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30. 06:41
[Business]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더불어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 내부의 복잡성도
같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탁월한 CEO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이 같이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다.
CEO를 보좌하면서 이런 이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경영진들의 팀워크가 필요한 시기이다.
경영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화두 중 하나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은 바로 CEO의 리더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CEO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탁월한 CEO라면 시장과 미래를 읽는 통찰력으로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 문화를 혁신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믿음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CEO 혼자 잘한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고 단순화시켜서는 곤란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기업에는 훌륭한 리더가, 저성과 기업에는 나약한 리더가 있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회사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한 명의 뛰어난 개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면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영웅적인 CEO의 환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CEO 혼자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고, 각 경영진은 그에 따라 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예의 주시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내는 일은 아무리 탁월한 CEO라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조직이 클수록 내부의 복잡성도 높아지고 기능 조직간, 혹은 사업 조직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모든 일을 CEO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런 맥락에서 리더십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CEO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경영진 팀워크
가장 우수한 경영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GE의 잭 웰치는 “기업의 성과는 CEO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우수한 경영진들의 팀워크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 한 바 있다. 그의 얘기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CEO가 갖춘 탁월한 능력 이상으로, CEO와 함께 조직을 이끄는 고위 경영진들 모두가 만들어가는 경영진 팀워크가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경영진의 팀워크를 개별 팀 내의 직원들 간의 팀워크나, 개별 팀들 간의 협력과 단순히 유사한 개념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영진 팀워크는 일반적인 팀워크와 달리 훨씬 더 만들어가기 어렵고, 기업 전체의 사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진의 팀워크를 강조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먼 브라더스 사이다. 동사의 CEO였던 딕펄드는 팀워크와 협력을 매우 중시하였고, 동사는 이례적으로 팀워크가 강한 회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팀워크의 강조로 인해 반론을 제시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것이 문제였다. 결국 동사는 2008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Team at the Top」의 저자인 존 카첸바흐는 경영진의 팀워크가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카첸바흐는 경영진들의 업무의 70~80% 정도는 팀으로 일하기 보다는 개인으로 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는 경영진들간의 팀워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보다 경영진들이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경영진의 팀워크가 요구되는 것일까?
첫째, 경영진 팀원간 혹은 각 경영진들이 이끌고 있는 조직 간의 상호 의존성이 높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지역 사업부와 제품 사업부가 공존하는 매트릭스형 조직 구조를 취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지역 사업부장과 제품 사업부장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둘째, 사업 구조 조정이나 전사 차원의 변화 추진 등 경영진들의 지지가 필요한 경우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 하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가 신속하게 변화해야 한다. CEO 혼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경영진들의 단결된 팀워크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여러 분야의 깊은 전문성과 다양한 관점의 사고가 요구될 때이다. 예를 들어, 10년 뒤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적절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등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회사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오면서 역량이 증명된 경영진들로부터 풍부한 지식과 식견, 경험, 다양한 관점의 의견 등을 얻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존 사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컨버전스가 일상화되고 있는 경영 환경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경영진의 팀워크가 요구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경영진 팀워크의 현 수준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의 성공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역량에 의해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때로는 경영진들 간의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차이를 해소해가면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영진 팀워크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 잘 발휘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 리더십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여전히, 경영진들이 팀워크를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여기저기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의 루스 웨이지만 교수는 “말로는 경영진들이 마치 하나의 팀처럼 협력하며 일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각 경영진은 자기 담당 부문에서 개별적으로 일할 뿐, 상호간의 협력이나 조율 등에는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더라도 친목 다지기 수준의 대화나 단순히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는 중요한 전사 차원의 안건으로 인해 경영진 회의가 소집되더라도 담당 조직의 일을 우선시하여 회의에 불참하거나,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담당 조직의 실무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려 자리를 비우는 등 회의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캐서린 아인젠하르트 교수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12개 연구 대상 기업 중 경영진간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 회사 중에는 경영진 간에 팀워크가 형성되기는커녕 심각한 갈등 수준을 보이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회사의 경우, 경영진이 서로간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기도 힘들었으며, 상호간에 심각한 수준의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동료 경영진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연구진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주로 사용한 단어는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혼자 감춘다’, ‘정치적이다’ 등 부정적인 표현이 많았다고 한다.
경영진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진의 팀워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 경영진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건설적인 경영진의 팀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보자.
● 공통의 목표를 분명히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 명확히 수립되어 있고, 매주 혹은 적어도 매달 1회씩은 모든 경영진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경영진들이 공통의 목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겠지만, 의외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지아 대학의 앤드류 워드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자. 31개 미국 회사와 비영리 조직의 CEO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실시한 결과 CEO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경영진들이 볼 때 자신들의 CEO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비교해보면 순위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한 회사의 CEO는 ‘회사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경영진들은 CEO가 ‘회사의 성장’을 1순위로 여기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경영진들은 CEO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의 명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12순위). 더 큰 문제는 이처럼 CEO가 생각하는 우선 순위와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우선 순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자신이 CEO가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캐서린 아이젠하르트 교수도 경영진 간 개인적인 갈등 수준이 높은 회사의 경우 경영진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 공유된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팀워크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얻어질 수 있다. 경영진 팀워크 구축도 공통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공통의 목표를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경영진들이 똑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모든 사람이 샌프란시스코를 가야 한다고 동의한 상황에서 어떤 경로를 택해야 할 지를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일부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샌 디에고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회사의 경영진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되,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 건설적인 논의 풍토의 조성
「이노베이션 존」의 저자인 토머스 쿨로풀로스는 “사람들은 흔히 팀으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그 팀의 주도권을 장악할 때까지는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조지아 대의 앤드류 워드 교수도 경영진들의 강한 자부심이 종종 팀워크 형성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들은 종종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그것도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 내는 촌철살인같은 한 마디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합리적인 지적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에 상처를 받는 순간 부정적인 갈등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들간의 팀워크 형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건설적인 논의 풍토의 형성이다. 아이젠하르트 교수가 경영진 팀원간에 건전한 갈등 구조를 유지하는 회사의 경영진 회의의 모습을 살펴본 결과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하여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슈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할 경우, 경영진 팀원들은 각자가 가진 정보에 근거한 추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논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간의 감정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슈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경영진들은 추정이라는 불필요한 과정을 건너뛰어 바로 이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불필요한 개인간 갈등을 줄여준다고 한다. 둘째, 4~5개의 대안을 가지고 논의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흑이냐 백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안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지지를 표명할 수도 있고, 대안 중 하나를 지지하다가 다른 대안을 지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셋째, 모든 일에 대한 모든 사람의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합의를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분위기는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만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경영진간의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 담당 조직 관점이 아니라 전사적 관점에서
경영진간의 팀워크 형성이 어려운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영진들은 이미 다 제각기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리더들이라는데 있다. 각 경영진들이 자신의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상호간의 이해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들이 맡고 있는 조직마다 그 특성에 따라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경영진간의 갈등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종종 이런 가치 차이가 순식간에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갈등으로 변질되어 버리면서 팀워크는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영 구루 중 한 명인 램 챠란은 「리더십 파이프 라인」에서 초급 관리자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각 리더십 단계마다 요구되는 역량이 제각기 다르지만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은 바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보다 한 단계 상위 조직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명 경영 저술가인 피터 렌치오니 역시 많은 리더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을 가장 우선시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에만 집중하려 할 뿐 경영진간의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즉, 자신의 조직만을 생각할 뿐 상위 조직 관점에서 자신의 담당 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지, 다른 조직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진 팀워크를 형성하는 주체는 바로 경영진들이다. 경영진 스스로 자기가 이끌고 있는 조직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사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때 경영진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137
경영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화두 중 하나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은 바로 CEO의 리더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CEO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탁월한 CEO라면 시장과 미래를 읽는 통찰력으로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 문화를 혁신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믿음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CEO 혼자 잘한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고 단순화시켜서는 곤란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기업에는 훌륭한 리더가, 저성과 기업에는 나약한 리더가 있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회사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한 명의 뛰어난 개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면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영웅적인 CEO의 환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CEO 혼자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고, 각 경영진은 그에 따라 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예의 주시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내는 일은 아무리 탁월한 CEO라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조직이 클수록 내부의 복잡성도 높아지고 기능 조직간, 혹은 사업 조직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모든 일을 CEO가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런 맥락에서 리더십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CEO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경영진 팀워크
가장 우수한 경영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GE의 잭 웰치는 “기업의 성과는 CEO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우수한 경영진들의 팀워크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 한 바 있다. 그의 얘기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CEO가 갖춘 탁월한 능력 이상으로, CEO와 함께 조직을 이끄는 고위 경영진들 모두가 만들어가는 경영진 팀워크가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경영진의 팀워크를 개별 팀 내의 직원들 간의 팀워크나, 개별 팀들 간의 협력과 단순히 유사한 개념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영진 팀워크는 일반적인 팀워크와 달리 훨씬 더 만들어가기 어렵고, 기업 전체의 사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진의 팀워크를 강조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먼 브라더스 사이다. 동사의 CEO였던 딕펄드는 팀워크와 협력을 매우 중시하였고, 동사는 이례적으로 팀워크가 강한 회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팀워크의 강조로 인해 반론을 제시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것이 문제였다. 결국 동사는 2008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Team at the Top」의 저자인 존 카첸바흐는 경영진의 팀워크가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카첸바흐는 경영진들의 업무의 70~80% 정도는 팀으로 일하기 보다는 개인으로 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는 경영진들간의 팀워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보다 경영진들이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경영진의 팀워크가 요구되는 것일까?
첫째, 경영진 팀원간 혹은 각 경영진들이 이끌고 있는 조직 간의 상호 의존성이 높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지역 사업부와 제품 사업부가 공존하는 매트릭스형 조직 구조를 취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지역 사업부장과 제품 사업부장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둘째, 사업 구조 조정이나 전사 차원의 변화 추진 등 경영진들의 지지가 필요한 경우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 하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가 신속하게 변화해야 한다. CEO 혼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경영진들의 단결된 팀워크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여러 분야의 깊은 전문성과 다양한 관점의 사고가 요구될 때이다. 예를 들어, 10년 뒤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적절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등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회사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오면서 역량이 증명된 경영진들로부터 풍부한 지식과 식견, 경험, 다양한 관점의 의견 등을 얻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존 사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컨버전스가 일상화되고 있는 경영 환경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경영진의 팀워크가 요구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경영진 팀워크의 현 수준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의 성공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역량에 의해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때로는 경영진들 간의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차이를 해소해가면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영진 팀워크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 잘 발휘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 리더십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여전히, 경영진들이 팀워크를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여기저기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의 루스 웨이지만 교수는 “말로는 경영진들이 마치 하나의 팀처럼 협력하며 일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각 경영진은 자기 담당 부문에서 개별적으로 일할 뿐, 상호간의 협력이나 조율 등에는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더라도 친목 다지기 수준의 대화나 단순히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는 중요한 전사 차원의 안건으로 인해 경영진 회의가 소집되더라도 담당 조직의 일을 우선시하여 회의에 불참하거나,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담당 조직의 실무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려 자리를 비우는 등 회의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캐서린 아인젠하르트 교수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12개 연구 대상 기업 중 경영진간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 회사 중에는 경영진 간에 팀워크가 형성되기는커녕 심각한 갈등 수준을 보이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회사의 경우, 경영진이 서로간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기도 힘들었으며, 상호간에 심각한 수준의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동료 경영진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연구진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주로 사용한 단어는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혼자 감춘다’, ‘정치적이다’ 등 부정적인 표현이 많았다고 한다.
경영진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진의 팀워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 경영진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건설적인 경영진의 팀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보자.
● 공통의 목표를 분명히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 명확히 수립되어 있고, 매주 혹은 적어도 매달 1회씩은 모든 경영진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경영진들이 공통의 목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겠지만, 의외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지아 대학의 앤드류 워드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자. 31개 미국 회사와 비영리 조직의 CEO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실시한 결과 CEO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경영진들이 볼 때 자신들의 CEO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비교해보면 순위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한 회사의 CEO는 ‘회사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경영진들은 CEO가 ‘회사의 성장’을 1순위로 여기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경영진들은 CEO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의 명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12순위). 더 큰 문제는 이처럼 CEO가 생각하는 우선 순위와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우선 순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자신이 CEO가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캐서린 아이젠하르트 교수도 경영진 간 개인적인 갈등 수준이 높은 회사의 경우 경영진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 공유된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팀워크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얻어질 수 있다. 경영진 팀워크 구축도 공통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공통의 목표를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경영진들이 똑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모든 사람이 샌프란시스코를 가야 한다고 동의한 상황에서 어떤 경로를 택해야 할 지를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일부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샌 디에고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회사의 경영진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되,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 건설적인 논의 풍토의 조성
「이노베이션 존」의 저자인 토머스 쿨로풀로스는 “사람들은 흔히 팀으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그 팀의 주도권을 장악할 때까지는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조지아 대의 앤드류 워드 교수도 경영진들의 강한 자부심이 종종 팀워크 형성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들은 종종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그것도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 내는 촌철살인같은 한 마디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합리적인 지적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에 상처를 받는 순간 부정적인 갈등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들간의 팀워크 형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건설적인 논의 풍토의 형성이다. 아이젠하르트 교수가 경영진 팀원간에 건전한 갈등 구조를 유지하는 회사의 경영진 회의의 모습을 살펴본 결과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하여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슈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할 경우, 경영진 팀원들은 각자가 가진 정보에 근거한 추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논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간의 감정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슈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경영진들은 추정이라는 불필요한 과정을 건너뛰어 바로 이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불필요한 개인간 갈등을 줄여준다고 한다. 둘째, 4~5개의 대안을 가지고 논의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흑이냐 백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안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지지를 표명할 수도 있고, 대안 중 하나를 지지하다가 다른 대안을 지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셋째, 모든 일에 대한 모든 사람의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합의를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분위기는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만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경영진간의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 담당 조직 관점이 아니라 전사적 관점에서
경영진간의 팀워크 형성이 어려운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영진들은 이미 다 제각기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리더들이라는데 있다. 각 경영진들이 자신의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상호간의 이해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들이 맡고 있는 조직마다 그 특성에 따라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경영진간의 갈등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종종 이런 가치 차이가 순식간에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갈등으로 변질되어 버리면서 팀워크는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영 구루 중 한 명인 램 챠란은 「리더십 파이프 라인」에서 초급 관리자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각 리더십 단계마다 요구되는 역량이 제각기 다르지만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은 바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보다 한 단계 상위 조직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명 경영 저술가인 피터 렌치오니 역시 많은 리더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을 가장 우선시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에만 집중하려 할 뿐 경영진간의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즉, 자신의 조직만을 생각할 뿐 상위 조직 관점에서 자신의 담당 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지, 다른 조직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진 팀워크를 형성하는 주체는 바로 경영진들이다. 경영진 스스로 자기가 이끌고 있는 조직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사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때 경영진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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