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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3. 17:40
주가수익비율(PER)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주가 수준을 살펴 보았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PER가 역사적 최대치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채권수익률, 성장성 등을 고려할 때에 우리나라 주가가 과대평가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거침없이 상승하던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춤거리고 있다. 올해 1월 1,300포인트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하여 7월 25일 종가 기준으로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2,000포인트를 달성한 이후 코스피지수는 크게 급등락하면서 하락, 8월 1일 현재 1,856.45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주가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가상승률이나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s ratio : PER) 등을 고려할 때 주가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었다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에서는 이익의 성장성이나 금리 등과 같은 기초적 여건을 고려할 때에 주가의 상승여력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투자지표로서 실적과 비교한 상대적인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데 흔히 사용된다. PER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주가 수준을 가늠하여 본다.  
 
올해 우리나라 주가상승률 세계 최상위권 
 
우리나라 주가는 올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7월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 지수는 작년 말에 비해 32.9%가 상승했다. 코스닥시장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코스닥 지수는 작년말 606.15포인트에서 7월 30일 794.19포인트로 31.0% 상승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였다. 전세계 대다수 국가의 주가가 상승하였고 하락한 국가는 조사대상 39개 중에서 영국, 스위스를 비롯하여 6개국에 불과했고 20.1% 하락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주가가 상승한 여러 나라 주식시장 중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세계 39개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를 대상으로 국가별 주가상승률을 계산해 본 결과, 페루의 주가지수(Lima General)가 79.6%를 상승하여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중국의 주가지수(Shanghai Composite) 상승률이 66.0%를 기록하여 두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4위, 코스닥지수는 6위로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랐다. 주가지수 상승률 수준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전세계 평균 14.6%에 비해 2배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표 1> 참조).  
 
주가 고평가 의견 힘 얻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주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주가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 고평가 수준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되는 것이 PER이다. 과거에 비해 PER가 높아졌기 때문에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PER는 상당히 높아졌다. 1990년 이후 2007년 7월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평균 PER는 13.9였다. 2002년도 초반에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PER가 40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 주가 수준이 높아진 2000년 이후에도 평균 PER는 14.1로서 1990년대(13.7)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하면서 PER도 빠르게 높아졌다. 올해 초에 10~11 수준에 머물던 PER는 5월 13.8, 6월 14.9, 7월 16.5 등으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7월 하순에는 PER가 17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실적과 주가의 비율로서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PER가 높아지면서 주가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는 의견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그림 1> 참조).   
 
우리나라 PER, 다른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  
 
그러나 PER 수준의 추이만을 통해 주가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PER는 기업이나 주식시장 등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의 상호 비교를 통해서 실적에 대비한 상대적인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PER를 통해 주가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PER 단독으로 과거의 추이를 보기보다는 비교가 가능한 동등한 대상과 비교하여 주가의 상대적인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inancial Times가 집계하는 각국의 PER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PER는 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07년 7월 27일 Financial Times 기준 우리나라의 PER는 12.6이다. 이는 세계 평균 18.8의 2/3 수준으로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PER는 자료가 제공되는 50개국 중에서 42위로서 매우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 25.0, 인도 19.8, 러시아 18.5, 브라질 15.4 등 BRICs 국가를 비롯하여 홍콩 24.3, 대만 16.3 등 주요 개도국의 PER는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일본 21.0, 미국 19.8, 프랑스 15.4, 독일 14.3 등 주요 선진국의 PER도 우리나라보다 높았다(<그림 2> 참조).  
 
PER 계산방법, 계산에 포함된 종목 등의 차이로 인하여 국가간 PER의 비교에 의해 주가 수준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한계점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간 PER 비교를 통해 올해 들어 우리나라 주가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주가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상품의 상대적인 수익률로 가격 수준 평가 
 
주가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역사적 PER 추이 또는 다른 국가와의 비교 등과 같이 PER 자체만을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익성이나 성장성, 금리 등과 같은 주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시기별로 또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PER를 결정하는 기초적 요인의 변화나 다른 금융상품과의 상대적인 수익률 등을 고려하여 주가수준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의 상대적인 가치는 다른 금융상품과의 수익률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금융상품의 가격이 균형을 찾아간다면 서로 위험에 따라 유사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가격이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이 낮으면, 주식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주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률이 높다면, 현재 주식 가격은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PER의 역수는 주당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것으로 주가에 대해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PER의 역수는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PER의 역수와 채권수익률을 비교하면 주식과 채권의 상대적인 가격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채권수익률과 PER의 역수와의 비율(수익비율=채권수익률÷[1/PER])을 통해서 상대적인 금융상품간의 평가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채권수익률이 PER의 역수보다 높아 수익비율이 1보다 크면 채권이 주식에 상대적으로 저평가, 주식이 채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PER의 역수가 채권수익률보다 높아 수익비율이 1보다 작으면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권에 비해서 주식 저평가 
 
우리나라의 PER와 채권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아직은 주식이 채권에 비해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07년 7월 현재 국고채수익률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수익비율은 0.88이었고, 회사채수익률과 비교한 수익비율은 0.95로서 1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채권보다는 주식의 상대적인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된 수익비율에는 주식과 채권의 투자에 따르는 위험도의 차이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PER가 기업실적이 부진했던 2006년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되었고, 올해에는 상장기업의 실적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주식투자의 상대적인 메리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국채수익률과 PER를 비교하여도 우리나라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2007년 7월 27일 기준 뉴질랜드(1.46), 그리스(1.09), 멕시코(1.04) 등은 수익비율이 1을 넘었지만 미국 0.94, 영국 0.53, 일본 0.37 등 상당수 국가의 수익비율이 1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나라도 0.87에 머물렀다(<그림 4> 참조). 미국이나 EU, 일본 등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남아 있고 금리인상 폭에 따라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달라지겠지만, 세계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기업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주식시장의 투자 메리트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에 내재된 성장성, 실제 성장성보다 낮아 
 
주가에는 미래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 따라서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 내재된 성장성을 파악하면 주가 수준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성장성이 높을수록 주가 수준은 높아지게 된다. 만약에 내재된 성장성이 실제 성장성에 비해서 낮다면 주가는 과소평가, 내재된 성장성이 실제 성장성에 비해서 높다면 주가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PER를 통해 주가에 내재되어 있는 성장성을 추정하여 본 결과, 내재성장률이 실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성장성을 통해 본 주가는 과소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5> 참조). 2000~2006년 동안 내재성장률은 9.0%로 추정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이익이 평균 9%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상장기업의 실제 이익증가율은 14.6%에 달했다.  
 
올해 들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당분간 실적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실제 이익의 성장성은 높아질 여지가 크다. 주가에 내재된 성장성이 아직은 실제 성장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주가가 과대평가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적개선의 지속과 금리가 관건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고 PER가 높아짐에 따라 주가의 고평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PER 수준을 보고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PER 수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비교, 대체투자상품인 채권수익률과의 비교, 내재된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우리나라 주가가 과대평가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가를 결정하는 기초적 요인이 튼튼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의 호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실적 호조, 낮은 금리 등과 같은 우호적인 주식시장 여건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현재 5.2%에 머물고 있는 국고채수익률이 6%에 근접하면 주가는 상당한 하락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PER 수준과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때에 국고채수익률 6%는 수익률 측면에서 상당한 투자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정보가 빨리 반영되기 때문에 급등락하는 속성을 가진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함에 따라 앞으로는 종목간 주가 차별화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외여건의 변화에 따라 주식시장 전체의 변동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급등락에 따른 단기적 추세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기초적 여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에 임한다면 주식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주간경제 9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