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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4. 10:51
우리 기업들의 잠재적 위기를 경고하던 넛크래커라는 단어는 요사이 수출의 호조와 함께 역넛크래커라는 말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품질과 가격의 절묘한 조합을 달성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일부에서는 우리 기업의 미래상을 장미빛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넛크래커의 위상이 영속적일 수는 없다.  
 
단기 및 중기적으로 이 위상에서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중급 시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브랜드와 유통의 단순화 등을 통해 마케팅 전반의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 또,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방이 어려운 핵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새로운 포지션으로 이동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면밀히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생존, 발전할 수 있는 세분 시장을 선택해야 하며, 후발 주자에 대한 제휴와 투자 등의 다각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기를 경고하는 의미로 흔히 사용된 단어는 ‘샌드위치’, ‘넛크래커’였다. 그럭저럭 경쟁력은 갖고 있지만, 품질이나 첨단 성능은 선진국 기업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에 밀리는 신세가 되어 곧 시장에서 도태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기업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근래에는 환율 효과까지 가세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전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환율 효과를 누리지 못하던 시기에도 우리 기업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2007년에도 LG전자나 현대자동차는 1조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총량을 나타내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짐을 시사한다. 2000년 수출액은 GDP 대비 32%에서 2008년에는 45%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샌드위치’, ‘넛크래커’의 위상을 정반대로 해석하여 ‘역샌드위치’, ‘역넛크래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품질과 가격이 적절히 조화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때 선진 기업과 후발 개도국 사이에 어정쩡하고 끼어있는 상태로 인식되었던 위상이 양쪽을 누를 수 있는 강한 존재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재평가는 우리 기업, 나아가서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넛크래커가 어떻게해서 기존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좋은 성과를 기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신감은 무모한 자만심일 뿐이다.  
 
본고에서는 넛크래커의 위상이 약점에서 강점으로 재평가 될 수 있게 된 여건 혹은 조건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넛크래커 또는 역넛크래커라는 용어에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 기업의 위상을 넛크래커라고 칭하기로 한다. 즉, 넛크래커에는 넛크래커의 부정적인 의미와 역넛크래거의 긍정적인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Ⅰ. 환경 변화와 넛크래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호황기는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경제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초 IT 버블 시기가 있기는 했으나, 전세계 경제의 장기 성장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는 소위 명품급의 고급 브랜드와 중국을 위시한 후발 개도국에서 생산되는 저가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럽게 들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동안 120만대 수준의 판매량에 머물렀다. BMW는 같은 기간 93만대에서 130만대로 증가했으나, 이는 BMW 판매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형차 3-시리즈의 성장과 중국 등 신흥 부유층이 증가하는 지역에서의 판매량 증대의 결과였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호경기 속에서도 프리미엄 자동차에 대한 소비를 늘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저가 시장을 살펴보자. 중국 자동차들의 판매량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여왔으나, 아직까지도 선진국 시장은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가격을 무기로 유럽 판매를 시도했던 징링(Jiangling) 자동차의 랜드윈드(Landwind)는 5점 만점의 충돌 테스트에서 1점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 자동차는 2002년 약 293만대에서 2007년에는 396만대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GM대우의 판매량도 2002년 41만대에서 2007년 180만대로 늘어났다.
 
전자 제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되어 있던 소니의 실적은 계속 악화되었고, 지난 2005년에는 자존심을 접고 외국인 CEO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하이얼(Haier)은 내수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자 기업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을 위시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먼저 기존에 중급 제품으로 인식되던 제품들과 고급제품들간의 간격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품질의 상향 평준화  
 
1980년대 자동차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볼보(Volvo)의 7-Up 테스트를 기억할 것이다. 볼보 승용차 7대를 쌓아놓아도 맨 아래에 있는 자동차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볼보의 안전성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고급 자동차와 대중 자동차의 안전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국(NHTSA)이나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Euro NCAP) 등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고급 브랜드와 범용 브랜드의 차이는 미미하다. 범용 브랜드의 안전성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성능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신기술은 고급 자동차에만 탑재되었으나, 지금은 신기술의 탑재로 자동차 브랜드의 수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폭스바겐 같은 범용 브랜드는 엔진 및 변속기 부분에서 럭셔리 브랜드보다 더 앞선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품질의 상향 평준화 현상은 성숙기 산업에서 한계 품질 향상에 소요되는 비용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성숙기 산업에서 고급품은 이미 높은 품질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추가적인 개선의 비용 대비 효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는 중급품은 적은 비용을 들여도 많은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판매량이 많을 경우 단위당 품질 개선 비용은 더 줄어들게 된다.  
 
한편, 저급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경우 품질 개선의 한계 비용이 더 적을 것이므로 품질 개선 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 그러나, 성숙기 산업의 경우, 제품에 오랜 기간의 노하우와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다. 이 같은 노하우나 암묵지는 후발 개도국의 추격 속도를 늦춤으로써 넛크래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기 산업에서 넛크래커와 선발 기업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장비와 부품의 디지털화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CRT TV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 소니를 위시한 일본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디지털화, 부품의 표준화와 모듈화, 부품 업체의 통합(Consolidation) 등이 자리잡고 있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전자 제품 회로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시그널과 노이즈 등이 최종적인 아웃풋에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부분을 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소자와 회로 전반에 걸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각 부품의 아웃풋은 명확하게(Discrete) 나타나게 되고,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 부품을 조립하면 기기의 기본적인 성능은 나오게 된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도 부품의 관용도(Latitude) 같은 문제는 남아있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미세 조정도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렇게, 디지털 제품에서부터 시작된 품질의 평준화는 소비자의 품질에 대한 의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 있는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 실속과 가치 위주로 새로운 브랜드를 구매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 
 
일반적으로 고급품의 주요 고객은 중노년층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부(Wealth)의 70%를 5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CNW 마케팅 리서치에 따르면 렉서스를 구매하는 고객의 평균 연령은 54세다. 고연령층 소비자들이 고급품을 선호하는 것은 품위 있는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품 구입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고급품은 불량 등에 따른 귀찮은 일(Hassle)을 겪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의 변동성이 커짐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여명(餘命)이 점점 길어지고 연금 수익 등 소득은 줄어들면서 중년층 이상은 소비에 보다 신중해졌고, 현재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소비는 줄이면서 제품 구입의 리스크는 높이지 않는 방법은 흡족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품질의 적당한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중년층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는 50%가 소비에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이전 중노년층에 비해 훨씬 더 가치 지향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베이비 부머는 30-40대에 비해 디자인이나 스타일보다 기능과 가격을 더 중요시하는 실속 위주 구매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넛크래커의 제품들은 이들 소비자에게 좋은 대안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둔화  
 
IT 버블 붕괴 이후 글로벌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지만, 선진국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앙등 속에서 기대 수익은 늘었지만, 실현된 수익은 크지 않았기에 프리미엄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지는 못했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 부채는 2002년에서 2007년 사이 7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뛰었다.  
 
한편,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도국의 경우 생산 요소 비용의 증가 등으로 두자리수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국가의 부유층이 고급 제품을 소비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상위 20%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이렉트 마케팅 회사인 RSVP의 CEO인 래리 골든에 따르면 주택 구입이나 여행 등 고소득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서도 가격 대비 가치를 무엇보다 앞세우는 경향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글로벌 거시 경제의 성장 둔화는 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는 실속형 소비로 이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넛크래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Ⅱ. 넛크래커의 단기 전략 
 
 
지금까지 넛크래커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넛크래커는 지금의 위상에서 어떻게 해야 최대의 수익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핵심 가치에 충실한 무난한 제품  
 
넛크래커 기업의 제품은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판매량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목표 시장의 다수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선발 업체가 이미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넛크래커 기업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선발 업체와 정면 승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선발 업체가 갖지 못한 새로운 속성으로 차별화할 것인가. 이때, 후발 기업은 차별화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차별화된 가치를 통해 선발 기업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차별화된 속성에서 구축된 긍정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선발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많은 후발 기업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핵심 가치 위주로 판단하는 주류 소비자들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속성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결국, 일부 속성의 차별화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고객의 핵심 가치가 아니면 장기적으로도 그 시장의 주력 기업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토요타(Toyota)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던 1970년대 토요타 자동차의 무기는 싼 가격밖에 없었다. 품질은 미국 자동차에 비해 크게 뒤졌고,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타는 부가 기능 등 상대적으로 차별화가 쉬운 요소로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 중산층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편안함과 내구성을 꾸준히 개선했다.  
 
반면, 미츠비시나 마쯔다 자동차는 독특함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애썼다. 미츠비시는 초기 수출 모델인 트레디아(Tredia)에 터보 차저를 장착하는 등 초기부터 고성능을 강조했다. 스포츠 세단인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은 놀라운 성능으로 많은 마니아 고객들을 확보했으며, 오프로드용 자동차인 파제로(Pajero)는 파리 다카르 랠리를 수차례 우승했다. 마쯔다는 미아타(Miata) 같은 개성 있는 스포츠카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미츠비시나 마쯔다처럼 튀는 제품을 개발하여 마니아층으로부터 선호되는 브랜드는 시장의 주도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자동차 마니아들이 독특한 개성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는 토요타 자동차의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모터 사이클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후발 주자인 혼다(Honda)는 무난한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선발 주자들을 밀어냈다. 마니아들은 무난한 혼다보다 개성있는 카와사키(Kawasaki)나 스즈키(Suzuki)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실적은 혼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후발 주자로 시작해 주류 시장을 장악한 이들의 지혜는 넛크래커 위치에 있는 우리 기업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후발 주자로서 새로운 속성으로 차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면 정작 중요한 기본 가치에는 소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이 후발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핵심 가치를 충실히 제공하는 무난한 상품이다.
 
자동차는 편안함과 안전성, 가전 제품은 기능, 핸드폰은 디자인 같은 핵심 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같은 기본적인 핵심 가치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적극적 브랜드 확장 
 
브랜드 관리의 기본은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모호하게 하는 것으로 브랜드 관리에서 피해야 할 포인트로 꼽힌다. 그러나, 브랜드 확장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브랜드 사용 범위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할 문제이나, 넛크래커 기업은 브랜드 관련 비용의 효율화를 위해서 가능한 브랜드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급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성이 이미지의 전문성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브랜드를 확장하여 여러 제품에 사용하게 되면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인지도와 신뢰성은 높일 수 있다.  
 
특히, 브랜드의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선진국 소비자들의 의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도 브랜드 확장에 긍정적이다. LG와 삼성 등 한국 업체들은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 가전 제품과 핸드폰을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같은 브랜드로 팔고 있다. 이에 대해 브랜드 이미지의 모호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예상 외로 호의적이었다. 선진국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허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 커버리지가 넓은 유통업체 브랜드(Private Brand)의 보편화, 인터넷 등을 통한 풍부한 정보, 내구재의 커머더티화(Commoditization) 등의 현상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중화된 채널 운영  
 
넛크래커의 무대가 되는 중급 시장에서 코스트는 매우 중요하다. 코스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산 코스트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판매 코스트는 생산 코스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생산 코스트는 절감하는데 한계가 있다. 설계의 변경, 라인의 최적화 등의 노력을 하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생산 코스트를 크게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판매 측면에서 보면 잘 파는 채널은 비슷한 규모의 경쟁 채널에 비해 몇 배의 매출을 올린다. 즉, 판매 코스트는 몇 분의 일로도 줄일 수 있다.  
 
토요타 자동차의 미국 내 딜러의 숫자는 1450개 정도다. 토요타의 매출은 GM의 80% 수준이지만, 딜러의 숫자는 6500개의 딜러를 보유한 GM의 22% 수준이다. 또, 토요타의 딜러 수는 매출이 절반에 불과한 혼다, 닛산의 딜러 수와 별 차이가 없다.  
 
토요타는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 딜러의 수를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딜러를 내실화, 대형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토요타는 적은 수의 딜러를 운영함으로써 딜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고, 딜러의 수익성이 좋으므로 과대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었다.  
 
LG는 미국 시장에서 버라이존(Verizon)을 통한 휴대폰 판매에 집중했고, 베스트바이와 홈디포 등 소수의 강력한 유통 채널을 위주로 백색 가전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시장의 선두적 지위에 올랐다.  
 
모방이 어려운 역량에 집중  
 
넛크래커의 주된 무기는 모방이다. 선발 기업들의 제품과 운영 시스템을 발전적으로 벤치마킹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왔다. 후발 개도국 기업들도 선발 기업과 넛크래커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따라온다. 후발 개도국 기업들의 추격 속도를 늦추는 것은 넛크래커 기업의 필수 과제다.  
 
최근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글로벌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앞에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 업체들이 있고, 뒤에는 인도와 중국의 후발 업체들이 있다. 선진 업체들은 특허화된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갖고 있으나, 우리 업체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독특한 기술은 없다. 그럼에도 Technip이나 KBR 등 선진업체의 이익률은 5% 이내인 반면, 우리 기업들의 이익률은 10% 수준이다. 우리 업체들의 강점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여 시공하는 노하우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공을 위해서는 설계, 구매, 시공 등 다양한 부문들의 유기적인 협업 관계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Rain-X 브랜드로 자동차용 유니 블레이드(Uni Blade) 와이퍼를 OEM 공급하는 국내 업체 캐프는 와이퍼의 모든 면에서 균일한 압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력 있는 철심을 자랑한다. 이 철심에 대단한 특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만드는 노하우는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이 같은 노하우나 암묵지(Tacit Knowledge)는 특허에 비해 더 모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허에는 구체적인 원리가 노출되어 있어 특허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하우는 그 실체가 명확히 파악되기 어렵고, 습득에 오랜 시간과 경험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모방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라(Zara) 브랜드로 유명한 스페인의 의류업체 인디텍스(Inditex)는 매장에서 고객의 구매 행동을 제품 생산에 즉각 반영하는 반응 주문 시스템(Quick Response System)으로 유명하다. 반응 주문 시스템은 개념상으로는 간단하지만,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역량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한때 베네통(Benetton)도 시도했으나 그다지 성과가 좋지는 않았다.  
 
전기로 철강 업체인 누코(Nucor)는 Thin Slab Casting이라는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는 기술 역량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부수적인 업무는 철저히 아웃소싱한다.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기술의 모방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사업의 영속성(Sustainability)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Ⅲ. 넛크래커의 장기 전략 
 
 
지금까지 넛크래커로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넛크래커로서의 지위가 영원할 수는 없다. 넛크래커는 언젠가는 새로운 위상으로 이동(Migration)해야 한다. 이동이 성공적이라면 넛크래커는 선진 기업으로서의 지위에 안착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후발 기업에 의해 도태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이동해야 할 것인가?
 
산업 라이프사이클 모델 구축 
 
모든 산업은 태동해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는 라이프사이클을 지닌다. 성장기까지는 선진국에서 영위하다가 성숙기를 지나면서 개발도상국의 후발 업체가 부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 기업이나 넛크래커 입장에서는 쇠퇴기에 이르기 전 적절한 시점에 사업에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변혁은 사업의 철수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세분 시장으로의 이동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되었던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기업 내부인이 이 시점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외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시각으로도 산업의 변곡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마당에 여러 가지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내부인이 조직과 자신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난 판단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산업이 평온한 시기에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정작 중요한 결정의 순간, 즉 변곡점이 다가 오면 판단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온한 시기에 미리 장래의 의사 결정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 그것이 바로 산업의 변곡점을 판단할 수 있는 산업 라이프사이클 모델 구축이다. 이 모델은 산업이 어떤 식으로 발전될 것인지, 발전 단계에 따라 어떤 역량과 사회 경제적 조건이 필요한지 등을 구조화한 것이다. 라이프사이클 모델을 구축하더라도 언제 변화가 다가오는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특정 조건을 지닌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인지, 그러한 조건들이 바뀌는 것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시그널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등은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넛크래커로서의 생존 구간이 끝나기 전에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도 미리 구상해야 한다.   
 
고객 가치 이동 방향을 선점  
 
산업 라이프사이클 모델을 통해 변혁의 타이밍을 가늠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변혁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성숙 후기 이후, 더 이상 주류 시장에 머무르기 어려운 넛크래커가 갈 길은 특화된 세분 시장을 찾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후발 주자에 비해 코스트 측면의 강점이 없는 넛크래커는 고객이 비싼 값을 지불할 만한, 그러면서 선발 기업들과 경쟁할만한 세분 시장을 발견하여 그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사실, 고객 가치의 이동 방향을 정확히 짚어내야 하는 것은 넛크래커 뿐만 아니라, 선발 기업이나 후발 기업 모두에게 지워진 숙제다.  
 
독일의 폭스바겐과 미국의 GM도 일본과 한국 등 후발 자동차 기업들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 제품 차별화에 노력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사뭇 달랐다.  
 
과거 폭스바겐은 국민의 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자동차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성능과 안전을 앞세워 고급 브랜드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Golf)는 매우 실용적인 해치백 스타일의 자동차지만, 고성능(GTI) 버전은 정통 스포츠카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에 견줄만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또, 티구안(Tiguan) SUV에 1.6리터의 작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기도 하고, 비틀(Beetle) 컨버터블에 차량 전복 시 튀어나오는 안전 바를 장착하는 등 가장 대중적인 차량들에 독특한 기능을 가미하여 기술력을 과시하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유가 속에서 경제적인 차량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성능 좋고 안전한 차량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되었다.  
 
반면, GM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대형 SUV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머(Hummer)다. 군용으로 사용되던 험비(Humvee)를 개조하여 만든 허머 H1에 이어 연비와 편의성을 개선한 H2와 여성까지 타겟으로 겨냥한 H3 등 여러 종류의 허머를 내놓았다. GM은 과거 황금기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었던 머슬카 시대의 부활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일부 고객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GM의 그릇된 전략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객 가치가 변화하는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후발 기업의 성장에 편승 
 
넛크래커 기업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발 기업과 맞싸우기보다 이들을 이용하고 이들의 성장에 편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발 개도국의 후계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제휴와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무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후발 기업을 발굴한다면 먼저 중국과 인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이미 관심의 대상이 된 경우가 많고, 시장 가치도 높은 수준이라서 매력도를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발굴 대상의 폭을 좀더 넓혀 새로운 기업을 물색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 생산 기지를 완전히 독립적인 현지 법인으로 탈바꿈시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선진 기업과 후발 기업 사이에 위치한 우리 기업들이 현 위치에서 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과 장기적으로 취해야 할 새로운 포지션과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넛크래커로 통칭한 우리 기업의 위치는 불안하면서 역동적인 위치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시장은 좀 더 커질 수도 있고 쪼그라들 수도 있다. 현명한 대응을 위해서는 이 시장이 형성된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인을 바탕으로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넛크래커로부터의 탈출 전략을 미리미리 세워놓는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시장의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 문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오래 가지 않듯이 운명적으로 끼인 존재인 넛크래커에게 주어진 좋은 조건은 이내 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좋은 조건에 있을 때 미래의 탈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 LG Business Insight 10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