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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30. 09:00

최근 전통적인 강자 기업들의 몰락과는 대조적으로 독특한 사업모델이나 경영방식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웃라이어(Outlier)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시대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기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고차원적이고 대담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담한 목적의식을 공유한 구성원들은 자율성이 넘치는 혁신적인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맘껏 모으고 헌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성공한 이후에도 이들 기업은 끊임없는 자기 재창조 노력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환경에서 현재의 아웃라이어 기업도 온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앞선 기업을 모방하는 경영의 시대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아웃라이어 기업의 단편적인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제제기와 목적의식, 그리고 인내하는 혁신의 길을 걸어가는 기업만이 21세기 경영환경에 맞는 환골탙태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Ⅰ. 아웃라이어의 의미 
 
흔히들 괴팍하고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그림이나 이해하기 힘든 그림을 보면 피카소 그림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피카소가 그린 그림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는 확연히 구분이 될 만큼 독특하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사에서 대표적인 화가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손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최근 영국 더 타임스가 전 세계 누리꾼 투표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피카소는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됐다.
 
미술의 혁명가, 아웃라이어 - 파블로 피카소 
 
지금이야 추상주의나 초현실주의, 그리고 추상표현주의 등 미술에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피카소가 ‘아비뇽의 아가씨들(1907년)’을 필두로 대상을 수많은 단면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한 것은 그 당시 혁명적인 시도였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그가 미쳤다고 수군대었다. 한마디로 그는 당대의 다른 화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아웃라이어(Outlier)’였다.
 
그러나 단지 그가 주목 받기 위해 이런 이상한 그림들을 그렸다면, 지금껏 미술사에서 위대한 화가로 자리매김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피카소가 독창적일뿐 아니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새로운 시도가 동시대의 변화를 꿰뚫는 통찰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괴짜 화가가 활동하던 20세기 초는 격동의 시대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문화적 실험이 다채로운 꽃을 피웠다. 물리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등장하여 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파괴하고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첨단의 과학 기술과 다원화된 현대 문명은 그로 하여금 미술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고, 피카소는 그 대답을 ‘형태’에서 찾았다. 이전 화가들은 대상을 하나의 고정된 시점에서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수백 년 동안 원근법은 화가들에게 미술의 경전이었으며, 시간과 공간이 당연히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피카소는 평면에 3차원의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여 대상을 조각조각 낸 다음 다시 재조합했다. 이는 원근법의 근본적인 파괴를 의미하며, 그림에서 시점의 이동을 통해 공간을 해체함으로써 미술사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피카소가 아웃라이어로 빛나는 또 다른 이유는 평생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인간을 기존 영역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변형을 만드는 행위나 사고방식, 또는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창의적인 거장이라도 전성기가 있게 마련이고, 생의 말년까지 새로움을 추구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피카소는 정말 예외적인 아웃라이어였다. 그는 ‘多시점 회화’를 창안하여 전위적인 예술가들의 우상이 되었음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창의적인 시도들을 이어나갔다. 입체주의 양식의 다양한 변주를 거듭 발전시켜나갔고, 폐품을 이용한 미술품의 제작을 상상조차 못하던 시절에 재활용 미술품인, 이른바 ‘정크 아트’를 창안했다. 그 이후에는 캔버스에 물건을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창안해서 그림이란 화가가 붓과 물감을 이용해서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라는 미술의 오랜 전통마저 파괴했다. 지칠 줄 모르는 자기 변화와 재창조의 노력으로 피카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다. 92세까지 장수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려 1만6천여 점에 달하는 회화와 소묘, 650여 점의 조각, 2천여 점의 판화 작품을 남겼다.  
 
피카소 이외에도 미술사에는 전통적 주제를 파괴하고 방법을 혁신한 ‘올랭피아’로 현대 회화의 원형을 제시한 마네(Manet), 예술의 상품화, 소비화를 외친 선구자로 팝 아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죽은 상어 등 충격 요법도 마다하지 않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의 아웃라이어가 있어왔다. 이들은 동시대 대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주어진 틀 안에서 고민하는 데 반해, 기존 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시대 변화가 요구하는 미술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주제와 표현 양식의 끊임없는 재창조로 미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가들이다.
 
 
Ⅱ. 비즈니스 세계의 아웃라이어 
 
 비즈니스 세계에도 독특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독특하다고 모두 아웃라이어 기업이라 할 수 없다. 미술계의 아웃라이어 중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대부로 불리는 마네처럼 당대에는 세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 사후에 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다.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생존할 수 없게 되고, 제아무리 독창성이 뛰어나도 성과로 환원되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의 아웃라이어는 사업모델이나 경영방식에 있어서 다른 기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모이면서 성과 측면에서도 그 독창성에 기반하여 지속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
 
과거에도 아웃라이어라 칭할 만한 기업들이 있었다. 우선 전통적인 글로벌 대표 기업들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제조업과 금융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GM과 시티그룹은 지난 수십 년간 해당 산업을 정의해나가면서 이끌어온 기업들이다. 또한 80, 90년대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선보이며 가치를 인정받은 델, 아마존 등의 비교적 젊은 기업들도 아웃라이어로 명함을 내밀만 하다.
 
전통적 강자의 몰락 VS. 아웃라이어의 부각 
 
하지만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1980대부터 2000년대 초반 기간 동안 미국 상장 기업들의 파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980년대에는 파산신청기업이 평균 25개 기업으로 파산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러나 그 후 파산기업이 증가추세로 돌아서 1990년대 후반부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2001년에는 250건을 상회하였고, 21세기 초에는 평균 150건을 가뿐히 넘어섰다. 불과 20년 만에 도산 건수가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1985년부터 1987년 사이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 규모를 가진 기업 가운데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는 그 수가 105건으로 15배 이상 급증했다.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위기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100대 기업의 최근 4년간 성과를 분석해보면 과거 성공한 기업들 또한 매출성장과 수익성향상 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100대 기업 중 인텔을 비롯한 33개사는 절대 매출 규모에서 줄어든 적이 있으며, GE, 아마존 등을 포함한 절반의 기업들은 절대 수익이 감소하는 경험을 겪었다. 또한 한때 혁신적 사업모델의 대명사로 추앙 받았던 델과 홈 디포, 그리고 시티그룹을 포함한 25% 기업은 매출 및 수익이 모두 감소하기도 했다. 급기야 2000년 포춘500대 기업 중에서 약 30%가 2007년 말까지 탈락했으며, 한때 ‘제국’으로까지 불렸던 GM과 시티그룹도 이젠 파산과 국유화의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통적인 강자라 불리던 기업이든, 혁신적이어서 과거에는 아웃라이어라 불릴만한 기업이든 최근의 위기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상황 가운데서도 몰락해가는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급성장세를 구가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애플과 구글이다. 각종 매체와 경영 관련 연구에서 연일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표적인 아웃라이어 기업으로 손꼽을 수 있는 기업임에 틀림없다. 우선 독창성 면에서는 비즈니스위크가 매년 조사 발표하는 ‘세계 최고 혁신 기업(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순위에서 이 두 회사는 줄곧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조사 원년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1위 자리를 한번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구글은 2005년 8위로 시작하여 2006년부터 올해까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업들이라 해도 여타 기업들이 해마다 다소 순위 변동이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들 두 기업은 남들이 넘보기 어려운 혁신적인 제품이나 사업모델 창출로 꾸준히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독창성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존위협으로 아우성치고 있는 반면, 애플은 지난 4개년 간 매출은 2배 이상, 영업이익은 4배에 가까운 지속적인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 기준으로 수익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9%에 이르렀다. 구글의 성과 또한 경이로울 정도다. 지난 4개년 간 매출, 영업이익 모두 3배 이상의 성장을 거두었으며, 특히 3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고수하고 있다.
 
규모는 앞선 기업들에 비해 작지만, 경영방식이나 조직운영 측면에서 혁신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아웃라이어 기업도 눈에 띤다. 바로 ‘고어 텍스’로 유명한 고어 앤 어소시에이트(W. L. Gore & Associates, 이하 고어社로 통일)와 식품유통업계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이하 홀푸드로 통일)이다.  
 
고어社는 비상장 기업으로 정확한 재무수치는 알 수 없지만, B2B사업에서 브랜드 전략의 선도자이자, 획기적인 수평적 조직구조, 팀 중심의 경영방식으로 꾸준히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1958년 설립 이래 50년 이상 적자 없이 플러스 성장을 거듭한 이 회사는 이제 전세계 8천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포춘이 매년 선정하여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Best Companies to Work for)’ 100대기업에 올해로 12년 연속해서 들었다. 전체적으로 대략 15위에 랭크되어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고어는 수년 째 연이어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밖에도 의료 장치, 폴리머 프로세싱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2천건 이상의 세계 특허를 인정받은 바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나 발명 등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들을 수상하였다.
 
또한 홀푸드는 1980년 채 20명도 안 되는 직원들로 문을 연 기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다르다. 파격적이라 할 만큼 권한이 이양된 팀 중심의 운영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미국 최대의 유기농 판매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표>에서 보듯이, 지난 5년간 매출과 수익 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매출규모는 2배로 뛰었고, 매출총이익률도 줄곧 약 3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 향상 뒤에는 높은 조직만족도를 가진 종업원들이 있었다.
 
왜 아웃라이어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와 같이 전통적인 강자 기업마저도 몰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아웃라이어 기업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21세기 경영환경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되어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게 되었음을 뜻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산업의 컨버전스화, 글로벌화가 확대되면서 기존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다. 또한 기술 수준의 상향 평준화, 오픈 이노베이션 등으로 상시적인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지식경제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엄청난 변화의 속도와 강도에 노출되고 있으며, 변화의 방향성마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그림 3> 참조).
 
무경계성, 변화의 급변성과 격변성, 그리고 불확실성 등으로 현저하게 달라진 환경하에서는 기존의 강점마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마치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하는 아르마딜로와 흡사하다. 아르마딜로는 거북처럼 단단한 띠 모양의 등딱지를 지니고 있어 아무리 강한 상대가 공격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하지만 텍사스 도로를 건너려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해 오는 자동차에 치어 처참하게 죽고 만다. 새롭게 직면하게 될 위협에 과거 자신의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를 알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몸을 웅크리고만 앉아 있었기 결과이다. 과거의 성공 함정에 빠져 있는 많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GM과 같은 공룡기업은 물론이고, 한때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회자되던 델도 예외는 아니다. 델의 간접 채널, 일괄적인 디자인, 웹 기반 고객지원 등은 컴퓨터 유통산업의 성공적인 사업모델로 인정받았지만, 어느새 HP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그로 인해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과거의 성공이나 강점에 안주하기 보다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진화가 요구되는 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경영 방식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1, 2세대 전의 기업 경영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관료적인 조직 체계이다. 위계적인 조직체계가 조금 수평적으로 변했을지 모르지만 기본개념은 그대로이다. 기업전략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경영진들의 전유물로 남아 있으며, 이들에 의한 목표와 계획에 기반하여 나머지 조직원들은 이를 달성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성과를 측정하는 식이다. 계획, 통제, 관리 중심의 기존 방식은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조직에 경직성의 원천이 되고,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새로운 해답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베스트 프랙티스의 벤치마킹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모방에 의한 점진적 개선으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유효한 방식이었지만, 이것만으로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
 
이제는 경영의 패러다임이 과거의 효율성 중심에서 신속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창의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현재 제약 조건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기존 방식의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시야로 불확실성에 맞서 창의적인 활로를 민첩하게 찾아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차원을 넘어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 구성원의 자율성, 그리고 지속적인 자기 변신 등을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남보다 앞서 시대 변화에 대한 통찰력으로 한 차원 높은 미래 가치를 추구하며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아웃라이어 기업들인 것이다.
 
 
Ⅲ. 아웃라이어의 독창성 
 
 이제부터 아웃라이어 기업은 과연 무엇이 다르며, 그 독창성은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 근본적인 질문으로 기존 방식 뒤집기 
 
우리가 범하기 쉬운 오류 중 ‘제3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통계학에서 문제설정 자체는 올바르다는 것을 전제한 1종, 2종 오류와는 구분된다. 변화된 환경에도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의 관점과 방식으로 경쟁력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도 제3의 오류와 다를 바 없다. 반면 아웃라이어 기업은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와 창의의 출발점을 올바른 질문으로 삼고 있다. 세상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개념이나 기존 틀에 도전하여 새로운 시각을 던진다. 지난 몇 년간 경영학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기존 경쟁 영역 안에서의 ‘레드오션 전략’과 미지 영역으로의 ‘블루오션 전략’도 결국 보다 본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구분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여 아웃라이어 기업으로 변모한 사례로 고어社를 보자. 이 회사는 일찍이 ‘고어 텍스’라는 세계적 상표를 구축함으로써, 아직 남들이 보지 못한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제공했다. 지금이야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옷과 신발을 고를 때 고어 텍스로 만들어졌는지부터 확인하지만, 브랜드가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30여년 전 이미 의류 소재를 만드는 회사가 완제품인 옷을 만드는 회사 못지않게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혁명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인텔이 컴퓨터에 자신의 반도체가 내장됐음을 표시해 브랜드를 키운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전략도 고어 텍스를 응용한 것이다.
 
원래 고어 텍스는 1970년대 우주복용 섬유로 개발되었지만, 폭우나 폭설 등을 견디면서 활동해야 하는 아웃도어 의류 쪽에도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방향을 틀었다. 체온 유지와 조절 면에서 기능성이 탁월했지만, ‘소재 제조사는 그저 납품하는 회사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B2B사업의 기존 개념에만 빠져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재 제조사라도 최종 생산품에 대한 소유 의식과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창조적이고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기능성 원단을 앞다투어 연일 내놓으며 따라잡으려 했을 때, 이미 고어社는 한발 앞서 최종 고객의 관점에서 다양한 소재와 제품들 중에서 믿고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엄격한 소재 브랜드 관리에 힘을 쏟고 있었다. 지금도 고어 텍스 원단이 제품에 사용되었음을 알리는 ‘고어 텍스’ 태그를 붙이려면 까다로운 제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한번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난 이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 태그를 부착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세계 인터넷 업계에서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구글의 독특한 접근 방식도 소프트웨어의 전통적인 사업 방식과 수익 모델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유일한 사업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주로 라이센싱에서 매출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MS는 서로 얽혀 있는 자사 제품 라인을 업그레이드할 때 복잡한 개발과정을 겪어야 한다. 반면 구글은 왜 그래야만 하는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회사가 찾은 대안은 정반대이다.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대신 웹에 관한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사람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식이다. 구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구글검색과 지메일, 구글맵 등의 다양한 웹 기반 콘텐츠를 광고와 연결하여 클릭 건수 방식으로 수익을 내면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검색 분야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1996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처음 설립했을 때만 해도 야후와 같은 포털 사이트들의 목표는 더 많은 사이트를 분류하고 더 많은 컨텐츠를 자사의 포털사이트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이때도 구글은 정반대로 검색을 통해 모든 네티즌들이 순식간에 자기 사이트를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은 사건이었다.
 
2. 고차원의 목표 추구 
 
외부 환경변화에 맞서 기존 방식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조직 내부적으로는 의미 있는 지향점 내지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는 집단이나 조직에서 모든 인간 활동의 잠재된 동력, 즉 동기와 행동을 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느 수준의 목표를 지향할 것인가는 그 일을 언제 할 것인가에 상당히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을 마쳐야 한다면 구체적인 절차 중심의 하위 수준으로 목표를 가져가는 반면, 10년, 20년 후의 먼 미래까지 추구할 목표를 설정한다면 의미 중심의 상위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대수의 기업들은 단기 중심적이다 보니 매출과 이익을 늘리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했을 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세속적인 목표에 매달리게 된다. 반면, 아웃라이어 기업들은 애초부터 보다 거시적이고 고차원적인 목표를 추구하려 한다. 이는 짐 콜린스가 ‘Built to Last’에서 말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Big Hairy Audacious Goal)’ 설정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이들 기업의 대담한 목표는 구성원들에게 실행의 구심점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제공하고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낸다. 신념에 가득 찬 직원들이 창출해낸 가치는 다시 고객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 감동을 주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과 수익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 홀푸드를 보자. 홀푸드는 살충제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자연식품과 유기농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문 소매점이다. 일반 매장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일년 내내 고객들로 붐빈다. 그렇다고 단순히 유기농 전문 식품 소매상은 아니다. 이 회사는 식품 소매상을 넘어 개인과 사회, 지구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향한다. ‘모든 음식, 모든 사람, 하나의 지구(Whole Foods, Whole People, Whole Planet)’라는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에도 나와 있듯이, 홀푸드는 한마디로 ‘목적에 충실한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애초부터 최고의 슈퍼마켓 체인이 되겠다기보다 세계 식품 공급의 산업화에 반대하며 보다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공통된 목적 의식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놀라운 헌신을 한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제품 자체의 기능 못지않게 그것을 제공하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강한 신뢰감을 보인다. 또한 이 회사는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했다. 지방에서 질 좋은 농산물과 유기농 제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지방경제를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매출액의 5%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많은 기업에서는 수익을 우선시하지만, 홀푸드는 이익을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한다.
 
애플 또한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세상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기업은 아니었다. 개인용 컴퓨터를 상용화하여 보급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담대한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필요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43년 IBM회장은 전세계 컴퓨터 시장 규모를 고작 5대 정도라고 예상했었고, 1977년 컴퓨터 업자마저도 개인이 컴퓨터를 소유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었다. 놀랍게도 스티브 잡스는 1975년에 이미 고차원적이고 대담한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고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서, 개인들에게 돌려주어 각자가 조직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방의 도구가 되게 하겠다.”
 
3. 참여와 자율 중심의 혁신적 조직운영 
 
목표가 정해졌다면, 다음 단계는 실행의 주체와 실행의 기반이 중요하다. 실행력 없는 목표는 제아무리 거창하더라도 오히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추구하는 목표가 장기간에 걸쳐 있고, 상위 수준일수록 CEO나 임원들 중심의 실행만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왜냐하면 고차원의 목표는 과거처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 중심으로 수립된 목표에 적합한 통제와 관리를 통해서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인사이트를 지닌 몇몇이 항상 해결해줄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결국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행의 아이디어는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기반으로 관리 중심에서 자율 중시로 변화된 조직체계가 요구된다.  
 
고어社는 구성원이 실행의 중심이 되는 신개념의 조직을 운영해 오고 있다. 창립자인 빌 고어는 ‘카풀(Car Pool)’에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듀폰에서 근무하던 시절, 빌 고어는 상사와 부하간이더라도 동료 카풀로 출퇴근할 때는 조직과의 관계를 떠나서 창의적인 대화를 하고, 새로운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회사는 명칭부터가 ‘고어와 동료들’이다. 실제로 상사나 부하가 없는 완전 수평 조직으로 모두가 ‘동료’로 불린다. 심지어 현 CEO 테리 켈리도 법률적 필요에서 CEO로서 회사를 대표하기 위해 직원 투표로 선정되었다. 고어社가 상장하지 않는 이유도 동료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더 많이 갖기를 원하고 있고, 구성원 모두가 주인으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전통적인 계층구조가 아닌 ‘격자형 조직(Lattice Organization)’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 독특한 조직구조에서는 부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이 진행된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함께 하고 싶은 동료들이 팀을 꾸려 나가는 방식이다. 동료 중 자연스럽게 뽑힌 리더가 팀장이 되어 이끌 뿐, 상하 관계의 직급, 권위, 표준화된 고정 업무, 지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명 ‘자연스러운 리더십(Natural Leadership)’이 있을 뿐이다. 임원이나 어떤 리더의 힘도 남용될 수 없다. 팀은 프로젝트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자유롭게 팀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동료가 뽑은 리더들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료로부터 지속적인 협력을 얻기 위해 힘쓴다.
 
자율과 참여를 강조하는 고어社가 제한하는 것이 있다면 한 건물당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수이다. 직원 수가 200명이 넘는 큰 공장이 없는 것도 동료들 간 친밀감을 높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비용 효율성을 따져 저렴한 부지에 대규모 사옥을 마련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건강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홀푸드도 기존 관행을 과감히 타파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한 주인의식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마치 작은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파격적인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 회사의 기본적인 조직단위는 점포가 아니라 팀 단위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업도 전적으로 팀 중심으로 경영(Team-based Management)되고 있다. 각 매장은 해산물부터 농산품,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작은 팀들이 가격결정이나 주문, 채용, 매장 내 제품홍보 등 운영상 중요한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고 있다. 예를 들면 신규사원을 채용할 때 관리자가 아닌 팀 자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입직원이 정규직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4주간의 인턴십을 마친 후, 해당 팀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홀푸드는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것 외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동기 부여를 유지하도록 무한한 신뢰 속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팀들이 상품주문이나 가격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급여 자료뿐만 아니라 일일 매출, 팀 매출, 상품원가 등 회사의 민감한 자료를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또한 커뮤니티 정신에 입각하여 최고경영진의 급여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임원진의 보상을 회사 평균의 19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터 드러커는 최고경영자가 직원간의 임금 격차가 20배 이상 나는 경우 경영자의 리더십이 온전하게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포춘 500대 기업의 평균 비율은 여전히 400배가 넘어 홀푸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4. 끊임없는 자기 재창조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에서, 앨리스가 제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레드 퀸에게 묻자, “네가 앞으로 나가고 싶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기업 경영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경영환경하에서는 단지 제자리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기변신을 꾀해야 한다. 비디오게임 산업의 절대강자로 부각된 닌텐도가 올해 들어 매출이 급감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닌텐도가 기존 제품 위주로 후속 게임 개발에 지지부진하는 사이, MS와 소니가 새 모델로 닌텐도의 취약점을 공략하는 형국이다. 지속적인 자기 재창조 없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끊임없는 자기변신과 진화의 노력으로 부활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애플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팟의 성공으로 지금이야 새로운 표준을 만든다느니, 그들이 만들면 문화가 된다느니 하며 누구나 아는 애플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파산 지경에까지 몰렸던 회사다. 물론 과거에도 애플은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애플 II’ 라는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고, 마우스나 USB를 보편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러나 과거 애플의 혁신은 기술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애플이 아웃라이어 기업으로 거듭난 것은 고객 중심으로 혁신의 키워드를 과감히 바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복귀한 2000년대 초부터 기술집착증에서 벗어나 시장성을 앞세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맥매니아를 위한 전문가용 고가 중심에서 일반 대중을 위한 ‘아이북’과 500달러의 ‘맥미니’까지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라인으로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안으려 했다. 또한 모든 혁신의 중심을 디자인에 두어 ‘아이팟’, ‘아이맥’ 등의 연이은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팟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2001년 최초로 내놓은 아이팟은 새로운 버전 개발을 거듭하여 최종 진화 형태인 ‘아이폰’으로 재창조되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사명에서 ‘컴퓨터’를 떼어 버렸다. ‘애플TV’와 함께 자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더 이상 PC만으로 한정하지 않겠다며 또 한번의 자기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애플은 PC에서 MP3로 그리고 다시 휴대폰과 가전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며 재정의하고 있다. 음악과 휴대폰으로 무게 중심을 바꾼 이 회사는 최근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위해 관련 회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혁신과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리더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아웃라이어 기업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DNA이다.
 
 
Ⅳ. 환골탈태 (換骨奪胎) 
 
 최근 전통적 간판 기업들마저 몰락하는 가운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아웃라이어 기업들은 시대 변화의 통찰력을 가지고 기존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출발한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단 한번의 새로운 시야를 던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고차원적이고 대담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 고차원의 목적의식을 공유한 구성원들은 자율성이 넘치는 신개념의 조직 속에서 아이디어를 맘껏 모으고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영역을 개척하게 되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 다시 자기를 깨고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만의 아웃라이어로 거듭나야 
 
지난 세기에도 그랬듯이, 21세기에도 성공하는 기업은 개척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새로운 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경영방식을 만드는 회사가 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최근의 아웃라이어 기업도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환경만큼이나 아웃라이어 기업의 차별적 가치는 급격히 줄어들고 또 다시 자기 변신의 압력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마치 온 힘을 다해 가파른 비탈 위까지 바위를 밀어 올려 놓는 순간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운명과도 같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환경에 새로운 인사이트로 사업을 이끌 수 없다면 현재의 아웃라이어 기업도 사라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보다 앞선 기업을 흉내 내는 경영의 시대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아웃라이어로 보이는 기업들의 단편적인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우선 사업방식 및 시스템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효과적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이에 상응하는 현재 자신만의 사업모델 및 경영방식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아무도 시도한 적도, 아니 시도할 생각조차 품지 않았던 목표와 과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폴 세잔이 전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생트 빅토와르 산 풍경을 그리기 위해 수십 번이나 똑같은 산을 오르내리고, 화상 볼라르의 초상화를 무려 150번이나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집요한 매달림이 있었기에 전통적인 형식미와 인상주의 색채를 결합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오늘날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것이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창의적 혁신을 위한 인내의 길을 통과하여 새로운 경영의 DNA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기업만이 21세기 경영환경에 맞는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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