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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6. 15:52
월街의 뒷골목엔 '비열한 거리'가 있다
Fooling some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누군가는 계속 속게 마련) David Einhorn, 2008
자본주의 심장 '월 스트리트'
잃는 자와 버는 자… 음모와 진실
그 숨막히는 '쩐의 전쟁'
- 조기준 JP모간 증권 서울지점 고문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아인혼(David Einhorn)은 27세이던 1996년에 헤지펀드인 그린라이트 캐피털(Greenlight Capital)을 설립, 현재 5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투자 업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이 책에서 그는 월가의 주식거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쩐의 전쟁'의 실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설립한 헤지펀드 그린라이트는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종목을 매수하는 한편, 고평가 종목을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롱·숏 기법을 적극 구사한다. 그런데 저자는 2002년 한 자선 투자 컨퍼런스에서 "좋은 투자 전략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비상장 중소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회사인 얼라이드캐피털(Allied Capital)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근거로 이 회사의 사업이 어려움에 빠져 있고, 회계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든다. 강연 다음날 얼라이드캐피털의 주가는 폭락한다. 지금까지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그린라이트와 얼라이드캐피털 간의 치열한 공방전의 서막이었다.

저자는 얼라이드캐피털과의 분쟁을, 수익을 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엔론이나 월드콤 사건 등에서 드러난 미국 기업의 광범위한 회계 분식 관행을 종식하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얼라이드캐피털 주식의 공매도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전부 자선기관에 헌납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어쨌든 독자 입장에서는 이 싸움을 통해 주식시장의 생태, 헤지펀드의 투자 행태, 그리고 기업 회계분식의 실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얼라이드캐피털과의 분쟁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다양한 투자 경험을 소개한다. 그 중 저자가 지금도 뼈아프게 생각하는 실패담은 주식 투자에 있어 소신과 근성 그리고 장기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일깨워 준다.
1999년 9월 그린라이트는 그 해 6월 15달러에 상장된 인터넷 B2B 업체 캠덱스(Chemdex)의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르자 그쯤 하면 오를 만큼 올랐다 싶어 자본금의 0.5%를 동원하여 그 회사 주식을 26달러에 공매도했다. 그러나 캠덱스의 주가는 IBM과의 업무 제휴 발표 등에 힘입어 계속 상승한다.

이에 그린라이트는 손실 만회를 위한 물타기로 다시 자본금의 1%를 쏟아 부어 캠덱스 주식을 71달러에 추가로 공매도한다. 그런데도 캠덱스는 모간스탠리의 스타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Meeker)가 주가 전망을 'outperform'으로 평가하고, 단순히 회사 명을 벤트로(Ventro)로 변경한 것만으로 연일 상승을 계속하게 된다. 얼이 빠진 그린라이트는 2002년 2월 22일 164달러에 공매도를 청산함으로써 무릎을 꿇었고 자본금의 4%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뒤에 그린라이트는 땅을 치고 만다. IT 버블이 꺼지면서 그 해 말 캠덱스(벤트로)의 주가가 2달러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증시에서나 주식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 간에는 치열한 싸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벌게 되는 공매도측이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매입 또는 보유 측에 비해 소수의 입장에 서게 되거나, 사악한 집단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주식을 공매도한 측에 선 저자의 주장이 아무리 진실을 향한 외침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관한 나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음모로 비쳐지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얼라이드캐피털과의 분쟁으로 인해 당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Spitzer) 검사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 피의자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저자는 그 기회를 활용하여 얼라이드캐피털의 회계 부정을 입증하려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무위에 그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능한 감독당국, 타협적인 정치인, 투자자의 눈을 가리려는 월가의 위선을 비판한다. 그는 그래서 월가란 곳이 '누군가는 계속 속게 마련'이며 제2의 엔론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저자가 얼라이드캐피털의 회계 부정을 지적하는 주된 논거는, 이 회사가 투자한 기업의 부실 내용을 그 때 그 때 제대로 회계에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자산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데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강조되는 시가평가(時價評價)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기업이 자산가치를 크게 보이고자 하는 유혹이 커지게 되는 현실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당연히 시가평가에 의한 회계처리가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얼라이드캐피털 측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또는 대출의 경우 늘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제대로 신용 등급을 매기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또 한다 하더라도 빈번한 상각(償却) 또는 이익 환입이 회계의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유망한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육성과 발전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최근 월가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신용 경색과 경기 둔화에 대응해 시가평가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엄격한 인플레 파이터로 유명한 폴 볼커(Volcker) 전 FRB 의장조차 최근 한 연설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가평가제의 유용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이 공표하는 회계 장부를 바탕으로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이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위안을 받게 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04/20080704007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