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4. 08:51
[Business]
중국 태양광 시장의 성장은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생산국인 중국이 진정한
강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취약했던 업스트림 영역을 강화하는 등 가치사슬을 재정비하고 발전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양광 시장의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와 도전이 될 것이다.
태양광 수요의 축이 변화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오던 중국이 정책적 지원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서의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 태양광 수요의 확대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전망해 본다.
떠오르는 중국 태양광 시장
2004년 이후 태양광 시장은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 시장의 주도로 성장해왔다.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태양광 발전에 대해 독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도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수요를 창출했고 그 결과 유럽 태양광 수요가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독일의 정책 지원 축소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럽이 주도하던 태양광 시장이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변화를 중국이 이끌고 있다.
자국 내 태양광 발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오던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말 코펜하겐 회의에서 2020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 중 非 화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증가시킬 것을 약속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과 함께 태양광을 미래 핵심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9년 태양광 부문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Golden Sun’ 프로젝트다.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와트당 20위안을, 신규로 설치되는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투자금의 50~70%의 지원금을 주어 2012년까지 500MW까지 규모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개발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20GW 수준으로 태양광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표> 참조).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국 태양광 시장은 2014년까지 연평균 8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1년부터는 신규 설치량이 1GW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1년 전세계 태양광 수요의 10% 수준이며, 2020년 20GW 달성시에는 2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지원 뿐만 아니라 풍부한 태양 자원 및 넓은 국토 등 유리한 발전 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수요 확대의 여지가 상당히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
중국 태양광 산업 :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
이처럼 중국이 내수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이유는 환경 규제 등의 영향도 있지만, 속내에는 태양광 산업에서의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전세계 태양광 패널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을 태양광 발전이 비교적 활발한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2009년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경쟁 요소로 부각된 상황에서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전력, 에너지, 상하수도 등 각종 유틸리티 비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유럽 기업 대비 70% 수준의 원가 구조를 달성,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시행하여 유럽의 태양광 발전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태양광 산업이 세계 제일의 생산국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다.
중국 태양광 산업은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지만 시장과 기술 등 자기완결형 성장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해외 시장이 침체될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이 없다. 중국 내 생산량의 90% 이상이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의 침체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 태양광 업체의 80% 정도인 350개의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가 문을 닫았다.
가치사슬의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대부분이 가치사슬의 다운스트림 부분인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 폴리실리콘 등 장치산업의 성격이 강한 업스트림 영역보다는 중국의 강점인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셀, 모듈 등 다운스트림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 내 기업들을 살펴보아도 업스트림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쪽은 Top Tier 그룹에 GCL, LDK솔라 정도가 포진하고 있으나, 셀과 모듈 쪽은 세계 10대 기업 중 선텍(Suntech), 잉리솔라(Yingli Solar), 트리나솔라(Trina Solar), JA솔라 등 중국 기업 4개가 들어가 있다.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셀과 모듈은 50%를 넘지만 폴리실리콘은 생산 가능량 기준으로 해도 20% 정도다. 특히 LDK솔라는 가동율이 30%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생산량 기준으로 할 경우, 그 점유율은 더 줄어든다. 이처럼 다운스트림 쪽에 쏠려있는 가치사슬 때문에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쪽의 소재 수입 비중이 95%를 육박한다. 이러한 구조는 부가가치 창출이 업스트림에 비해 낮고, 원료의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량과 이익율이 좌우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례로 2008년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시기에 높은 가격으로 선구입을 한 중국 기업들은 셀과 모듈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원천기술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도입해 원가 혁신을 추진한 사례 중 하나다. 원가 혁신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원가 혁신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기술 개발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메이저 셀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박막 태양전지 등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기는 하지만 차별화되는 기술을 내놓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시장의 새로운 변화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수요 시장, 가치사슬 및 기술 등에서 불균형적인 성장을 해왔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에서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기본기 강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변화는 태양광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1. 가치사슬 재정비
우선 내수시장 강화를 통해 중국은 가치사슬을 재정비하여 산업 전반의 에코시스템 구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풍력 산업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이를 태양광 산업에 적용하여 지금보다 기초체력이 강화된 국가 육성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풍력 발전 시장 및 풍력 터빈 생산국으로 도약한 사례를 살펴보면, 풍부한 풍력 자원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기술 도입이 용이했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 부품인 풍력 터빈을 내재화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풍력 터빈 관련 부품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산화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였다.
태양광 산업은 경제성 미확보 때문에 내수시장을 먼저 육성하지 못했지만 내수시장 활성화와 셀/모듈 등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가치사슬 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양상은 비슷하다. 우선 수급이 불안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업스트림 영역의 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데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중국 정부가 산업의 진입 규제를 하고 있는 폴리실리콘보다는 웨이퍼, 잉곳 등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 역시 웨이퍼까지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잉리솔라는 잉곳, 웨이퍼를 일괄 제조하고 있고, 트리나솔라 역시 웨이퍼까지 수직계열화하는 모습이다. LDK솔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웨이퍼 제조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폴리실리콘 영역으로의 확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점화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해서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사업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만이 신증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전 설비 설치에 따른 인버터, 파워 컨디셔닝 설비, 케이블, 에너지 저장 장치 등 시스템 운영을 위한 부품 산업의 성장도 예상된다.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일 때에는 셀과 모듈 단가가 중요했지만, 발전 설비 설치를 위해서 필요한 부품의 원가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셀과 모듈보다 발전 시스템 부품의 원가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도 매력적인 수준일 것이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의 가치사슬 재정비로 인해 전 가치사슬의 경쟁 강도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2. 발전 단지 위주의 수요 증가
지금까지 세계 태양광 수요를 견인해 온 유럽의 태양광 시장은 주택 지붕에 올리는 루프탑(Roof top)이 90%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모습이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세계 전력 수요의 14%를 차지하는 중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석 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직까지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도 많은 실정이다. 루프탑만으로는 전력난과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 단지 위주의 설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전력 보급 상황이 열악하고 송배전망 건설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오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西藏), 칭하이(靑海), 네이멍구(內蒙古) 등 지역에 100MW 용량의 태양광 시범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태양광 발전 계획 중 80% 이상을 대규모 발전 시설로 채울 계획이다.
대규모 발전 단지 위주의 수요 증가는 효율보다는 가격 위주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어플리케이션이었던 주택용 태양광 발전은 주로 정부의 보조금 등 지원 정책에 의해 설치가 확대되었고 제한된 공간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가격보다는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 시설의 경우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아직까지 고효율 태양전지나 박막 태양전지의 기술 확보가 미흡한 중국 기업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발전 단지 위주의 설치로 대규모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여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악화 및 구조조정의 위협을 겪고 있는 태양광 산업 내에서도 공급 과잉 우려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3. 발전 사업자와의 관계 중요
내수시장의 확장은 중국 내 발전 사업자(Installer) 등이 주요 고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 산업은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지역성을 띄고 있어 대형 고객을 유치하며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는 발전 및 배전 사업자는 대부분 국영이거나 지방 정부 소유로 정부 관계자를 통하지 않고는 접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내 셀 및 모듈 기업은 외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잉리솔라는 발전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수직계열화를 하였고, 트리나솔라는 시스템 설치회사로 시작해 정부의 대규모 상용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업스트림으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하기도 하는 등 발전 사업으로의 진입도 활발하다.
독일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국의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처럼 중국도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자국 산업의 보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은 저리 융자 등 각종 혜택을 통해 자국 기업의 생산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어주어 경쟁력을 확보하게 했지만, 협소한 내수시장 때문에 자국에 진입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Golden Sun 프로젝트 등 발전 시스템 설치를 위한 보조금 등 새로운 정책적 지원은 발전 사업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독립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경우 70%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인데 혜택은 주로 발전 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영 또는 지방 정부가 발전 사업자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성장한 풍력 발전 사업의 경우, 발전 사업자뿐만 아니라 부품 국산화율 규제, 발전회사와 터빈 제조업체 간 긴밀한 관계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 육성했던 전례를 토대로 태양광 발전 산업 역시 이와 같은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의 기회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은 세계 태양광 산업의 체질 개선과 발전을 위해 매력적인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제외하고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셀과 모듈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국내 기업에게는 중국이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영역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폴리실리콘 사업은 중국 대비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미국, 유럽 기업보다 높아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중국 고객에게 줄 수 있다. 폴리실리콘 뿐만 아니라 BOS 등 발전 시스템 부품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전기전자에 강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발전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진입 자체를 막고 있으며, 보조금 혜택도 자국 기업에게만 주겠다는 의지다. 로컬 에이전트를 이용하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기는 하나 외국 기업의 진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맞물린다면 이 분야에 외국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132
태양광 수요의 축이 변화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오던 중국이 정책적 지원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서의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 태양광 수요의 확대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전망해 본다.
떠오르는 중국 태양광 시장
2004년 이후 태양광 시장은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 시장의 주도로 성장해왔다.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태양광 발전에 대해 독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도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수요를 창출했고 그 결과 유럽 태양광 수요가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독일의 정책 지원 축소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럽이 주도하던 태양광 시장이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변화를 중국이 이끌고 있다.
자국 내 태양광 발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오던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말 코펜하겐 회의에서 2020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 중 非 화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증가시킬 것을 약속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과 함께 태양광을 미래 핵심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9년 태양광 부문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Golden Sun’ 프로젝트다.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와트당 20위안을, 신규로 설치되는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투자금의 50~70%의 지원금을 주어 2012년까지 500MW까지 규모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개발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20GW 수준으로 태양광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표> 참조).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국 태양광 시장은 2014년까지 연평균 8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1년부터는 신규 설치량이 1GW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1년 전세계 태양광 수요의 10% 수준이며, 2020년 20GW 달성시에는 2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지원 뿐만 아니라 풍부한 태양 자원 및 넓은 국토 등 유리한 발전 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수요 확대의 여지가 상당히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
중국 태양광 산업 :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
이처럼 중국이 내수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이유는 환경 규제 등의 영향도 있지만, 속내에는 태양광 산업에서의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전세계 태양광 패널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을 태양광 발전이 비교적 활발한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2009년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경쟁 요소로 부각된 상황에서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전력, 에너지, 상하수도 등 각종 유틸리티 비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유럽 기업 대비 70% 수준의 원가 구조를 달성,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지원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시행하여 유럽의 태양광 발전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태양광 산업이 세계 제일의 생산국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다.
중국 태양광 산업은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지만 시장과 기술 등 자기완결형 성장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해외 시장이 침체될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이 없다. 중국 내 생산량의 90% 이상이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의 침체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 태양광 업체의 80% 정도인 350개의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가 문을 닫았다.
가치사슬의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대부분이 가치사슬의 다운스트림 부분인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 폴리실리콘 등 장치산업의 성격이 강한 업스트림 영역보다는 중국의 강점인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셀, 모듈 등 다운스트림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 내 기업들을 살펴보아도 업스트림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쪽은 Top Tier 그룹에 GCL, LDK솔라 정도가 포진하고 있으나, 셀과 모듈 쪽은 세계 10대 기업 중 선텍(Suntech), 잉리솔라(Yingli Solar), 트리나솔라(Trina Solar), JA솔라 등 중국 기업 4개가 들어가 있다.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셀과 모듈은 50%를 넘지만 폴리실리콘은 생산 가능량 기준으로 해도 20% 정도다. 특히 LDK솔라는 가동율이 30%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생산량 기준으로 할 경우, 그 점유율은 더 줄어든다. 이처럼 다운스트림 쪽에 쏠려있는 가치사슬 때문에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쪽의 소재 수입 비중이 95%를 육박한다. 이러한 구조는 부가가치 창출이 업스트림에 비해 낮고, 원료의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량과 이익율이 좌우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례로 2008년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시기에 높은 가격으로 선구입을 한 중국 기업들은 셀과 모듈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원천기술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도입해 원가 혁신을 추진한 사례 중 하나다. 원가 혁신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원가 혁신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기술 개발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메이저 셀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박막 태양전지 등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기는 하지만 차별화되는 기술을 내놓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시장의 새로운 변화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수요 시장, 가치사슬 및 기술 등에서 불균형적인 성장을 해왔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에서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기본기 강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변화는 태양광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1. 가치사슬 재정비
우선 내수시장 강화를 통해 중국은 가치사슬을 재정비하여 산업 전반의 에코시스템 구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풍력 산업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이를 태양광 산업에 적용하여 지금보다 기초체력이 강화된 국가 육성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풍력 발전 시장 및 풍력 터빈 생산국으로 도약한 사례를 살펴보면, 풍부한 풍력 자원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기술 도입이 용이했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 부품인 풍력 터빈을 내재화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풍력 터빈 관련 부품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산화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였다.
태양광 산업은 경제성 미확보 때문에 내수시장을 먼저 육성하지 못했지만 내수시장 활성화와 셀/모듈 등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가치사슬 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양상은 비슷하다. 우선 수급이 불안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업스트림 영역의 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데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중국 정부가 산업의 진입 규제를 하고 있는 폴리실리콘보다는 웨이퍼, 잉곳 등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 역시 웨이퍼까지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잉리솔라는 잉곳, 웨이퍼를 일괄 제조하고 있고, 트리나솔라 역시 웨이퍼까지 수직계열화하는 모습이다. LDK솔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웨이퍼 제조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폴리실리콘 영역으로의 확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점화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해서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사업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만이 신증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전 설비 설치에 따른 인버터, 파워 컨디셔닝 설비, 케이블, 에너지 저장 장치 등 시스템 운영을 위한 부품 산업의 성장도 예상된다.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일 때에는 셀과 모듈 단가가 중요했지만, 발전 설비 설치를 위해서 필요한 부품의 원가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셀과 모듈보다 발전 시스템 부품의 원가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도 매력적인 수준일 것이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의 가치사슬 재정비로 인해 전 가치사슬의 경쟁 강도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2. 발전 단지 위주의 수요 증가
지금까지 세계 태양광 수요를 견인해 온 유럽의 태양광 시장은 주택 지붕에 올리는 루프탑(Roof top)이 90%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모습이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세계 전력 수요의 14%를 차지하는 중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석 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직까지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도 많은 실정이다. 루프탑만으로는 전력난과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 단지 위주의 설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전력 보급 상황이 열악하고 송배전망 건설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오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西藏), 칭하이(靑海), 네이멍구(內蒙古) 등 지역에 100MW 용량의 태양광 시범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태양광 발전 계획 중 80% 이상을 대규모 발전 시설로 채울 계획이다.
대규모 발전 단지 위주의 수요 증가는 효율보다는 가격 위주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어플리케이션이었던 주택용 태양광 발전은 주로 정부의 보조금 등 지원 정책에 의해 설치가 확대되었고 제한된 공간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가격보다는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 시설의 경우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아직까지 고효율 태양전지나 박막 태양전지의 기술 확보가 미흡한 중국 기업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발전 단지 위주의 설치로 대규모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여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악화 및 구조조정의 위협을 겪고 있는 태양광 산업 내에서도 공급 과잉 우려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3. 발전 사업자와의 관계 중요
내수시장의 확장은 중국 내 발전 사업자(Installer) 등이 주요 고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 산업은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지역성을 띄고 있어 대형 고객을 유치하며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는 발전 및 배전 사업자는 대부분 국영이거나 지방 정부 소유로 정부 관계자를 통하지 않고는 접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내 셀 및 모듈 기업은 외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잉리솔라는 발전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수직계열화를 하였고, 트리나솔라는 시스템 설치회사로 시작해 정부의 대규모 상용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업스트림으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하기도 하는 등 발전 사업으로의 진입도 활발하다.
독일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국의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처럼 중국도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자국 산업의 보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은 저리 융자 등 각종 혜택을 통해 자국 기업의 생산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어주어 경쟁력을 확보하게 했지만, 협소한 내수시장 때문에 자국에 진입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규제가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Golden Sun 프로젝트 등 발전 시스템 설치를 위한 보조금 등 새로운 정책적 지원은 발전 사업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독립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경우 70%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인데 혜택은 주로 발전 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영 또는 지방 정부가 발전 사업자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성장한 풍력 발전 사업의 경우, 발전 사업자뿐만 아니라 부품 국산화율 규제, 발전회사와 터빈 제조업체 간 긴밀한 관계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 육성했던 전례를 토대로 태양광 발전 산업 역시 이와 같은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의 기회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은 세계 태양광 산업의 체질 개선과 발전을 위해 매력적인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제외하고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셀과 모듈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국내 기업에게는 중국이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영역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폴리실리콘 사업은 중국 대비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미국, 유럽 기업보다 높아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중국 고객에게 줄 수 있다. 폴리실리콘 뿐만 아니라 BOS 등 발전 시스템 부품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전기전자에 강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발전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진입 자체를 막고 있으며, 보조금 혜택도 자국 기업에게만 주겠다는 의지다. 로컬 에이전트를 이용하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기는 하나 외국 기업의 진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맞물린다면 이 분야에 외국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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