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란 직장인들이 앞날을 걱정해 슬럼프에 빠지는 심리적 불안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청소년들의 싱숭생숭한 심리상태를 빗댄 데에서 유래되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은 이미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직장인 대부분이 겪는 사춘기 증후군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 얼마나 흔한 현상인지는 2008년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의 조사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직장인 804명을 대상으로 했던 이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98.5%가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보여준다. 잡코리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귀하는 직장생활 중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98.5%(792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 792명을 대상으로 ‘사춘기 증후군의 증상’에 대해 조사해보니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귀차니즘과 무기력증’이라는 응답이 70.8%로 1위를 차지했다. ‘업무상 스트레스 등 회사관련 일로 인한 출근기피현상’이 58.3%로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이처럼 흔한 현상이다 보니 우리 사회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때가 되면 찾아오는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인생의 사춘기처럼 한때 그러다 마는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냥 두었다가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본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일본에서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파랑새 증후군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이 증후군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파랑새 증후군이란 말은 요즘에는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파랑새 증후군을 별것 아닌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직장 우울’이라는 더 무서운 모습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만 우울한 ‘직장 우울’
직장 우울이란 직장을 생각한다든지 직장에 가기만 하면 우울해지는 현상이다. 직장 우울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눈을 뜨지만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맘이 전혀 안 든다고 한다. 회사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해지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출근을 기피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럴 수는 없다. 결국, 출근은 하지만 직장에 있는 시간이 즐거울 리가 없다. 직장은 이들에게는 지옥이다. 이러다 보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다. 결국 업무가 지연되고 잔업이 연속된다. 회사에 일 분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은데 잔업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을 있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이러한 증세가 심해지면 결국 마음의 병으로 발전하게 돼, 휴직하는 경우마저 나온다.
직장 우울은 우울증과는 다르다. 직장 우울은 결코 병이 아니다. 방치해두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우울증의 증상이라면 잠을 못 자고 식욕이 없고 몸이 나른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 기본적이다. 직장 우울은 증세는 비슷한데, 이런 것이 모두 직장의 업무와 관련될 때만 나타난다. 회사에 출근할 것을 생각한다든지, 회사 안에만 있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직장 밖에서는 멀쩡하다. 직장 우울을 호소하는 직원들 가운데에는 회식이라면 다른 부서의 회식까지도 빼놓지 않고 참석해 희희낙락하는 사람도 많다. 직장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직장만 나서면 활기가 되돌아오고 의욕이 넘치는 것이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일본사회에서 직장 우울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였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이라면 일본의 인사 시스템이 급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인사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주의였다. 그리고 일본인의 집단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일도 모두가 나누어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이것이 완전히 바뀌어 성과주의를 도입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10년 불황으로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진 반면 신규채용이 거의 없었던 결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량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할 사람을 찾아라
이러한 구조는 우리 사회라고 해서 전혀 다를 게 없다. 우리 사회 역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우리도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로 생긴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과 같은 기분장애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보통 스트레서라고 부른다)을 제거하면 바로 회복된다. 하지만 스트레서를 제거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가령 매일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잔업이 싫다고 내 마음대로 정시퇴근을 할 수는 없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과 같은 기분장애가 무서운 점은
이처럼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회나 회사가 나서
제도를 바꾸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결국 제도적으로 바뀔 때까지는
개인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직장 안에서 멘토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직장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불만을 멘토에게 이야기하고 멘토와 함께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직장
스트레스든 가정 스트레스든, 어떠한 스트레스라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나면 속은
시원해지는 법이다. 설사 그것이 해결이 안 되더라도 말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자주 속을 시원하게 하는 것, 이것만큼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에 잘 듣는 보약은 없다.
-글│이철우│심리학
박사 Beyond Promise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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