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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9. 10:04
세계경기 급락과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경기는 2008년 4분기 이후 가파르게 하강하면서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경기와 동조화가 심해지고 있는 국내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는 2009년 중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선진국에 대한 내구재 수출과 개도국에 대한 자본재 수출이 위축되고 수출단가도 하락하면서 2009년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둔화에 따른 소득창출 부진과 신용공급의 제약으로 내수경기의 침체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소비 및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 경에는 세계와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가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약 1%p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내년 중 국내경제 성장률은 1%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위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평균 취업자 증가수는 2008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가 및 환율이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를 기록할 것이며 경상수지도 소폭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 목 차 > 
 
Ⅰ. 향후 경기의 흐름
Ⅱ. 대외거래
Ⅲ. 내수경기
Ⅳ. 맺음말
 
 
 
Ⅰ. 향후 경기의 흐름 
 
 
4분기 이후 실물경기 급락 
 
국내 실물경기는 2008년 1월 이후 하향국면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동안에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내수경기를 악화시키면서 경기를 하강국면으로 이끌었다면 하반기 이후부터는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도 커지고 있다. 특히 4분기 들어 경기는 급격하게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기관 부실화는 경제주체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크게 확대시켰고 이는 금융 측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그리고 실물경기 측면에서는 디레버리지(de-leverage)를 통한 수요의 급격한 위축이라는 현상을 낳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외화유동성의 급격한 유출 등으로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했고 경제주체들의 내수심리도 빠르게 악화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수요위축으로 그동안 성장을 지지해주던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급격한 매출저하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기업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한계기업들의 부실우려도 커지고 있다. 4분기 중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전년동기비로도 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와 같은 실물경기 급락은 거대 금융기관들의 몰락을 계기로 경제주체들이 이제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불안심리를 수요위축이라는 경제행동으로 일시에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급격한 수요위축은 기업수익 악화를 통해 금융부실을 확대시켜 다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쁠 것으로 생각되어 당 연구원은 10월에 발표했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자 한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 
 
정부의 금융안정대책 효과로 금융부문의 극심한 불안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기업들의 신용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어 신용경색과 이에 따른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가격 하락과 고용위축으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속되면서 선진국이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개도국 경기도 성장세의 큰 폭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우리나라와 세계경기의 동조화 현상은 2009년 중에도 지속될 것이다(박스기사 참조).  
 
2009년 상반기까지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수출에 따른 소득창출이 크게 줄어들고 이것이 내수경기 및 고용에도 파급될 것이다. 세계적인 생산설비 조정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2009년에는 아시아국의 자본재 및 중간재 공급국의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선진국으로의 내구재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동안 장치산업 부문에서 설비를 확장시킨 개도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가격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2009년 초반까지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이후에도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둔화에 따른 소득창출 부진과 신용공급의 제약으로 내수경기의 위축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소비 및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로 고용위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취업자 증가수가 마이너스에 이르고 이에 따라 고용저하와 소득 및 수요창출 둔화의 악순환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부양책이 없을 경우 마이너스 성장  
 
경기를 하락시키는 국내외적인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위적인 수요부양이 없다면 수요위축과 고용감소의 악순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심각한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09년 중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공표하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중에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세계경기의 하강추세도 완화되면서 국내경기의 빠른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의 조기집행이 예상되고 있으나 신용경색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정책의 효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 하반기 경기는 본격적인 회복이라기보다는 가파른 침체에 따른 상대적 안정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하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기침체는 일반적인 경기하강보다 기간이 길고 폭도 깊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과잉부채와 금융부실 문제가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여력을 위축시키고 가계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실물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과잉유동성 발생에 따른 부채 누적으로 현재 디레버리지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중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조정이 2008년 4분기 이후 본격화되어 2009년 중 계속되면서 소비의 회복세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투자심리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 중 국내경제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1.6% 전망)과 비슷한 1.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현재 발표된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경우 성장률을 1%p 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박스기사 참조). 금융시장 지원 등 통화정책의 효과까지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2009년 중 국내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반기 중에는 0%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중 3% 내외로 성장률이 반등할 전망이다.  
 
 
Ⅱ. 대외거래 
 
 
수출 및 경상수지 
 
개도국의 수입수요 확대와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2008년 3분기까지 20%대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온 우리 수출이 2009년에는 급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공식적인 경기침체를 선언한 가운데 2009년에는 이들 모두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도 그간의 고성장 기조에서 한 단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주력 품목의 구성으로 볼 때 세계의 수입수요 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먼저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와 소득감소에 따라 내구소비재에 대한 구매가 가장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자동차, 가전 등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내구소비재에 대한 수요 급락으로 인해 2009년에도 對선진국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본재(2008년 10월 현재 48.9%)에 대한 수출 전망 또한 마찬가지이다. IT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업 부문이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위축이 발생함에 따라 글로벌 재고조정과 투자위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근래까지 호조를 보였던 석유제품, 화공품, 철강제품, 기계류 등도 향후 재고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기 하락세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세계경제 성장률은 전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다(<그림 4> 참조).  
 
단가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출증가율 예상 
 
2009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올해와 비슷한 1,10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평균적으로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어 환율여건은 2008년에 비해 다소 개선될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 수출물량 증가율은 2008년의 6%대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제 성장률보다는 높은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5> 참조).  
 
반면 수출단가는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으로 떠오른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강 제품 등은 그 동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누려온 제품들이다. 그러나 해외수요 급락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2004년 중반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 또한 급격히 떨어져 2009년 중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수요감소로 더욱 좁아진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IT제품들의 단가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금액기준 수출은 2008년 대비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감소, 여행수지 개선으로 경상수지는 흑자 
 
2008년 원자재 수입가격의 급등으로 60억 달러 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는 2009년 중에는 70억 달러 가량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상품수지 흑자는 2008년보다 늘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기반 약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급락으로 인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여행수지의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위축에 따라 소득탄력성이 큰 여행지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전망이지만 2009년 초반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해외여행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서비스부문 경쟁력 저하로 사업서비스 부문의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서비스수지의 가장 큰 적자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Ⅲ. 내수경기 
 
 
소비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2008년 소비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입단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소득의 상당부분이 수입으로 유출되어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소비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4분기 이후 유가하락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있으나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중에도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측면을 보면 유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겠지만 이제는 수출이 급락할 것이라는 점이 소득수준을 크게 높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 수익성 악화가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임금상승률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2009년 중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2009년 중 0%대의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격 하락이 부채조정 가속화 
 
자산가격의 하락도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8년 말 주가는 연평균 대비 20% 이상 떨어져 있어 2009년 중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2008년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소비의 행태방정식을 이용하여 보면, 소비는 실질소득(GNI)과 주택가격, 주가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3> 참조).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역(逆)의 자산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89.6%에 달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가계들의 부채감소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비하기보다는 부채를 상환하려는 노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기관들도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저하 등으로 가계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이후 두 차례의 가계부채 조정기는 평균 2년 이상 지속되어 왔고 현재의 부채조정이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중에도 가계의 부채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6> 참조).  
 
감세, 고용진작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의 급속한 침체를 막아주는 요인이 되겠지만 2009년 상반기 중 소비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경기정책의 고용효과가 커지면서 민간소비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으로 1% 내외의 저조한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공급과잉으로 재고조정 및 신규투자 위축 예상 
 
세계경기 급락으로 설비투자 조정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기계수주액 등 투자의 선행지표들 역시 설비투자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세계경제의 잠재성장 능력 저하로 수요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5% 가까운 세계경제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의 빠른 확충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1~2%대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고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수요도 큰 폭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을 통해 본 기업의 투자심리는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다소 긍정적인 측면은 우리나라의 과잉설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설비투자를 늘리기보다는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생산증가에 대응해 왔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의 보수적인 경영분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2001년 이후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평균 3.1%에 그쳤다.
 
IT산업 투자둔화 폭 클 전망 
 
그렇지만 2009년 중 설비투자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설비투자는 그 속성상 GDP, 민간소비보다 변동성이 큰 측면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설비투자의 변동성은 GDP의 약 4~5배에 이르러, 향후 설비투자의 변동폭이 실질GDP 증가율의 변동폭보다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그림 7> 참조).  
 
산업별로 보면 국내 설비투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IT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경쟁과열로 가격이 원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고 2009년 수요감소에 대비해 주요 기업들이 감산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2009년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의 설비투자가 2008년 대비 약 27%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내구재소비 위축으로 LCD 등 가전부문 투자도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설비투자 증설을 기대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이며, 석유화학 산업 역시 국내의 경우 그 동안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설비투자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투자 조정 폭을 확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설비투자 중 외부자금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감소하였지만 아직도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자금여력이 취약하고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제약될 전망이다. 투자여력이 남아 있는 기업들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설비투자 증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건설투자 
 
미분양, 부동산가격 약세로 민간 주택투자 부진 지속 
 
2007년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던 건설투자는 2008년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장기적인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규모 균형개발사업들의 본격적 추진에 따른 공공 토목수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과 수급불균형에 따른 미분양 누적 등으로 주거용 건축투자가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민간 건설부문의 위축현상은 2009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부동산가격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8> 참조). 미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2009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개도국 시장으로 파급되려는 조짐도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거품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장기적 성장잠재력 둔화로 부동산으로부터 얻어지는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실질가치(fundamental value)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택의 실질수급과 관련된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주택가격 하락 예상은 자산으로서의 주택의 기대수익을 떨어뜨려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2008년 9월 현재 미분양주택이 15.7만호로 크게 누적되어 있는데 이는 연간 주택건설호수의 3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결국 2009년 중 수요부진과 재고해소로 인해 주택공급의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 재정지출 효과 본격화 
 
여기에 부동산 개발금융(PF)을 통한 주택공급이 제약될 것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8년 6월 현재 7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PF 중 저축은행 등을 통한 사업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 2009년 중에는 신규 공모가 위축될 것이다. 부실 건설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건설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제약될 것이다.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상가나 공장 등 비주거용 건설투자도 부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공공부문의 토목건설 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정비 및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한 2009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08년 대비 26.9% 증가한 24.7조원에 이르고 있다. 재정지출이 실제 건설투자로 이어지는 시차를 고려할 때 공공투자 증대는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로 및 철도 부문과 4대강 정비 부문 등에 SOC 투자가 집중될 계획이다. 또한 최초 분양이 2009년에 집중되어 있는 2기 신도시 공급물량 확대 등의 요인이 민간부문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2009년 전체 건설투자는 상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될 전망이다.  
 
물가 
 
소비자 물가 하향 안정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급등 속에 환율 상승까지 이어져 2008년 상반기 4.3%, 3분기 5.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세계경제 침체 우려 속에 물가불안의 주요인이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하였고, 국내 실물경제 역시 크게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근원물가지수가 여전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실물경기 침체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심각히 우려되었던 물가의 2차 파급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 국제유가, 총수요압력 변수를 이용하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행태방정식을 추정, 요인별로 분해해보면 2008년에는 모든 변수들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2009년 중에는 유가와 총수요측면에서 물가하락 압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그림 9> 참조). 국제유가는 2009년 중 2008년 평균 대비 5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이고 총수요압력 역시 국내경기 침체에 따라 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1분기까지는 환율의 영향으로 3%대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이후 점진적인 안정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이후 경기의 상대적 반등이 예상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안정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200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대 초반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2009년 취업자수 2008년보다 줄어들 전망 
 
2009년에는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수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위축으로 전통적으로 고용을 크게 흡수하던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수출기업들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신규인력 채용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정규직이나 장기근속자에 대한 정리해고, 명예퇴직의 실시 등이 취업자수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파산에 따른 해고자, 실업자도 늘어나 취업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GDP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의 수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는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그림 10> 참조) 이러한 취업유발계수의 장기추세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2009년에는 우리 경제가 약 2%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2008년의 취업자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장기계약에 따른 고용의 경직성으로 고용수준을 전년과 같이 유지하는 임계성장률은 2%대 후반보다 좀 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크게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취업자수는 2008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수요부문별로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취업유발효과가 큰 소비나 투자가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실업률은 여전히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여력의 약화, 청년층의 구직기간 장기화에 따른 실망실업자화 효과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에서 탈락하여 비경제활동인구화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이 심화될수록 고령 인구는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경제활동참가율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의 구직기간도 점점 더 길어지면서 그 중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Ⅳ. 맺음말 
 
 
2009년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수요침체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기업부실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2009년 상반기 중 지속될 것이다. 고용창출의 저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취업자수가 줄어들면서 고통을 느끼는 가계의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감소와 수요둔화의 악순환을 막지 못한다면 부실해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금융기관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충격으로 인해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쓰러지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요의 부양을 통해 경기위축이 우리경제의 성장기반에 손실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정부는 금리인하 등과 함께 대규모 재정정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경기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과감한 금융완화 기조를 통해 원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여 신용경색과 자산가격 하락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만으로는 바로 소비나 투자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공투자 확대, 고용진작 등 재정팽창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내수부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는 국가들도 대규모 부양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다소의 재정적자 부담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정책을 찾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계획된 부양책들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세의 일시적 감면 등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세제정책을 병행하고 이미 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지출의 일정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지출의 경우 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따른 시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경기상황을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지표들의 기준치를 정하여 실제 경기가 이보다 크게 위축될 경우 추가경정 예산 수립 등을 통해 경기 부양의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