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통합법의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벤치마크 대상이 되었던 1986년 영국의 금융개혁, 빅뱅(Big Bang)에 대해 알아본다.
런던 금융시장의 경쟁력 저하
금융 빅뱅 이전 영국의 금융시장에서는 변화의 필요성이 대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경 금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은 날로 저하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높은 거래 수수료를 피해 영국주식이 미국시장에서 예탁증권의 형태로 거래되는 주식시장의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대내적으로는 전통적인 금융기관 업무영역 규제 및 증권거래기법이 급증하는 증권거래 규모와 다양해지는 금융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고조되었다. 은행들의 증권업 겸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단기자금중개 업무는 할인상사(discount house)가, 예금의 수취 및 대출 업무는 예금은행(clearing bank)이, 기업금융 및 증권인수 업무는 종합금융회사(merchant bank)가 맡는 식으로 금융기관별로 업무 영역이 한정되고 경쟁은 제한되어 있었다. 컴퓨터를 활용한 증권거래기법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딜링업무와 중개업무가 분리되어 운영되는 등 런던의 증권시장은 전통적인 거래 관행을 고집하고 있었다.
금융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 제고가 핵심
1979년 출범한 대처의 보수당 정부는 영국 경제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다양한 개혁 작업의 지향점은 시장친화적 경쟁질서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1976년 말의 파운드화 외환위기, 1970년대 후반의 증권중개업자 사기 사건 등을 겪으면서 취약점을 노출한 영국의 금융시장에도 개혁 조치가 단행되었다. 특히 1986년 제정된 금융서비스법(Financial Services Act)은 금융 빅뱅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당초 영국 금융시장은 비법령 중심의 자율적 규제에 의해 움직였지만 1980년대 이후 영국 금융시장은 법령 중심의 규제로 점차 이행되었고 1986년의 금융서비스법은 이를 일단락한 증권 분야 통합법이었다.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이라는 빅뱅의 이름에 걸맞게 개혁 조치의 내용은 획기적이었다. 첫째, 증권거래소의 회원권 취득 조건이 완화되면서 런던 증시는 외국 증권사에 완전 개방되었다. 둘째, 증권거래수수료의 자유화가 단행되면서 런던 증권시장의 거래 비용 인하 경쟁이 촉발되었다. 셋째, 은행, 증권, 보험의 상호 업무 진입이 허용됨에 따라 다양한 업종의 금융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conglomerate)의 형성이 가능해졌다. 넷째, 금융기관의 지급능력 보장, 사기 방지, 투자자 보호 규정이 크게 강화되었다. 그 외에도 증권거래의 전산화 추진, 정부채 시장의 개방 등 영국 금융시장의 골격을 바꾸는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지속적인 금융개혁의 디딤돌이 되어야
금융빅뱅이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런던에 국제투자업무의 거점을 구축하면서 선진금융기법이 빠르게 도입되었다. 증권 거래 비용이 크게 감소하였고 중개의 효율성이 제고됨에 따라 외국에서 거래되던 주식 거래의 많은 부분이 런던으로 회귀했다. 도리어 외국주식의 유통시장이 더욱 발달하여 런던은 동경에 내주었던 세계 2위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회복했다. 영국계 증권사의 약 90%가 외국 금융사에 인수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업무 및 지역 다각화 등의 전략으로 빅뱅에 적극 대처한 영국 증권사들은 세계 유수의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또한, 대형화, 겸업화를 추진한 영국 은행들은 보험, 연기금, 투자신탁 등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영국의 금융개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2000년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 2000;FSMA)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빠르게 성장한 영국의 금융산업은 오늘날 영국 경제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추진될 우리나라의 금융제도 개혁 역시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주간경제 9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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