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9. 09:30
고객 불평의 가치를 이해하고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며 고객 불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말하여지지 않는 불평까지 관리함으로써 고객 불평의 원인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여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델(Dell)사의 경영진 회의. 델은 매 경영진 회의마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고객의 증언을 듣는데 15분을 할애한다. 또 고객의 인터뷰를 편집한 10분짜리 비디오를 보며 고객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객의 언어로 보고 듣는다.
기업은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고객의 주머니 사정, 고객의 하루 일과, 고객의 관심사 등에서 고객의 니즈를 알아내고자 한다. 또, 고객 불평을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알아내기도 하는데, 고객 불평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활동을 고객 불평 관리(Consumer Complaints Management)라고 부른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불평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고객 불평 관리는 최근에는 고객 불평을 적극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고객 불평 관리는 소비자 조사에 비하여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정교한 시장 조사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어 마케팅 비용 삭감이 예상되는 불황기에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한편, 기존의 고객 불평 관리에서 놓치고 있는 불평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객이 말하지 않는 불평이다.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불평을 기업에게 말해주는 고객은 그나마 해당 기업에 애정이 남아있으며 불평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문제는 불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 고객이다. 그들은 기업에게 문제에 대한 단서를 주지 않음으로써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어렵게 하고 지인에게 부정적 구전을 전달하며 기업을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표출되지 않은 고객 불평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이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출되지 않는 불평 관리의 필요성
소비자 불평 행동을 연구한 기존 문헌들은 소비자의 불평 행동을 ▲기업에게 직접 불평 제기, 법적 조치 취하기, 소비자 단체에 호소 등의 적극적 반응과 ▲무반응 그리고 ▲제품 사용 중지 및 지인에게 부정적 구전을 전달하는 개인적이거나 소극적 반응으로 나누고 있다.
‘기업은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가장 최후의 사람’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기업에 불평을 제기하는 비율은 개인적이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율 보다 월등히 작다. Liu와 McClure의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불평 행동에 관한 연구(<그림 2> 참조)에 따르면 불평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 중 이를 기업에 알리는 비율은 고작 31%에 불과하다. 반면, 불평을 가진 소비자 중 제품 및 서비스를 전환하겠다는 고객은 74%, 이후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피하겠다는 응답은 80%나 된다. 즉, 불평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불평을 가진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환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해결되지 않은 불평은 부정적 구전을 양산한다. Liu와 McClure의 동일한 연구에서 불평을 가진 소비자들 중 56%는 친구나 친척이 해당 기업과 거래하지 않도록 설득하며 86%의 소비자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나쁜 경험을 얘기해 준다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개인적 루트를 활용하여 확산되는 부정적 구전에 대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나아가 확산된 부정적 구전은 신규 고객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수고스럽게도 불평을 해주는 고객에게 얼마나 고마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이 불평하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보고, 드러나지 않은 불평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말하여지지 않는 불평 관리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실어증에 걸린 소비자
학습된 무기력,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불평, 제품 전환이 손쉬운 환경은 고객이 불평을 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고객이 불평에 대해 입을 다무는 이유 중 하나인 학습된 무기력이란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쉽게 단념해 버리는 반응이다.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무엇을 하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쉽게 포기한다. 기업의 일방적인 논리가 통하던 과거에는 제품에 불평이 있거나 불공평한 서비스를 경험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이도록 강요되곤 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주권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는 온라인, 소비자 단체 등의 공간에서 불평을 공론화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가 많아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소비자의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RS 서비스가 바로 소비자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예이다. 고객 업무를 전화로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기업은 흔히 고객 상담 번호라고 부르는 고객 핫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든 고객 상담 번호지만 고객이 상담원과 연결되는 길은 멀고도 어렵다. 상담원과 연결되지 못 한 체 어려 가지 섹션을 돌다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소비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 ARS 서비스에서 가장 빨리 상담원과 연결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www.gethuman.com)까지 생겨날 정도다.
무기력을 느끼는 경우와 더불어 불평이 너무 개인적이거나 사소할 때 소비자는 불평을 말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경우 종종 불평이 변형되어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때 표출된 불평은 불평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인 불평으로 인한 결과가 불평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사소한 이유가 핵심적인 이유인 것처럼 잘 못 전달되기도 한다.
제이피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로 합병된 퍼스트 시카고 은행(First Chicago Bank)의 사례는 겉으로 들어나는 불평 속에 말하기 꺼려지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품질 경영 부서의 부사장인 오스카 포스터는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은행 직원들은 이탈 고객이 퍼스트 시카고 은행을 떠난 이유로 이자율을 꼽았지만 정작 이탈 고객들은 자신들이 은행에서 존중 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고 이 때문에 퍼스트 시카고 은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는 말을 은행에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에 은행 직원이 자신의 대출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평가했다든지 직원이 친절하지 못했다는 등의 불평만을 얘기했을 것이다. 고객 불평의 원인이 이자율이 아니라 직원의 불친절이나 까다로운 대출 조건이라는 2차적인 불평만을 알아낸 기업은 불평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히 직원의 고객 응대 교육을 강화하거나 대출 조건 완화를 고려해 보는 활동만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의 근원이 고객의 자존감 훼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고객 불평을 개선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투자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또한 제품 전환이 쉬울 때 소비자들은 불평을 표출하여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경쟁이 심한 시장 환경에서 대체 브랜드가 많은 경우나 값이 상대적으로 싼 소모품 등의 저관여 제품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는 값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은 항의할 때 드는 비용이나 노력이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값보다 비싼 것이 아닌지 따져보기 때문이다.
참여의 불균형과 온라인 빅마우스
기업들이 불평하지 않는 고객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찾지 않고, 불평하는 고객들만 관리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누가 불만스러워하는지 또는 왜 그러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단면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존 연구는 불평하는 고객과 불평하지 않는 고객 사이에는 나이, 소득,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소비자의 특성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고객이 불평을 표출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의 경우, 온라인 공간의 접근성에 따라 특정 소비자의 불평이 더 지배적일 수 있으며 불평 표출의 강도 또한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의견의 쏠림 현상이 심한 온라인 공간의 참여 양상은 표출된 불평이 표출되지 않은 불평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의 참여가 기존 오프라인 모임에 비해 참여하기 쉽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위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 클레이 서키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 피디아의 아스팔트 정의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들어 이를 설명한다. 아스팔트에 관한 위키피디아의 글은 129명이 총 205회 편집을 거쳤지만 그 작업의 대부분은 129명 중 극소수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의 참여 양상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 사이에 큰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림 3> 참조). 댓글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가장 긴 댓글은 그 다음으로 긴 댓글보다 두드러지게 길고 평균 길이의 댓글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참여에 있어 다른 참여자들과 두드러지게 구별되고 대부분의 콘텐츠를 만들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여자를 온라인 ‘빅 마우스(Big Mouth)’라고 부를 수 있다. 온라인 빅 마우스는 가장 적극적인 몇 명의 참여자들 중 소수 그것도 아주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기업들이 관리하는 유명 사이트는 많은 회원수로 인해 회원들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통합하는 상호작용이 힘들다. 따라서 소수의 ‘온라인 빅 마우스’의 의견이 많이 노출되며 큰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근거할 때 온라인 빅 마우스는 전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불평 요소들의 중요도를 왜곡시켜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공간에서 표출된 불평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의심 없이 표출된 불평이 그렇지 않은 불평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불평 개선을 위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쉽게 말하지 않는 고객의 입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고객의 생각을 읽을 수 있거나 고객 스스로 말하게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불평 조사 방법의 개선
고객의 불평을 알아내는 한가지 방법으로 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고객만족도 조사나 NPS(Net Promoter Score: 순수 고객 추천 지수) 조사다. 이러한 조사는 고객이 말하는 불평을 수동적으로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추어진 불평을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들은 숨겨진 고객 불평을 알아내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많은 경우에 고객만족도 조사나 NPS 조사는 고객의 만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일차 목표이며 이에 대한 이유를 조사하는 것은 이차 목표가 되기 쉽다. 특히 고객 불평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평가의 이유를 묻는 경우 응답자는 제한된 보기에서 이유를 선택하거나 주관식의 경우 공란으로 내버려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식의 조사는 불만의 이유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나 이미 내부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만을 알려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이러한 조사들은 현 고객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고객들은 아직까지 큰 불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고객으로 남아있는 것이며 기업을 떠날 정도로 큰 불평을 가진 고객의 의견은 위 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고객이 아닌 불평을 가질 가능성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고객 불평을 수집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적에 적절한 고객으로 이탈 고객을 들 수 있다. 고객 이탈이 중요한 이슈인 금융사나 통신사의 경우에는 고객 이탈률(Churn rate)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 외 업종에서는 이탈 고객 대상 조사의 중요성은 역시 인식하고 있으나 이탈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는 활발하게 실시되지 않고 있다.
벨사우스 모빌리티(BellSouth Mobility, 이하 벨사우스)의 사례는 이탈 고객이 불평을 알아내기 위한 훌륭한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에이티엔티(AT&T)로 인수된 무선망 제공업체인 벨사우스는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표적 집단 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실시했다. 조사에서는 벨사우스의 경쟁사의 열성 고객을 대상으로 이탈의 이유를 물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이탈 고객은 서비스 범위, 고객 서비스, 지불 시스템에는 만족했지만 통화 중 끊어진 건에 대해 50센트를 할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신규 고객에게만 무료 전화기를 제공하였으며, 무료 통화 시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불만족의 원인이었다. 조사를 토대로 끊어진 전화에 관해 50센트 할인과 무료 전화기, 무료 통화시간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소비자의 심리와 관련된 미묘한 불평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소비자 심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조사가 병행될 수 있다. 기존의 고객 불평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는 많은 경우 고객 라이프사이클(Lifecycle)을 기초로 설계되었다. 즉, 고객이 제품 정보를 탐색하고 제품을 구매한 후, 수리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만족도, 추천 의도, 니즈 등을 물어보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기업이 정해놓은 단계 별로 만족하거나 불만족한지를 묻는 것은 각 단계에 해당되는 불평만을 알 수 있을 뿐 개인의 심리와 관련된 불평 원인에 다가갈 수 없다. 또한 소비자는 단계별로 만족과 불만족을 구분하여 느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문 조사를 하더라도 문항은 고객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투사법(Projective Technique), 민속지(Ethnography), 가정 방문(Home Visit) 등의 정성적 접근 방법 또한 표출되지 않은 미묘한 소비자 불평을 알아보기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對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활용
기업의 노력에 의해 고객이 수동적으로 불평을 표출하는 것이 소비자 조사라면 고객 스스로 불평이 생겼을 때 자신의 불평을 기업에게 자발적으로 말해주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고객이 스스로 불평을 기업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와 영향력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는 고객이 불평을 말하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소비자에게 자신의 불평을 개선시킬 권리와 능력이 있으며 소비자의 불평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어야만 불평을 제기해도 소용없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한편 효과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불평 유도가 오히려 고객에게 불평이 많은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에는 제품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실을 숨겼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고객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다는 긍정적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불평 해결 사례의 커뮤니케이션은 해당 기업의 고객 불평 해결 의지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으로는 기업 내부의 불평 관리 활동을 신문, 잡지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안이 있다. 널리 알려진 기업의 불평 개선 활동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나 미담처럼 소비자의 머리 속에 기억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진 아마존 닷컴의 고객 불평 개선 사례는 해당 기업이 고객 불평 개선에 얼마나 의지가 있고 고객의 불평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아마존 닷컴은 물건을 배송할 때 현재와 같은 마분지 상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물건이 배송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게 단단하게 포장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너무 단단하게 포장되어 있는 나머지 자녀가 올 때를 기다려 포장을 뜯어야 하는 할머니에게는 이것이 불평이었다. 이러한 사연을 메일로 접한 아마존 닷컴은 현재의 마분지 박스로 제품 포장을 교체했고 이러한 사례는 아마존 닷컴의 성공적인 고객 불평 처리 사례로서 널리 알려졌다.
또 고객 불평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제기한 불평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혹은 전달되기는 한 것 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운송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추적 시스템을 응용하여 소비자가 제기한 불평이 어느 부서로 전달되어 검토되는지, 언제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는 등의 처리 과정을 이메일이나 문자로 전달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비자 단체 등에 제기된 모든 불평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식 제품 사이트에 올려진 불평을 대상으로 도입한다면 상징적 의미로서 소비자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 기업에게 불평을 알려줄 만한 이유를 줄 것이다.
불평=선물
표출된 불평을 관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숨겨진 불평을 포착하여 관리하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평을 받아들이는 기업의 자세다. 고객 불평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소비자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의 왜 일까? 바로 고객의 불평을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고객 불평에 대한 기업의 시각 때문이다. 고객 불평 관리가 도입된 배경을 살펴보면 고객 만족 경영의 일환으로 고객의 불평 요소를 관리하여 만족도를 높인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 불평의 확산에 따른 부정적 구전, 소비자 집단 행동 및 잠재적 법적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에서 고객 불평 관리가 도입되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푸드 포 라이프 베이킹(Food For Life Baking) 사의 고객 불평 처리 사례는 고객 불평의 가치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체 어쩔 수 없이 불평을 처리하려는 기업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푸드 포 라이프 베이킹사의 ‘Ezekiel 4:9 시나몬 건포도’ 빵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고객은 수신자 부담 번호로 해당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그 이물질이 건포도의 줄기라고 설명하며 회사는 그런 종류의 이물질을 발견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상담원은 품질 관리 부서에 의뢰하여 이물질을 검사할 목적으로 이물질이 나온 빵을 회사에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쿠폰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물질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사과도 하지도 않은 회사의 태도에 대해 고객은 항의했다. 그러나 고객은 “우리는 고객님 사례와 같이 이물질을 신고하는 전화를 수 없이 받습니다. 저는 하라고 한 것을 할 뿐입니다.” 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자네 발로와 클라우 뮐러(‘불평하는 고객이 초일류를 만든다’의 저자)는 ‘불평은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불평은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불평은 소비자가 주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불평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여 표출되지 않은 불평까지 수집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고객 불평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기업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객 불평의 가치를 이해하고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며 고객 불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하여지지 않는 불평까지 관리함으로써 고객 불평의 원인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여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리하는 불평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불평에 대한 태도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비자가 인정하는 고객 불평 관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 참고문헌 >
자넬 발로·클라우스 뮐러, ‘불평하는 고객이 초일류를 만든다’, 세종 서적(1996)
Jill Griffin and Michael W. Lowenstein, ‘Customer Winback’, Jossey-Bass(2001)
- LG Business 1031호
델(Dell)사의 경영진 회의. 델은 매 경영진 회의마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고객의 증언을 듣는데 15분을 할애한다. 또 고객의 인터뷰를 편집한 10분짜리 비디오를 보며 고객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객의 언어로 보고 듣는다.
기업은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고객의 주머니 사정, 고객의 하루 일과, 고객의 관심사 등에서 고객의 니즈를 알아내고자 한다. 또, 고객 불평을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알아내기도 하는데, 고객 불평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활동을 고객 불평 관리(Consumer Complaints Management)라고 부른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불평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고객 불평 관리는 최근에는 고객 불평을 적극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고객 불평 관리는 소비자 조사에 비하여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정교한 시장 조사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어 마케팅 비용 삭감이 예상되는 불황기에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한편, 기존의 고객 불평 관리에서 놓치고 있는 불평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객이 말하지 않는 불평이다.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불평을 기업에게 말해주는 고객은 그나마 해당 기업에 애정이 남아있으며 불평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문제는 불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 고객이다. 그들은 기업에게 문제에 대한 단서를 주지 않음으로써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어렵게 하고 지인에게 부정적 구전을 전달하며 기업을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표출되지 않은 고객 불평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이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출되지 않는 불평 관리의 필요성
소비자 불평 행동을 연구한 기존 문헌들은 소비자의 불평 행동을 ▲기업에게 직접 불평 제기, 법적 조치 취하기, 소비자 단체에 호소 등의 적극적 반응과 ▲무반응 그리고 ▲제품 사용 중지 및 지인에게 부정적 구전을 전달하는 개인적이거나 소극적 반응으로 나누고 있다.
‘기업은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가장 최후의 사람’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기업에 불평을 제기하는 비율은 개인적이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율 보다 월등히 작다. Liu와 McClure의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불평 행동에 관한 연구(<그림 2> 참조)에 따르면 불평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 중 이를 기업에 알리는 비율은 고작 31%에 불과하다. 반면, 불평을 가진 소비자 중 제품 및 서비스를 전환하겠다는 고객은 74%, 이후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피하겠다는 응답은 80%나 된다. 즉, 불평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불평을 가진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환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해결되지 않은 불평은 부정적 구전을 양산한다. Liu와 McClure의 동일한 연구에서 불평을 가진 소비자들 중 56%는 친구나 친척이 해당 기업과 거래하지 않도록 설득하며 86%의 소비자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나쁜 경험을 얘기해 준다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개인적 루트를 활용하여 확산되는 부정적 구전에 대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나아가 확산된 부정적 구전은 신규 고객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수고스럽게도 불평을 해주는 고객에게 얼마나 고마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이 불평하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보고, 드러나지 않은 불평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말하여지지 않는 불평 관리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실어증에 걸린 소비자
학습된 무기력,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불평, 제품 전환이 손쉬운 환경은 고객이 불평을 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고객이 불평에 대해 입을 다무는 이유 중 하나인 학습된 무기력이란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쉽게 단념해 버리는 반응이다.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무엇을 하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쉽게 포기한다. 기업의 일방적인 논리가 통하던 과거에는 제품에 불평이 있거나 불공평한 서비스를 경험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이도록 강요되곤 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주권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는 온라인, 소비자 단체 등의 공간에서 불평을 공론화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가 많아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소비자의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RS 서비스가 바로 소비자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예이다. 고객 업무를 전화로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기업은 흔히 고객 상담 번호라고 부르는 고객 핫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든 고객 상담 번호지만 고객이 상담원과 연결되는 길은 멀고도 어렵다. 상담원과 연결되지 못 한 체 어려 가지 섹션을 돌다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소비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 ARS 서비스에서 가장 빨리 상담원과 연결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www.gethuman.com)까지 생겨날 정도다.
무기력을 느끼는 경우와 더불어 불평이 너무 개인적이거나 사소할 때 소비자는 불평을 말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경우 종종 불평이 변형되어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때 표출된 불평은 불평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인 불평으로 인한 결과가 불평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사소한 이유가 핵심적인 이유인 것처럼 잘 못 전달되기도 한다.
제이피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로 합병된 퍼스트 시카고 은행(First Chicago Bank)의 사례는 겉으로 들어나는 불평 속에 말하기 꺼려지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품질 경영 부서의 부사장인 오스카 포스터는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은행 직원들은 이탈 고객이 퍼스트 시카고 은행을 떠난 이유로 이자율을 꼽았지만 정작 이탈 고객들은 자신들이 은행에서 존중 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고 이 때문에 퍼스트 시카고 은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는 말을 은행에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에 은행 직원이 자신의 대출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평가했다든지 직원이 친절하지 못했다는 등의 불평만을 얘기했을 것이다. 고객 불평의 원인이 이자율이 아니라 직원의 불친절이나 까다로운 대출 조건이라는 2차적인 불평만을 알아낸 기업은 불평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히 직원의 고객 응대 교육을 강화하거나 대출 조건 완화를 고려해 보는 활동만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의 근원이 고객의 자존감 훼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고객 불평을 개선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투자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또한 제품 전환이 쉬울 때 소비자들은 불평을 표출하여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경쟁이 심한 시장 환경에서 대체 브랜드가 많은 경우나 값이 상대적으로 싼 소모품 등의 저관여 제품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는 값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은 항의할 때 드는 비용이나 노력이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값보다 비싼 것이 아닌지 따져보기 때문이다.
참여의 불균형과 온라인 빅마우스
기업들이 불평하지 않는 고객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찾지 않고, 불평하는 고객들만 관리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누가 불만스러워하는지 또는 왜 그러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단면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존 연구는 불평하는 고객과 불평하지 않는 고객 사이에는 나이, 소득,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소비자의 특성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고객이 불평을 표출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의 경우, 온라인 공간의 접근성에 따라 특정 소비자의 불평이 더 지배적일 수 있으며 불평 표출의 강도 또한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의견의 쏠림 현상이 심한 온라인 공간의 참여 양상은 표출된 불평이 표출되지 않은 불평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의 참여가 기존 오프라인 모임에 비해 참여하기 쉽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위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 클레이 서키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 피디아의 아스팔트 정의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들어 이를 설명한다. 아스팔트에 관한 위키피디아의 글은 129명이 총 205회 편집을 거쳤지만 그 작업의 대부분은 129명 중 극소수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의 참여 양상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 사이에 큰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림 3> 참조). 댓글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가장 긴 댓글은 그 다음으로 긴 댓글보다 두드러지게 길고 평균 길이의 댓글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참여에 있어 다른 참여자들과 두드러지게 구별되고 대부분의 콘텐츠를 만들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여자를 온라인 ‘빅 마우스(Big Mouth)’라고 부를 수 있다. 온라인 빅 마우스는 가장 적극적인 몇 명의 참여자들 중 소수 그것도 아주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기업들이 관리하는 유명 사이트는 많은 회원수로 인해 회원들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통합하는 상호작용이 힘들다. 따라서 소수의 ‘온라인 빅 마우스’의 의견이 많이 노출되며 큰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근거할 때 온라인 빅 마우스는 전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불평 요소들의 중요도를 왜곡시켜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공간에서 표출된 불평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의심 없이 표출된 불평이 그렇지 않은 불평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불평 개선을 위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쉽게 말하지 않는 고객의 입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고객의 생각을 읽을 수 있거나 고객 스스로 말하게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불평 조사 방법의 개선
고객의 불평을 알아내는 한가지 방법으로 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고객만족도 조사나 NPS(Net Promoter Score: 순수 고객 추천 지수) 조사다. 이러한 조사는 고객이 말하는 불평을 수동적으로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추어진 불평을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들은 숨겨진 고객 불평을 알아내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많은 경우에 고객만족도 조사나 NPS 조사는 고객의 만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일차 목표이며 이에 대한 이유를 조사하는 것은 이차 목표가 되기 쉽다. 특히 고객 불평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평가의 이유를 묻는 경우 응답자는 제한된 보기에서 이유를 선택하거나 주관식의 경우 공란으로 내버려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식의 조사는 불만의 이유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나 이미 내부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만을 알려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이러한 조사들은 현 고객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고객들은 아직까지 큰 불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고객으로 남아있는 것이며 기업을 떠날 정도로 큰 불평을 가진 고객의 의견은 위 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고객이 아닌 불평을 가질 가능성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고객 불평을 수집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적에 적절한 고객으로 이탈 고객을 들 수 있다. 고객 이탈이 중요한 이슈인 금융사나 통신사의 경우에는 고객 이탈률(Churn rate)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 외 업종에서는 이탈 고객 대상 조사의 중요성은 역시 인식하고 있으나 이탈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는 활발하게 실시되지 않고 있다.
벨사우스 모빌리티(BellSouth Mobility, 이하 벨사우스)의 사례는 이탈 고객이 불평을 알아내기 위한 훌륭한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에이티엔티(AT&T)로 인수된 무선망 제공업체인 벨사우스는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표적 집단 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실시했다. 조사에서는 벨사우스의 경쟁사의 열성 고객을 대상으로 이탈의 이유를 물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이탈 고객은 서비스 범위, 고객 서비스, 지불 시스템에는 만족했지만 통화 중 끊어진 건에 대해 50센트를 할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신규 고객에게만 무료 전화기를 제공하였으며, 무료 통화 시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불만족의 원인이었다. 조사를 토대로 끊어진 전화에 관해 50센트 할인과 무료 전화기, 무료 통화시간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소비자의 심리와 관련된 미묘한 불평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소비자 심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조사가 병행될 수 있다. 기존의 고객 불평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는 많은 경우 고객 라이프사이클(Lifecycle)을 기초로 설계되었다. 즉, 고객이 제품 정보를 탐색하고 제품을 구매한 후, 수리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만족도, 추천 의도, 니즈 등을 물어보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기업이 정해놓은 단계 별로 만족하거나 불만족한지를 묻는 것은 각 단계에 해당되는 불평만을 알 수 있을 뿐 개인의 심리와 관련된 불평 원인에 다가갈 수 없다. 또한 소비자는 단계별로 만족과 불만족을 구분하여 느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문 조사를 하더라도 문항은 고객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투사법(Projective Technique), 민속지(Ethnography), 가정 방문(Home Visit) 등의 정성적 접근 방법 또한 표출되지 않은 미묘한 소비자 불평을 알아보기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對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활용
기업의 노력에 의해 고객이 수동적으로 불평을 표출하는 것이 소비자 조사라면 고객 스스로 불평이 생겼을 때 자신의 불평을 기업에게 자발적으로 말해주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고객이 스스로 불평을 기업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와 영향력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는 고객이 불평을 말하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소비자에게 자신의 불평을 개선시킬 권리와 능력이 있으며 소비자의 불평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어야만 불평을 제기해도 소용없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한편 효과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불평 유도가 오히려 고객에게 불평이 많은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에는 제품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실을 숨겼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고객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다는 긍정적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불평 해결 사례의 커뮤니케이션은 해당 기업의 고객 불평 해결 의지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으로는 기업 내부의 불평 관리 활동을 신문, 잡지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안이 있다. 널리 알려진 기업의 불평 개선 활동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나 미담처럼 소비자의 머리 속에 기억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진 아마존 닷컴의 고객 불평 개선 사례는 해당 기업이 고객 불평 개선에 얼마나 의지가 있고 고객의 불평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아마존 닷컴은 물건을 배송할 때 현재와 같은 마분지 상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물건이 배송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게 단단하게 포장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너무 단단하게 포장되어 있는 나머지 자녀가 올 때를 기다려 포장을 뜯어야 하는 할머니에게는 이것이 불평이었다. 이러한 사연을 메일로 접한 아마존 닷컴은 현재의 마분지 박스로 제품 포장을 교체했고 이러한 사례는 아마존 닷컴의 성공적인 고객 불평 처리 사례로서 널리 알려졌다.
또 고객 불평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제기한 불평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혹은 전달되기는 한 것 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운송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추적 시스템을 응용하여 소비자가 제기한 불평이 어느 부서로 전달되어 검토되는지, 언제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는 등의 처리 과정을 이메일이나 문자로 전달해 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비자 단체 등에 제기된 모든 불평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식 제품 사이트에 올려진 불평을 대상으로 도입한다면 상징적 의미로서 소비자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 기업에게 불평을 알려줄 만한 이유를 줄 것이다.
불평=선물
표출된 불평을 관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숨겨진 불평을 포착하여 관리하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평을 받아들이는 기업의 자세다. 고객 불평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소비자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의 왜 일까? 바로 고객의 불평을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고객 불평에 대한 기업의 시각 때문이다. 고객 불평 관리가 도입된 배경을 살펴보면 고객 만족 경영의 일환으로 고객의 불평 요소를 관리하여 만족도를 높인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 불평의 확산에 따른 부정적 구전, 소비자 집단 행동 및 잠재적 법적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에서 고객 불평 관리가 도입되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푸드 포 라이프 베이킹(Food For Life Baking) 사의 고객 불평 처리 사례는 고객 불평의 가치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체 어쩔 수 없이 불평을 처리하려는 기업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푸드 포 라이프 베이킹사의 ‘Ezekiel 4:9 시나몬 건포도’ 빵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고객은 수신자 부담 번호로 해당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그 이물질이 건포도의 줄기라고 설명하며 회사는 그런 종류의 이물질을 발견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상담원은 품질 관리 부서에 의뢰하여 이물질을 검사할 목적으로 이물질이 나온 빵을 회사에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쿠폰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물질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사과도 하지도 않은 회사의 태도에 대해 고객은 항의했다. 그러나 고객은 “우리는 고객님 사례와 같이 이물질을 신고하는 전화를 수 없이 받습니다. 저는 하라고 한 것을 할 뿐입니다.” 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자네 발로와 클라우 뮐러(‘불평하는 고객이 초일류를 만든다’의 저자)는 ‘불평은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불평은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불평은 소비자가 주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불평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여 표출되지 않은 불평까지 수집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고객 불평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기업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객 불평의 가치를 이해하고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며 고객 불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하여지지 않는 불평까지 관리함으로써 고객 불평의 원인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여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리하는 불평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불평에 대한 태도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비자가 인정하는 고객 불평 관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 참고문헌 >
자넬 발로·클라우스 뮐러, ‘불평하는 고객이 초일류를 만든다’, 세종 서적(1996)
Jill Griffin and Michael W. Lowenstein, ‘Customer Winback’, Jossey-Bass(2001)
- LG Business 10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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