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 인구구조 변화, 환경/자원 희소화, IT 기술 진보, 규제 지형 변화라는 5가지의 글로벌 트렌드는 세계 변화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힘으로서,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진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당분간은 5대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이 다소 굴절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래의 유망 기술 테마를 선견하고 조기에 활용하려면, 5가지 글로벌 트렌드가 야기하는 새로운 기술 니즈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미래 기술 니즈들을 종합해 10가지의 기술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향후 주목할 10대 기술 키워드는 이동성, 세계-지역성(Glocality), 휴먼케어, 메가시티, 친환경, 대체, 감성, 창조, 규제준수, 윤리 등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향후 5대 글로벌 트렌드와 10대 기술 키워드를 고려할 때, 자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돌파구 마련이 가능한 기술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10대 기술 키워드가 자사의 산업 영역과 접목되며 나타날 기술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10대 기술 키워드의 연장선 상에서 미래 신기술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불황기에는 창조적 파괴가 극적으로 전개된다. 격동의 시기에 파괴당하지 않고 오히려 산업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려면 명확한 방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제시한 5대 글로벌 트렌드와 10대 기술 키워드는 미래 기술 혁신과 신사업의 방향성을 정립하는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5대 글로벌 트렌드의 의미와 전망
Ⅱ. 10대 미래 유망 기술 키워드와 관련 기술
Ⅲ. 기업의 대응 방향
I. 5대 글로벌 트렌드의 의미와 전망
21세기 들어 글로벌 경제는 크게 변화해 왔다. 세계 경제를 변화시킨 중요한 요인들로는 글로벌화, 인구구조 변화, 환경/자원 희소화, IT 기술 진보, 규제 지형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5가지 글로벌 트렌드들은 세계 변화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힘(Fundamental Driving Forces)으로서,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진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향후 2~3년간은 금융 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기존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이 다소 굴절,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즉 세계 경제의 미래상은 근본적 변화 동인인 5대 글로벌 트렌드가 불황이라는 경기순환적인(Cyclical) 변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5가지 글로벌 트렌드는 기술 관점에서 크게 3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러한 동인들은 새로운 글로벌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문제 해결상 기술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1세기 들어 기후 변화 문제는 핵심 글로벌 의제가 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기후 변화 대응에 대체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그린 빌딩 등 GT(Green Technology)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한다. 예로써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선진국의 노령화와 우먼 파워 증대 등은 IT 부문의 기술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고속화, 대용량화 같은 성능 향상보다 사용하기 쉽고 감성적 매력을 창출하는 기술 개발에 무게가 더 실리는 추세이다. 쓰기 편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제품의 다양한 등장, 복잡한 조작없이 몸으로 즐기는 닌텐도 위(Wii) 게임기의 성공, IT기기 조작 방식으로서 터치/햅틱 기술의 재조명 등은 이를 잘 반영한다.
셋째, 기술 기반의 신산업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노령화는 휴먼케어 산업이 장기적으로 부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환경/자원 희소화와 규제 지형 변화는 그린 산업이 본격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1) 글로벌화
1990년대 이래 글로벌화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기업의 활동 무대와 개인의 사고 지평이 세계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21세기의 글로벌화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
첫째,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단위의 통합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시장의 지리적 범위가 로컬에서 글로벌로 넓어지면서 개별 품목의 시장 규모도 크게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판매량은 1995년에는 4,200만대에 불과했지만,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2008년에는 29배나 커진 12억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요소의 조달 지역도 더 저렴하고 양질인 곳을 찾아 전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 인력, 물자, 자금의 글로벌 이동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둘째, BRICs 등 신흥국 경제가 부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이 점차 이동할 것이다. 특히 선진국 시장이 침체 또는 정체하는 가운데, 신흥국의 중산층 시장과 글로벌 롱테일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다.
셋째, 글로벌 차원의 초경쟁(Hyper-Competition) 시대가 열릴 것이다. 노동, 토지, 원재료 등 경영 자원의 획득이 용이해지고, 시장과 산업간 장벽이 붕괴하면서 산업 내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게다가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갖춘 신흥국 기업들과 창의적 사업 모델로 무장한 신규 도전자들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TV, 자동차, IT 분야에서는 이미 이러한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만 세계 경기 침체는 글로벌화에 일시적인 제동을 걸 전망이다. 그 강도는 불황이 얼마나 깊고, 오래갈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세계 교역량이 단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또한 불황은 지역 단위에서 반글로벌화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공정무역주의를 가장한 보호무역주의의 발흥을 우려하고 있다. BRICs 등 신흥국 경제도 경착륙하겠지만, 그나마 선진국에 비하면 사정이 나을 전망이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의 전망에 따르면 2009년 미국, 유로권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데 반해, 신흥시장은 3%대의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2)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화가 시장의 외연을 국가 단위에서 세계로 크게 확장시킨다면, 인구구조 변화는 개별 시장의 내적 특성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21세기의 인구구조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내용은 고령화, 라이프스타일 변화, 도시화라 말할 수 있다.
첫째, 선진국에서는 고령 소자화(高齡 少子化)가 급진전될 것이다. UN인구예측에 따르면, 선진국 전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5년 15.3% (총 21.5억 명)에서 2025년 20.7%(총 26.1억 명)으로 느리지만 뚜렷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제 및 사회 전반의 활력 감소, 의료비 및 연금의 사회부담 증대와 같은 고령화의 부작용이 향후 전세계적인 이슈가 될 것이다.
둘째, 21세기에는 전례 없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DINK(맞벌이 무자녀) 가정, 편모/편부 가정, 다문화 가족, 기러기 가족, 황혼이혼, 동성부부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함께 핵가족화로 인해 가사 패러독스가 현대인들의 골치거리가 될 것이다. 가사노동의 절대량은 감소하나 개인이 느끼는 가사 부담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셋째,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메가 시티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시 거주 인구는 2007년에 32억 명, 2030년에는 49억 명으로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메가 시티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로 2005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20개에 달했다. 동북아만 보더라도 베이징, 상하이, 서울, 도쿄 등 쟁쟁한 도시들이 동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 환경 및 자원 이슈
산업화, 도시화, 인구 증가,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반작용으로 21세기에는 기후 변화, 천연자원 희소화,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은 이미 21세기의 핵심 글로벌 이슈로 자리매김하는 추세이다. 현재 국제 사회는 포스트 교토 체제를 준비하는 등 기후 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유럽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난 12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린다는 20/20/20 정책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도 오바마가 대권을 잡으면서 불황 타개의 성장 동력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향후 기업들에게도 저탄소 경영과 친환경 성장 기회의 활용은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천연자원 희소화도 국가, 기업에게 큰 골치거리가 될 것이다. 신흥국의 산업화로 인해 자원의 수급 균형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2~3년간 세계는 석유, 금, 희소금속 등 원자재 전반의 유례없는 가격 파동을 경험했다. 2000년대 초반 배럴당 20~30$ 대였던 석유는 2008년에 최고 140$를 넘었다.
금도 온스당 300$ 수준에서 최고 980$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은 최근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다행히 하향세이지만, 3~4년 후 경기가 회복되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에 다시 폭등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환경 오염 이슈도 삶의 질 관점에서 재조명될 것이다. 이미 물, 공기, 토양, 삼림, 생물 등 인류 존속의 필수 요소들이 양적, 질적으로 부족해지고 있다. 수자원은 중동, 유럽 등지에서 분쟁의 씨앗마저 되고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산업화,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물, 공기, 토양의 질이 크게 저하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4) IT기술의 진화
향후 IT 기술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발전하며 인류의 생활 방식과 사회 구조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첫째, 디지털/네트워크의 지속적인 고도화이다. 이미 모든 정보나 컨텐츠는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기기는 고성능화, 개인화되고 있다. 이제는 휴대폰으로 TV도 보고 영상통화도 하는 세상이다. 2~3년 뒤에는 휴대폰에 프로젝터도 결합될 것이다. 또한 2012년 경이면 영상통화가 가능한 3G 무선통신 시대를 지나 100M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4G 시대가 열릴 것이다.
둘째, 진정한 유비쿼터스 시대의 개막이다. 다양한 사물에 디지털과 네트워크 기능이 부여되고, 인터넷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며, 사회 시스템은 IT를 기반으로 재구축, 통합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음성합성(TTS)프로그램이 라디오 DJ를 보고, 휴대폰으로 버스나 택배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셋째, IT 기술은 산업, 과학, 인간과 융합할 것이다. 즉 자동차, 의료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며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생물학, 신약 개발, 위성 고고학 등 다양한 첨단 과학 분야와 결합하며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IT는 인간과 융합하며 인간을 정보 신진대사체로 진화시킬 것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정보를 입력, 가공, 출력하고 정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5) 규제 지형의 변화
21세기에는 규제 지형도 크게 변할 전망이다. 투자, 무역, 노동 등 전통적인 국가 차원의 기업 규제는 점차 완화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다. 미래 기술과 관련해 특히 규제 동향에 주목할 분야는 환경 및 온실가스, 국제 보안 공조, 바이오/나노 등의 첨단 기술 등이다.
첫째, 환경, 온실가스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상향 수렴되면서, 대응 기술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RoHS(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 REACH(신화학물질관리 제도), EuP(에너지사용제품 친환경설계지침) 등 환경 규제나 자동차, 전자 제품 등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둘째, 국제적으로 보안 규제가 점차 강화될 것이다. 정보, 물자, 인력의 이동 증가에 따른 해킹, 밀수, 테러 위험을 막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전자 여권의 도입과 컨테이너 보안 협정을 다른 국가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컨테이너 보안 협정은 2012년부터 해상 화물 검색을 의무화하고, 컨테이너에 전자 봉인 장치를 부착할 것을 요구한다. 이동량 증가에 따른 효율성 제고와 보안 강화 간의 상충 관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는 셈이다.
셋째, 바이오, 나노, 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 금단의 영역에 접근하면서, 윤리적, 사회적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미 생명윤리나 나노 기술의 위해성 문제는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논의 결과를 입법화하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여성 난자 채취가 1인당 3번으로 제한된 바 있다.
Ⅱ. 10대 미래 유망기술 키워드와 관련 기술
이러한 5가지 글로벌 트렌드는 다양한 글로벌 도전 과제를 낳는다. 도전 과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고, 난제 해결에 있어 기술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 도전 과제는 미래 기술 니즈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5가지 글로벌 트렌드와 서브 트렌드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기술 니즈들을 종합하여 크게 10가지의 미래 기술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또한 각 키워드 별로 최근 개발되거나 향후 개발될 중요 기술들을 함께 조망해 보기로 한다.
(1) 이동성 (Mobility)
글로벌화로 인해 인력, 물자, 자금, 제품의 전세계적 이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예로써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Drewry에 따르면 1990년 0.9억 TEU (1TEU는 20t 컨테이너 1개에 해당)에서 2007년 4.9억 TEU로 5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획기적인 운송량 증대, 이동 속도와 안전성 제고, 운송 비용 감소 등이 중요한 기술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초고속, 초대형의 차세대 수송 수단의 연구개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바다 위를 날으는 위그(WIG : Wing-in-Ground effect) 선박, 최고 시속 400km 대의 고속 주행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 축구장 2~3개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층 구조에 80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에어버스의 A380)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당분간 불황의 여파로 이동량 감소나 투자 효율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러한 기술의 개발은 다소 난항을 겪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한편 물리적 이동/수송을 대체하는 기술도 활발히 개발될 것이다. 실제 이동에 비해 저렴하고 편리하므로, 경기 침체기에 이러한 기술들이 특히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원격화상진료(Telemedicine),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3D 프린터 등을 들 수 있다. 원격화상진료는 TV 화면을 통해 격오지의 환자를 문진하고 간단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현재 산간도서 지방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어 장기적으로 가정 의료의 핵심 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또한 텔레프레즌스란 원격지의 사람과 마치 한 방에서 회의하는 것처럼 임장감을 높인 화상회의 시스템이다. 현재는 <사진>처럼 주로 대형 TV를 3~4대 연결해 구현하지만, 미래에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처럼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화상회의도 시도될 전망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에 시스코가 이러한 미래형 화상회의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3D 프린터의 기술 개발도 가속화될 것이다. 3D 프린터란 3차원 입체 설계(3D CAD)를 그대로 입체 출력하는 기계이다. 물론 현재는 가격도 2~3억원 대로 비싸고, 성능도 단순 모형(Mock-up)의 구현에 그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의 양상까지 바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센서블(Sensable)이라는 벤처 회사는 불편한 왁스 틀 없이도 스캐닝만으로 치과용 보철물을 만들어내는 의료용 3D 프린터를 선보인 바 있다.
(2) 세계-지역성 (Glocality)
글로벌 시대의 기업들에게 세계-지역성(Glocality), 즉 세계성(Globality)과 지역성(Locality) 간에 적절한 조화를 창출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휴대폰, TV, 자동차 등 첨단 기술 제품은 세계-지역성 문제가 심각한 기술적 딜레마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개별 지역별로 특화된 제품을 만들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세계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내면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글로벌 플랫폼 기술과 신흥국 니즈 대응 기술, 저원가 설계 기술의 동시적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들은 산업으로 발전하거나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다만 글로벌화 시대에 기업들이 차별화의 원천으로 반드시 내부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할 대상들이다.
먼저 글로벌 플랫폼이란 세계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모델들에 공통 적용되는 핵심 부분을 추출해 모듈화시킨 것을 말한다. 글로벌 플랫폼을 개발하면, 부품 공용화로 구매원가가 절감된다. 또한 설계의 반복 사용으로 신제품 개발 기간이 짧아지고, 제조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 전략은 이미 1990년대 자동차 업계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노키아의 휴대폰 플랫폼, 파나소닉의 비에라(Viera) TV 플랫폼, 구글의 검색엔진 플랫폼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신흥국 니즈 대응 기술 개발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핵심 부품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공유하되, 문화, 기후 조건, 생활 패턴 같은 지역별 차이를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비로소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써 노키아는 일본, 브라질,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소프트웨어, 시스템, 기능이 각각 상이하다. 이러한 신흥국 니즈 대응을 위해 각 지역별 문화, 언어, 사용 패턴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원가 설계 기술도 필수가 될 것이다. 이는 단지 기능 제거로 원가를 10~20%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설계로 원가를 50% 이상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신흥국향 초저가 제품들은 이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0달러짜리 초저가 휴대폰, 200달러 노트북 PC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곧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2008년 인도의 타타 자동차가 2500달러의 나노 시리즈를 내놓아 파란을 일으켰다. 나아가 저원가 설계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불황기 소비 진작을 위해 중요해질 것이다. 대만의 PC 기업인 아수스(Asus)는 저원가 설계 기술을 이용해 최근 초미니 노트북 PC인 넷북(Netbook)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3) 휴먼케어 (Healthcare)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인간생활기술전략”을 통해 고령친화 사회를 위한 기술적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고령화 시대에 가장 주목받을 기술은 역시 휴먼케어 분야이다. 휴먼케어는 바이오, 정보통신, 나노 기술들이 어우러져 인류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신기술과 서비스가 창출되는 분야이다. 이 중 특히 주목할만한 분야는 삶의 질 개선, 성인병 치료, 예방 의료 기술로 판단된다.
먼저 노화 방지, 신체 기능 저하 극복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로 화장품 시장에서 피부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Anti-Aging)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이다. 의약품 시장에서도 심신의 기능 저하를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피드럭(Happy Drug) 부문이 블루 오션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미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 등은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성인병 치료 기술도 활발히 개발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성인병은 사망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고혈압, 당뇨, 비만, 결석, 관절염, 알츠하이머 병 등 다양한 성인병은 의료 및 제약 산업의 새로운 도전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기존 블록버스터 제약품들 중 특허가 곧 만료되는 경우가 많아 개량 신약 개발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개인화 치료 기술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화 치료란 개인 유전 정보를 감안해 치료 방법을 맞춤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물 남용과 사용상 위험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예방 의료 기술에 대한 니즈도 증가할 것이다. 발병 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국가 재정과 삶의 질 측면에서 훨씬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방 의료 기술은 조기 진단이나 상시 모니터링 분야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옴론, 히타치 등은 몸에 부착해 각 개인의 열량, 대사, 활동 등을 기록하는 라이프 레코더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다양한 모바일 휴먼케어 기기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비만의 예방, 치료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비만이 성인병의 중요한 발병 인자가 되며, 비만을 “사회적 전염병”이라 규정할 정도로 비만 비율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4) 거대 도시 (Mega-City)
급격한 도시화와 메가 시티 간의 경쟁 강화에 따라 향후 선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 재생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도시 재생이란 쇠락한 구도심부를 재건해 도시 경쟁력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현재 메가 시티들은 대부분 주택 부족, 복잡성 증가, 환경 오염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따라서 도시재생의 기술적 초점은 수직도시화, u-City화, 청정도시화에 맞추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50층 이상의 초대형 건물들이 속속 건설되면서 수직도시화가 본격 진행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여의도, 용산, 상암, 잠실, 부산, 일산 등 곳곳에서 초고층 건물들이 신축될 계획이다. 초고층 건물은 첨단 과학의 복합체이다. 지진, 바람, 무게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구조 역학과 첨단 방재, 공조 기술은 기본이고, 향후 신소재, 신구조, 신공법이 활발히 개발될 전망이다. 철근만큼 강도가 높고 불에도 잘 견디는 첨단 경량 콘크리트, 케이블 없이 꼭대기 층까지 한번에 연결되는 자기부상 엘리베이터는 대표적인 예이다.
u-City화도 주목할 만한 미래의 변화이다. u-City란 도시 내의 모든 사물과 인간들이 네트워크로 연동되고 나아가 도시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되는 미래형 도시이다. 이를 위한 기반 기술로 지능형 대중교통 (ITS), 메트로 무선 네트워크, 카메라 네트워크 기반의 방범 시스템 등이 활발히 시도될 전망이다. 한편 청정도시화도 적극 추진될 것이다. 도심 내 태양광, 풍력 등 청정 에너지 발전, 수처리 기술 , 도시 단위의 순환형 재활용 체제 구축, 환경 부하가 적은 차세대 대중 교통 수단의 도입 등을 통해 인구 과밀에 따른 환경 오염과 삶의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5) 친환경 기술 (Green Technology)
21세기에 GT(Green Technology)는 1990년대의 IT만큼 큰 성장 잠재력을 보일 전망이다. 기후 변화, 천연자원 희소화,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국가적, 국제적으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GT 분야 투자가 급증 추세이다. Greentech Media에 따르면 미국의 GT 벤처 투자는 2008년 3분기 28억 달러로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2분기 15억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GT 분야에서는 수많은 신기술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2008년 2월 발표한 Cool Earth 기술 계획에서도 21가지나 되는 미래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특히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차세대 친환경/저탄소 제품 기술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기술 중에서 특히 열병합발전(CHP), 그린 홈, 이산화탄소격리저장(CC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병합발전이란 천연가스나 기타 바이오 연료로 화력 발전을 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생기는 폐열을 지역 난방과 온수 제공에 활용하는 고효율 발전 시스템이다. 독일, 덴마크를 중심으로 많이 도입되었고, 국내에서도 산업 용도에서 민간 용도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그린 홈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주거 형태이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는 창호/단열재 개선, 지열이나 태양열 활용을 통해 냉난방 없이도 살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격리저장은 발전이나 산업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은 후, 이를 지하나 해저에 묻는 기술이다. 미국이 온실가스 문제 해결을 위해 특히 강조하는 기술이나, 본격적 실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친환경/저탄소 제품도 Green IT 솔루션, 기기 및 소재, 차세대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개발될 것이다. 먼저 Green IT 솔루션이란 IT 기반의 친환경 기술을 말한다. 컴퓨팅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 가상화(Virtualization), 데이터센터의 사용전력/공간을 최소화시키는 그린IDC, IT를 통해 전력 송배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력IT 분야가 대표적이다. IT 기기 분야에서도 저전력, 저발열, 친환경 소재 이용 등이 향후 제품 차별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미래에는 전력 가격이 비싼 피크 타임에 알아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똑똑한 가전 제품도 나올 예상이다. 소재 분야에서도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저전력 반도체, 백열등을 대체할 고휘도 LED 조명이 각광받을 것이다. 나아가 자동차 산업에서는 휘발유 기반의 기존 내연 기관을 대체하려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은 사운을 걸고 하이브리드 카, 전기 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다양한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6) 대체 (Alternative)
앞에서 살펴본 친환경기술(GT)들은 주로 자원/에너지의 사용 측면과 관련된 기술이다. 자원/에너지 공급 측면의 친환경기술로는 대체 에너지 기술과 대체 물질 기술이 활발히 개발될 것이다.
먼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대체 에너지 기술은 최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 개발될 전망이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국가별 자원 안보 차원 필요성, 세계 경기 회복시 유가의 재반등 가능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체 에너지 기술로는 태양광/열, 풍력, 수력/조력/파력, 지열, 수소 연료전지, 바이오/합성 연료 등이 있다. 이외에도 최근 경제성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석유나 희소금속을 대체하는 물질의 개발도 진행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 플라스틱은 원재료로 석유 대신 콩, 옥수수 등 식물 재료를 이용하거나, 미생물에 의해 매우 빨리 생분해되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아직 시장 비중은 미미하나 향후 물성 강화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점진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공장에서 제조하는 대신 농장에서 수확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벤처 기업인 메타볼릭스는 유전자 조작된 지팽이 풀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열매가 열리게 하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한편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도 기존 소재의 공급난, 고가격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체물질, 신소재의 개발이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태양전지 부문에서는 주재료인 실리콘의 공급난 해결, 변환효율 제고 등을 위해 화합물계 반도체나 염료감응형 신소재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이차전지도 자동차 용도가 중요해지면서 출력/수명 증대, 안전성 강화 등을 위해 기존의 코발트나 흑연 대신 망간, 인산철 등 다양한 대체 소재가 시도되고 있다.
(7) 감성 (Emotion)
IT 기술의 성능 고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성능 제고 만으로 구매를 촉진하기 힘들게 되면서, IT 수요 진작의 새로운 열쇠로 감성 기술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감성 기술로는 사용편의성 강화나 감성적 상호작용 기술을 들 수 있다.
오감 센싱, 무선화,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 사용편의성 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형태를 바꿀 것이다. 예로써 직관적인 터치 스크린이 휴대폰, PC 등 정보기기에 일반화되고, 음성이나 동작을 인식하는 기기도 나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뇌-기계 접속 기술을 통해 생각만 해도 기계가 작동하는 마법이 가능해질 것이다. 호주의 이모티브 사가 2009년 발매할 EPOC이라는 게임기 헤드셋은 인간의 뇌파를 읽어 게임 속 캐릭터를 작동시킨다. 사용자가 게임에서 이겨 행복해 하면, 캐릭터도 웃고, 밀고 당기고 돌리는 것을 생각만 해도 캐릭터가 움직이는 식이다.
감성적 상호작용 기술도 활발하게 연구될 것이다. 이미 로봇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직접 교감하는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심리치료용 감성로봇 파로(PARO)는 촉감센서를 통해 쓰다듬는 것과 때리는 것을 구분하며, 때릴 때는 화도 낸다. 감성적 상호작용 기술은 향후 지능형 로봇을 넘어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예로써 닛산의 컨셉 카인 피보(Pivo)에는 운전자가 졸립거나 스트레스받는 것을 파악해 자동으로 휴식처 안내나 난폭운전을 방지하는 내비게이션이 장착될 예정이다.
(8) 창조 (Creation)
21세기 IT의 진화에 있어 또다른 키워드는 창조가 될 것이다. 즉 미래 IT 기술은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넘어 인간의 다양한 창조 활동을 지원하고, 나아가 디지털 코드로 구성된 신공간을 창조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IT 기술이 산업/과학과 융합되는 여정 속에서 서비스 사이언스, 자동차 전장 관련 IT, 바이오/휴먼케어 IT 등 산업, 과학에 특화된 전문 IT 솔루션들이 등장하며 인간의 지적 창조 행위를 도울 것이다. 예술 및 일반 생활에서는 개발/저작 도구가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는 개인들이 고품질의 컨텐츠나 소프트웨어를 보다 쉽게 제작, 배포하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1세기 프로슈머(prosumer) 시대에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지고 개발/저작도구 소프트웨어가 뜬다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애플, 노키아, 구글 등은 자사 제품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배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IT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새로운 디지털 신공간을 창조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기술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다. 가상현실은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나 세컨드 라이프처럼 디지털 세계에 환상을 구현하거나 현실을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닌텐도 Wii 게임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같은 3D 영화, 스크린 골프처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이용중이며, 향후 교육, 연구, 의료,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2008년 캐나다의 캘거리 대학은 3D 케이브맨(CAVEman)이라는 가상 인체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인체의 골격을 비롯해 혈관, 근육 등을 3차원으로 구현해 향후 의료 진단과 연구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9) 규제 준수 (Compliance)
21세기에 환경, 온실가스에 대한 글로벌 규제 강화는 제조 기업들을 중심으로 청정 생산 공정 기술에 대한 수요를 크게 진작시킬 것이다. RoHS, WEEE, REACH, EuP 등의 환경 규제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청정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즉 유해물질을 대체할 친환경 물질의 개발, 부품/제품의 추적 및 재활용 체제 구축, 친환경 기술에 기반한 공정 재설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규제 준수와 관련된 청정 공정 기술 개발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정보, 물자, 인력에 대한 국제적인 보안 규제 강화는 보안 기술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보안 관리/검사의 대상이 크게 늘면서 보다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보안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보/네트워크 보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컨테이너 등 물자 보안과 관련해 RFID/USN 기술을 응용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일일히 컨테이너를 열고 내용물의 위험성을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컨테이너 내부에 고유 암호가 내장된 칩을 심고, 배가 항만 게이트를 통과할 때 게이트의 리더기가 칩 내의 정보를 자동으로 읽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단시간 내에 내부 침입 유무, 화물 파손 여부, 이동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생체인증(Biometrics)이나 전자 여권 등 인적 보안 기술도 공공,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다.
(10) 윤리 (Ethical)
21세기에 기술 발전은 생명 창조나 원자 조작 등 신의 영역에 접근해 갈 것이다. 이에 따라 과학과 기술의 윤리성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첨단 기술 개발시 규제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사가 개발 중인 첨단 기술의 미래 수익 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윤리 및 규제 리스크, 이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이오, 나노 등 첨단 과학 기술 부문에서는 선행 연구 및 기술 기획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대안 기술 중 사회적 윤리에 저해되지 않거나, 논란 및 규제의 가능성이 적은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한때 큰 인기를 얻었던 나노 화장품도 최근 들어 장기간 사용시 체내 축적 가능성과 관련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과학잡지 사이언스 지는 2008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선정한 바 있다. 이는 피부세포를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이다. 인간의 난자 체취 없이도 줄기세포가 가능함을 보인 것이다.
로봇 분야도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간 대체형 로봇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로봇 개발은 주로 경비, 짐운반, 서빙, 안내 등 허드렛일의 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고용 창출이 중요한 불황기에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질시나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적으로 무인 전투 로봇이 문제될 수도 있다. 최근 전장에 투입되는 무인 로봇이나 무인 비행기는 폭탄 제거, 정찰 등 방어 기능을 넘어 공격 기능을 갖추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이 민간인을 공격해 물의가 빚어진 경우, 오작동인지 조작 실수인지에 대해 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인간형, 지능형 로봇이 보편화될 때, “로봇”이라는 종을 어떻게 볼지가 이슈가 될 수도 있다.
Ⅲ. 기업의 대응 방향
지금까지 5가지 글로벌 트렌드의 향후 전개 방향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10대 미래 유망 기술 키워드에 대해 살펴 보았다. 즉 글로벌화, 인구구조 변화, 환경/자원 희소화, IT 기술 진보, 규제 지형 변화는 앞으로도 세계 경제 및 기술 발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적어도 향후 2~3년간은 5대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이 다소 굴절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주목할 10대 기술 키워드는 이동성, 세계-지역성, 휴먼케어, 메가시티, 친환경, 대체, 감성, 창조, 규제준수, 윤리 등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5대 글로벌 트렌드와 10대 기술 키워드를 고려할 때, 자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돌파구 마련이 가능한 기술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자동차 기술에 그린 키워드를 접목시킨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잡았다. 필립스나 BASF는 친환경 공정 기술을 적극 도입해 글로벌 환경 규제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IBM은 서비스 사이언스 분야의 연구개발을 강화하여, 이를 새로운 신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다.
둘째, 10대 기술 키워드가 자사의 산업 영역과 접목되며 나타날 기술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들의 혁신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려는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예로써 애플 또한 감성과 IT의 결합을 선도하며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석유 메이저 중 하나였던 BP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화하며 British Petroleum이 아닌 Beyond Petroleum으로 변신하려 하고 있다.
셋째, 10대 기술 키워드의 연장선 상에서 미래 신기술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표>에 요약한 것처럼 최근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즉 세계 각국은 공통적으로 바이오/휴먼케어와 그린 테크놀로지 산업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추진 중이다. 또한 차세대 IT/통신, 로봇, 나노, 지식/컨텐츠/서비스 분야에도 선택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 기반과 미래 신산업의 교집합을 찾아, 이 영역을 지렛대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예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로봇 애플리케이션 저작도구인 로보틱스 스튜디오(Robotics Studio)를 선보인 바 있다. 로봇 하드웨어 산업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로봇 산업과 강점 분야인 소프트웨어의 교집합인 로봇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산인 셈이다.
불황기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가 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극적으로 일어나는 때이다. 격동의 시기에 파괴당하지 않고, 산업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앞서 제시한 5대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 추이를 감안해 자사의 혁신 포트폴리오가 장단기적으로 방향성이 맞는지 점검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역량과 위협/기회 관점에서 혁신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제시한 10대 미래 기술 키워드는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불황기에는 기술 경쟁의 판도가 크게 변하거나, 기술 개발이 지연되는 등 기술 로드맵 자체가 크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있어 기술 로드맵과 소비자 니즈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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