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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23. 16:49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마저 허물어지는 컨버전스의 시대가 되었다. 기존의 단일 가치, 단일 고객, 단일 수요 모델이라는 한계를 초월한 컨버전스형 신사업의 개발이 요구된다. 컨버전스 시대에는 이제까지 전혀 경쟁자로 보지도 않았던 기업에 의해 심각한 위기에 이를 수도 있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규모의 신사업을 찾아내어 자기 것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당연한 상식이다. 특히 기업이 망하는 것이 반드시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력 사업이 속해 있는 산업 그 자체가 쇠퇴하고 다른 산업이 부상하였기 때문인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에 신사업의 의미는 각별하다. 굳이 따지자면 최근 우리나라의 전자 업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낸 것도 일반 핸드폰이 줄고 스마트 폰이 늘어나는 시장 구조적 변화가 매우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I. Ansoff교수는 일찍이 기업 성장의 네 가지 방향을 간명하게 정리한 바 있다. 그것은 첫째, 기존의 시장에서 기존의 제품을 더 많은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법, 둘째, 기존의 제품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 셋째, 기존의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방법, 그리고 끝으로 새로운 제품을 들고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는 방법의 넷이다. 이 중에서 첫번째 방법은 경쟁을 통한 성장이고, 기존 사업을 통한 성장이지만 나머지 셋은 모두가 신사업을 통한 성장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실행 방법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에서 신사업 개발이나 신상품 개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면 대략 1만 종 정도의 서적이 검색된다. 그만큼 주장도 많고 유형도 많은 것이 신사업 개발의 방법이다.
 
그 많은 신사업 개발의 방법 중에서 특히 미래 지향적 신사업 개발 방법이라면 “컨버전스”라는 키워드를 빼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컨버전스는, 통상 융합이라고 번역되는데, 말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기존의 것들을 여차저차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뜻을 가진다. 그렇기는 하나 기존의 것들을 단지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서 판다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상 당연히 기존의 것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결과가 단순히 기존 고객 가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컨버전스가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컨버전스형 신사업 개발의 유형과 사례 
 
컨버전스를 통한 신사업 개발은 크게 보아 세가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
 
첫째, 둘 이상의 가치 사슬을 융합하여 보다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있다. 이 형태의 융합은 동일한 고객의 동일한 소비 상황 또는 소비 행동에 대해 둘 이상의 상품이 서로 다른 산업과 서로 다른 가치 사슬을 통해 전달될 때 시도된다. 대체로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형태, 즉 제품-서비스 융합 상품의 형태로 전개된다.  
 
두번째로는 성격이 다른 둘 이상의 고객 가치를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의 융합의 대표적인 예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들 수 있다. 생산자를 고객으로 하는 기업 서비스와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개인 서비스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단일 사업 활동으로 동시에 충족시킬 때 멋진 융합 사업이 만들어진다.
 
그 연결의 방식에 따라 ① 생산자와 소비자를 서로 만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 소위 마켓 플레이스라고 하는 방식, ②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기 다른 형태로 참여하지만 하나의 거래 형태에서 서로의 니즈가 충족되는 양면 시장 방식, ③ 또 소비자와 소비자를 서로 연결하는 것으로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마켓 플레이스 모델은 바로 직역하자면 장터나 시장 모델이 되겠지만 보다 적확한 번역은 거간, 중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원하고 있으나 만나고 있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는 것, 서로 협의하고 조정할 부분이 많지만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보다 쉽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모두 마켓 플레이스 모델이 제공하는 가치가 된다.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우 또한 따져 들어가면 다양한 세부 형태가 나오겠지만 요즈음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소셜 커머스이다. 물론 소셜 커머스라는 큰 틀에서 보면 생산자-소비자 형태의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소비자-소비자 형태의 것이므로 소비자-소비자 융합 사업을 소셜 커머스의 관점에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서로 상이한 수익 흐름을 합쳐 하나의 수익 흐름으로 만드는 방식이 있다. 비록 그 대상이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동일한 고객이라 할 지라도 서로 다른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둘 이상의 사업이 있다면 각자 다른 시장, 다른 고객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 세번째 컨버전스 사업 모델에 따르면 하나의 고객은 하나의 고객일 뿐이다. 관련되고 참여하는 산업이 얼마나 많건 상관 없이 모두 하나의 고객으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복잡한 가치 사슬, 복잡한 수익 모델을 융합시켜 하나의 수익 모델을 가지는 사업으로 만들어 버린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이 이러한 컨버전스 사업을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를 통해 이해를 높여 보기로 하자.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 - 애플의 경우 
 
사실 이 질문은 거의 모든 기업에서, 거의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애플의 제품은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다른 기업은 그저 그런가? 가장 큰 이유는 보통의 기업이 하는 질문은 저 질문과 비슷하지만 따지고 보면 상당히 다른 의미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일반 기업에서 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원하는 색상은 무엇인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은 무엇인가?’,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등등. 그런데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고객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질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그 무엇이 색상이나 기능이나 디자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질문해 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왜냐 하면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어떤 기능, 어떤 색상, 어떤 디자인으로 국한해서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의 경우를 다시 한 번 보자. 요즘은 아이폰이 애플의 대표적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탄생의 과정과 의미를 잘 살펴보면 아이폰의 뿌리는 iPod에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애플을 회생시킨 절대 공로자는 iPod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애플 iPod는 겉보기만으로 판단하자면 단지 잘 만들어진 MP3 플레이어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의미가 달라진다.
 
애플 iPod는 매우 불친절하게도 반드시 iTunes와 연결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그때까지 세계 시장을 장악하던 우리 나라의 많은 MP3 기기들이 단순히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노래를 복사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불편한 방식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한 부분, 반드시 iTunes에 연결해야 하는 부분에 iPod의 특징이 있다. iPod는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애플이 제안하는 음악을 즐기는 방식,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하나의 부분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 내가 산 iPod는, 비록 iTunes라는 거추장스런 방식을 이용하기는 하나 그 자체로 독립적인 기기가 맞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이긴 하나 iPod라는 상품 자체가 의도하였던 주 용도는 아니다.  
 
애플 그 자신은 iPod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애플의 iPod 광고 문구를 참조해 보자. “7,500곡의 음악을 당신의 손 안에”라는 것은 iPod 광고에 나온 문구이다. 여기에 더해서 iTunes의 광고 문구를 보면 “좋아하는 가수와 친구들이 요즘 듣고 말하고 다운 받은 음악이 무엇인지 따라잡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어떤 음악을 듣고 싶다면 그것이 7,500곡을 넘지 않는 한 몽땅 내 iPod에 담아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음악을 내가 갖고 있지 않다면 iTunes를 이용하여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내 iPod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 지 알 수 없다면 내 친구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를 기준으로 참조해서 그것마저도 알려 주겠다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iPod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단순한 MP3 플레이어일 뿐이고 그 가치는 음악을 좋은 음질로 편리하게 재생하는 것이다. iTunes 또는 그를 이용한 MP3 판매 서비스의 경우,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이것은 또 다른 형식의 음악 유통 서비스이며 그 가치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적절히 구비해서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을 합하면 그것은 음악의 향유라는 궁극의 가치를 지향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 다른 산업, 다른 가치 사슬을 유지했던 두 상품이 융합되어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애플의 경우와 같이 기기와 컨텐츠 서비스만 융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롤스로이스의 경우를 보자. 롤스로이스는 우리나라에는 최고급 자동차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비행기 엔진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엔진의 판매와 함께 비행 중 기기의 작동 상태, 문제 상황, 정비 소요 등을 파악하고 그 상황을 다음 공항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롤스로이스 엔진과 함께 구매할 수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비스는 항공사들에게 대 환영을 받고 팔리고 있다.
 
항공기 고장은 물론, 항공기가 수리나 정비 때문에 공항에 오래 머무르는 것 자체가 손실이 되는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신뢰성 높은 엔진 그 자체의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혹시 발생하는 장애에 대한 신속한 서비스의 가치도 매우 높다. 그런데 만약 이 둘이 융합되어 좋은 엔진과 빠른 서비스를 넘어 “비행 효율성”이라는 보다 상위의 가치에 대응하게 된다면 그 가치는 원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던 가치 이상의 매우 높은 수준의 가치가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의 혁신 사례로 곧잘 인용되는 렌탈형 정수기의 경우에도 단지 정수기라는 제품 그 자체 또는 필터 교환 등의 유지 보수 서비스 그 자체 이상의 가치, 즉 “언제나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가치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서비스 융합 상품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서로 만나게 하라 - 신용 카드와 e커머스 
 
하나의 사업 모델, 사업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두 유형의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개념은 사실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사업 모델을 실제로 구현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신용카드이다.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원하는 식당들과 현금 소지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이라는 두 유형의 판이하게 다른 고객 니즈를 하나의 상품, 이 경우에는 신용 카드라는 상품으로 해소한 것이 바로 신용 카드의 원조인 다이너스 클럽 카드이었다.
 
다이너스 카드가 등장하기 이전에 식당들은 신문이나 광고지 등을 이용했을 것이고 개인은 아마도 외상 거래를 이용했을 것이다. 다이너스 클럽은 이것을 신용 카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이용하여 간단히 하나의 서비스로 합쳤고 그때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융합 사업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유형의 두 집단을 서로 만나게 한다는 것, 특히 B2B (Business to Business, 기업 대상 사업) 고객과 B2C (Business to Consumer, 소비자 대상 사업) 고객을 서로 만나게 한다는 것이 진짜 위력을 발휘한 것은 다이너스가 사업을 시작하고 반 세기 가까이 지나 웹의 시대를 맞아서 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자들은 아마존, 이베이와 같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방대한 공급자와 더 방대한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 사업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인터넷 기반 사업자들이 과거 신용 카드 사업자들과 다른 부분은 단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여 그 결과로 사업 성과를 높인다는 것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소셜 커머스와 같은 개념이다. 소셜 커머스를 굳이 딱딱한 표현으로 정의하자면 “소셜 미디어, 온라인 미디어, SNS 또는 기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매체를 활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및 구매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전자 상거래의 한 유형” 정도로 할 수 있다. 아마존이 했던 서평, 평점, 추천 도서 등은 독자 고객들의 구매 기록과 참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구매 희망자들이 참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요즈음 이런 정도의 정보를 덧붙이지 않는 전자 상거래 사업자는 없다. 하지만 15년 전에는 이 정도를 하는 것 만으로도 매우 큰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불렸다.    
 
누가 돈을 내는가? - 구글의 경우 
 
파괴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앞의 두 경우보다 지금 말하려는 방식이 훨씬 더 강렬하다. iPod가 MP3 플레이어 산업을 뒤집어 엎고 음반 유통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으며, 아마존이 도서 유통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영향은 따지고 보면 제한된 산업 또는 제한된 가치 영역에 국한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말하려는 방식의 융합은 거의 전 산업에 걸쳐 거의 전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수익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융합 사업이다.
 
수익 흐름을 합치는 방식의 융합 사업의 대표 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의 수익은 어떤 제품이나 특정 서비스의 판매에 있지 않고 그것의 이용에 따른 광고에 있다. 광고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이겠으나 그 본질은 더 많은 사람이 구글의 광고를 더 많이 보고 듣도록 하는 것에 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최종적으로 광고 수수료 증대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정도 비용은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되 그 자체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만약 더 많은 사람의 시선과 주목을 구글로 끌어올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설명하자면, 구글과 별 상관없던, 전혀 경쟁 관계가 아니었고 검색과 조금의 관련성이나 유사성도 없는 어떤 사업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만약 구글이 해당 사업을 할 경우 구글의 Page view가 늘고 광고 수익이 충분히 증가한다면 구글이 해당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심지어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 아직도 서비스 되고 있는 자기 도메인 메일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나 기업이 자기 고유의 인터넷 주소로 된 이메일을 만들어 쓰고 싶다고 하자. 이 경우 전문 업체를 통하면 용량과 서비스 수준에 따라 매 달 수 천원에서 수 만원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메일이라는 본질적 수준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고급 서비스가 필요없는 이용자라면 당연히 구글로 옮길 것이고 기존 유료 서비스 업체의 미래에는 망할 일만 남게 된다. 일반적인 메일 서비스의 경우, 이런 일은 이미 예전에 벌어졌고 현재 진행이 끝난 상황이다. 현재 유료로 일반적인 기능만을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없다.
 
이메일 외에도 지금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구글이 그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유료, 그것도 상당한 고가의 서비스였던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구글 패키지에 포함되어 이제는 당연히 무료로 이용하는 구글 어스의 경우를 보자. 세계 각 지역의 위성 지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구글 어스가 공개되기 이전에는 감히 일반인이 이용할 수 조차 없었던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PC에서 무료로 전 세계의 위성 지도를 볼 수 있다.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이 구인/구직 정보를 모아서 서비스하기로 했다면 그 즉시 모든 취업 정보 제공 업체는 사멸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하나의 모델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세가지 융합 사업 유형을 대표적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세가지 유형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어서 하나의 사업에 동시에 둘 또는 세가지 유형이 함께 적용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더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iPod의 경우, 독립 음악가의 음악을 유통하는 구조로 전개된다면 단순히 제품-서비스 융합의 형태가 아니라 고객-고객 융합의 형태로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애플은 이미 앱스토어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구현하였다.
 
마찬가지로 e-커머스 업체가 자신만을 위한 기기를 확보한다면 고객-고객 융합의 형태에 더하여 제품-서비스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 또한 이미 아마존이 자사 전용의 e-book 단말인 킨들을 통해 구현해 놓았다.
 
수익 융합의 경우 앞의 두 유형의 융합에 무리 없이 추가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결제 수수료 등 외부로 지불되는 것이고 애플 자신이 확보하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애플이 노리는 것은 앱 유통 수익을 포기하여 아이폰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고객과 고객을 연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고객-고객 융합의 원조인 신용카드를 보면 신용 거래에 따른 이자 비용을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결제시 발생되는 수수료를 더 늘이기 위해 이용자가 직접 지불하는 수익을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OS업체들은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여러가지 개발 도구 등을 마진 없이 또는 적자를 감수하고 공급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 고객의 수익을 기반으로 개발자 고객에서 얻을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모든 것의 출발점 
 
융합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 회사가 속한 기존 산업이 가진 틀을 벗어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도 기존의 산업보다 훨씬 더 높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원이 있어 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신사업이 등장하면 기존의 가치 수준과 수익 구조에 갖힌 관련 기업들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비록 스스로는 융합 사업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해도 혹 다른 누군가가 융합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가능성은 없는지, 그 경우의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정도는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 산업 내의 경쟁자가 아니라, 또는 현재 가시권에 들어온 대체재를 생산하는 잠재 경쟁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활동 또한 유심히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수익 융합의 경우에 이미 언급했지만 융합 사업을 통해 우리 회사의 사업에 심각한 위협을 줄 사업자는 경쟁은 커녕 산업적 유사성도 전혀 없어서 지금까지는 전혀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산업, 모든 기업 정보에 눈과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자객은 항상 등 뒤에서 나타나는 법이다.
-LG Business Insight 1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