 23:00
언어의 장막(Verbal Overshadowing)이란 생각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래의 이미지나 느낌에 대한  
세부적 정보가 소실되고, 그 상태의 기억만 남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주일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을 보통 알아보지만, 인상 착의를 글로 기술하게 한 후에는 그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언어의 장막(Verbal Overshadowing)’이라고 한다.  
 
‘언어의 장막’을 처음으로 정의한 조나단 스쿨러(Jonathan W. Schooler)에 따르면 우뇌에 저장된 추상적 심상이 언어의 형태로 정의되면서 좌뇌로 이동한다고 한다. 문제는 언어의 형태로 가공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우뇌에 남아있을 심상들이 좌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실된다는 점이다.  
 
언어 기반 사고와 소통의 부작용 
 
언어의 장막은 현재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말과 글에 의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불완전할 뿐 아니라, 원래 대상과 아이디어에 잠재한 상상력과 디테일마저 훼손한다. 왜냐하면 어떤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나면, 사고는 그에 머무르고 그 틀에 집착하기 쉽기 때문이다.  
 
질문지와 인터뷰에 의존한 전통적 시장 조사 방법은 이런 점에서 치명적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조사는 소비자의 의도를 불완전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안들도 제한한다. 이미 표현된, 즉 경쟁사들도 알 수 있는 요소들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사고의 폭을 좁히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보완하는 일련의 과정들도 이러한 문제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객에게서 새로운 것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거나, 사내에서 발의된 아이디어들이 경쟁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고민 중인 기업들은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소통 방법들 : 경험,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그리고 신뢰  
 
아이디어의 부족과 소비자 이해의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은 새로운 소통 방법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첫 번째는 경험이다. 기획자 스스로가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부즈앨런 해밀턴의 컨설턴트인 John Jullens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니즈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빨리 변하기 때문에 나이키나 코카 콜라 같은 회사들은 전통적인 마케팅 조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일상을 사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는 대신, 소비자의 입장이 됨으로써 그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예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언어가 아닌 이미지나 심상의 형태로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가르켜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라고 한다. 3D 렌더링이나 목업(Mock-up) 제작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디자인 회사로 잘 알려진 IDEO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이 프로토타입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지를 말로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던지는 피드백이나 챌린지가 아이디어를 평범하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획자는 초기에 가졌던 창의적 발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정착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현장 실무자와 의사 결정자 사이의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수집된 정보나 아이디어의 수준을 믿지 못할 때 의사 결정자들은 중간 검증 절차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실무자들의 머리 속에서 떠오른 창의적 심상들이 보고와 같은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언어의 장막에 가려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주간경제 9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