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302)
Some advice for me (32)
Music (319)
Book (68)
Business (820)
Diary (60)
Gateway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8. 10. 21. 00:59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과 국제공조가 이루어지는 가운데서도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비롯한  
시장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원화환율과 국내금리는 최근의 불안 양상으로부터는 점차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 부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06년 말 이후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9월 리먼 브라더스가 설립 158년만에 파산했으며,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는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자본수혈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초우량 기업이던 GE도 금융 부문인 GE캐피탈의 손실 확대로 150억 달러의 자본을 긴급조달했다. 또 대형보험회사인 AIG는 사실상 국유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대서양 건너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정부는 3개 대형은행을 국유화했으며, 독일과 프랑스도 수백 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구제금융에 투입할 태세이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원화환율이 급등하고 달러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이 빚어져 외환위기 재발 우려도 불거져 나왔다.
 
이처럼 미국주택가격 하락의 파장이 미국과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며 금융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금융위기의 원인과 현황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증권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여러 개의 담보대출 계약이 하나로 묶여 자산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라는 채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CDO는 저위험-저수익과 중위험-중수익, 고위험-고수익 부분(Tranche)으로 분할되어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IB)은 고위험-고수익 부분을 떠안거나 매입하였다. 그리고 매입을 위한 자금은 자신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단기 자금시장으로부터 차입하여 마련하였고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되어 CDO가 부도나는 경우에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신용보험계약(CDS·Credit Default Swap)을 보험회사나 헤지펀드와 맺기도 했다(<그림 1> 참조).  
 
미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투자은행들이 보유한 낮은 등급의 CDO는 위험은 낮으나 수익은 높은 ‘우량채권’으로 인식되었다. 2002~2006년 사이 세계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미국의 주택가격은 60% 상승했다. 동시에 이 기간 동안 주택담보대출도 60% 증가하여 27조 달러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투자은행이 보유한 CDO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06년 말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주택가격은 2006년 말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08년 10월 현재의 가격은 2004년 6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체율이 계속 상승했다는 데 있다(<그림 2> 참조).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투자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낮은 등급의 CDO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었고, 투자은행도 막대한 자산을 상각해야만 했다(<그림 3> 참조). 또한 CDO에서 투자은행이 막대한 손실을 내자, 투자은행과 CDS 계약을 맺었던 보험회사나 헤지펀드 또한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올해 9월 들어 투자은행과 보험사, 헤지펀드 등의 금융기관들이 그간 누적된 손실로 인해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이들의 자금 조달원이었던 단기금융시장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림 4>는 단기자금 조달여건을 나타내는 금융기관의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과 미국 국채간의 금리 차이와 3개월 이상 장기 CP의 발행규모를 나타낸 것이다. 최근 들어 만기 3개월 이상의 장기 CP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거의 중단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3개월 만기의 CP를 통해 단기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경우 신용도가 가장 높은 미국정부와 비교해 어느 정도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보면, 올해 9월까지는 약 1%p 내외의 금리만 더 지급하면 되었으나 9월 이후에는 이것이 3%p 이상으로 급등했다. 아울러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 대형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크게 상승한 상태이다(<그림 5> 참조).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미국 정부는 7천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과 금리인하 조치 외에도 달러 유동성의 무제한 공급, MMF 보증, CP의 직접 매입, 은행에의 자본수혈 등 이례적인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실물경제로의 파급 본격화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의 부정적 효과가 실물부분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들어 미국경제의 부진 또한 본격화되는 양상인데, 우선 신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높아지는 등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고용부진으로 구매력 기반이 잠식되고 연초 실시했던 세금환급 정책의 효과가 거의 소멸되면서 향후 미국 내수경기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까지 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해 온 수출의 증가세 또한 2008년 9.6%에서 내년에는 6%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투자 또한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작년부터 마이너스 증가로 돌아선 고정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2.2%, 그리고 내년에는 -2.5%로 예상된다(<그림 6> 참조).  
 
이처럼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고 그에 따라 금융부문의 부실이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정부가 금융위기의 진화를 위해 전례 없이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국제적인 공조도 선언적인 의미 이상의 구체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내용들을 담고 있어 금융시장의 파국과 실물경제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지역으로 금융위기 확산 
 
유럽 역시 미국 발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 유럽 주가(MSCI Europe 지수 기준)는 작년 10월에 기록한 고점에 비해 46% 하락해 같은 기간 동안 42% 하락(S&P 500 기준)한 미국증시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모기지 자산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도 커서 2008년 3분기 말까지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2,3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상각한 상태이다. 이처럼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영국의 Northern Rock 및 HBOS, 독일의 IKB, 네덜란드의 Fortis 등 많은 은행들이 매각되었으며, 아이슬란드의 경우 자국내 3대 은행을 모두 국유화하고도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그림 7> 참조).
 
미국 금융 위기의 영향뿐만 아니라 유럽 내 주택 시장의 위축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2008년 10월 초 현재, 영국과 독일 등의 주택 가격은 2007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였다. 미국에 비해 증권화가 덜 진전되어 있지만 유럽 내의 주택가격 하락 또한 다른 자산가치 하락과 맞물려 연체율 상승 등을 야기하면서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당분간 미국 및 유럽 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이중고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되고 올해 2분기 유로 지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유럽 내 주택 가격 역시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의 경우 모기지 대출을 은행이 보유함으로써 시가평가를 하지 않아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부 가치로 대출자산을 평가하게 될 경우 손실 규모가 즉시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아 금융기관 부실이 과소평가 되거나 뒤늦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유럽 금융기관의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리 높은 수준 유지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 경색을 완화하고 실물경기의 급락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노력이 국가간 공조의 형태를 띠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동시에 인하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주도하는 금리 입찰을 통한 무제한 달러화 공급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들어 지속돼 온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는 당분간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8> 참조). 또 그 과정에서 국지적인 자금경색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특히 최근과 같은 정책 대응들에 의해 시장 전반의 상황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추가손실 발생 여부라든가 향후 부채지급능력 같은 개별 금융기관이 떠안고 있는 위험의 완화로까지 이어져 금융시장에서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정책금리의 인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금융부문의 건전성 악화와 위험기피 성향 강화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약세 전환 
 
한편 달러화 가치는 2002년부터 이어지던 장기적 약세에서 벗어나 강세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여타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치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1980년대 후반에도 미국 정부가 저축대부조합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달러화가 잠시 강세를 보이다가 약세로 전환한 바 있다(<그림 9> 참조).  
 
반면 유로화는 2008년 2분기까지 달러화에 강세였으나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 경기급락, 인플레이션 우려로 최근 약세로 반전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엔화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위안화는 수출증가세 둔화 및 금융불안의 지속으로 당분간 환율절상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원화 환율 하향 안정되지만 변동성은 클 듯 
 
올해 원화 환율은 상반기 국제유가 급등에 의한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자본수지 적자가 겹치면서 연초 달러당 930원 후반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4분기 중에는 1,4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그림 10> 참조). 특히 8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달러화 강세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조달 위축 현상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을 제약하면서 환율상승을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그림 11> 참조).
 
2009년에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최악의 상황을 넘기면서 환율 상승 요인들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연 평균 원-달러 환율도 현재의 달러당 1,200원 내외 수준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균형을 가져다 주는 적정 환율 수준은 현재 1,090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향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해외와 국내 모두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경제의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기준)대의 안정적인 추이를 지속하고 그것이 원유도입단가의 하락을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로 가시화된다면 원화환율을 하향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수지의 흑자 전환은 이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시장 안정화 노력이 대폭 강화되고 국제적 공조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국내와 해외 기업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에 대한 자본의 순유입 전환 및 본격적인 직접투자와 주식투자의 재개로까지 이어지기까지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나 단기외채 급증, 국내신용 팽창 및 내수과열 등 몇몇 개도국의 잠재적인 위기요인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신흥시장 국가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재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향후 원화환율에 대해서도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환율은 내년에도 미국 금융시장을 비롯한 대외여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과 외화자금 부족을 타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또한 감소하고 있어 환율의 하향안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책 금리 인하해도 시장금리 안정에는 다소 시간 걸릴 듯 
 
물가 급등의 우려가 잦아드는 가운데, 국내 금융 시장은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수익 및 가계 소득 증가세 둔화와 함께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 여건 악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확대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은 2009년 상반기에 정책금리를 서너 차례에 걸쳐 1%p 정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3년 만기) 금리는 정책금리 인하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9년 말 경 경기 회복에 따라 다소 상승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금리 인하의 직접적 영향 이외에도 금융 위기 및 경기 둔화에 따른 신용 위험 회피 경향,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른 장기 채권 수요 증가 등에 따라 하락폭은 다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회사채(3년물, AA-등급) 금리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용스프레드가 260bp를 넘었는데, 이는 은행의 유동성 문제 및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로 금융채 금리가 크게 상승한 것에 기인한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당분간 지속되고, 경기 둔화에 따라 투자자들도 위험기피적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회사채 금리는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그간 국내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 문제나 제2금융권의 부실,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악화 등이 부각되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세계경제 성장세와 글로벌화 흐름에도 변화 예상 
 
7,0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법안 통과와 함께 주요국 동반 금리인하 등 국제공조, 그리고 향후 적극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결의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의 효과에 대한 의문과 재정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향후 미국과 세계경제의 위축이 당초 예상보다 더 깊고 길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세계경기가 매우 좋았다는 점에서 향후에 다가 올 경기부진의 골은 상대적으로 더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하강이 미국의 대공황 같은 파국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한편, 이번 위기를 계기로 향후 글로벌 금융시스템 또한 상당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이 시행되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Re-regulation)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경영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가 증가하는 동시에 정형화된 거래표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CDS 등 파생상품의 위험을 관리하고 규제하기 위한 기구의 설립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투자은행들이 상업은행에 매각되거나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됨으로써, 대공황 이후 분리되었던 투자은행업과 상업은행업이 다시 통합되고 있다. 이는 글라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실질적으로 폐지됨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투자은행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 세계 곳곳에서 고수익을 올리던 투자은행들이 당분간은 전통적인 업무인 주식 및 채권의 인수, 인수합병 자문 등에 집중(Back to the Basic)함으로써, 자산과 차입규모를 줄이는 등 위험 기피적(De- leverage)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산업과 금융시스템의 이러한 변화들과 더불어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달러화의 위상 또한 일정 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하면서 빠르게 진행되어 온 글로벌화의 장기적 흐름 또한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가운데 위험회피 성향이 지속되면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에 비해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 불안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해야 
 
향후 금융위기가 상당 부분 진정되더라도, 이번 원화환율 급등 및 외화자금 부족 사태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우리 경제는 대외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체질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외지급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우리경제에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내수에 비해 높아졌으며, 국내외 자본이동도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대외 여건의 작은 변화에도 우리나라를 드나드는 국제자본이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우리경제의 불안정성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외부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환시장과 환율 변동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향후 금융기관들이나 기업들이 겪게 될지도 모를 외화자금의 과부족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 또한 제고시켜야 한다. 특히 은행의 위기는 여타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비해 그 부정적 효과가 크고 파급 범위가 훨씬 넓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및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유사시 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외화자금 조달 채널과 방법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 등을 둘러싼 국가간 공조시스템 구축논의에 있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