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넛크래커 현상(Nutcracker Phenomenon)은 ‘높은 기술수준과 생산 효율성의 일본 그리고 낮은 요소 비용을 무기로 한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경제와 기업의 처지’를 호두까는 기계인 넛크래커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넛크래커 상황은 달리 표현해서 샌드위치 현상이라고도 하며 사용하는 사람마다 표현의 다양함은 있으나, 그 핵심은 한국경제와 기업의 위기상황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선진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개도국 사이의 틈새에 끼어 있는 최근 우리나라 상황을 총칭한다. 중국은 이미 고도성장을 통한 자본 축적과 기술 향상을 달성하고 있으며, 일본도 1990년대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률 하락, 고유가 및 원부자재비 상승부담, 투자부진 및 정치사회적 불안, 수출과 내수의 괴리 현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관론까지 일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그 본질상 통제 불가능한 외생변수로 남겨 놓더라도 이러한 현상의 본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 및 기업의 고충
중국은 이미 글로벌 생산기지화에 성공했다. 원가 경쟁력의 한계에 봉착한 국내 기업들조차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는 형편이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국내업체의 85% 이상이, 그리고 진출계획 중인 업체의 70% 이상이 중국을 이전 대상지로 택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제조 기술력 측면에서는 일본 대비 3.3년 뒤쳐져 있고, 중국 대비 3년 정도 앞서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상징에 불과하며 선진국에 대해서는 더 벌어지고 개도국에 대해서는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도 큰 위협이다. 파이낸셜 타임즈誌가 발표한 국가별 기술혁신 수준 보고서에서는 2003년 조사대상 60개국 중 5위로 평가되었으나 절대수준에서 볼 때, 미국을 100으로 하면 한국은 4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연구개발 강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나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대책은 부족한 형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타겟팅 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즉, 신성장 동력 산업분야에 있어서도 향후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비교우위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넛크래커 손잡이 윗쪽으로 자리 이동하려면
미국 및 유럽의 첨단산업이 저만치 앞서 멀어져 가고, 일본 제조업은 부활하며 중국 등 개도국의 전통산업 분야에서의 부상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게 삼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다. 우선, 글로벌 하게 또는 지역적으로 통합되가는 세계시장의 큰 흐름에 편승해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때이다. 90년대 초반 자본자유화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우리경제는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의 체질변화와 도약에 성공했음을 상기할 일이다. 이렇게 보면 한미 FTA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시장 공략의 포석이라는 전향적 관점에서 치밀하고 조심스럽되 적극적으로 대응할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업계에서 세계 1위~5위까지를 휩쓸고 있는 국내 업체들과 전자산업, 유통분야 등에서 선진기업을 제치고 수위를 점하고 있는 사례는 글로벌 경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둘째,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산업을 선택하여 집중하고 이를 실행해 낼 차세대 전문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준비해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규제 적정성의 문제다. 정부의 힘은 규제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힘은 유연성에서 나온다. 글로벌 시대에는 민간기업의 활력을 증대시켜 줄 수 있는 적정한 규제 및 규제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사람, 기술, 공공제도와 정책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긴장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넛크래커 속에서 그 윗쪽으로 자리이동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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