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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13. 15:30

옛날 어느 왕이 주변 영주들을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음식은 왕이 마련하고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포도주 한 병씩만 가져오도록 했다. 잔칫날이 되자 초대 받은 사람들이 가져온 포도주들이 큰 그릇에 모아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식탁에 앉아 왕이 준비한 진귀한 음식을 맛있게 먹은 다음, 포도주를 잔에 따라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술이 맹물 맛이었다. 다들 ‘나 하나쯤이야 물을 가져와도 모르겠지’라고 생각하고 포도주 대신 물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자. 음악시간에 합창 연습을 한다. 음악 선생님께서 앞에서 지휘봉을 열심히 휘두르시고 계신데,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입만 뻥긋한 경험이 있으신가? 목이 아파서라기보다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하니까, 나 하나쯤이야 목소리를 안 내도 티가 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 심리학에서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 부른다.

1+1은 2보다 적다?
1913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사람이 줄을 당겼을 때 그 힘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고, 피실험자들을 모집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설치된 줄을 힘껏 당기게 하는 매우 간단한 실험을 했다. 혼자서 당겼을 때, 사람들의 힘은 평균적으로 약 63㎏ 정도였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던 링겔만은 사람들이 여럿이 줄을 당길 때 전체 힘은 증가하겠지만, 개인별로 발휘되는 힘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험 결과, 3명이 함께 줄을 당겼을 때 한 사람이 발휘한 힘은 53㎏으로 한 명이 당겼을 때의 84% 수준으로 떨어졌고, 8명일 때에는 31㎏으로 혼자서 당겼을 때의 49%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럿이 함께 일을 했을 때 전체 성과는 증가할지라도 각 개인이 발휘하는 성과는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의 가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되었고, 육체를 사용하는 일뿐만 아니라 두뇌를 사용하는 지적 작업인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한 실험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그룹의 구성원이 증가함에 따라 도출되는 아이디어의 수를 측정해 보았다.  1명 → 2명 → 4명 → 8명 → 12명으로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아이디어의 수는 늘었지만, 개인당 아이디어의 수는 25 →17 → 12 → 8 → 6개로 떨어졌다.

이렇듯 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증가할수록 성과에 대한 개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적 심리현상을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 정의하며, 링겔만이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또한 이런 현상은 개인 수준에서만 아니라 집단이나 조직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우리가 뉴스에서 종종 보는 행정부처 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너지’와 ‘링겔만’의 딜레마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링겔만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무를 개인별로 분명하게 구분하여 분배해줘야 하며, 업무에 따른 개인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줘야 한다. 또한, 개인별 투입과 투입에 따른 성과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미식축구 감독들은 모든 연습 경기와 실전 경기를 녹화해 보면서 선수 개개인을 평가한다.

한편, 기업조직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팀제를 도입하여 구성원 간의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고, 요즘에는 ‘시너지(Synergy)’나 ‘집단 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개념들은 협업을 통한 성과 창출을 기대하는 것이어서 링겔만 효과와는 상치된다. 어느 것이 정답이고 어느 것이 오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두 가지 상반되는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것인가를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