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 18:21
우리 기업들이 고객만족경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5년이 지나고 있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만족경영이 기대와 달리 재무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과 재무 성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재무 성과로 연결되는 고객만족경영 포인트를 짚어본다.
90년대 초 이후 고객만족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실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만족활동을 고안하고 실천한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 밑바탕에는 고객을 만족시키면, 만족한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다시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함으로써 기업에 재무적인 성과를 안겨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숨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러 해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기업들이 처음에 가졌던 기대와 다르게 고객만족경영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객만족경영과 재무 성과 간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재무 성과로 연결되는 고객만족 경영 포인트를 짚어본다.
고객만족은 항상 재무성과 제고로 연결되는가
사례 1. 도요타(Toyota)는 J. D. 파워와 What Car 매거진이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영국 자동차 고객만족도(CSI) 조사’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의 영업 이익 또한 7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례 2. 볼보(Volvo)는 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한 결과, 2002년 J. D. 파워 고객만족도(CSI) 순위 5위로 전년 대비 17위 상승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반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9% 감소(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북미 지역 Volvo 자동차 판매 대수)하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위와 같이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 중 고객만족과 기업성과 간 관계가 상반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고객만족도와 기업의 고객 수, 매출액, 순이익, 주가 등 재무 성과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Matthew C. H. Yeung 외 2000; Eugene W. Anderson 외 2004)가 있는 반면,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들(박상준 외 2002)도 있다. 심지어 둘 사이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나온 데이터들(Walter W. Tornow 외 1991; Claes Fornell 1992)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고객만족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결과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만족도와 주주총수익률(TRS: Total Return to Shareholder) 간 관계를 나타낸 <그림 1>을 통해 그 이유를 짚어보자.
고객만족경영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고객 만족이 높을수록 재무 성과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림 1>의 Ⅰ과 Ⅲ 사분면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즉, 만족한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하지 않고 자사 제품을 재구매하거나 구매량을 늘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재무성과 향상에 기여(영역 Ⅰ)한다. 반대로 불만족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하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재무성과를 악화(영역 Ⅱ)시킬 수 있다. 따라서 Ⅰ과 Ⅲ 사분면에 속한 기업은 정상적인 경우이다. 그렇다면 Ⅱ 사분면(고객 만족도가 업계 평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재무 성과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기업)과 Ⅳ사분면(고객만족도가 업계 평균보다 높지만 재무 성과는 업계 평균에 밑도는 기업)에 위치한 기업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낮은 고객만족, 높은 기업 성과 기업 : 영역 Ⅱ
Ⅱ 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을 통해 고객 만족과 상관 없이 기업의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객만족 정신에 입각하여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재구매, 추가구매, 추천 등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일정한 상태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에 의해서도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 심지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손상시키면서도 재무 성과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유에스 에어웨이(US Airways)의 사례를 보자. 1991년 이전까지 이 항공사는 캘리포니아 안의 도시 간 전 노선에서 독점적 위치를 누리고 있었다. 유에스 에어웨이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노선에 대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약속한 서비스인 좌석 업그레이드, 기내식 서비스, 기내 영화상영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고객들은 불만족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이 항공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경우 고객의 만족도는 낮더라도 기업의 재무 성과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해치면서 얻은 재무 성과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예로 든 항공사의 경우, 노선 독점권이 보호되던 시기에는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기업이 착취함으로써 달콤한 재무 성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1991년 항공 규제가 철패 되면서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s) 가 나타나자 18개월 만에 승객의 99%를 빼앗겨 결국 해당 노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수익의 원천인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우월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의 충성행동을 유발해 경영 성과 향상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고객만족, 낮은 기업 성과 기업 : 영역 Ⅳ
고객은 만족하는데 기업의 재무 성과는 낮은 Ⅳ 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높은 고객만족이 기업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이유를 알아보자.
● 고객만족 활동의 타겟이 불분명
위 사례에서 티파니가 저지른 실수는 고객만족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 하나이다. 많은 기업들이 타겟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객만족도 결과를 토대로 고객만족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티파니의 사례와 같이 소수의 충성고객들의 니즈는 다수의 비충성 고객의 목소리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충성 고객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만족활동을 전개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충성고객이 떠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만족 활동은 전반적인 만족도 평균 점수는 향상시킬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경영성과를 향상시키기는 힘들다.
● 만족 고객 90%에 안주
많은 경영자들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라고 응답한 고객이 90% 정도 나왔다면 그 조사 결과를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들은 기존 고객의 90%가 자사 제품을 재구매할 것처럼 해석하고, 90%라는 높은 수치에 안주해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기 쉽다. 하지만 고객의 만족도와 실질적인 재구매나 추천행동 간 괴리는 상당히 크다. 자동차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면 ‘보통’ 이상의 점수를 주는 ‘만족’ 고객이 90%이지만, 실제로 재구매를 하는 고객은 평균 47.9%(J. D. 파워, 2006 Customer Retention Study)에 불과하다. 그리고 베인&컴퍼니(Bain&Company)의 프레드 라이켈트(Fred Reichheld)에 의하면 이탈 고객의 60~80%는 고객만족 조사에서 ‘만족’ 이상의 점수를 준 고객들이라고 한다. 또한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재구매나 추천행동을 할 확률이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제록스(Xerox)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매우 만족’(5점 척도에서 5점)한 고객들이 ‘만족’(3~4점)한 고객보다 재구매 할 가능성이 6배 높다고 한다. 이는 구매 의사결정 시점에서 ‘만족’ 고객들이 ‘매우 만족’ 고객보다 다른 경쟁사가 제안하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사 고객의 대부분이 ‘만족’ 수준에 있다는 결과에 만족해서 안주한다면, 기업의 재무 성과는 향상되지 않을 수 있다.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하는 세 가지 포인트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통해 재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세 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1.고객만족의 대상을 명확히 하라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은 고객 만족의 대상인 ‘고객’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한 기업 안에서 고객들이 기업의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각기 다르다. 체리 피커(Cherry Picker)들은 장기적으로 거래 할 의사 없이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만을 선별적으로 취해 기업의 이익을 갉아먹는 한편, 충성 고객들은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을 기반으로 기업과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함으로써 기업의 튼튼한 이익창출 기반을 형성한다.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기업의 이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이익창출 잠재력을 가진 고객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고객만족 활동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의 수익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 고객을 놓친 ‘티파니의 실수’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또 하나 주지해야 할 점은 타겟 고객이라고 해서 그들이 동일한 니즈와 구매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드사, 통신사의 경우 타겟 고객을 서로 다른 니즈와 구매 행동을 보이는 여러 세그먼트(Segment)로 설정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때 각각의 세그먼트에 맞춤화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일반 고객과 PB(Private Bank) 고객을 모두 중요한 타겟 고객군으로 상정하고 있다면, 각 고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별도의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만일 세그먼트 개념 없이 모든 고객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고객만족 활동을 디자인 한다면, ‘창구 대기 시간’ 등과 같이 일반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이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도출될 것이다. 이는 일반 고객의 수가 PB 고객의 수보다 월등히 많아 PB 고객이 갖고 있는 니즈, 즉, ‘맞춤화된 금융 상담’ 등은 과소평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쏟아 붇는 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PB 고객은 더 나은 가치를 주는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수익 기반은 약화될 것이다.
2.재무 성과 관점에서 고객만족 활동을 실행하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있는 대로 찾으라고 하면 100가지는 더 나올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예산, 인력 등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함으로써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고객만족 요인별 ROI(Return On Investment)를 예측하여 고객만족활동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접근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러 요인 중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요인을 우선적으로 실행함으로써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ROI 예측을 위해서 고객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객만족 요인, 각 요인의 현재 성과 수준, 요인의 성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투자, 투자를 통해 달성 가능한 요인의 성과 향상, 전반적인 고객만족도, 충성행동, 재무 성과의 향상 정도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정보는 개별 기업의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앞의 <그림 2>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고객만족 요인에 대한 ROI를 산출한 예이다.
위의 예를 보면 고객만족 요인의 성과 향상을 위한 투자 → 요인 만족도 향상 → 전반적 만족도 향상 → 고객충성행동(지속거래, 추가구매, 추천 등) 증가 → 매출 증가 경로를 통해 각 요인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단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ROI 정보를 활용해 각 요인에 대한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우선 순위가 높은 고객만족 요인부터 차등적으로 성과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3.고객 만족과 재무 성과 간 Bottle Neck을 관리하라
앞에서 ROI를 산출한 과정은 모두 예측치이다. 따라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한 후 과연 고객만족 활동으로 인한 실제 재무 성과가 ROI 예측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예상과 다르게 고객만족도가 향상되지 않았거나, 만족도는 향상되었는데 그에 따른 충성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객만족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고객만족 측정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일년에 한번 대대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미 한참 과거가 되어 버린 고객만족 활동의 결과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는지 추적하기도 힘들다.
이와 관련된 선진 사례로 HP의 TCE(Total Customer Experience) 측정시스템을 들 수 있다(<그림 3> 참조). HP는 고객만족 측정 시스템을 측정 주기와 측정 깊이에 따라 4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고객만족 활동과 그 성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객만족과 성과 간에 병목점이 발생할 때 그 원인에 대해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개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성과지향적 고객만족 전략 필요
이제까지 고객만족을 통해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영 포인트를 짚어보았다. 다시 한번 주지하고 싶은 점은, 고객만족을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고객만족 점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객만족은 기업의 목적인 장기적인 이윤 추구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고, 고객만족과 기업의 재무 성과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성과지향적인 고객만족 전략’이 필요하다. 옛말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있다. 고객만족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재무 성과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고객만족을 외치며 효율성 없는 고객만족 활동에 지나친 자원을 배분하다 보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은 먼 얘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재구매, 추천행동 등을 통해 기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긍정적인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 주간경제 947호.
90년대 초 이후 고객만족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실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만족활동을 고안하고 실천한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 밑바탕에는 고객을 만족시키면, 만족한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다시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함으로써 기업에 재무적인 성과를 안겨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숨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러 해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기업들이 처음에 가졌던 기대와 다르게 고객만족경영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객만족경영과 재무 성과 간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재무 성과로 연결되는 고객만족 경영 포인트를 짚어본다.
고객만족은 항상 재무성과 제고로 연결되는가
사례 1. 도요타(Toyota)는 J. D. 파워와 What Car 매거진이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영국 자동차 고객만족도(CSI) 조사’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의 영업 이익 또한 7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례 2. 볼보(Volvo)는 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한 결과, 2002년 J. D. 파워 고객만족도(CSI) 순위 5위로 전년 대비 17위 상승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반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9% 감소(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북미 지역 Volvo 자동차 판매 대수)하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위와 같이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 중 고객만족과 기업성과 간 관계가 상반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고객만족도와 기업의 고객 수, 매출액, 순이익, 주가 등 재무 성과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Matthew C. H. Yeung 외 2000; Eugene W. Anderson 외 2004)가 있는 반면,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들(박상준 외 2002)도 있다. 심지어 둘 사이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나온 데이터들(Walter W. Tornow 외 1991; Claes Fornell 1992)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고객만족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결과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만족도와 주주총수익률(TRS: Total Return to Shareholder) 간 관계를 나타낸 <그림 1>을 통해 그 이유를 짚어보자.
고객만족경영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고객 만족이 높을수록 재무 성과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림 1>의 Ⅰ과 Ⅲ 사분면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즉, 만족한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하지 않고 자사 제품을 재구매하거나 구매량을 늘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재무성과 향상에 기여(영역 Ⅰ)한다. 반대로 불만족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하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재무성과를 악화(영역 Ⅱ)시킬 수 있다. 따라서 Ⅰ과 Ⅲ 사분면에 속한 기업은 정상적인 경우이다. 그렇다면 Ⅱ 사분면(고객 만족도가 업계 평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재무 성과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기업)과 Ⅳ사분면(고객만족도가 업계 평균보다 높지만 재무 성과는 업계 평균에 밑도는 기업)에 위치한 기업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낮은 고객만족, 높은 기업 성과 기업 : 영역 Ⅱ
Ⅱ 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을 통해 고객 만족과 상관 없이 기업의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객만족 정신에 입각하여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재구매, 추가구매, 추천 등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일정한 상태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에 의해서도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 심지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손상시키면서도 재무 성과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유에스 에어웨이(US Airways)의 사례를 보자. 1991년 이전까지 이 항공사는 캘리포니아 안의 도시 간 전 노선에서 독점적 위치를 누리고 있었다. 유에스 에어웨이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노선에 대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약속한 서비스인 좌석 업그레이드, 기내식 서비스, 기내 영화상영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고객들은 불만족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이 항공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경우 고객의 만족도는 낮더라도 기업의 재무 성과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해치면서 얻은 재무 성과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예로 든 항공사의 경우, 노선 독점권이 보호되던 시기에는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기업이 착취함으로써 달콤한 재무 성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1991년 항공 규제가 철패 되면서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s) 가 나타나자 18개월 만에 승객의 99%를 빼앗겨 결국 해당 노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수익의 원천인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우월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의 충성행동을 유발해 경영 성과 향상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고객만족, 낮은 기업 성과 기업 : 영역 Ⅳ
고객은 만족하는데 기업의 재무 성과는 낮은 Ⅳ 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높은 고객만족이 기업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이유를 알아보자.
● 고객만족 활동의 타겟이 불분명
위 사례에서 티파니가 저지른 실수는 고객만족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 하나이다. 많은 기업들이 타겟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객만족도 결과를 토대로 고객만족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티파니의 사례와 같이 소수의 충성고객들의 니즈는 다수의 비충성 고객의 목소리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비충성 고객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만족활동을 전개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충성고객이 떠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만족 활동은 전반적인 만족도 평균 점수는 향상시킬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경영성과를 향상시키기는 힘들다.
● 만족 고객 90%에 안주
많은 경영자들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라고 응답한 고객이 90% 정도 나왔다면 그 조사 결과를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들은 기존 고객의 90%가 자사 제품을 재구매할 것처럼 해석하고, 90%라는 높은 수치에 안주해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기 쉽다. 하지만 고객의 만족도와 실질적인 재구매나 추천행동 간 괴리는 상당히 크다. 자동차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면 ‘보통’ 이상의 점수를 주는 ‘만족’ 고객이 90%이지만, 실제로 재구매를 하는 고객은 평균 47.9%(J. D. 파워, 2006 Customer Retention Study)에 불과하다. 그리고 베인&컴퍼니(Bain&Company)의 프레드 라이켈트(Fred Reichheld)에 의하면 이탈 고객의 60~80%는 고객만족 조사에서 ‘만족’ 이상의 점수를 준 고객들이라고 한다. 또한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재구매나 추천행동을 할 확률이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제록스(Xerox)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매우 만족’(5점 척도에서 5점)한 고객들이 ‘만족’(3~4점)한 고객보다 재구매 할 가능성이 6배 높다고 한다. 이는 구매 의사결정 시점에서 ‘만족’ 고객들이 ‘매우 만족’ 고객보다 다른 경쟁사가 제안하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사 고객의 대부분이 ‘만족’ 수준에 있다는 결과에 만족해서 안주한다면, 기업의 재무 성과는 향상되지 않을 수 있다.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하는 세 가지 포인트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통해 재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세 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1.고객만족의 대상을 명확히 하라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은 고객 만족의 대상인 ‘고객’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한 기업 안에서 고객들이 기업의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각기 다르다. 체리 피커(Cherry Picker)들은 장기적으로 거래 할 의사 없이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만을 선별적으로 취해 기업의 이익을 갉아먹는 한편, 충성 고객들은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을 기반으로 기업과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함으로써 기업의 튼튼한 이익창출 기반을 형성한다.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기업의 이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이익창출 잠재력을 가진 고객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고객만족 활동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의 수익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 고객을 놓친 ‘티파니의 실수’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또 하나 주지해야 할 점은 타겟 고객이라고 해서 그들이 동일한 니즈와 구매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드사, 통신사의 경우 타겟 고객을 서로 다른 니즈와 구매 행동을 보이는 여러 세그먼트(Segment)로 설정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때 각각의 세그먼트에 맞춤화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를 연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일반 고객과 PB(Private Bank) 고객을 모두 중요한 타겟 고객군으로 상정하고 있다면, 각 고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별도의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만일 세그먼트 개념 없이 모든 고객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고객만족 활동을 디자인 한다면, ‘창구 대기 시간’ 등과 같이 일반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이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도출될 것이다. 이는 일반 고객의 수가 PB 고객의 수보다 월등히 많아 PB 고객이 갖고 있는 니즈, 즉, ‘맞춤화된 금융 상담’ 등은 과소평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쏟아 붇는 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PB 고객은 더 나은 가치를 주는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수익 기반은 약화될 것이다.
2.재무 성과 관점에서 고객만족 활동을 실행하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있는 대로 찾으라고 하면 100가지는 더 나올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예산, 인력 등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함으로써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고객만족 요인별 ROI(Return On Investment)를 예측하여 고객만족활동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접근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러 요인 중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요인을 우선적으로 실행함으로써 고객만족과 재무 성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ROI 예측을 위해서 고객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객만족 요인, 각 요인의 현재 성과 수준, 요인의 성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투자, 투자를 통해 달성 가능한 요인의 성과 향상, 전반적인 고객만족도, 충성행동, 재무 성과의 향상 정도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정보는 개별 기업의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앞의 <그림 2>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고객만족 요인에 대한 ROI를 산출한 예이다.
위의 예를 보면 고객만족 요인의 성과 향상을 위한 투자 → 요인 만족도 향상 → 전반적 만족도 향상 → 고객충성행동(지속거래, 추가구매, 추천 등) 증가 → 매출 증가 경로를 통해 각 요인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단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ROI 정보를 활용해 각 요인에 대한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우선 순위가 높은 고객만족 요인부터 차등적으로 성과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3.고객 만족과 재무 성과 간 Bottle Neck을 관리하라
앞에서 ROI를 산출한 과정은 모두 예측치이다. 따라서 고객만족 활동을 전개한 후 과연 고객만족 활동으로 인한 실제 재무 성과가 ROI 예측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예상과 다르게 고객만족도가 향상되지 않았거나, 만족도는 향상되었는데 그에 따른 충성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객만족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고객만족 측정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일년에 한번 대대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미 한참 과거가 되어 버린 고객만족 활동의 결과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는지 추적하기도 힘들다.
이와 관련된 선진 사례로 HP의 TCE(Total Customer Experience) 측정시스템을 들 수 있다(<그림 3> 참조). HP는 고객만족 측정 시스템을 측정 주기와 측정 깊이에 따라 4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고객만족 활동과 그 성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객만족과 성과 간에 병목점이 발생할 때 그 원인에 대해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개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성과지향적 고객만족 전략 필요
이제까지 고객만족을 통해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영 포인트를 짚어보았다. 다시 한번 주지하고 싶은 점은, 고객만족을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고객만족 점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객만족은 기업의 목적인 장기적인 이윤 추구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고, 고객만족과 기업의 재무 성과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성과지향적인 고객만족 전략’이 필요하다. 옛말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있다. 고객만족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재무 성과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고객만족을 외치며 효율성 없는 고객만족 활동에 지나친 자원을 배분하다 보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은 먼 얘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재구매, 추천행동 등을 통해 기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긍정적인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 주간경제 9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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