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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3. 15:29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 탓인지 이번 불황은 그 어느 때 보다 차갑기만 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도 불안감을 더한다. 이때 멀쩡해 보이던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기업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무난히 성과를 냈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지, 이미 조직 내의 숨겨진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알바라도 교수도 “조직은 사람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이라고 한다.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기업이 더 이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회사의 건강을 챙겨야만 불황 극복은 물론 그 이후 새로운 도약도 기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들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알아본다. 
 
 
Ⅰ. 건강한 조직이 위기를 넘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가 매섭다. 불황의 그늘도 차갑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의 근심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게다가 멀쩡해 보였던 기업이 위기에 빠져 도산하거나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업들은 불황을 더욱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불황 자체가 위기는 아냐!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불황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기업을 좌초시켰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어느 기업이나 무난히 성과를 낸다. 그래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좌초되는 기업을 보면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을지 몰라도, 이미 속으로는 병(病)들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쉽사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뿐이다. 따라서, 기초 체력이 튼튼한 건강한 조직(Healthy Organization)에게 있어, 불황은 그저 평소보다 힘들고 고된 상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들에게 불황은 경쟁자를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병을 키워온 조직이 문제 
 
하버드 대학의 켄터(Kanter) 교수는 “비난(Blame), 회피(Avoidance), 은닉(Secrecy),  무기력증(Feeling of Helplessness) 등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 회사의 조직 문화를 망친다. 특히, 이런 병리 현상들이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이 꼭 명심해야 할 점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평소 기업이 얼마나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왔는가?’가 불황을 넘어 향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앨버라도(Alvarado) 교수 또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 조직도 사람의 신체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직 병리 현상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황기일수록 숨겨져 있던 조직 병리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감기를 잘못 방치했다 심각한 폐렴을 앓을 수 있듯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더 늦기 전에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회사의 건강을 세밀히 점검해 심신이 모두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극복 방안을 알아본다(<그림 1> 참조).
 
 
Ⅱ. 극복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과 대응 방안 
 
 
1. 귀차니즘의 발동 :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뭐!’ 
 
기업을 위기에 빠지게 만드는 조직 병리 현상 가운데 하나는 귀차니즘이다. 귀차니즘이란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인터넷 용어로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위기에 빠지는 기업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우리는 종종 성공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던 거대 기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을 보면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 왔는데, 뭐!’,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별 문제없겠지’, ‘괜히 새로운걸 하면 귀찮고 힘들 뿐…’이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며, 설상가상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미래 변화에 둔감한 귀차니즘의 발동은 기업이 경쟁 구도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쇠락의 길로 이끄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더듬이를 쫑긋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지런히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만 생존은 물론 불황 이후의 성장을 기할 수 있다.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름하는 GM사는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한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욕구 변화 등 시장 파악에 둔감하고 게을렀던 귀차니즘이 쇠락의 길을 걷는 계기로 작용했다. 예컨대 경쟁사가 첨단 친환경 기술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를 내놓는 시점에 회사는 과거에 성공했던 사업에만 매달렸다. 혁신과 변화에 힘써도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판국에,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는 고유가 시대에 직격탄을 맞는 계기가 되었고,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만다.  
 
● 혁신과 변화도 부지런해야 성공한다 
 
이와 달리 도요타사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회사는 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2007년도에만 8만 9천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70%라는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시장변화에 둔감했던 GM이 뒤늦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이 시장은 도요타의 독무대였다. GM이 미래 준비에 소홀할 때 도요타는 시장 판도를 뒤집을 해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혁신과 변화를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실패한 전략이 최소한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전략보다 낫다’는 말도 기억해 두자. 부지런한 혁신 노력은 실천의 결과이지,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실행력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필름 제조회사였지만 최근 회사채 신용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쇠락 위기에 처한 코닥사를 보라.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은 초기 디지털 시장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2000년 1월 신임 CEO가 취임했고, 카프 사장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서 전통적 주력 사업인 필름 분야에서 디지털 분야로 사업 체제를 전격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조직 효율화, 세계 각지 생산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해 지금은 시장에서 아예 도태되고 말았다.
 
2. 설익은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 : ‘나도 다 컸어! 이 정도면 충분해…’ 
 
설익은 자신감이 가져오는 느슨한 경계심도 치명적인 조직 병리 현상이다. 동물 세계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소라게의 얘기를 음미해 보자. 소라게는 단단한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 살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에 운둔자(Hermit)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신 몸집이 커질 때마다 기존의 좁은 단칸방을 떠나 새집을 찾는다고 한다. 소라게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성장했다는 기쁨을 맛보는 유일한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가 일생 일대에 가장 치명적인 위기의 순간이다. 포식자들에게는 소라게가 보금자리에서 나오는 그 순간이 이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세렝게티 초원의 표범 얘기도 귀담아 볼만 하다. 표범은 어른이 다 되었다고 판단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는 습성을 가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튼튼한 젊은 표범이 어미 곁을 떠난 직후에 가장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전체 표범 사망 원인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된다. 어른이 되었다는 우쭐함과 설익은 자신감으로 가득한 젊은 표범들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냥감을 쫓아다니지만 경험 부족은 먹이를 놓치기 일쑤이고, 결국 힘이 빠져 굶어 죽는 경우가 더 많은 탓이다.
 
●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이렇듯 위기는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찾아온다. 기업 경영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휴대용 컴퓨터를 개발했던 아담 오스본(Adam Osborne)이란 사람의 얘기를 살펴보자. 그는 1980년 휴대용 컴퓨터인 ‘오스본I’을 만들어 성공했다. 경쟁 제품이 속속 등장하자, 남들보다 더 빨리 신제품 개발에 나섰고, 1983년경에는 ‘오스본II’라는 신제품을 개발한다. 문제는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 화근이다. 그는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양산화도 시작하기 전에 이를 시장에 발표해 버렸다. 시장은 그의 생각과 달리,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업그레이드된 신형모델이 출시될 텐데 구식을 살 필요가 없지’라고 반응한다. 결국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존 오스본I 제품의 매출은 급감했고, 그의 회사는 순식간에 도산해 버린다. 이 같은 오스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제품을 선보일 때는 반드시 출시 직전이 아니면 신제품 발표를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실리콘벨리에서는 이 같은 어설픈 자신감과 방심이 낳은 결과를 ‘오스본 이펙트(Osborne Effect)’라고 부른다.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마(魔)의 11분’이라는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조종사들이 이륙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되는 ‘이륙 후 3분’과 이제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생각하는 ‘착륙 전 8분’이 가장 많은 비행 사고가 일어나는 데서 유례한 말이다. 그렇다! 위기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한 순간의 방심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한때 성공한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 어느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3. 성공이 부른 편협의 함정 : ‘살 길은 이길 뿐이야!’ 
 
어설픈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도 문제지만, 성공 경험에 기초한 지나친 과신도 두 눈을 멀게하고 귀를 닫게 한다. 이것이 편협이란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이다. 흔히 기업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했던 전략이나 조직 운영 방식이 크게 성공하면, 그 이후에도 ‘오로지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성공 함정(Success Trap)’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 하는 편협함을 갖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편협한 사고 방식은 그 동안 기업이 성공해 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산과 역량에 애착을 느끼게 만든다. 사실 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의 유일한 방법(One Best Way)’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방식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더 적합한 방식을 간과하게 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사가 프랑스 유로디즈니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개장 2년 만에 3억 2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니, 기존 디즈니의 이미지와 경영 방식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버메이드사도 비슷하다. 회사는 증권가에서 ‘신제품 제조기’라 불렸으며, 경영학자들로부터 혁신 기법의 연구 대상이 되곤 했다. CEO 스탠리 골트(Stanley Gault)에게는 이것이 문제로 작동하였다. 더 많은, 더 빠른 신제품 출시를 위해 신제품 출시율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시장 조사에 투자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는 고객 니즈에 맞지 않는 제품의 출시로 이어졌다. 결국 고객의 외면으로 팔리지 않는 상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할인하게 되고, 그로 인해 수익 하락은 물론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게 되었다.
 
4.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 :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조지아대 경영학과 하비(Harvey) 교수는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도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다”라고 했다(<박스 기사> 참조). 물론 이런 현상은 조직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만일 기술 조달의 어려움이나 터무니없는 투자 비용 등 99% 실패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보고도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조직에 당면한 문제를 보고도 ‘괜히 지적했다가 나만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구성원들이 행동한다면... 기업은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조직에서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직원들이 다수를 따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갈등을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내 생각대로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나 혼자 튀면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자신감 부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을 준다.  
 
● 실패를 용인하고 존중과 상생으로 
 
혁신 기업들이 실패를 포용하는 조직 분위기(Blame-free Culture)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습관성 책임 회피 증세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능력을 불신하거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일을 믿고 맡기며 이들의 적극성을 이끌어 내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혼다사가 바로 그런 회사다. 혼다의 전 CEO인 혼다 소이치로는 ‘실패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혼다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내면 책임을 묻는 대신 상을 주어 격려함으로써, 연구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기업은 때로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만일 신임 CEO가 위기의 원인이 기존 CEO의 조직 운영 방식탓이라고 비난하며 기존 경영진들을 모조리 물갈이해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경험을 하게 된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몸을 사리고 작은 문제도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의 리더는 비난과 책임 추궁보다는 존중과 상생을 외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랜 인종 차별과 박해에 맞서 싸웠다. 그가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복수를 택하기 보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설립했다. 화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게 했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신뢰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5. 집단 사고 : ‘오늘도 만장일치군!’  
 
집단 사고(Group Think)의 함정도 경계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다. 이 개념을 처음 고안한 예일대 심리학과 제니스(Janis) 교수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사고의 경향이 바로 집단 사고이다”라며, “집단의 지나친 자부심(Overconfidence of Group),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좁은 시야(Tunnel Vision), 의견 일치에 대한 압력(Conformity Pressure)이 영향을 주어 집단이 그릇된 결정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재앙을 불러온 여러 가지 끔찍한 결정을 보면, 어디서나 집단 사고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86년 NASA가 챌린저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한 것도 집단 사고 탓이다. 24회의 성공적인 발사로 NASA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정치인들과 대중의 발사 압력도 컸다. 이 때문에 NASA의 관료들은 저온에서는 오링(O-ring)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챌린저호를 발사해 참변을 낳았다.  
 
조직행동분야의 대가 로빈슨(Robinson) 교수는 “집단 사고는 기업 조직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데, 회사의 성과를 극적으로 저해하는 일종의 병이다”라고 지적한다. 만일 기업에서 어떤 대안을 고민할 때 반대 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일 처리가 이루어진다면, 그 조직은 집단 사고를 의심해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 ‘딴지 맨’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그렇다면 조직에서 발생하는 집단 사고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그림 2> 참조), 이 중에서도 최선의 방법은 리더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반대 의견을 확실히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아예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딴지 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잡아내는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다. 집단의 응집력이 높고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강해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판단한 일본 기업들은 회의를 할 때 이 방법을 잘 활용한다고 한다. 항상 회의를 하면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구한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견해가 상사와 다르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사는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상사는 다른 집단에게 같은 사안을 논의하게 한 다음, 두 집단의 결론을 비교해 보거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서 집단의 일치된 견해에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6. 사이코패스 상사 : ‘혹시 우리 상사가 양복 입은 사이코패스?’ 
 
얼마 전 비즈니스 위크가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았다. 내용의 골자는 “조직 내에는 은근히 많은 수의 나쁜 상사들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이들이 장기적으로 조직문화를 망치는 주범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상사의 10가지 특징도 함께 묘사한다(<그림 3 참조>). 이들은 구성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엉뚱한 생각일지 몰라도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며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떠올랐다. 사이코패스란 의학적으로 감성을 관할하는 전두엽이 뇌 중심부와의 연결에 결함이 생겨, 공포에 반응하지 않고 자기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증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선량해 보일 수 있지만, 잔인한 행동을 해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직장 내에도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성향을 지닌 나쁜 상사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진 직장인이 많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건 회사의 주춧돌과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사들은 악성 바이러스처럼 구성원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기도 하지만, 먼 장래를 위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런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라며 부하직원을 다그치기만 하는 상사. 더욱이 당장 자신의 실적 챙기기에 급급해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이들이 바로 조직 내에 숨겨진 사이코패스 상사들이다. 부하 직원을 쥐어짜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겠지만, 이들의 괴롭힘으로 부하 직원들은 지쳐 쓰러지거나(Burn-out) 좌절할지 모른다. 특히 이들이 전염시킨 강압적이고 경진된 업무 분위기는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 심리를 부추긴다.
 
7. 이기심의 만연 :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때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내 것부터 챙기자’는 식의 이기심이다. 이는 조직 내 협업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비윤리적인 행동까지도 초래한다. 과거 비윤리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엔론사를 떠올려 보라. 한 사람의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회사의 분식 회계 사실을 세상에 알려져 파산하기 전까지, 회사 내부의 어느 누구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물론 구성원들 조차도 잘못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자기 살 길 챙기기에 바빴다.  
 
●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에 무게 중심을 
 
사실상 선천적으로 이기심을 타고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런 성향을 익히게 된다. 조직이 지나치게 개인 성과를 중시하고 개인간 경쟁과 차별을 부추기게 된다면 이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개별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들의 열정이 팀웍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런데 팀웍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희생 정신과 이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철강회사 뉴커사는 개인보다는 집단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를 활성화해 구성원들이 팀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적으로 일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 성과가 좋더라도 같은 그룹 내의 다른 동료들의 성과가 저조하다면 그만큼 개인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협업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개별 구성원의 색다른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에서도 집단의 가치가 중시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사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협력업체로 유명한 픽사사이다. 회사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서로를 도우며 일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써 왔다. 그 첫 번째 조치는 다양한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구성원들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빌딩에 모여 일하도록 한 것이다. 창의성과 협력은 사람들이 함께 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멀어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구성원들은 함께 모여서 일하면서부터 식당, 자판기, 주차장 등에서 자유롭게 만나 신변잡기에서부터 담당 업무에 대한 이야기 등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특히, 부서간에 정보 교류가 거의 없었던 엔지니어링과 생산 부문간 상호 협력적 분위기 조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8. 소통의 마비 : ‘뭔 말인지 알지? 글쎄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할 때 함께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임직원들 간 소통의 문이 활짝 열릴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반대로 소통의 마비 현상이 온다면 조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전쟁터에서도 필승 전략은 소통이라고 한다. 장군의 명령이 병사들에게까지 잘 공유되면 필승(必勝)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단절되거나 왜곡되면 조직은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어 반드시 필패(必敗)한다. 위기에 약한 조직의 병리 현상도 바로 소통의 양이나 질 모두가 부족한 경우라 하겠다.
 
●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이와 관련된 중국 고사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전쟁터에서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은 다음의 4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첫째, 전후불상급(前後不上及)이다. 전방과 후방 부대가 잘 연결되어 있지 않는 조직으로, 기업의 경우 현장과 본사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는 경우다. 둘째, 중과불상시(衆寡不相恃)는 대규모 본진과 소규모 특수 부대가 서로를 믿지 못해 소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업에서는 정규 조직과 이를 돕는 스텝조직이 갈등하는 모습이다. 셋째, 귀천불상구(貴賤不相救)는 귀족 지휘관과 평민의 병사가 서로를 구하지 않는 현상이다. 이는 상사와 부하, 핵심 인재와 보통 인재(B-player) 그리고 학벌 좋은 직원과 현장의 근로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아 대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하불상부(上下不相扶)는 장교와 병사가 서로를 돕지 않는 것인데, 이는 노사가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Ⅲ. 적절한 긴장감이 면역력을 키운다 
 
 
지금까지 조직을 망치는 조직 병리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굴하지 않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건강 증진 활동이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몸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음마저 느슨해지면 금세 포기하고 만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결정적 차이도 ‘긴장감을 얼마나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는 듯하다. 일례로, 망하는 기업들을 보면 성장 곡선이 끊어져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그림 4> 참조). 이렇다 보니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오늘도 내일도 살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반면에 흥하는 기업의 성장 곡선을 보면 단절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우리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이것이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고 변화를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닌텐도사 또한 “우리 회사는 죽음을 아는 회사다. 우리 회사는 영원하지 않다”라며,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 참고문헌 > 
 
Leadership and the Psychology of Turnarounds, Rosabeth Moss Kan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 June. 
Groupthink : How Not to Run A Company, Executive & Organizational Development, 2007.  
If an Organization Has a Memory Will it Need a Therapist?, John R. Landry, Proceedings of the Thirtieth Annual Hawaii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ystem Sciences, 1997.  
Organizational Behavior, 11th Edition, Stephen P. Robbins, Prentice Hall, 2005. 
Orgnaizational Crisis : The Logic of Failure, Gilbert Probst and Sebastian Raisch,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2005, Vol. 19. No. 1.  
Organizational Pathology, Sergio Monroy Alvardo, Proceedings of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nagement Science, 1988. 
CEO가 걸리기 쉬운 5가지 병, 최병권, 주간경제, 2006. 8. 18.

- LG Business Insight 10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