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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3. 09:26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사람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대 변화의 시기가 위기냐 기회냐를
결정하는 것은 전환기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의 눈'이다. 리더의 눈을 키워줄 수 있는 상상력과 일탈의 정수, 공상과학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공상과학이라니, 리더랑 무슨 상관?” 
 
경제는 세계적으로 위기상태이다, 시장은 점점 빨리 바뀐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고객 가치를 창출하려면 창의성을 발휘하고 몰입하는 인재와 조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려면,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한다. 위기냐 기회냐를 판가름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도 한다. 리더들로서는 나의 역할이 큰 것 같아 한편으로 기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고 하니 말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애를 써서 해 왔는데, 수십 년간 해 온 방식, 그로 인해 오늘날의 나의 성공이 있었던 습관을 바꾸란다. “내 나이가 몇 인데…”라는 한숨이 저절로 나오지만, 이런 고민에도 아랑곳없이 리더십 변화에 대한 요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끊임없이 혁신을 해야 기업이 사니 혁신을 하라고 해서, 그간 열심히 시도해 왔다. 관점의 전환을 해야 혁신이 된다기에 노력했고, 가끔씩은 성공적 결과를 내기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관리자에서 리더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패러다임 전환이라니, 이건 또 혁신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패러다임의 정의를 찾아보면 한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지식, 관습, 이론과 믿음의 체계라고 나와 있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 체계에 대한 동의가 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새로운 지식과 믿음의 틀이 성립되는 것을 말한다. 혁신을 불러오는 개인 수준의 관점 전환보다 훨씬 더 커다란 의미에서의 관점의 전환인 것이다.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의 공통점은 둘 다 같은 사물을 보고 해석하는 관점이 바뀐다는 것이다. 혁신의 경우에는 개인이나 집단이 과거에 사용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보고 정보를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실용화한다. 패러다임의 전환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는 것이지만, 이 때의 새로운 관점은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의 근본적인 가정을 바꾸어 주는 것이어서 그 영향력이 전 사회에 광범위하게 미치게 된다. 패러다임의 전환의 예로 흔히 드는 것이 천동설과 지동설인데, 오늘날은 세계 어디를 가나 지동설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우주 관측의 방법도 바뀌고 항해술도 바뀌고 노래가사도 달리 쓴다. 사회 전반의 관점이 바뀐 것이다. 경영의 영역에 적용해 본다면 트랜드를 예측하거나 이머징 이슈를 포착하여 이에 맞도록 개인과 집단을 바꾸는 것은 혁신이라 불러 마땅하고, 생산의 기반 자체가 바뀌어 이에 맞추어 시장과 기업사회가 바뀐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일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기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남보다 먼저 대비할 수만 있다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상과학이 이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리더가 성공하고 기업이 살아남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면 어떨까? 전환기 후의 미래를 미리 내다보도록 근본적인 관점, 즉 ‘보는 눈’을 바꾸어 준다면? 이에 더해 백 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요즘의 리더들에게 이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백 년씩 앞의 시장을 선점한다는 말인가?  
 
“백 년 앞을 내다보다니?” 
 
사회 전체의 경제적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는 것은 인간 사회의 생산기반 자체가 바뀐다는 것이며, 이러한 대전환기는 그야말로 백 년이 넘는 간격을 두고 드물게 나타나 왔다. 이와 같은 경제적 패러다임 전환기마다 ‘원조 블루오션’이라 할만한 큰 시장이 새로 생겨나게 되는데, 바로 새로운 방식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 도구를 공급하는 시장이 그것이다. 첫 번째 예로,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20세기까지 세계적으로 전파된 산업혁명은 농업경제에서 공업 위주의 경제로 넘어간 경제적 패러다임 전환기였다. 이때 형성된 생산도구의 거대한 신시장이 철강 시장이다. 20세기 초의 미국을 대표하는 거부가 된 철강기업이나 흥성한 광업 도시들은 이 시장을 선점했던 리더들이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한 예로 20세기 말 공업위주의 경제에서 지식 경제로 전환될 당시 새로운 생산의 도구로 등장한 컴퓨터 산업이 있다. 이와 함께 나타난 인터넷 역시 ‘지식’의 물류체제로 새로운 경제 체계 안에서 생산의 기조를 이루었다. 굳이 최근 10년 간의 전세계 갑부 목록이나 100대 기업의 목록을 들지 않더라도 이 컴퓨터와 인터넷 시장을 선점한 리더와 기업이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래할 신경제 패러다임은 무엇이며, 그와 함께 발생할 장기적 시장 선점의 기회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만하다. 혹자는 다음 경제는 감성의 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창의의 경제 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감성경제이든 창의경제이든 사람을 기반으로 한 경제일 것이라는 말이다. 기업에서 사람의 감성과 창의가 생산의 기반이라면, 이것에는 리더가 지대한 영향을 끼치니 리더십을 생산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즉, 리더십이 철강이나 컴퓨터에 해당하는 것이다. 자연히 사람에 투자하여 구성원들의 감성과 창의를 살리는 조직으로의 변신을 남보다 앞서 이루어내는 기업이 있다면 이 시대의 ‘생산도구’ 시장을 선점하고 장기적 성공의 초석을 깔게 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요즘 인재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직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잘 실행되지 않는 것은 대개 리더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안될 것이라 생각하여 저항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러 가지 리더십 역량 중에 유독 “장기적 상상력과 통찰”이라는 역량은 예외적이다. 이 경우는 변화할 뜻은 있는데 방법을 찾지 못한 리더들이 많다. 조직 상황도 리더십 변화를 요구하고 본인도 통찰과 창의로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기여하고파 각 방면으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방법을 잘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소위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의 눈’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며, 이런 리더라면 공상과학을 한 번쯤은 들여다봄으로써 뜻밖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선도하는 ‘리더의 눈’이란? 
 
새로운 경제에서 리더십이 생산을 주도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리더십이 있어야 창의와 감성을 통해 생산력을 촉진할 수 있을까? 장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30년 주기로 기업이 스스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재창조’가 있었다는 연구가 있다.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장기적 안목을 가질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이런 재창조를 거듭할 수 있게 된다. 백 년 앞의 시장을 어찌 내다볼까 싶지만 이미 뛰어난 경영자라면 십 년 앞은 족히 내다보는 눈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리더 혼자서 뛰어난 통찰력을 갖추면 되는 문제라는 의미인가? 그건 아니다. 복잡한 환경 변화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선행적으로 대응하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아닌 조직원들도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이 재창조를 거듭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의 천장이다. 일 년 앞만 내다보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십 년 앞을 보는 아이디어가 나와봐야 일 년짜리 천장에 부딪혀 알아봐지지 않고 실현되지 못하니 쓸모가 없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다른 기업에는 없는 백 년짜리 천장을 만들어주는 리더가 요구된다. 조직원의 창의력을 제대로 살리려면 그들의 아이디어를 기회로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에디슨이, 얼마나 많은 빌 게이츠가 그를 알아봐주는 리더가 없어 공헌하지 못하고 실패자로 끝났을까? 생각만해도 아깝다. 기업으로 성공하여 우리에게 알려진 천재들은 대부분 조직 안에서 알아주지 않아 독립된 기업을 설립했다. 이 창의성을 기업 안에서 살릴 방법이 없을까 모색하는 가운데 요즘 그룹 창의성이 화두가 되는데, 이는 여러 다른 분야와 사람들 사이의 교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게 하는 것이다. 리더가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볼 뿐더러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발생되는 창의력이다.  
 
이런 조직 안에서의 그룹 창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을 ‘리더의 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엉뚱하고 황당무계한 것, 블랙스완의 ‘극한값’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황당무계”가 아니라 “황금의 기회”로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무수한 실험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사람의 눈이나 귀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길들여진 것만을 듣고 보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리더십과 마찬가지로 날 때부터 리더의 안목을 타고나는 것이 아닌 만큼 리더의 눈을 키울 필요가 절실해진다. 이런 리더의 눈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비즈니스에서 일탈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사는 리더의 과제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평소에 자주 연습하며 리더의 눈을 스스로를 훈련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공상과학을 접하는 것이다. 공상과학이라는 것이 본시 상상력의 비약과 일탈을 정수로 하는 영역이다. 공상과학이 성행하는 사회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일탈의 이야기들을 탐독하면서 자라난다. 포트루이스 대학의 언론학과 교수인 커트 랭카스터는 19세기 말 쥴 베르느와 휴고 웰스의 달나라 여행에 관한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로켓과학자가 되었으며, 공상과학이 없었다면 우주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공상과학으로 리더의 눈 키우기 하나, 오늘의 불가능은 내일의 시장 
 
한 가지 분명하게 하고 싶은 것은 공상과학을 미래예측의 방법으로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미래학에는 이보다 훨씬 체계화된 예측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론들을 사용할 생각이라도 나려면 일단 장기적 미래를 바라보는 리더의 눈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예측의 결과를 받았을 때 “말도 안 돼” 라며 한 켠으로 쓸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공상과학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형 리더들에게 기존 사고의 틀을 잠시 벗어나 완전히 다른 분야와 시점을 가져볼 수 있는 ‘리더의 눈’을 연습할 기회를 한 번쯤 제공하려는 것이다. 엉뚱하면 엉뚱할수록 좋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상과학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상관없어 보일수록 효과가 크다. 이때 공상과학이라 함은 광선검과 녹색 우주인이 나오는 뻔하고 뻔한 영화를 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통찰력이나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늬만 공상과학’인지라 리더의 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진정한 통찰과 창의성이 있는 공상과학들을 보아야 한다. 이런 류의 공상과학이라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창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고실험 (Thought Experiment),’ 현실적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상상 속에서 그려보는 이 방식이 미래 사회를 그리는 데에 적용된 한 예가 될 것이며, 상상의 비약으로 수십년 혹은 백년 앞의 세상도 그려보고자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즐겁게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오늘날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공상과학이다. 시라노 벨지락은 17세기에 우주여행에 관한 소설을 썼다. 이 당시에는 자동차도 존재하지 않던 때이니, 누구에게 물어도 우주여행이 현실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19세기에 로버트 고다드가 액체연료로 가동하는 로켓의 원형을 만들었고, 20세기 인류는 달나라에 발을 디뎠다. 공상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쥴 베르느의 ‘해저 이만 리’는 1870년에 쓰여졌다. 여기에 노틸러스호라는 잠수함이 등장한지 40여년 후인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잠수함이 상용화되었다. 1940년대 당시 인기였던 ‘딕 트레이시’에 처음으로 등장한 손목시계 통신기는 올해 LG전자가 발표하여 큰 관심을 끈 와치폰과 꼭 닮아 일부 언론에서는 “딕 트레이시 전화”라고 부르고 있다. 1970년대의 공상과학 소설에는 복제인간이 단골로 등장하였다. ‘블레이드러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더 유명한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는 복제 인간들이 극한의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탁월한 능력을 부여했지만 수명은 4~5년에 불과한 것으로 설정되었다. 이로부터 20여년 후인 1996년에 최초로 복제 생체의 번식에 성공하여  ‘돌리’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뉴스가 된 양이 있었다. 일반 양들보다 수명이 짧았던 돌리의 사인을 복제로 인한 유전자 변형이라고 학자들은 본다고 한다. 영국의 인기 공상과학 작가인 테리 프레체트의 1997년작인 ‘태양의 어두운 편 (The Dark Side of the Sun)’을 보면 잘려나간 신체부분을 그대로 재생시켜주는 ‘녹색끈끈이’가 나온다. 불과 10년 후인 2008년에는 피츠버그 대학의 재생의학 센터에서 잘려나간 손마디를 손톱까지 재생시키는 그야말로 ‘마법의 가루’가 발명되었다. 곧 상용화되어 팔이나 다리까지 재생시킬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공상과학의 단골 주제이며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가상현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전하던 닌텐도에서 출시하여 기업 재활의 주역이 된 게임기 위(Wii)는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도 포함하여 진정한 가상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제품을 이미 상용화해 주었다. 이처럼 처음 말이 나왔을 당시에는 황당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공상과학의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된 예가 무수히 많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이 가능으로, 그리고 상용화된 시장으로 바뀌기까지의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계속된다면 올해의 공상과학 아이디어가 내년의 시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내일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공상과학의 아이디어도 찾아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는 L.M. 뷔졸드의 공상과학 시리즈에도 자주 등장하는 ‘디자인 아이’이다. 내 마음대로 유전자를 주문하여 날개가 달리고 IQ가 200인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상상인데, 요즘 생명공학 중 각광받는 분야의 하나인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으로 한 발짝 현실에 가까워졌다. 2003년에 처음 완성되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던 게놈 프로젝트는 한 개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기까지 13년이 걸렸으며 총 300만 달러가 투입되었다. 2007년에는 일 년 만에 2개의 게놈 지도를 완성했고 각각 100만 달러가 들었다. 2008년에는 일 년에 3개의 게놈 지도를 그렸고 각각 불과 6만 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기세로 나가면 몇 년 안에 개인의 ‘게놈 지도 검사’가 혈액형 검사같이 상용화되고 싸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시장에는 이 기술을 일부 응용하여 시험관에 침을 뱉으면 기본적인 유전정보를 분석해주는 상품이 약 400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요즘 합성 유전자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올해 영국에서 첫 유전성 유방암 스크리닝을 마친 아이가 탄생하였으니 ‘유전 디자인 태아’의 시대도 열리는 듯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천재컴퓨터 ‘할’부터 최근 할리우드 히트작인 ‘A.I.’까지, 인공지능 또한 공상과학의 단골 메뉴이다. 요즘 IBM에서 진행되고 있는 ‘푸른 두뇌 프로젝트 (Blue Brain Project)’는 바로 이 인공두뇌를 만들려는 시도인데, 2049년이면 1000 달러짜리 컴퓨터 한 대가 인류 전체의 두뇌를 다 합한 만큼의 계산능력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니 실로 ‘A.I.’와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을 시장에서 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공상과학으로 리더의 눈 키우기 둘, 저렴하게 빌려보는 미래상 
 
수십 년 앞 미래에나 실현될 아이디어들을 생각하는 것이 현재의 사업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래의 사회학’이라는 공상과학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미 실용화된 기술들이 더 발전된다면 가까운 미래의 사회와 시장을 어떻게 바꿀까?”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 집단을 통해 델파이(Delphi) 기법이나 시나리오법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예측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자원이나 시간을 투입할 수 없다면, 불과 몇 천원에 상상력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고심하여 그려놓은 미래상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이다.
 
공상과학 작가 중 일부는 저명한 과학자들이기도 하며 첨단의 과학 연구와 기술들을 응용한 ‘근거 있는 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몇 년 전 타계한 저명한 우주과학자 칼 세이건은 ‘접촉’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을 써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스콜라 제국’이라는 연작 공상과학 소설의 작가인 캐서린 아사로는 하버드 물리학박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애초에 일상적인 시각과 권위에서 일탈해 보자는 것이 의도이니 굳이 작가의 학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작가가 누구이든 그들의 상상력을 발판으로 삼아 근거리 미래상을 그려보는 것이 리더의 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근거리 미래상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분야가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변화한 사회환경과 시장을 그려놓은 공상과학이다. 이 분야는 사이버펑크라는 부속장르가 따로 생겼을 정도로 무수한 예가 있다.
 
일례로 버노르 빈지의 ‘무지개의 끝’이라는 책을 보자. 이 책에는 적절하게도 ‘한 발을 미래에 디딘 소설’ 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최근 화제인 집단지성이나 르네상스식 경영뿐만 아니라, 2008년 세계미래학회에서 발표한 ‘내일의 세상을 바꾸는 트랜드’에 거론된 라이프 스타일의 극적인 변화, 힘 센 소비자들의 천국, 개도국 도시화로 메가시티 급증, 은퇴 후 재취업 보편화, 비즈니스의 핵심계층인 X세대와 같은 미래상들이 하나같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2025년,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수 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경제를 가상한 것인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인력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으며, 이들을 잘 연결하여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중앙통제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을 묘사해 놓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적인 시장과 인력을 통괄하는 요즘 기업 리더들에게도 낯익은 문제이다.
 
‘무지개의 꿈’ 속에서 다국적기업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일일이 필요한 전략을 짜거나 인력을 구하지 않고 ‘조절자 (Coordinator)’라 불리는 한 사람만을 고용한다. 이 사람에게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대강의 제한사항만이 부여되어 일이 시작되며, 구체적인 방법은 전적으로 이 전문가에게 맡긴다. 조절자가 하는 첫 번째 일은 필요한 정보를 작은 질문들로 나누어 인터넷을 사용하여 전세계로 내보내는 것이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가장 유용한 ‘정보조각’을 제공한 사람에게는 세계공용통화인 전자화폐로 수고비를 전송하지만,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 보수보다는 인정과 미래의 조절자가 될 기회이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자신이 무슨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조절자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적절한 사람들을 선정하고 동기를 부여하여 질문에 대답하게 하는 ‘조절’이다. 물론, 이 조절자가 받는 보수는 오늘날의 최고 연봉을 받는 CEO들 이상이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조절자가 되고 싶어하며 학교에서도 ‘조절능력’과 ‘정보수집 및 전달력’이 주요한 과목들이다. 사람은 인터넷 통신이 내장된 옷을 입고 스크린을 대신하는 콘택트렌즈를 끼고 거리를 활보한다. 광고는 ‘입는 컴퓨터’와 정보를 교환한 뒤 행인의 성별, 취향 등의 모든 정보에 따라 3차원의 맞춤 광고를 눈앞에 띄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세계 최고의 조절자는 십대의 소녀인데, 할아버지를 돕고 싶어 방과 후에 이 일을 한다. 한 때 저명한 문학가였던 그녀의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가 신약으로 치유되었으나 글을 쓰는 능력을 상실해 제2의 커리어를 찾고 있다. 다시 학교를 다니며 정보수집 기초를 배우는 중이다. 조목조목 살펴보면 오늘의 최신 경영 트랜드나 기업의 상황을 몇 년 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습으로 웬만한 사례분석 못지않게 논리적으로 상세히 그려 놓았다. 정보화 다음 사회의 비즈니스모델, 이 사회에 맞는 새로운 인재상과 리더십, 완전히 국제화된 통화 시스템, 노동인력의 소령화와 노령화 동시진행 등등 이 소설 한 편에서만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들을 전문가의 예측인양 믿고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창작으로 쓰여지는 것이 소설이니만큼 이를 자료에 근거한 분석인양 취급하고 따르다가는 큰 코 다친다. 그러나 이만큼 미래진행형이 되어있다면, 충분히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스스로의 상상력과 통찰을 펼쳐 볼 거리가 된다.  
 
IT의 진화가 개인 컴퓨터에 어떤 양상을 보일까를 그려보고 싶다면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 나오는 ‘가고일’의 묘사가 좋은 기반이 된다. 귀 뒤에 외국어 소프트웨어를 꽂으면 즉시 외국어를 현지인같이 구사하며, 행정학 소프트웨어를 꽂으면 인스턴트 행정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상업화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려면 닐 스티븐슨의 ‘다이아몬드 시대 (Diamond Age)’에 나오는 인공지능이 장착된 여행 안내서를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3차원 영상을 투사하며 통역과 관광지 안내를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세익스피어를 인용하며 문화 강의까지 섭렵한다. 유전자와 성별조작이 일상사가 된 미래의 시장과 사회가 궁금하다면 우르술라 르귄의 ‘어둠의 왼손 (The Left Hand of Darkness)’이 적격이다. 언어, 복장, 음식, 건설 양식까지 구석구석 뛰어난 상상력으로 묘사해 놓았다. 이 밖에도 ‘인공자궁’을 출시했을 때의 마케팅 전략, 노령화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미래의 상품인 ‘인성 보존 납골당,’ 정부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미래에서 정부 대신에 기업들이 안전한 ‘주거 마을’을 건설하고 관리하며 시민권과 여권을 발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 알레르기 증후군’을 이용한 차세대 브랜드에 대한 검증 컨설팅 법 등등 기업 리더를 위한 상상력의 발판이 될 온갖 미래상을 공상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관문, “무슨 그런 엉뚱한 소리를” 뛰어넘기 
 
지금까지 공상과학이 미래의 시장을 예견한 예와 구체적으로 상상해준 예들을 살펴보았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영상통화가 오늘날 상업화되었고, ‘로봇’시리즈의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가 생각해낸 로봇 3원칙이 실질적으로 개발되는 로봇들에 프로그램 될 것이라는 것을 보면 그들의 상상의 비약이 얼마나 정확히 현실화되었는지에 놀랄 정도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상과학을 써서 미래예측을 하라든지 블루오션 시장을 골라내는 방법으로 쓰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공상과학을 보면 미래 기술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현실이 된 공상과학의 아이디어 한 개당 언제까지나 허구에 머물고 말 공상과학 아이디어가 안 되어도 백 개는 될 것이다. 달에는 아직 유리 돔으로 덮인 식민지가 없으며, 화성에도 외계인이 살지 않는다. 모든 아이디어가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상과학을 정보처로 쓰려는 것은 리더로서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다.   
 
그보다 진정으로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것은 공상과학의 겁 없는 상상력과 일탈을 배우는 것이다. 몇 년 전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유수한 기업들에게 미래 트랜드 예측 서비스를 하는 한 기관의 세미나에 참석하여, 그 기관 최고의 전문가에게 어떤 자료들을 사용하느냐고 질문했었다. 신문, 학술 논문, 기술 서적, 시장조사와 같은 수 백 가지의 자료를 사용한다고 했다. 예상된 바였다. 그러나, 그 중에는 공상과학 소설과 패션잡지 기사, 영화비평과 같은 자료도 있으며 평상적인 자료 못지 않게 함의가 있다고 하는 말에 놀란 적이 있다.
 
공상과학만큼 먼 미래를 생각이라도 해보고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자세히 그려보는 분야는 흔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공상과학이라는 장르 자체가 어린아이나 청소년을 위한, “진지하지 않아도 되며, 틀려도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학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가능했다. 이것에서 백년지계를 하고자 하는 리더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공상과학의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 중 하나인 시간여행을 보자. 아직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아이디어가 나왔을 당시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면 시간여행과 우주여행이 둘 다 동등하게 불가능하다고 했을 것이다. 기업가는 물론 과학자에게 물어도 현실성 없는 엉뚱한 이야기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년 남짓 후 그 중 하나는 현실이 되었다. “어느 수준이상으로 충분히 진보된 기술은 마법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공상과학의 거봉이며 미래학자이고 정지궤도 위성통신을 20년 앞서 예견했던 아서 클라크의 말이다. 정말 장기적인 미래를 통찰했다면 마법과 같이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되지만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앞으로 백 년 후면 시간여행도 가능해 질지? 요는 백 년 앞을 보는 리더의 눈이 있다면, 조직 안에 이와 같은  “누가 알아? 가능할지도 모른다”라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창조성이 분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조지 버나드 쇼는 “상식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상식적인 사람은 세상이 자신에 맞추도록 계속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 역시 리더의 눈을 가지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이 글에서는 공상과학을 예로 들었지만, 둘러보면 리더의 눈이 확장될 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숨막히는 위기 속에 고민하는 리더들께 잠시 일탈을 권하고 싶다. 비보이 춤이 회계에 적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일요일의 낮잠이 신 사업 계획에게 가르쳐 주는 바는? 부부싸움이 마케팅이라면, 무슨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트로트가 품질관리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다른 얻는 바가 없다고 해도, 최소한 잠시 숨을 고르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다음 회의에서 나온 엉뚱한 아이디어를 듣고 “가능하지, 백 년 후가 될지도 모르지만”이라며 구성원의 상상력을 살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리더가 되시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 LG Business Insight 10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