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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 10:12

많은 기업들이 ‘지구도 살리고 제품도 팔 수 있는’ 그린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강조하고 노력한 것에 비하면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소비를 실현시키기 위해 그린 마케팅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친환경 소비 시장의 불편한 진실 
 
환경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강조는 진부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며 소비를 할 때 환경적 가치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다. 이에 발맞추어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환경 보전 노력을 알리고 환경친화적인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그린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제 그린 마케팅의 영역은 환경 보호와 관련된 공익 활동에서부터 유해 원료 사용이나 배출을 줄인 친환경 제품, 환경 보존 활동 자체가 하나의 사업모델이 된 경우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그린 시장의 성적은 아직 초라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친환경 세제가 전체 세제 제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가장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평가 받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도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008년에야 2%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공익 차원보다 개인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소비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기농 식품이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다. 그나마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미국 시장이 이러하니 먹고 사는 문제가 더 힘든 다른 지역 시장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당혹스러운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적어도 소비자 조사에서는 친환경적인 기업의 제품, 혹은 친환경적인 제품을 우선적으로 소비할 것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쓰레기통을 조사해 개인의 소비성향을 파악하고자 했던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는 친환경 소비와 같은 윤리적 소비에 있어서 말과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스스로 환경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며 재활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쓰레기통을 조사했더니 사실은 이들 중 상당수가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 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플라스틱과 일회용 포장재의 사용 비중도 높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린 마케팅이 진부한 외침에 머무르지 않고 대의 실현과 기업의 이익 모두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의지가 실제 구매로 반영되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말과 실제 소비가 다른 이유  
 
●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 
 
그린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차별적인 기능, 감각적인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 제품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여러 조건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소비자들에게는 친환경성과 같은 공익적 가치도 소비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시장 조사에서 발견된 ‘환경 친화적 구매자’들의 비중만 보면 상당한 규모의 윤리적 소비 시장이 존재하는 듯 하다. 하지만 조사의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 친화적인 소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가격이나 품질과 같은 다른 조건을 희생하면서까지는 아닌 ‘조건부 환경 친화’인 것이다(<그림> 참조).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윤리적으로는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여전히 싸고, 편리하고, 좋은 것을 포기하지 못해 계산대 앞에서 주저한다.  미국의 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응답했던 고객들도 단지 14%만이 가격이 더 비싸질 경우에도 구매 의사를 고수했다고 한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질문에 대한 대답일 뿐이니 실제 구매에서는 그 수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친환경이라는 가치만으로도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객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관심 부족 또는 환경적 피로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유가, 고실업, 금융 위기 등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경제적 악재에 직면해 있다. 아마도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될 그린 소비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것은 갈수록 상당한 도전이 되고 있다.  
 
오늘날 그린 마케팅의 문제는 합리적 소비를 하는 대다수의 고객에게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데 있다. 소수의 환경주의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고객들에게 그린 소비는 권리이자 다른 조건들과 동등한 요구 사항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조건, 그린 소비를 통해 이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면 명분에 대한 동의와 실제 소비의 격차는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다.  
 
●  기업의 부주의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사람들은 친환경 소비를 위해 종종 기존의 소비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다른 가치를 일부 희생해야 한다. 즉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그보다 먼저 이러한 변화가 감수할만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종종 저항이 뒤따른다. 예를 들어 몇 해전 국내의 한 전자 회사가 출시한 세제를 넣지 않아도 되는 세탁기가 부딪친 문제를 보자. 실제 세탁 성능에 대한 기능적 부분은 차치하고 사람들은 세제 없이 세탁이 될 수 있겠느냐는 심리적 불안 때문에 제품의 사용을 거부했다. 신기술이 대중에게 수용되기 위해서 극복되어야 할 캐즘에는 심리적인 것도 있다. 친환경 소비도 종종 심리적 캐즘에 부딪친다.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관점에서든 실용적 관점에서든 새로운 소비 방식이 충분히 매력적인 것임을 고객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일반적인 마케팅보다 그린 마케팅에서 소비자 교육이나 신뢰 구축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이다’,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다’와 같은 모호하고 모두가 쓰는 똑 같은 표현으로 자사 제품의 친환경성을 알린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고객 설득에 효과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경제적 이득만을 챙기려는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오해되기 쉽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GFK의 보고서에 따르면 80%의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들이 기업들이 주장하는 기능을 다 수행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마케팅 전문 컨설팅 회사 Cone의 2008년 그린 소비자 조사에서는 73%의 응답자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업들은 단지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려고 할 뿐이다’라는 말에 동의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여기 저기서 반복되는 기업들의 환경 친화적 노력에 대한 자화자찬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 변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과장도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한때 일부 기업들이 법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어차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프레온가스를 마치 자사만이 사용하지 않는 양 선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비도덕적인 기업들에 대한 경험과 기업들의 세심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가 기업의 말을 믿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열렬한 환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테네시의 한 정책연구단체가 엘 고어의 1년치 에너지 사용량을 폭로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엘 고어는 2006년 한해 동안 총 22만1천kW의 전기를 소비했는데 이는 미국 평균 가정의 스무 배에 해당하는 양이라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엘 고어 자신의 ‘불편한 진실’이 폭로되었다고 조소하기도 했다. 물론 엘 고어와 같은 사람은 ‘아끼는’ 대신 ‘알리는’ 것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섰으니 이를 절대적인 수치로만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과 같은 윤리적 문제의 경우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이만큼 까다롭기 때문에 하물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공익적 마케팅은 더욱 날카로운 시선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따라서 명확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을 믿고 따라오게 만들지 못한다면 고객들은 계속해서 믿고 살만한 제품이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린 마케팅의 한계 극복을 위한 과제 
 
그린 마케팅의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을 염려하지만 친환경 소비의 가치에 대해서 아직 회의적이고 의심이 많은 다수의 그린 유동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린 이상의 고객 가치를 제시하고(Customer Value Positioning), 고객의 소비 지식을 바로 잡고(Calibration of Customer Knowledge) 기업의 약속에 대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Credibility)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3C의 관점에서 그린 마케팅의 한계 극복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  그린이 아닌 다른 것을 팔아라 (Customer Value Positioning) 
 
궁극적으로는 많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처럼 환경 보호는 다른 기능적 가치도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누릴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든가, 사용이 조금 생소하다든가 하는 것처럼 다른 가치가 일부 희생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없다면 아직은 발전 중인 오늘날의 그린 비즈니스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고유함과 차별성으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그린 시장의 세분화다. 사실 그린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친환경이라는 대의 명분에만 반응하지 않고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와 같이 조건부로 반응한다. 이러한 고객들에게 ‘그린’은 친환경 이상이 되어야 한다.  
 
몇 해 전 불었던 웰빙 열풍과 같이 어떤 고객들은 공익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내구성을 높여 가격 이상의 가치를 주는 친환경 제품도 등장했다. 이러한 고효율 제품들은 경제성을 추구하는 고객들도 점차 그린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립스는 절전형 형광등을 처음 개발했을 때 환경 친화적 특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제품의 수명을 훨씬 향상시켜 ‘친환경성 대신 효율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해 성공했다. 제품 이름도 오래 간다 해서 ‘마라톤’이라 붙였다.
 
또 다른 이들은 친환경을 하나의 트렌드로 추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그린 소비를 한다. 에코 쉬크(Eco-Chic)라고 불리는 이들은 제품의 기능적인 가치뿐 아니라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자신의 친환경 소비를 알리고 싶어한다. 최근 트렌드 메거진 Trendwatching은 친환경 상품을 자기 정체성의 상징, 즉 아이콘으로 여기는 소비 트렌드(Eco- Iconic)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표현형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소비’를 타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게 친환경 세제나 절전형 TV와 같이 범용화된 그린 마케팅은 덜 매력적이다. 그보다는 푸에르토리코에 사는 영세 커피 지배자의 권리를 지지하기 위해 카페 다이렉트(Cafe Direct: 공정 거래한 제품만을 취급하는 식품 회사)에서 커피를 샀다거나 양계장이 아닌 방목한 달걀을 취급하는 버거킹을 이용한다는 등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마케팅에 보다 열렬히 반응할 것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의 성공에는 탁월한 연비 등 성능 자체의 우수성도 있었지만 차별적인 디자인과 상징적 이미지를 부여한 마케팅 전략도 중요한 이유다. 카메론 디아즈, 해리슨 포드와 같은 유명 연예인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으로 사람들이 프리우스를 타면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오피니언 리더의 지위를 부여 받는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CNW 마케팅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프리우스 구매자들이 차를 사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나를 표현해 주기 때문(57%)’으로 ‘연비가 저렴해서(36%)’와 같은 이유보다도 높았다.  
 
이처럼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들의 이유도 제각각이다. 이 각각의 니즈에 맞추어 그린 마케팅의 초점도 변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리는 그린 마케팅에서도 유효하다. 어찌 보면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많이 보급하기 위해서는 ‘그린’만을 파는 그린 마케팅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  고객 공감으로 심리적 캐즘을 극복하라 (Calibration of Consumer knowledge) 
 
그린 소비는 종종 기존 소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고객이 변화를 감내할 수 있도록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설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구체적일수록 소비자들은 정보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표> 참조). P&G는 찬물에 녹는 세제인 타이드 콜드워터(Tide Coldwater)를 마케팅 할 때 ‘세탁에 필요한 에너지의 80~90%는 물을 데우는 데 든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연간 63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와 같이 제품 사용의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두 번째는 고객이 소비에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나 하나쯤이야’라는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 P&G는 웹사이트에서 콜드워터를 사용한다고 등록했던 고객들이 모두 합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콜드워터의 사용으로 절약된 전기 덕분에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얼마간 불을 밝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고객들에게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수반되는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세제가 필요 없는 세탁기의 경우 세제를 많이 넣어야 세탁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만일 무세제라는 급진적인 개념 대신 탄산나트륨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용세제’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세제 대신 ‘물’이 아니라 물의 ‘이온 성분’이 세탁을 해준다는 식으로 홍보 했더라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지 모른다. 기존의 관념을 확 뒤엎기보다는 고객에게 익숙한 대체재를 제시하는 것이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는 데는 보다 효과적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정보 제시와 고객의 참여 촉구, 그리고 심리적 저항의 최소화를 통해 고객이 친환경 소비라는 새로운 방식의 소비에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  부분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Credibility)  
 
앞서 지적했듯이 기업의 그린 마케팅 노력에 대해 자신을 환경 친화적 회사로 보이게 함으로써 주가 상승이나 매출 증진이라는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보다 명확하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의 신뢰를 확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직은 속임수뿐 아니라 과장이나 부정적인 부작용에 대한 은폐도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이제는 친환경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지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고객의 기대치도 한층 높아졌다. 예를 들어 친환경 유기농 화장품 같이 고객들이 많이 쓰고 관여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성분표시만으로도 해당 제품이 단지 컨셉에 치중했는지 진정한 친환경 제품인지 구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실로 뒷받침 될 수 없는 ‘환경 친화적’이라는 말의 사용이나 자사가 만든 제품을 사면 ‘지구를 구할 있다’는 과장된 주장은 피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원료는 천연 소재를 사용했으나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등 전체적 관점에서 비환경성이 내포되어 있다면 환경 친화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80년대 후반 한 플라스틱 봉투 제조 회사는 햇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적 요소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될 수 있는 쓰레기 봉투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는 땅 속에 매립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자연적 요소에 노출되기 어려워 실질적인 분해 효과는 기존 봉투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고객의 사용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친환경성에 대한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최근에는 제품 시스템의 전 과정에 걸친 투입물과 산출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환경 영향을 정성적, 정략적으로 평가하는 LCA(Lifecycle Assessment: 전 과정 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즉 생산, 유통뿐 아니라 수거, 재생, 재활용까지 전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접근하여 환경에 대한 가치를 종합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까다롭다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까다로운 고객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니 당연히 필요한 노력이다.  
 
그린 마케팅을 넘어서 
 
친환경 소비가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린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 방식에서의 혁신이 먼저 필요하다. 애플의 아이팟은 친환경적인 컨셉으로 만들어 진 제품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꿈으로써 CD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었던 많은 플라스틱 포장을 제거했다.  
 
또한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제품’이 되어야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무세제 세탁기의 경우 세제 대신 사용해야 하는 탄산나트륨과 교체형 필터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고객 불만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이 시장은 변하고 있다. 이미 월마트나 홈디포(Home Depot)와 같은 영향력 있는 소매 유통점들이 매대의 좋은 자리를 친환경 제품에 내어주겠다고 하며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이나 가정에서 에너지의 낭비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그린 마케팅은 제품, 서비스의 판매를 위한 수단을 넘어 소비 방식을 변화시키는 지적 자산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요즘처럼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과 개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당장에 먹고 사는 것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린 마케팅은 요원해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실을 불편하게만 남겨 둘 것인가? 그린 마케팅은 한 순간의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닌 인류의 생존과 건강한 소비를 위해 지켜야 할 기본 가치가 되어 가고 있다. ‘시민권’과 같은 말은 과거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투쟁했던 너무나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당연시되어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친환경’, ‘그린’이라는 말도 너무 당연시 되어 사라질 수 있을 때까지 그린 마케팅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