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0. 11:21
경제사회적인 큰 충격은 경제와 산업 자체는 물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원인이다. 과거 대공황, 오일쇼크, 911 테러 등을 거치면서 주도 산업이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가치가 변화해왔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100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번 위기는 다음 세가지 경로로 향후 소비자 트렌드를 변화시킬 것이다. 먼저 메가트렌드의 변화가 소비자 트렌드의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소득, 자산 등의 경제적 위축은 단기의 소비에 영향을 줄뿐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 의사결정도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제도나 시스템 변화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동인들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소비자 트렌드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위기 이후 의미와 내용이 바뀔 것이다. 둘째, 일부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트렌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국면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가 생겨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트렌드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인 조직의 체질 변화와 트렌드를 인식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Ⅰ. 경제위기와 소비자 트렌드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외부환경의 변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이 원인이 되어 삶의 방향이 수정되거나,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무수한 개인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사회나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 문화적인 큰 충격이 있을 경우 여론이 변화하고, 새로운 도덕률이나 제도 등이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제품의 유행, 신산업 등장과 같은 시장과 산업의 판도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흔하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오일쇼크, 911 테러 등 큰 충격으로 경제와 산업 자체의 변화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의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바 있다. 대공황은 경제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와 함께 사회 전반에 실용주의 트렌드를 가져왔다. 오일쇼크로 인해 많은 미국 가정에서 비축유를 준비하는 등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해 민감한 소비 행태가 관찰되기도 했다.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911 사태는 개인과 사회의 안전, 가족에 대한 회귀 등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 이 사건으로 가장 미국적 가치였던 프라이버시가 안보와 안전을 위해 후퇴하기도 했다. 신보수주의(네오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100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존에 글로벌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던 선진지역의 피해가 더욱 커서, 소득과 자산 감소로 인한 경제에 대한 태도와 소비 풍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컨설팅사, 마케팅전문회사,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이번 경제위기가 향후 소비자 트렌드에 새로운 방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9년은 지금까지의 소비자 트렌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주목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촉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경제위기로 부의 파괴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태도에서 대공황이나 2차 대전 이후에 버금가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언급한 바 있다. 현재의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기존의 행동이나 습관 자체의 변화라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서구사회의 소비기반 경제 패러다임이 당분간 퇴조할 것을 의미한다.
본 고에서는 경제위기와 소비자들의 변화, 특히 위기 이후 나타날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소비자들의 가치관와 행동양식의 변화를 이끄는 세가지 동인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첫째 메가트렌드에 변화를 가져와 그 하위 개념인 소비자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는 경로이다. 메가트렌드의 변화는 소비자 트렌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득의 감소와 신용의 제한,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직접적인 구매 의사결정의 변화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득의 감소가, 장기적으로는 자산가격 하락이 변화의 동인이 될 것이다. 경제력 위축으로 소비패턴의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셋째,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소비자 행동을 바꾸어 놓는 다는 점도 중요하다. 규제, 인센티브 등 시스템은 소비자 행동의 단기적 변화뿐 아니라, 장기에 걸친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메가트렌드의 변화, 소득과 자산 등 경제력 축소, 제도와 시스템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한편 개인의 힘 확대, 사회-사람-기기 제 부문의 연결성 증대, 시간 부족과 삶의 복잡성 심화 등 기존의 소비자 변화의 동인들도 함께 고려할 것이다.
Ⅱ.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동인 분석
1. 경제위기와 메가트렌드의 변화
여기서는 글로벌화, 인구구조의 변화, 기술/IT의 발전 등의 메가트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물론 환경파괴나 자원부족, 웹의 영향력 확대, 규제의 글로벌화 등은 지속적인 메가트렌드로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금번 경제위기로 인한 직접적 영향권에서 멀기 때문에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글로벌화의 퇴조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자 가치 부상
모든 다른 트렌드에 영향을 주던 글로벌화는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일시적으로 역행하거나,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국제간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 각 국의 소비와 생산이 급락하면서 교역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직간접적인 무역장벽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가 퇴조하면서, 다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위기 후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이 미국, 유럽 등 선진 각국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지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화를 가속시켰던 금융부문에서 자율과 이동성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탐색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각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자국 제조업에 직간접적 지원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화의 퇴조로 인해 공정무역, 애국주의와 같은 소비자 가치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자 부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새로운 가족형태가 등장
이번 경제위기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장기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고령자들이 가지고 있던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소득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고령자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가족형태의 변화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의 여파로 집을 잃은 부모나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들이 모여 사는 새로운 다세대(Multigenerational)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세대 가정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정(情), 협동, 배려와 같은 가족적 가치를 강화할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 공동의 의사결정이나 가치가 반영된 제품,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 IT 기술 등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행동에 영향
친환경 기술, IT에 대한 각국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해 기술은 선별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친환경기술과 IT의 발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친환경 기술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발전이 가속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입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도 2020년까지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4,000억 유로를 투입할 전망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은 IT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0년까지 초고속인터넷 망을 유럽 전역에 매설한다는 복안이다. 미국도 초고속인터넷 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 증가는 향후 IT의 혜택을 누리는 인구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 인해 문화적인 다양성과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웹 상의 소셜네트워크에 포함되면서 참여와 공동의 가치추구 등도 늘어날 전망이다.
2. 가계의 구매력 위축
실업 증가와 신용 위축으로 중산층 현금흐름 악화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해고 등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9년 2월 실업률은 25년 만에 최고치인 8.1%에 이르렀다. 유럽의 경우 올해 실업률이 9%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직과 감봉, 모기지 등 각종 대출 감소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할 것이다. 실업과 구조조정의 증가로 대출, 소비 중심의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경제위기가 검소함과 절약을 삶의 표준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소비 조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태도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큰 이번 위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소비 감소와 절약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긴축이 가능한 부문에서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그룹(Ipsos Grou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가계 지출을 줄였다고 한다. 긴축의 주요 항목은 음악/영화 등 여가, 여행, 사치품, 의복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단기적 가처분소득 감소의 영향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저소득층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 단순 제조 등이어서 해고나 구조조정에 상당히 취약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모기지에 기반한 중산층의 경우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활용한 신용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들 계층의 경우 과거 소비중심 경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저축률이 높지 않아, 수입이 감소함과 동시에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당한 저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현금흐름 악화로 인한 소비 조정의 필요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각각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데, 이들의 소득 감소는 소매 매출의 급감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영국소매협회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2월 영국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3.3%가 줄어 1983년 이래 최악의 크리스마스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자산버블의 붕괴는 은퇴자와 중산층에 큰 타격
자산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뉴욕, 런던, 도쿄 등 전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현재의 주가수준은 2008년 1월 대비 5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작년 4분기 주택가격 하락폭은 조사가 시작된 1987년 이래 사상 최대인 7.2%를 기록했다. 고점인 2006년 2분기에 비해 27%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부동산 정보회사 Zillow.com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 감소액은 3.3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의 막대한 손실로 인한 마이너스 자산효과로 소비 감소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푸어스의 2008~2009년 부동산 전망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18~20%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러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단기적인 소비감소뿐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향후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의 구매는 물론, 은퇴, 교육 등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장기에 걸친 소비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18%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까지 각각 30%가 넘는 판매 감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경우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성이 여전히 심한 상황이어서, 자산을 통한 소득 증가의 기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은퇴자들이나 고소득층의 소비 행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경우 은퇴자들은 연금펀드의 형태로 은퇴 후 자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그런데 최근 주식폭락으로 은퇴자들의 안정적 노후 생활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연금펀드인 미국의 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자산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말까지 26.6% 줄어든 1,647억 달러에 그쳤다. 2007년 10월 2,600억 달러 기준으로는 1,00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의 공무원 연금들도 지난해 7월 이후 자산 규모가 24∼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최근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메이도프의 천문학적 금융사기 등이 겹치면서 상당수 지역의 연금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의 경우도 주식이나 주택, 기타 자산의 가격들이 급락하면서 과거의 여유로운 소비행태를 지속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젊은 소비자층의 경우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소득계층이나 연령대에 따른 충격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3. 제도와 시스템 변화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등장도 소비자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인이다. 특정 제품이나 산업에 대한 규제와 인센티브는 단기에도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준수 여부에 따라 직접적 피해나 이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정부, 고세율 등과 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보다 장기에 걸쳐 소비자 트렌드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먼저 각국별로 경기부양 목적으로 또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친환경, IT 부문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지속가능한 미래 기술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산업에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위기 이전 먼 미래로 생각했던 기술이나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 시장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등의 시장화 시점이 빨라질 공산이 크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지금까지의 낮은 세율이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막대한 재정지출을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정에 대한 감세혜택을 폐지할 전망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월스트리트 금융기업 등에 대한 세율도 높일 방침이다. 또한 세수 확보를 위해 모든 소득 계층에 적용되는 소비세(Sales tax), 그 중 특히 고가 사치제품에 대한 세율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세율 인상은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세율 인상, 사회보장 지출 감소 전망
또한 재정적자는 안전과 사회보장 등에 대한 정부의 지출 여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결원된 경찰이 채워지지 못해 치안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한다.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면서 안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헬스케어 지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치적 부담 해소를 위한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보호무역, 애국주의 등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다. 외국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배척과 불매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에 대한 외국인 취업 제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산 베터리 관련 의회발언 등으로 볼 때 이미 애국주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자국산 친환경자동차 구매시 직접적인 보조금을 주는 등의 조치도 향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Ⅲ.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방향
앞서 살펴본 동인들로 인해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변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기존 소비자 트렌드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위기 이후 그 본질, 즉 의미와 내용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일부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이번 위기를 계기로 트렌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거나, 흐름이 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등장도 예상해볼 수 있다.
1. 기존 소비자 트렌드의 성격 변화
기업들은 먼저 위기의 충격으로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의 의미나 내용이 변화하는 경우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그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는 트렌드로 발전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인 패즈(Fads)가 되어 사라지는 경우에도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향후 유망시장이라고 여겨지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에 더욱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기존 소비자 트렌드의 핵심이 변화하는 경우로 실버 소비 트렌드의 예를 살펴보자. 실버 시장의 경우 이번 경제위기로 그 세부 시장이나 제품, 서비스의 방향에 상당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인구의 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은퇴한 고령자들의 자산이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다. 즉 은퇴 후 계획했던 많은 소비행위들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은퇴 여부 그 자체도 불투명하다. 연금이라는 소득원이 사라지면서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인재 부족으로 은퇴 후 재취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과 자산의 감소로 인해 고령자들의 은퇴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기존에 예측하던 실버 소비 트렌드 즉, 대규모 실버타운, 은퇴후 여행, 고령자를 위한 각종 편의 서비스나 고급 제품 등이 주류시장으로 자리잡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여기에 다세대 가정 등과 같은 가족구성 변화에 따라 노인에 특화된 제품 보다는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향후 실버 소비 트렌드의 본질 변화를 파악하고, 남들보다 빨리 대응전략을 수정하는 일이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실버 소비 및 웰빙 트렌드의 변화도 불가피
건강/웰빙과 관련된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도 내용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위기 이전 소득 증가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자산가격 상승, 신용 확대 등으로 건강/웰빙 트렌드는 점차 고급화되어 왔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위기 이전에는 웰빙에 대한 집착이 유기농, 저지방 식품 등 고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기 이후 소득이 감소하면서 건강과 웰빙에 대해 여전히 관심은 높지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득과 자산 감소, 높아지는 세율 등으로 값비싼 웰빙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건강 활동이 기존의 트렌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걷기, 자전거 타기 등 기본적인 운동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또한 고급 건강식의 수요가 감소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강식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적으로 지출하거나, 가정에서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건강/웰빙 시장에서도 지배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성장이 낮아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윤리적 소비와 같은 최근 트렌드의 경우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득과 자산 감소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어떤 경우에든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윤리적 소비의 경우에도 많은 소비자들에게서 공정한 임금 지불, 친환경 프로세스의 준수 등 윤리적 특성을 갖는 제품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비윤리적 제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 위기 이후 강화될 소비자 트렌드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세 가지 동인들에 따라 기존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거나, 시장화 시점이 빨라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존의 트렌드가 포함하지 않았던 산업이나 시장으로도 영향 범위가 확대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강력한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과 같은 외부 요인들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트렌드가 한층 강화되기도 할 것이다.
먼저 가치소비, 즉 트레이딩 다운의 확산은 기존 소비자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는 경우에 속한다. 전반적인 소득 감소에 따라 대부분의 시장에서 트레이딩 다운이 가속될 것이다. PB(Private Brand) 제품 매출 증대, 고가 제품의 할인 폭 확대, 저가 유통점의 증가 등이 트레이딩 다운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황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니즈를 더욱 비용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 즉 돈 값을 하는(Value for money) 제품,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전문회사 민텔(Mintel)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27%가 Aldi와 같은 할인점 쇼핑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컨설팅사 BCG도 경기침체의 본격화에 따라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의 확산을 지적한바 있다.
한편 경기 침체기의 우울한 분위기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작은 탐닉이나, 사치와 같은 소규모 트레이딩 업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선글라스, 립스틱, 초콜렛 등 접근가능한 작은 사치품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8년 한해 동안 화장품 판매가 6.9%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의해 기존 소비자 트렌드가 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친환경소비 트렌드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빨리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투자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경우 친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2,500 유로를 보조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도 자국산 친환경 자동차 구매시 5,0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향후 4년간 대체에너지 차량 구매자들에게 총 20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직접 지원이 이어지면서 친환경 소비 트렌드는 과거 우리의 예상 보다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적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들에게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정부의 보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나 기업에게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장화 시점이 더뎌질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미래 소비자의 핵심 가치로 부상
한편 IT의 발전과 함께 신뢰가 기업과 소비자의 핵심적 가치로 부상할 것이다.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경제주체 상호간,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의 불신은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와중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신뢰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경우 신뢰문제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신뢰를 어떤 식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기업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일례로 신뢰의 문제는 IT와 결합하여 추적가능성(Traceability)과 같은 새로운 니즈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 직접 보고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미 유통, 물류회사에서는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의 배송과정 전반을 웹 상에서 확인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 살모넬라 땅콩버터 사례에서와 같이 밸류체인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제조과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래의 소비자들은 원료 구매, 제조 등 생산과 판매 전 과정에서 추적가능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유럽, 미국 등에서 초고속인터넷 망이 확충되면서 인터넷 활용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와 가치의 다양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소비자들의 힘이 증가하는 현상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한편 소득이 감소하면서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갖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시간 절약과 편의성에 대한 소비 트렌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3.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등장
한편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나타나는 경우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또는 특정 집단이나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소비 현상인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저비용 대체재 또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 등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경우 시장 선점이라는 관점에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먼저 이번 위기로 소비자 내부에서 부의 재편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베인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은퇴자가 35% 정도를, 인구의 40% 정도인 모기지 소유자가 전체 자산의 60%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혹은 Y세대, 현재 20~30대)의 경우 전체 자산의 5% 정도만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 주식과 주택 등의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향후 은퇴자나 모기지 소유자들의 소비는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고용이 다시 늘어나는 경우 밀레니얼 세대 중심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과 연결성, 개인주의에 익숙한 이들 세대를 위해 느슨하지만 소속감을 제공해 주는, 또는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복잡한 사회 속에서 안정과 단순함의 가치나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향후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한 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들만의 문화에서 주류 소비자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등장
과거 소수집단의 문화로 취급 받던 현상들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주류 소비자 트렌드로 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집 안에서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는 코쿠닝(Cocooning)은 일부 계층에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영화 관람, 여행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줄이고 있다. 입소스 그룹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음악/영화 지출을 줄였으며, 73%는 연휴에도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와 Vacation의 합성어)’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머징 이슈였던 ‘디지털 코쿠닝’이 여가나 여행 등에 대한 기술 기반의 저비용 대체제로서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닌텐도의 성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정에서, 복잡하지 않고, 손쉽게, 온가족이 즐기는 게임을 모토로 한 닌텐도의 게임콘솔 위(Wii)는 지난해 4월~12월 전세계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한 2,052만대에 이르렀다. 전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닌텐도의 매출은 전년대비 8.8% 증가한 1조8,200억엔, 순이익은 2,3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디지털 코쿠닝이라는 새로운 트렌드 잘 활용한 닌텐도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거둘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위기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인 극단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자산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니즈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금융, 실물 자산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통제가능성(Controllability)라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통제가능성은 웹의 확산과 함께 더욱 강화될 것이다. 웹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하고, 이를 활용/제어하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원하는 정보들을 마음대로 편집하고, 한눈에 볼 수 있는 iGoogle과 같은 개인화 포털의 사용이 늘고 있다. 국내 포털 기업들도 여러 곳에 분산된 소비자들의 금융자산을 집중화된 웹 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통제를 강화하려는 소비자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맞춤형 제품/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증가할 것이다. 민텔은 특히 예산이 빠듯할 경우 나에게 맞추어진 제품이 선택의 실패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맞춤형 아침식사용 씨리얼 제조사 MyMuesli의 경우 소비자가 스스로 입맛에 맞는 씨리얼 제품을 만들도록 함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맞춤화가 침체기 차별화 전략의 한 방향이 될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밖에 단순함과 과거에 대한 회귀 등도 불황기에 등장하는 소비 트렌드들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80~90년대를 풍미한 배우 미키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The Wrestler)’라는 영화가 주목을 받은바 있다. 과거 미국의 영광의 시기, 80년대 프로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의 코미디언들이 다시금 각종 쇼프로에 등장하고 있다. 토크쇼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같은 최근 트렌드와 과거가 결합된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이번 경제위기는 전세계 경제성장의 하락과 함께, 자산버블의 붕괴, 실업의 증가 등을 가져올 것이다.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모든 경제지표가 급락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세계, 전산업에 걸쳐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이번 경제위기는 먼저 과거의 기대를 뒤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메가트렌드의 경우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침체의 속도와 범위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은 유례없이 신속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을 같은 이번 경제위기는 크게 다음의 세가지 경로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먼저 메가트렌드 변화를 통해 그 하위 개념인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는 경로이다. 또한 소득과 자산감소를 통해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행태가 변화하는 보다 직접적인 경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등장으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일으키는 경로다.
이러한 세 가지 동인은 향후 소비자 트렌드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첫 번째로 기존의 트렌드의 성격을 변화시킬 것이다. 실버 소비 트렌드나 웰빙/건강 트렌드의 경우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그 세부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두 번째는 기존 트렌드의 특성이 더욱 강화되는 경우이다. 트레이딩 다운, 친환경 소비 트렌드, 신뢰에 대한 요구 등은 그 특성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새롭게 나타나는 트렌드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 디지털 코쿠닝, 통제가능성에 대한 요구 등 이전에 없었던 트렌드를 주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절적(Discrete) 변화의 시기는 리스크도 크지만, 새로운 시장기회가 나타난다. 전혀 예측되지 못했거나, 또는 다수에 의해 묵과되었다는 점, 기존 패러다임과 역방향이라는 점 때문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다.
신속한 트렌드 파악과 기존의 성공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가 중요
이러한 대변화의 시기에 기업들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 방향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위기에 대한 단기 대응은 향후 시장 선점에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트렌드가 단 몇 분기의 짧은 기간 동안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향후 펼쳐질 경쟁에서 뒤쳐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이머징 이슈로 떠오르는 현상들을 잘 관찰하는 일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닌텐도 게임콘솔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이머징 이슈가 트렌드로 자리잡는 시기에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며, 이를 먼저 준비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러 연구기관들은 고객들에게 새롭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강조하고 있다. 신뢰, 즐거움, 배려와 같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침울한 소비자에게 위안과 안정감이라는 경험을 제공해 줌으로써 위기 회복 이후 구매력이 회복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킴은 물론, 이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및 시장의 지평을 뒤바꿔 놓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적합한 조직과 전략을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민감한 조직이 되어야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최근의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보다 유연성을 강화 (More flexible)하고, 자각을 증대(More aware)시키며, 복원력을 제고(More resilient)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며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그 의미와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으며, 시장의 주류 예측이 틀릴 수 있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문화와 태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예측과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변화의 동인들을 찾아내고, 이러한 동인들이 소득 계층별, 연령별, 문화권별, 직업별로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이머징 이슈를 찾아내거나, 현재 틈새 시장이지만 미래의 유망시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34호
첫째 기존 소비자 트렌드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위기 이후 의미와 내용이 바뀔 것이다. 둘째, 일부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트렌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국면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가 생겨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트렌드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인 조직의 체질 변화와 트렌드를 인식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Ⅰ. 경제위기와 소비자 트렌드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외부환경의 변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이 원인이 되어 삶의 방향이 수정되거나,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무수한 개인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사회나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 문화적인 큰 충격이 있을 경우 여론이 변화하고, 새로운 도덕률이나 제도 등이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제품의 유행, 신산업 등장과 같은 시장과 산업의 판도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흔하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오일쇼크, 911 테러 등 큰 충격으로 경제와 산업 자체의 변화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의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바 있다. 대공황은 경제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와 함께 사회 전반에 실용주의 트렌드를 가져왔다. 오일쇼크로 인해 많은 미국 가정에서 비축유를 준비하는 등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해 민감한 소비 행태가 관찰되기도 했다.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911 사태는 개인과 사회의 안전, 가족에 대한 회귀 등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 이 사건으로 가장 미국적 가치였던 프라이버시가 안보와 안전을 위해 후퇴하기도 했다. 신보수주의(네오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100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존에 글로벌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던 선진지역의 피해가 더욱 커서, 소득과 자산 감소로 인한 경제에 대한 태도와 소비 풍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컨설팅사, 마케팅전문회사, 여론조사기관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이번 경제위기가 향후 소비자 트렌드에 새로운 방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9년은 지금까지의 소비자 트렌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주목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촉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경제위기로 부의 파괴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태도에서 대공황이나 2차 대전 이후에 버금가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언급한 바 있다. 현재의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기존의 행동이나 습관 자체의 변화라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서구사회의 소비기반 경제 패러다임이 당분간 퇴조할 것을 의미한다.
본 고에서는 경제위기와 소비자들의 변화, 특히 위기 이후 나타날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소비자들의 가치관와 행동양식의 변화를 이끄는 세가지 동인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첫째 메가트렌드에 변화를 가져와 그 하위 개념인 소비자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는 경로이다. 메가트렌드의 변화는 소비자 트렌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득의 감소와 신용의 제한,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직접적인 구매 의사결정의 변화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득의 감소가, 장기적으로는 자산가격 하락이 변화의 동인이 될 것이다. 경제력 위축으로 소비패턴의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셋째,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소비자 행동을 바꾸어 놓는 다는 점도 중요하다. 규제, 인센티브 등 시스템은 소비자 행동의 단기적 변화뿐 아니라, 장기에 걸친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메가트렌드의 변화, 소득과 자산 등 경제력 축소, 제도와 시스템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한편 개인의 힘 확대, 사회-사람-기기 제 부문의 연결성 증대, 시간 부족과 삶의 복잡성 심화 등 기존의 소비자 변화의 동인들도 함께 고려할 것이다.
Ⅱ.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동인 분석
1. 경제위기와 메가트렌드의 변화
여기서는 글로벌화, 인구구조의 변화, 기술/IT의 발전 등의 메가트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물론 환경파괴나 자원부족, 웹의 영향력 확대, 규제의 글로벌화 등은 지속적인 메가트렌드로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금번 경제위기로 인한 직접적 영향권에서 멀기 때문에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글로벌화의 퇴조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자 가치 부상
모든 다른 트렌드에 영향을 주던 글로벌화는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일시적으로 역행하거나,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국제간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 각 국의 소비와 생산이 급락하면서 교역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직간접적인 무역장벽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가 퇴조하면서, 다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위기 후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이 미국, 유럽 등 선진 각국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지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화를 가속시켰던 금융부문에서 자율과 이동성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탐색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각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자국 제조업에 직간접적 지원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화의 퇴조로 인해 공정무역, 애국주의와 같은 소비자 가치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자 부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새로운 가족형태가 등장
이번 경제위기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장기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고령자들이 가지고 있던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소득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고령자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가족형태의 변화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의 여파로 집을 잃은 부모나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들이 모여 사는 새로운 다세대(Multigenerational)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세대 가정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정(情), 협동, 배려와 같은 가족적 가치를 강화할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 공동의 의사결정이나 가치가 반영된 제품,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 IT 기술 등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행동에 영향
친환경 기술, IT에 대한 각국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해 기술은 선별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친환경기술과 IT의 발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친환경 기술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발전이 가속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입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도 2020년까지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4,000억 유로를 투입할 전망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은 IT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0년까지 초고속인터넷 망을 유럽 전역에 매설한다는 복안이다. 미국도 초고속인터넷 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 증가는 향후 IT의 혜택을 누리는 인구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 인해 문화적인 다양성과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웹 상의 소셜네트워크에 포함되면서 참여와 공동의 가치추구 등도 늘어날 전망이다.
2. 가계의 구매력 위축
실업 증가와 신용 위축으로 중산층 현금흐름 악화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해고 등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9년 2월 실업률은 25년 만에 최고치인 8.1%에 이르렀다. 유럽의 경우 올해 실업률이 9%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직과 감봉, 모기지 등 각종 대출 감소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할 것이다. 실업과 구조조정의 증가로 대출, 소비 중심의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경제위기가 검소함과 절약을 삶의 표준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소비 조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태도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큰 이번 위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소비 감소와 절약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긴축이 가능한 부문에서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그룹(Ipsos Grou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가계 지출을 줄였다고 한다. 긴축의 주요 항목은 음악/영화 등 여가, 여행, 사치품, 의복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단기적 가처분소득 감소의 영향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저소득층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 단순 제조 등이어서 해고나 구조조정에 상당히 취약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모기지에 기반한 중산층의 경우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활용한 신용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들 계층의 경우 과거 소비중심 경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저축률이 높지 않아, 수입이 감소함과 동시에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당한 저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현금흐름 악화로 인한 소비 조정의 필요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각각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데, 이들의 소득 감소는 소매 매출의 급감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영국소매협회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2월 영국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3.3%가 줄어 1983년 이래 최악의 크리스마스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자산버블의 붕괴는 은퇴자와 중산층에 큰 타격
자산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뉴욕, 런던, 도쿄 등 전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현재의 주가수준은 2008년 1월 대비 5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작년 4분기 주택가격 하락폭은 조사가 시작된 1987년 이래 사상 최대인 7.2%를 기록했다. 고점인 2006년 2분기에 비해 27%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부동산 정보회사 Zillow.com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 감소액은 3.3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의 막대한 손실로 인한 마이너스 자산효과로 소비 감소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푸어스의 2008~2009년 부동산 전망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18~20%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러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단기적인 소비감소뿐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향후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의 구매는 물론, 은퇴, 교육 등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장기에 걸친 소비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18%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까지 각각 30%가 넘는 판매 감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경우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성이 여전히 심한 상황이어서, 자산을 통한 소득 증가의 기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은퇴자들이나 고소득층의 소비 행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경우 은퇴자들은 연금펀드의 형태로 은퇴 후 자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그런데 최근 주식폭락으로 은퇴자들의 안정적 노후 생활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연금펀드인 미국의 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자산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말까지 26.6% 줄어든 1,647억 달러에 그쳤다. 2007년 10월 2,600억 달러 기준으로는 1,00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의 공무원 연금들도 지난해 7월 이후 자산 규모가 24∼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최근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메이도프의 천문학적 금융사기 등이 겹치면서 상당수 지역의 연금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의 경우도 주식이나 주택, 기타 자산의 가격들이 급락하면서 과거의 여유로운 소비행태를 지속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젊은 소비자층의 경우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소득계층이나 연령대에 따른 충격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3. 제도와 시스템 변화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등장도 소비자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인이다. 특정 제품이나 산업에 대한 규제와 인센티브는 단기에도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준수 여부에 따라 직접적 피해나 이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정부, 고세율 등과 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보다 장기에 걸쳐 소비자 트렌드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먼저 각국별로 경기부양 목적으로 또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친환경, IT 부문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지속가능한 미래 기술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산업에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위기 이전 먼 미래로 생각했던 기술이나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 시장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등의 시장화 시점이 빨라질 공산이 크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지금까지의 낮은 세율이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막대한 재정지출을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정에 대한 감세혜택을 폐지할 전망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월스트리트 금융기업 등에 대한 세율도 높일 방침이다. 또한 세수 확보를 위해 모든 소득 계층에 적용되는 소비세(Sales tax), 그 중 특히 고가 사치제품에 대한 세율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세율 인상은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세율 인상, 사회보장 지출 감소 전망
또한 재정적자는 안전과 사회보장 등에 대한 정부의 지출 여력을 감소시킬 것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결원된 경찰이 채워지지 못해 치안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한다.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면서 안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헬스케어 지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치적 부담 해소를 위한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보호무역, 애국주의 등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다. 외국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배척과 불매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에 대한 외국인 취업 제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산 베터리 관련 의회발언 등으로 볼 때 이미 애국주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자국산 친환경자동차 구매시 직접적인 보조금을 주는 등의 조치도 향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Ⅲ.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방향
앞서 살펴본 동인들로 인해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변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기존 소비자 트렌드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위기 이후 그 본질, 즉 의미와 내용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일부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이번 위기를 계기로 트렌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거나, 흐름이 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등장도 예상해볼 수 있다.
1. 기존 소비자 트렌드의 성격 변화
기업들은 먼저 위기의 충격으로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의 의미나 내용이 변화하는 경우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그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는 트렌드로 발전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인 패즈(Fads)가 되어 사라지는 경우에도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향후 유망시장이라고 여겨지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에 더욱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기존 소비자 트렌드의 핵심이 변화하는 경우로 실버 소비 트렌드의 예를 살펴보자. 실버 시장의 경우 이번 경제위기로 그 세부 시장이나 제품, 서비스의 방향에 상당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인구의 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은퇴한 고령자들의 자산이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다. 즉 은퇴 후 계획했던 많은 소비행위들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은퇴 여부 그 자체도 불투명하다. 연금이라는 소득원이 사라지면서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인재 부족으로 은퇴 후 재취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과 자산의 감소로 인해 고령자들의 은퇴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기존에 예측하던 실버 소비 트렌드 즉, 대규모 실버타운, 은퇴후 여행, 고령자를 위한 각종 편의 서비스나 고급 제품 등이 주류시장으로 자리잡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여기에 다세대 가정 등과 같은 가족구성 변화에 따라 노인에 특화된 제품 보다는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향후 실버 소비 트렌드의 본질 변화를 파악하고, 남들보다 빨리 대응전략을 수정하는 일이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실버 소비 및 웰빙 트렌드의 변화도 불가피
건강/웰빙과 관련된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도 내용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위기 이전 소득 증가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자산가격 상승, 신용 확대 등으로 건강/웰빙 트렌드는 점차 고급화되어 왔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위기 이전에는 웰빙에 대한 집착이 유기농, 저지방 식품 등 고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기 이후 소득이 감소하면서 건강과 웰빙에 대해 여전히 관심은 높지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득과 자산 감소, 높아지는 세율 등으로 값비싼 웰빙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건강 활동이 기존의 트렌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걷기, 자전거 타기 등 기본적인 운동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또한 고급 건강식의 수요가 감소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강식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적으로 지출하거나, 가정에서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건강/웰빙 시장에서도 지배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성장이 낮아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윤리적 소비와 같은 최근 트렌드의 경우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득과 자산 감소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어떤 경우에든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윤리적 소비의 경우에도 많은 소비자들에게서 공정한 임금 지불, 친환경 프로세스의 준수 등 윤리적 특성을 갖는 제품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비윤리적 제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 위기 이후 강화될 소비자 트렌드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세 가지 동인들에 따라 기존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거나, 시장화 시점이 빨라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존의 트렌드가 포함하지 않았던 산업이나 시장으로도 영향 범위가 확대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강력한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과 같은 외부 요인들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트렌드가 한층 강화되기도 할 것이다.
먼저 가치소비, 즉 트레이딩 다운의 확산은 기존 소비자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는 경우에 속한다. 전반적인 소득 감소에 따라 대부분의 시장에서 트레이딩 다운이 가속될 것이다. PB(Private Brand) 제품 매출 증대, 고가 제품의 할인 폭 확대, 저가 유통점의 증가 등이 트레이딩 다운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황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니즈를 더욱 비용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 즉 돈 값을 하는(Value for money) 제품,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전문회사 민텔(Mintel)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27%가 Aldi와 같은 할인점 쇼핑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컨설팅사 BCG도 경기침체의 본격화에 따라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의 확산을 지적한바 있다.
한편 경기 침체기의 우울한 분위기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작은 탐닉이나, 사치와 같은 소규모 트레이딩 업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선글라스, 립스틱, 초콜렛 등 접근가능한 작은 사치품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8년 한해 동안 화장품 판매가 6.9%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의해 기존 소비자 트렌드가 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친환경소비 트렌드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빨리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투자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경우 친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2,500 유로를 보조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도 자국산 친환경 자동차 구매시 5,0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향후 4년간 대체에너지 차량 구매자들에게 총 20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직접 지원이 이어지면서 친환경 소비 트렌드는 과거 우리의 예상 보다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적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들에게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정부의 보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나 기업에게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장화 시점이 더뎌질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미래 소비자의 핵심 가치로 부상
한편 IT의 발전과 함께 신뢰가 기업과 소비자의 핵심적 가치로 부상할 것이다.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경제주체 상호간,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의 불신은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와중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신뢰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경우 신뢰문제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신뢰를 어떤 식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기업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일례로 신뢰의 문제는 IT와 결합하여 추적가능성(Traceability)과 같은 새로운 니즈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 직접 보고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미 유통, 물류회사에서는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의 배송과정 전반을 웹 상에서 확인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 살모넬라 땅콩버터 사례에서와 같이 밸류체인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제조과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래의 소비자들은 원료 구매, 제조 등 생산과 판매 전 과정에서 추적가능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유럽, 미국 등에서 초고속인터넷 망이 확충되면서 인터넷 활용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와 가치의 다양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소비자들의 힘이 증가하는 현상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한편 소득이 감소하면서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갖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시간 절약과 편의성에 대한 소비 트렌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3.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등장
한편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나타나는 경우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또는 특정 집단이나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소비 현상인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저비용 대체재 또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 등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경우 시장 선점이라는 관점에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먼저 이번 위기로 소비자 내부에서 부의 재편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베인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은퇴자가 35% 정도를, 인구의 40% 정도인 모기지 소유자가 전체 자산의 60%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혹은 Y세대, 현재 20~30대)의 경우 전체 자산의 5% 정도만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 주식과 주택 등의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향후 은퇴자나 모기지 소유자들의 소비는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고용이 다시 늘어나는 경우 밀레니얼 세대 중심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과 연결성, 개인주의에 익숙한 이들 세대를 위해 느슨하지만 소속감을 제공해 주는, 또는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복잡한 사회 속에서 안정과 단순함의 가치나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향후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의 한 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들만의 문화에서 주류 소비자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등장
과거 소수집단의 문화로 취급 받던 현상들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주류 소비자 트렌드로 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집 안에서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는 코쿠닝(Cocooning)은 일부 계층에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영화 관람, 여행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줄이고 있다. 입소스 그룹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음악/영화 지출을 줄였으며, 73%는 연휴에도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와 Vacation의 합성어)’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머징 이슈였던 ‘디지털 코쿠닝’이 여가나 여행 등에 대한 기술 기반의 저비용 대체제로서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닌텐도의 성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정에서, 복잡하지 않고, 손쉽게, 온가족이 즐기는 게임을 모토로 한 닌텐도의 게임콘솔 위(Wii)는 지난해 4월~12월 전세계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한 2,052만대에 이르렀다. 전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닌텐도의 매출은 전년대비 8.8% 증가한 1조8,200억엔, 순이익은 2,3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디지털 코쿠닝이라는 새로운 트렌드 잘 활용한 닌텐도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거둘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위기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인 극단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자산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니즈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금융, 실물 자산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통제가능성(Controllability)라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통제가능성은 웹의 확산과 함께 더욱 강화될 것이다. 웹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하고, 이를 활용/제어하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원하는 정보들을 마음대로 편집하고, 한눈에 볼 수 있는 iGoogle과 같은 개인화 포털의 사용이 늘고 있다. 국내 포털 기업들도 여러 곳에 분산된 소비자들의 금융자산을 집중화된 웹 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통제를 강화하려는 소비자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맞춤형 제품/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증가할 것이다. 민텔은 특히 예산이 빠듯할 경우 나에게 맞추어진 제품이 선택의 실패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맞춤형 아침식사용 씨리얼 제조사 MyMuesli의 경우 소비자가 스스로 입맛에 맞는 씨리얼 제품을 만들도록 함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맞춤화가 침체기 차별화 전략의 한 방향이 될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밖에 단순함과 과거에 대한 회귀 등도 불황기에 등장하는 소비 트렌드들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80~90년대를 풍미한 배우 미키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The Wrestler)’라는 영화가 주목을 받은바 있다. 과거 미국의 영광의 시기, 80년대 프로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의 코미디언들이 다시금 각종 쇼프로에 등장하고 있다. 토크쇼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같은 최근 트렌드와 과거가 결합된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이번 경제위기는 전세계 경제성장의 하락과 함께, 자산버블의 붕괴, 실업의 증가 등을 가져올 것이다.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모든 경제지표가 급락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세계, 전산업에 걸쳐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이번 경제위기는 먼저 과거의 기대를 뒤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메가트렌드의 경우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침체의 속도와 범위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은 유례없이 신속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을 같은 이번 경제위기는 크게 다음의 세가지 경로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먼저 메가트렌드 변화를 통해 그 하위 개념인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는 경로이다. 또한 소득과 자산감소를 통해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행태가 변화하는 보다 직접적인 경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 등장으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일으키는 경로다.
이러한 세 가지 동인은 향후 소비자 트렌드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첫 번째로 기존의 트렌드의 성격을 변화시킬 것이다. 실버 소비 트렌드나 웰빙/건강 트렌드의 경우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그 세부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두 번째는 기존 트렌드의 특성이 더욱 강화되는 경우이다. 트레이딩 다운, 친환경 소비 트렌드, 신뢰에 대한 요구 등은 그 특성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새롭게 나타나는 트렌드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 디지털 코쿠닝, 통제가능성에 대한 요구 등 이전에 없었던 트렌드를 주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절적(Discrete) 변화의 시기는 리스크도 크지만, 새로운 시장기회가 나타난다. 전혀 예측되지 못했거나, 또는 다수에 의해 묵과되었다는 점, 기존 패러다임과 역방향이라는 점 때문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다.
신속한 트렌드 파악과 기존의 성공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가 중요
이러한 대변화의 시기에 기업들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 방향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위기에 대한 단기 대응은 향후 시장 선점에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트렌드가 단 몇 분기의 짧은 기간 동안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향후 펼쳐질 경쟁에서 뒤쳐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이머징 이슈로 떠오르는 현상들을 잘 관찰하는 일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닌텐도 게임콘솔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이머징 이슈가 트렌드로 자리잡는 시기에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며, 이를 먼저 준비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러 연구기관들은 고객들에게 새롭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강조하고 있다. 신뢰, 즐거움, 배려와 같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침울한 소비자에게 위안과 안정감이라는 경험을 제공해 줌으로써 위기 회복 이후 구매력이 회복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킴은 물론, 이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및 시장의 지평을 뒤바꿔 놓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적합한 조직과 전략을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민감한 조직이 되어야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최근의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보다 유연성을 강화 (More flexible)하고, 자각을 증대(More aware)시키며, 복원력을 제고(More resilient)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며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그 의미와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으며, 시장의 주류 예측이 틀릴 수 있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문화와 태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예측과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변화의 동인들을 찾아내고, 이러한 동인들이 소득 계층별, 연령별, 문화권별, 직업별로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이머징 이슈를 찾아내거나, 현재 틈새 시장이지만 미래의 유망시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10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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