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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8. 18:41
2004년 4월 18일, 미국 켄터키주 외곽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매니저에게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매장 여직원이 손님의 지갑을 훔쳐 매장의 즉각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경찰이 갈 때까지 그 여직원을 잡아 수색하라고 명령했다.

매니저는 여직원을 뒷방으로 끌고 가 전화를 건 남성이 명령한 대로 옷을 벗기고 훔친 돈을 찾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매니저에게 수색 과정을 전화로 보고하게 하면서 이상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의자 위 아래로 폴짝폴짝 뛰게 해라. 반항하면 엉덩이를 때려라”

매니저는 남성의 명령을 그대로 따랐다. 세 시간 동안 계속된 알몸 수색은 진짜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여직원은 돈을 훔친 적이 없었고, 전화를 건 남성은 경찰이 아니었다. 이 같은 사기극은 미국 32개 주, 70여 개 패스트푸드점에 걸쳐 자행되었다.

이런 행태를 가리켜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고 한다. 패스트푸드 매장의 매니저는 ‘경찰’이라는 권위에 그저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어이 없는 지시를 따른 매니저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대다수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 처하면 지시를 따른다. 왜 사람들은 그 같은 행동을 하게 될까?

권력에 복종하게 하는 힘
1961년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은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고 지원자들을 모집해, 교사와 학생으로 역할을 구분한 후 서로 다른 방에 배치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연관된 단어를 읽어 준 후 다른 단어들과 섞어 제시했을 때 관련 단어를 맞추면 ‘맞았어요’ 등으로 응답을 하게 하고, 학생이 잘못 응답을 할 때마다 전기 충격 수준을 한 단계씩 높이도록 했다. 학생 역할은 연기자가 맡았고 지원자들은 실제로 모집한 피실험자들이었다.

전기 충격은 15V~450V까지 30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단계별로 스위치 상단에 충격단계를 표시해 두었다. 마지막 두 단계는 ‘XXX’로 표기했다. 학생 역할을 맡은 연기자는 실제 전기 충격을 받는 것처럼, 피실험자가 스위치의 단계를 올릴 때마다 신음 소리 내기, 소리 지르기, 고통스럽다고 울부짖기, 그만 하겠다고 절규하기 등을 연기하도록 했다.

연구자는 피실험자와 같은 방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학생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여 피실험자가 조언을 구할 때마다 네 개 문구로만 대답을 했다. 그 문구는 ‘계속 하세요 → 실험을 위해 계속해야 합니다. → 반드시 계속해야 합니다 → 당신은 어떤 선택권도 없습니다. 계속해야만 합니다’였다. 네 번째 명령에도 피실험자가 지시를 거부를 하면 실험은 종료되었다.

밀그램은 실험 전 40명의 심리학자들에게 실험계획을 설명하면서, 최종 스위치까지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를 물었다. 심리학자들은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1% 미만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총 40명의 피실험자 중 무려 26명(65%)이 ‘XXX’ 표시가 된 최종 스위치를 올렸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밀그램이 실험 결과를 1963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자 학계에서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인 인간성 실험이라는 혹평을 내렸고, 밀그램은 그 해 미국 정신분석학회로부터 1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 같은 학계 반응과 상관 없이 그의 실험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 실험 결과가 던진 더 충격적인 사실은, 피실험자들의 인성검사 결과 네 번째 단계까지 수행한 이들이 일반인들과 비교해 성격이나 기질상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또 최종 스위치를 올리지 않은 35%의 피실험자들도 어느 수준 이상까지는 스위치를 올리라는 명령에 따랐다는 것이다.

피실험자들은 실험복을 입고 함께 방에 있던 연구자의 ‘계속해야 합니다’라는 말에 충실히 따랐다. 그 이유는 첫째, 피실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 요인들 때문이다. 피실험자의 공손함, 연구자를 돕겠다고 시작한 약속을 깨지 않으려는 마음 등이 작용했다. 둘째, 피실험자들에게서 발생한 순응적 변화, 즉 모든 책임을 권위자(명령을 내린 연구자)에게 돌리고자 하는 태도이다. 자신이 최종 스위치를 올린 것은 연구자가 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학생이 전기 충격으로 고통을 받든 기절을 하든 전기충격을 중지하는 의사결정은 연구자가 한다는 생각으로, 그만하라는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려는 태도였다. 자신을 권위자(연구자)의 대리인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어떤 피실험자들은 학생을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한 피실험자는 “그는 너무 무식하고 고집이 세서 전기충격을 받아도 싸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밀그램의 실험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피실험자들이 모든 책임을 권위자에게 돌린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조직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조직에서는 부하가 상사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되고 그 책임은 모두 상사가 진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많은 조직들이 상사의 권한을 부하에게 위임(Empowerment)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개개인이 조직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도록 고취하면 부하가 상사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려는 태도를 조금 더 줄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상사들이 권위에 덜 의존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논리적 설득보다 지위를 활용한 지시는 이제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 선조들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포스코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