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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2. 10:57
금융기관 손실이 줄어들고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속도가 둔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지만,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 소비자 및 기업 금융 부문의 부실 확대로 인해 금융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기는 올 하반기중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진국의 가계부채 해소, 과잉공급 능력 조정, 금융의 신용창출기능 회복 등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도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연초의 빠른 지표호전에 힘입어 2분기중 전기비 성장률이 2% 내외에 달할 것이지만 환율하락, 유가상승 등으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와 건설투자도 공공부문에 의해 주도될 전망이다. 2분기의 고성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당초 전망을 상향수정한다. 내년중 우리경제는 잠재 성장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3%대의 성장이 예상되어 경기는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는 유동성 확대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선제적인 인플레 대책보다는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고 계획했던 부양책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할 것이다. 
 
Ⅰ. 금융위기 벗어나나 
 
 2008년 10월과 200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중대한 위기 국면을 맞았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3월 이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고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연쇄파산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 전반의 붕괴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자본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주식,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자금중개 활동 또한 부분적으로 재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물경제 침체가 완화되고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부터 촉발되어 세계경제 전반으로 확대된 이번 위기가 향후 어떤 경로로 치유되고 금융시장이 회복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현재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더 나아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금융위기의 핵심을 과도한 신용 증가 및 자산가격 상승이 조정을 겪는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시스템이 붕괴위험에 직면하는 것으로 본다면, 지금은 최악의 상황으로부터는 벗어나 회복의 초기 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08년 분기당 평균 2,600억달러에 이르던 전세계 금융기관의 대손상각(Writedowns) 규모가 2009년 1분기 들어 1,50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향후 발생할 잠재 손실에 대한 추정치(IMF)의 경우 지난 4월 펴낸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0년까지 전세계 금융기관의 대손상각액이 약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 또한 축소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파산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크게 낮아졌으며, 금융업종의 주가도 3월 이후 시장 평균보다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향후 상황과 은행 회계상의 세부기준을 둘러싼 분분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시장불안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테스트 대상 19개 은행 가운데 10개사에 대해 총 746억 달러의 자본 확충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결과는 민간 연구기관 및 신용평가사들이 사전에 추정한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 해당한다. 게다가 최근의 주식 및 회사채시장 호조에 힘입어 미국 은행권은 유상증자 및 무보증 채권 발행,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등을 통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850억 달러의 자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통해 제공받았던 구제자금에 대해서도 조기 상환에 나서고 있다.
 
자금시장 여건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작년 말 금융권의 단기자금시장에만 국한되었던 시중자금 흐름이 2009년 들어서는 위험자산 선호 증가에 힘입은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면서 비금융 부문의 일반 기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고 차입자의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주택구매자의 자금경색도 다소 완화되었다. 하지만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나 신용카드 등 아직 신용위험 수준이 높고 정책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부문의 자금조달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 안정조짐은 나타나 
 
한편 이번 위기의 진원지에 해당하는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세는 최근까지도 지속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Home Price Index 20)에 의하면, 미국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지난 3월에도 전년동월 대비 18.7%의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며 32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이는 2006년 7월의 주택가격 고점(206.5, 2000.1=100)으로부터 32.2% 하락한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하락 속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주택경기의 심각한 침체와 관련 금융부문의 손실발생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금융기관과 시장의 위기가 상당 부분 진정되고는 있지만, 그것을 유발한 근본 원인은 올해 1분기까지도 계속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택가격 하락 움직임의 둔화 여부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부터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즉 주택가격 하락세가 진정됨으로써 관련 금융상품의 추가적인 부실이 더 이상 크게 확대되지 않거나, 적어도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되는 것이 금융 불안 해소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난 3월까지는 계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이후 기간 동안의 매매동향에서는 이러한 하락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및 신규주택매매의 감소세가 연초부터 둔화된 상태이며, 이러한 가운데 기존 주택판매에 1~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잠정주택판매가 지난 4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택경기 침체 완화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개인의 주택구입능력도 모기지 금리 하락과 최초주택구매자에 대한 지원 등의 정책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모기지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데다 높은 주택공실률과 느린 재고조정 속도를 감안하면 주택경기의 회복을 선뜻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실업률 상승 등 고용여건의 악화와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금리상승 움직임, 그리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 등은 향후 개인의 주택수요를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IMF가 추정한 미국의 균형주택가격과의 괴리도를 감안하면, 미국 주택가격은 10~15% 정도 추가하락할 것으로 보여 올해 2~3분기 중으로 하락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로 금융시장 회복 저해 
 
금융시장의 파국을 막고 머지 않아 주택경기가 안정되더라도, 그것이 금융위기의 해소와 본격적인 회복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물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가계와 기업 부문의 부실이 늘어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계속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지연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맥킨지(McKinsey)가 2010년까지 미국의 은행들이 입게 될 신용손실 규모를 부문별로 추정한 결과를 보면, 주택금융 부실의 경우 이미 많은 부분이 손실로 실현된 반면, 소비자 금융과 기업 금융의 부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손실로 남아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 이는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이후에도 개인의 자산과 소득이 위축되고 기업의 수익성 및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경기침체 사례에 대한 IMF 조사결과에서도 금융위기를 동반한 경기침체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의 회복에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 부실의 확대는 향후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 미국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4분기 이후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많은 수익을 올린 지난 1분기에도 신용카드 사업부문은 손실을 입었다. 또 카드업체가 추심을 포기한 대출의 규모도 2008년 같은 기간 동안에 비해 약 70% 가까이 증가했다. 향후 실업률 상승 등으로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세금환급정책의 효과가 약해지면서 개인의 구매력이 더욱 취약해지게 되면 신용카드 부문의 이러한 부실 또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수요의 약화가 지속되면서 기업 금융의 부실 또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무디스(Moody’s)가 집계한 전세계 기업의 부도율을 보면,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4분기 기업 부도율은 1% 중후반으로 1990년대 초반의 경기침체나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당시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통상 기업 부도율이 경기흐름에 다소 후행하는 속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머지 않아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부도 증가로 인한 기업 금융 부문의 부실은 상당기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업실적 부진 및 부도 증가는 상업용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시장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느릴 것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미국 금융시장이 파국적인 충격을 받으면서 그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함께 이루어졌다면, 유럽지역은 반대로 직접적인 부실 규모는 작지만 부실화의 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정책대응도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이루어짐으로써, 미국보다 오랜 기간 동안 금융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영국 및 아일랜드나, 경상수지 적자 구조에 외채 의존도도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각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 이외에 정부재정도 부실한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정책대응을 위한 여력이 떨어진다.
 
이 가운데 동유럽 지역의 경우 국제통화기금, EU 등의 외화유동성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무역수지와 외화획득 여건을 개선시킴으로써 다급한 상황은 이미 상당 부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향후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금융 불안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우려를 여전히 안고 있다. 더욱이 금융산업 부문에서 입은 타격이 고용, 민간소비 등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만성적인 재정적자, 그리고 국채발행 시 막대한 물량공급의 미국 국채와 경합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호조세가 지속되지 않는 한 영국 금융시장이 자력으로 빠르게 안정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금융불안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영국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전세계 기업 및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금상환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인 자금사정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향후 급격한 불안 가능성 낮지만 회복지연 리스크는 남아 
 
리만 사태가 발생한 지 9개월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 회복의 초기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통해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고 민간부문이 스스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과 국가간 공조 또한 다소간의 갈등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실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향후 소비자 및 기업 금융 부문의 부실이 확대된다면 금융시장의 기능이 예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실자산구제계획의 실행이 연기되는 움직임 또한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와 투자심리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실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로 계속 방치되는 경우에는 위기로부터의 회복과정에서 다시 한 번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Ⅱ. 세계경제의 향방은 
   
지난해말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이후의 급격한 실물경기 위축현상은 금년 들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국가들의 생산활동 지표는 금년 1분기중 하락 속도가 완화되거나 상승세로 반전했다(<그림 9> 참조). 연초까지만 해도 초유의 위기를 맞아 실물경기의 추락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으나 지표들의 추락이 멈추면서 불안심리가 가시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소비자나 기업들이 판단하는 기대지수들이 상승하고 주가도 반등하는 등 실물경기의 분위기는 밝아지고 있다.  
 
정책효과로 분위기 반전 
 
선진국 정부의 금융구제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민간부문의 수요위축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다는 점이 세계경기 호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주요국들은 재정지출 확대, 감세 등을 통해 GDP의 2~3%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금리인화와 통화량 확대 등 통화정책이 결합되면서 부양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가하락도 경기를 호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연초 유가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하락함으로써 원유수입에 의존하는 주요국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을 높여 수요위축을 완화시켜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들어 5월까지 전세계 원유수요는 125억배럴에 머물렀으며 평균 유가는 47달러 수준(WTI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에 비해 배럴당 50달러 이상 떨어졌다. 원유수입국들은 6,500억 달러 이상의 수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데 이는 연율로 보았을 때 세계 GDP의 2.4%에 달하는 금액이다(<그림 10> 참조). 물론 산유국들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어 이들의 경기위축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지만 현재 세계수요를 이끌어가는 주요국들이 대부분 원유수입국임을 감안할 때 올초 유가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매우 컸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 중국 등 제조업 중심국가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완만한 회복 예상 
 
세계경제는 하반기중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회복을 이끄는 주된 요인은 역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총 7,800억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올 2분기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부양규모 면에서 금년보다 내년에 비중을 둠으로써 부양의 효과가 조기에 소진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그림 11> 참조).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일본과 유럽 선진국들은 추가적인 부양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대규모 부양책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는 중국도 하반기중 그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빠른 재고조정도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지난해말 극심한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급락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향후 수요위축에 대비해 생산을 억제하고 재고를 크게 축소시켰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재고액이 지난해 8월 이후 매월 1%씩 줄어들어 1960년대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추세를 보였다(<그림 12> 참조). 제조업 중심국가들의 재고감소는 더욱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월 2%씩 재고물량이 줄어들었다. 대공황 혹은 장기불황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재고규모를 빠르게 줄임으로써 수요회복시 기업들이 생산을 바로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경기 상승활력 크지 않을 전망 
 
그러나 세계경기 회복추세는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중에도 세계경제 성장률은 평균적인 성장추세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를 위기상황에 이르게 했던 제반 요인들이 정상화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의 과열성장 시기중 누적되었던 미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정상적인 추세 수준으로 회귀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저축성향이 늘면서 미국의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으로 소득수준도 줄어들면서 미국 가계의 부채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그림 13> 참조). 현재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5%대로 높아졌지만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7~8%대의 저축률이 수년간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공급능력 조정과정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4> 참조). 연초 급락했던 주요국의 가동률이 다시 높아졌지만 여전히 평균적인 추세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어서 가동률이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설비투자의 재개가 본격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에서도 보았듯이 심각한 위기상황 발생 이후 기업의 투자심리는 장기간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기능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 기간중 기업들은 차입보다는 내부자금을 이용한 보수적인 투자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부문이 수요확대를 이끌면서 수출보다는 내수, 설비투자보다는 건설투자가 성장을 이끄는 주요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은 고용창출이 높은 건설 및 서비스 부문의 수요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은 장기적인 성장력 확대를 위해 SOC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의 효과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성향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세계교역은 2009년중 크게 위축되고 2010년에도 크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장치산업 중심의 대량생산과 교역이라는 2000년대 중반의 세계무역 트렌드는 내년까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경제 부진 지속 
 
국가별로 볼 때 선진국이 개도국에 비해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5> 참조). 미국은 가계의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민간소비의 회복이 지연되고 금융충격 이후 기업부문도 생산 및 투자 확대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복의 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금융기능의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가계 부채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월 현재 9.4%에 이르는 실업률은 내년까지 1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어 가계부문의 소득창출 확대와 소비확대라는 선순환을 이끄는 데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것이다. 올해 -3% 가까이 성장률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경제는 내년 중에도 1% 내외의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침체가 더 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그림 16> 참조). 우선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데 미국경기의 부진이 길어짐에 따라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 및 통화정책도 미국에 비해 소극적인 대응에 그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신용공여 금지, 회원국 구제금지 등 각종 규제 조약으로 인하여 유럽 개별국들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양적완화 정책 역시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GDP의 2% 규모를 책정한 미국과 달리 지난 5월 결정된 ECB 양적완화정책의 규모는 유로존 GDP의 0.6%인 600억 유로에 불과하다.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일관된 정책 의사결정이 수행되어야 할 것인데, 유럽 각국의 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하여 조화로운 정책이 수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연초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경기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 자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의 수출의존 구조, 과잉설비 부담,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시장 침체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금년 1분기 기준으로 잠재GDP에 대한 수요부족 규모가 45조엔 정도로 GDP의 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하반기중 고용확대 및 친환경 대책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지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회복의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에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전망이지만 2007년의 경제활동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BRICs 경제 상대적 호조 
 
상대적으로 내수의 규모 및 성장기여도가 큰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중국, 인도 등은 성장률 하락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GDP 대비 수출비중이 44%로 높게 나타나지만 단순조립 형태의 가공무역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수출로부터의 부가가치 창출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6%대의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측면에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중에는 수출의 급격한 하락으로 성장률이 6%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확대되면서 8% 내외의 성장세를 회복할 전망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올 상반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세는 전년보다 강세로 돌아섰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사업의 특성상 하반기로 갈수록 자금집행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그림 17> 참조).  
 
인도는 대외여건 개선이 불투명해 제조업의 성장회복이 지연되고 과다한 재정투입에 따른 경기부양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빠른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업과 1차산업 비중이 80%를 넘어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점이 인도경제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어 내년에는 6%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올해 소폭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금융시장 안정에 발 빠르게 나서는 등 지난 세기 수 차례에 걸친 경제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 속에서 비교적 양호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등 중남미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러시아는 유가하락과 금융불안 등으로 인해 저조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국내 수요 위축으로 생산과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실업이 증가하고 소득이 감소하면서 국내 수요가 다시 위축되는 내수 침체 가속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침체의 폭이 컸던 수출 주도의 아시아 공업국들은 최근 경기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말 성장이 급락한 데 따른 조정의 의미가 크며 이들이 올해 더 크게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극심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말 미루어 두었던 대기수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수요회복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나 급등락에 따른 조정기가 지나면 지표회복의 속도가 다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세계교역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위축되고 내년중에도 완만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주도 국가들의 경기회복은 빠르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동유럽국은 서유럽 경기부진 지속으로 수출회복이 어렵고 금융불안도 쉽게 해소되기 힘들어 개도국중 가장 저조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완만한 약세 예상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정책금리는 2009년 연말까지는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0년 중에는 경기회복,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후유증 우려 등으로 인상될 전망이다(<그림 18> 참조). 미국이 유럽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며 ECB는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미진하더라도 역내에서의 금융손실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 가치는 금융시장 안정이 지속되고 향후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의 안전자산 선호 및 현금보유 성향이 약화되고, 여기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 점증 가능성과 미국경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선호는 점진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약화된 달러화 수요의 상당 부분은 엔화보다는 유로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 주식 등의 금융시장이 유로지역이 더 발달해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금융불안이 완화되면서 오히려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재정의 건전성,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기대 측면에서도 글로벌 자금흐름은 유로지역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안화의 위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들도 산재해 있다.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진 데다 해외에서 위안화의 통용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과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절상 억제, 또는 약세 유도 가능성은 당분간 위안화 환율의 절상속도를 완만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Ⅲ. 국내경기 언제 회복되나 
 
2분기 성장률 빠른 반등 예상 
 
지난해 말 급격히 위축되었던 국내경기는 올해 초를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지표들이 모두 빠르게 개선되면서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산업생산은 금년 들어 4월까지 전월 대비 3% 이상 성장했다. 다만 지난해 말의 감소폭이 커서 빠른 반등에도 불구하고 지표들이 아직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표의 개선과 함께 주가가 상승하고 각종 기대지수들이 반등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지표회복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1분기 GDP는 전기비로 0.1%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것과 대조된다(<그림 20> 참조). 이는 국내외 여건이 우리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LG Business Insight 2009년 6월 17일자, ‘경기저점 언제인가’ 참조). 우선 지난해 말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우리나라의 통화가치 하락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어 수출의 가격경쟁력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연초의 유가하락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실질 구매력 개선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년 들어 우리나라의 교역조건 개선폭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부양 규모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경기부양 규모가 GDP 대비 4%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목표대비 빠른 예산집행률을 통해 부양의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하고 있다.  
 
생산활동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2분기에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2%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1> 참조). 이에 따라 경기저점이 곧 도래한다거나 혹은 이미 1분기중 지났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경제가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중 성장둔화로 완만한 U자형 회복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세 가지 요인들은 그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원화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강세로 돌아섰고 유가도 연초의 배럴당 40달러 내외에서 이미 70달러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상대적으로 상반기중에 집중됨으로써 하반기 부양규모는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2분기와 같은 빠른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유리했던 환경들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향후 국내경기의 상승추세는 세계경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수출수요도 완만하게 개선되고 경기부양 효과가 내수에 반영되면서 내수와 수출이 함께 경기를 이끌어갈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기 상승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회복의 힘이 제약될 것이다. 올 하반기 중 성장의 활력이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저점은 금년 말이나 내년으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저점 이후에도 경기 활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올해 우리경제는 지난해 대비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세계경제 성장률(PPP 기준)보다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는 우리 성장률이 3%대로 높아져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상대적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점, 자동차, 휴대폰, 가전 등 주력 수출품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경기부양 여력 및 의지가 크다는 점 등이 우리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능력이 4%는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내년 중에도 잠재성장 능력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향후 경기회복의 모양은 가파르기보다는 완만한 U자형 회복의 형태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내구재 수요 조기회복 어려워 수출부진 지속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추세와 같이 하반기중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이 건설투자 및 소비에 비해 지연될 전망이다. 올들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4.5%를 기록하는 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다만 전월비로는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고환율 등에 따른 경쟁력 상승효과가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고환율과 그 동안의 혁신과 기술 축적으로 인한 품질 제고, 마케팅 등 제품 외적인 역량 강화 등으로 올들어 주요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향후 수출전망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그러나 주력제품의 경쟁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의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내구소비재 수요의 회복은 내년까지도 본격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 2차 오일쇼크, 저축대부조합 사태, IT버블 붕괴 등 과거 경기침체기 미국의 소비지출 패턴을 살펴보면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폭 감소가 소비지출 전체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났으며, 이처럼 지연된 내구재 소비가 전체 소비지출 평균 이상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위기시작 이후 8분기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3> 참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구소비재에 대한 수요 회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의 내구재 수요는 결국 개도국 투자수요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개도국에 대한 중간재, 자본재 수출의 회복도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으로 -20% 가까운 부진이 예상된다.
 
설비투자, 세계경제와의 연동성 확대 
 
세계적으로 과잉투자에 따른 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구재 소비와 관련된 전기전자 산업과 철강, 화학, 조선 등 장치산업 등이 투자조정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 저조해 투자과잉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이지만 이러한 장치 산업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투자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과거 국내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되던 투자는 2000년대 들어 수출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점차 세계경제와의 연관성도 커지고 있다(<그림 24> 참조). 세계경제의 금년 마이너스 성장과 내년 1%대의 낮은 성장 전망으로 기업들의 투자확대 유인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더욱이 제조업 가동률도 크게 하락해 있다. 연초 60% 초반 수준에서 반등하고 있으나 아직 70% 내외로 2000년대 중반의 80%대에 크게 못 미친다. 연초 생산활동의 빠른 반등으로 가동률이 높아졌지만 하반기 성장이 둔화되면서 가동률의 빠른 회복이 지속되기 어렵다. 설비투자 회복에 앞서 가동률 상승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향후 수요회복은 매우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시기에는 경기가 V자형으로 반등하면서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도 1년만에 크게 증가한 바 있다(<그림 25> 참조). 그러나 현재는 세계적으로 수요부진이 장기화된 80년대 2차 오일쇼크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세계경제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가동률과 설비투자가 오랜 기간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더욱이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이 본격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요둔화로 내부자금 축적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투자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올 상반기 -22.3%까지 급락했던 설비투자는 하반기 -5.7%로 다소 회복될 것이지만, 연간으로 여전히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 위축 
 
연초 고환율이 수출의 빠른 회복에 기여했다면 하반기 중에는 원화절상의 효과로 물가가 안정되면서 경제환경이 수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내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소비 증대와 함께 민간부문의 수요확대를 목표로 하는 경기부양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점도 내수경기를 회복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그림 26> 참조).  
 
그러나 금년중 민간부문의 수요회복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의 경우 최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을 넘는 등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심리회복이 실제 소비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취업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기업경영 실적의 악화로 근로자 임금은 명목기준으로도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전년대비 하락하면서 소비여력을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그림 27> 참조).  
 
세계적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큰 편인 우리나라에서 부채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소비성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올들어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됨으로써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부채조정을 위해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민간소비는 2000년대 들어 신용카드 버블시기 중 일시적 호조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부진에 빠져있는데 올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함에 따라 금년 -2%를 밑도는 저조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공공부문의 건설주도는 내년까지 지속 
 
건설투자는 금년 1분기중 전년동기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유일한 수요부문이다. 이는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공공건설은 하반기에도 전체 건설투자를 주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4대강 정비사업’의 예산 조기집행 등 하반기에도 굵직한 SOC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그 동안 진행되어오던 혁신도시 등 균형개발사업 기성이 진척되는 효과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되어 나타날 것이다(<표 3> 참조).  
 
하지만, 민간 건설투자는 금년중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1분기 민간건축 건설수주가 전년동기대비 44% 급감하였고,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역시 30% 급락하였다. 미분양 주택은 4월기준 16만가구가 넘어 주택재고 부담이 해소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그림 28> 참조).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분양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전체적인 상황은 아니다. 국내외 경제의 성장활력이 한 단계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제약될 것이며 이에 따라 민간의 주택수요가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건설예산이 내년에 더욱 크게 계획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내년중에도 공공부문의 토목건설 증가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건설업 구조조정 마무리, 건설업 유동성 문제 해소, 미분양 주택호수 감소에 따른 재고부담 완화 등의 영향으로 민간건설은 극심한 침체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 회복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는 내년까지 하향안정 예상 
 
경기침체로 인하여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 이후의 원화환율 급등으로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한다. 작년 4분기 이후 총수요압력,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를 각각 1.6%p, 0.5%p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전환되었으나, 환율상승이 물가를 2%p 이상 상승시켜 앞의 하락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9> 참조).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물가불안 요인들도 많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조짐이 나타나고 또 하반기에는 그동안 억제해 왔던 공공요금의 인상이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반기중 성장세가 잠재성장의 추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 총수요압력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낮게 유지될 것이다. 원화환율의 하락도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수입물가를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 과정에서의 통화확대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 이후 본원통화가 평균 20%를 상회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단기부동자금이 늘어나면서 자산가격 상승 및 인플레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중개기능 약화로 기업대출 등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못하면서 유동성 확대가 수요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크게 약화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도 통화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은 3%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원화가치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 물가를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켰던 요인이 내년에는 반대로 작용할 것이다. 내년 3%대 성장은 여전히 산출갭이 큰 상황임을 의미한다.  
 
금년중 정책금리 유지될 것으로 예상 
 
연초 고환율의 효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환율의 하향압력으로 작용해 원화환율의 하향 안정 추세는 올해 하반기 및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림 30> 참조). 여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국면으로부터 점차 벗어나면서 신흥경제권으로의 외국인투자 또한 본격적인 증가추세 전환이 기대된다. 다만 원화의 절상 속도는 최근 나타났던 것에 비해 다소 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 약세에 힘입은 수출증대 효과가 3분기 이후 부분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제유가 또한 배럴당 70달러 내외 수준으로 연초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해 경상수지 개선 속도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9년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00원대 중반 수준이 예상되며 2010년에는 달러당 1,1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200원 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년에는 2008년 평균인 100엔당 1,070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함으로써 수출가격경쟁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책금리는 2009년 연말까지는 2.0%로 유지되고 2010년에는 3~4차례에 걸쳐 1%p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하반기에는 실물경기가 최악의 상태에서는 벗어나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우며, 물가상승률도 한국은행의 물가목표 내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2010년에는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유동성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준까지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고채 수익률(만기 3년)은 점진적인 경기회복과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물량부담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경향의 완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AA- 등급, 만기 3년)와 국고채 수익률 간의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전반적인 금리 상승세와 기업의 자금수요 증가에 따라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관된 정책 추진 필요 
 
이례적인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환수 등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과 정(+)의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통화 및 물가지표를 항상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지만 인플레 우려가 단기간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현금선호가 커져 통화량의 상당부분이 예비적 수요로 남아 유통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와 같이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이러한 통화량이 실물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의 추락이 멈추면서 급한 불은 꺼졌지만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공황 시기와 같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지만 여전히 장기불황에 대한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 발생 10년 후 미국과 일본의 GDP를 비교해보면 일본의 GDP가 위기발생 이전에 비해 미국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빠른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기대심리의 호전은 큰 폭의 하락에 따른 상대적 반등의 의미가 크며 향후 우리경제는 다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완만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 이후 계획되었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경기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례를 찾기 힘든 세계경기 침체의 상황을 맞아 어떤 정책이 바른 것인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현 상황은 경기과열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경기부진에서 벗어나 경제를 정상궤도에 빠르게 돌려놓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으로 판단된다. 선제적인 인플레 대책보다는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고 계획했던 부양책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할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