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조각가가 야밤에 포크레인을 이용해 월스트리트에 몰래놓고 간 조각상인데, 문제는 뿔을 가진 황소조각상이었기에 처리가 힘들었다. 하늘로 치켜든 뿔은 상승장을 의미한다. 이런 황소를 누가 감히... 단지 교통을 방해하는 황소는 근처 공원으로 조용히 이전되었을 뿐이고, 불법조각상은 월스트리트의 상징이 된것이다. 이익을 위해 최첨단 과학과 더불어 미신이 공존하는 곳이 월스트리트다.
17세기 미국에 거주하기 시작한 네덜란드인들은 이곳을 뉴암스테르담으로 불렀다. 인디언의 습격을 막기위해 목재벽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월스트리트의 유래다. 현재는체이스 맨해튼 은행, 연방준비은행 등 거대 금융기관들과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들이 여기에 위치하고 있다. 다이하드 3에서 나온 연방준비은행의 금괴 창고도 지하 25m에 위치하고있다. 그러나 화려한 브로드웨이와 비교하면 세계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는 소박한 골목길에가깝다.
Wall Street, 이제는 추상명사
그린스펀, 워랜 버핏이 입을 열면 세계 금융관계자들의 이목이 월스트리트로 집중된다. 전세계 경제를 쥐었다, 폈다하는 월스트리트지만 테러리스트 한명에게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9.11 테러는 미국 국방 시스템의 변화도 가져왔지만, 증권과 선물시스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9.11 이전까지 국제 금융 행정의 중심은 세계무역센터였다. 세계 무역센터가 9.11 테러로 붕괴되자, 몇몇 금융업체들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본사를 뉴저지로 이전하거나, 비즈니스를 시카고나 보스톤으로 분산시켜 월스트리트의 영광은 퇴색되고 있다.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실시간으로 대용량의 금융 데이터가 전송되기 때문에 굳이 월스트리트에 위치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물론 NYSE(뉴욕증권거래소), NASDAQ(나스닥), AMEX(아메리카증권거래소), NYMEX(뉴욕상업거래소), NYBOT(뉴욕상품거래소) 등 미국의 여러 주요 증권 및 기타 거래소들은여전히 월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해 쇠퇴해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뉴욕과 맨해튼의 사무공간이 주거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빈라덴의 역할이 컸다. 현재 월스트리트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뉴욕에서 일어나는 증권과 선물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총칭한다. 2004년 기준으로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모두 14조 6,000억달러로 세계 증시 32조 4,600억 달러의 45%를 차지한다. 여기에 선물까지 포함하면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며, 대부분 월스트리트에서 거래된다. 이는 미국이 금융을 통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
국내 증시와 연관이 큰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가려져있지만, 선물시장이 뉴욕증시보다 규모가 크다. 선물시장에는 탄소, 물 등 돈이 되는 모든 것이 판매대상이다. 자원의 투기화라는 지적이 있지만, 월스트리트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1975년 이전까지 월스트리트도 기업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1975년 무디스, S&P, 피치를 공식 신용 평가업체로 선정했고, 이들을 통해 기업과 채권국가에 대한 평가가 시작됐다. 현재 이들은 전세계에 뻗힌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기업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전세계 국채 자금 시장의 40%인 20조 달러가 움직이게 된다. 이는 국가를 넘어 한지역 경제를 흔들 수 있는 규모다. 한국도 IMF 시절 신용 평가에 대한 과소평가로 호된 경험을 하기도했다.
이들의 평가는 항상 공정한 것이 아니다. 평가의 기준은 항상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평가대상에게 항상 불공정할 수도 있다. 또한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2001년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418억 달러의 파산에 이르기 불과 나흘 전까지 무디스는 엔론에 대해‘투자적격등급’을 부여했다. 2002년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파산한 월드컴이 고속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신용 평가기관의 덕이었다. 월드컴 파산 42일 전까지도‘투자적격’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는 세계적인 낙농업체인 이탈리아기업 파르말라트의 파산시 무디스와 피치는 내부평가를 실시해 놓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평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현재 오하이오주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다. 현재 이들 조직의 평가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철저한 월가의 이익을 기반으로한다.
차별화, 선진IT 도입이 필수
신용평가기관의 등장과 함께 수수료 자유화 역시 1975년에 이뤄졌다. 수수료 자유화 정책으로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가필요했고,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보험회사 및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한다. 증권사들이 고객지향 마인드로 변화하게된 것도,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이시기다.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은 필수였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시스템 구축에는 선진 IT 기법 도입이 시작되었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시기에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월스트리트의 선도적인 금융노하우를 IT 기업들도 함께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인터넷의 급격한 발전도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다. 저가 수수료 정책을 펼쳐 중개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찰스 스왑과 E-Trade사는 인터넷이 없었으면 출현자체가 불가능했다.
메릴린치와 모건 스탠리도 금융 포탈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고부가 가치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현재 골드만삭스가 운용하는 자기자본 규모는 40조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주요 5대 증권사 전체 자기자본 규모 17조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런 대형 투자은행의출현으로 자본 집중은 가속화된다.
과학적인 투자 시도 증가
뉴욕과 도쿄 거래소의 2%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헤지펀드 시타델의 이익의 원천은 첨단 과학이다. 시타델의 창립자인 케네스 그리핀은 하버드 시절 전환사채 가격 모델링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2세에 헤지펀드 시타델을 설립했고, 32세에 이미 6조원을 운영하게 된다. 18세 청년이 만든 전환사채 가격 모델링 프로그램을 하나로 12조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시타델은 70여명이 넘는 수학자와 물리학 박사들로 구성된 리서치 그룹을 통해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이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시타델의 모든 거래는 컴퓨터의 복잡한 계산을 통해 뒷받침된다. 시타델의 IT 전문 인력은 트레이더 보다 많다. 정보 보호를 위해 컴퓨터 정보센터에는 정전기 제거 기능과 소화기능이 갖춰져 있고 화재시 데이터 보호를 위해 방화복까지 갖춰져 있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비밀장소에서 수백대의 워크스테이션으로 정보가 백업되고 있다. 첨단 과학 기술과 정교한 데이터 처리 및 모델링, 이를 뒷받침하는 IT 기술의 조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 3위의 DE Shaw & Co.도 수학 모델과 컴퓨터를 이용한 트레이딩으로 특화되어 있다. DE Shaw & Co.는 투자 모델 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했으며, 그 결과 DE Shaw & Co.는 전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예측력 있는 모델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투자도 과학이며, 기술이다.
- 가치창조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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