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테크놀로지 트렌드를 대변하는 단어는 뭘까? 트위터, 윈도7, 아이폰 3GS, 안드로이드폰, 빙(Bing), 넷북, 클라우드 컴퓨팅, 그린 테크놀로지, 엔터프라이즈 매시업…. 이런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정보 획득 방식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아이폰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이 결합되면서 모바일 인터넷은 폭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윈도7은 컴퓨터 성능을 혁신하고 있다. 2009년 글로벌 테크놀로지 9대 트렌드를 정리한다.
2009년 글로벌 테크놀로지 9대 트렌드를 말하다
1. 트위터 열풍 미국 넘어 전 세계로 확산
2009년은 트위터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트위터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06년이지만 2009년 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빨라졌다. 우리나라에서 트위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도 2009년이다. 지난 5월 김연아 선수가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동시에 떠드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정보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곳이다. 트위터는 웹을 실시간(real-time)으로 진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페이스북은 프렌드피드를 인수했고 구글, 야후 등은 웹에 실시간 기능을 도입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시간 검색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트위터는 아직 수익 기반을 다지지도 못했고 트위터 서비스는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웹이 실시간을 지향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웹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구글이 시험 서비스 중인 구글 웨이브는 실시간 협업 등 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 나우(now) 미디어 시대 개막
미국에서는 2009년을 ‘신문이 죽은 해’라고 하는 말까지 나왔다. 인터넷으로 독자를 뺏긴 데다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황까지 겹치면서 신문 잡지가 벼랑으로 몰렸다. 수백 개 신문이 폐간했고 신문사 직원 1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트위터가 확산되면서 정보를 지금 당장 받아보려는 독자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나우 미디어 시대(the era of now media)’란 말까지 한다. 뉴욕 허드슨강에 여객기가 추락했을 때나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신문과 방송은 바보가 됐다. 현장에 있는 일반인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를 통해 리포팅했다. 이런 추세는 2010년에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 안드로이드폰 도입 확산
│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이다. 2009년은 이 플랫폼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 뜨기 시작하는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은 2008년 10월 T-모바일 미국 법인이 내놓은 대만 HTC의 G1(드림)이다. 2009년에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메이저 메이커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테크크런치가 지난 10월 집계할 때까지 공개된 안드로이드폰은 모두 24종이다. HTC가 6종으로 가장 많고, 삼성전자는 갤럭시·모멘트 등 5종, 모토로라는 드로이드를 포함해 4종이다. LG전자와 소니에릭슨도 1종씩 선보였다. 에이서, 델, 레노버 등 세계 2~4위 PC 메이커들도 1종씩 내놓고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넘보고 있다.
4. 아이폰 3GS 발매와 한국 도입
애플 아이폰은 2009년 하반기 내내 화제가 됐다. 아이폰 도입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다.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폰 세 번째 모델인 아이폰 3GS를 발매했다. 그런데 발매국가 명단에 이번에도 한국은 빠졌다. 이때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세계인이 다 쓰는 아이폰을 우리는 왜 구경조차 못하냐는 얘기였다. 종래는 비난의 화살이 정부로 향했다. 정부가 한국형 플랫폼 위피 탑재를 의무화한 바람에 휴대폰 시장이 사실상 폐쇄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위피 탑재 의무화 조치가 풀리면서 공은 이동통신사로 넘어갔다. 아이폰 국내 발매는 이동통신 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5. 에이서의 도약과 델의 고전
PC 시장에서는 대만 에이서의 질주가 돋보였다. 에이서는 불황 속에서도 계속 고성장해 3분기에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에서 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IDC에 따르면 에이서는 14.0% 점유율로 델(12.7%)을 1.3%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선두 HP의 점유율은 20.2%. 에이서는 2010년에도 계속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서가 세계 2위로 도약한 것은 심플하고 가격이 저렴한 넷북을 많이 판 결과이다. 에이서는 자국내 라이벌인 아수스가 2007년 말 Eee PC라는 저가격 넷북을 내놓자 곧바로 넷북 시장에 뛰어들어 2년 동안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반면 델은 이미지 고급화에 주력한 나머지 뒤늦게 넷북 시장에 뛰어들어 재미를 보지 못했다.
6.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과 빙(Bing) 론칭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7을 론칭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사운(社運)을 건 야심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 1월 윈도비스타 발매 후 온갖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호환성 부족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호환성 확보에 주력하고 발매일에 블로거 777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윈도7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리스트인 월트 모스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제품으로는 최고’라는 찬사까지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7 발매를 계기로 오름세로 돌아설지 관심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 새 검색엔진 빙(Bing)도 선보였다. 이 검색엔진은 특히 동영상 검색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과 우려
불황으로 비용 절감이 절실해지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IDC는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2008년 464억 달러에서 2009년 563억 달러, 2013년 1,501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클라우드 컴퓨팅 컨퍼런스에는 참가자들이 몰려 통로에 앉기도 했다. 안전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T-모바일 사이드킥 서비스 이용자들의 데이터 분실 사고가 대표적이다. 서버 관리를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가 맡았는데 10월 초 서버가 다운되면서 주소록 등 데이터가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나중에 대부분 복구하긴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불안감을 씻지는 못했다.
8. 그린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 증폭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아내릴 정도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산업에 걸쳐 그린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IT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기기의 에너지 효율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불황 속에 오히려 활발해졌다. AFCOM이 27개 국가 436개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3%가 그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주요 성과는 에너지 효율화가 60.8%, 냉각 효율화가 51.4%였다. 예산이 부족해 장비 효율화가 어렵다는 응답도 39%나 됐다. LG CNS는 상암IT센터를 중심으로 그린 IT를 구현한다. IT 자원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시설을 전력이 아닌 지역난방공사의 냉각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사용량을 2배 이상 절감하고 있다.
9. 전자책 시장 본궤도 진입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아마존이 킨들을 발매한 2007년 11월 이후 전자책 시장은 킨들의 독무대였다. 소니 리더도 있지만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노블이 누크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마존은 누크를 견제하기 위해 킨들 가격을 259달러로 20달러 낮췄다. 2010년에는 반스&노블이 플라스틱로직 제품을 내놓는다. 이 제품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킨들과 차별화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애플이 개발 중이라는 태블릿이다. 크기가 아이팟터치의 4~5배나 되고 아이팟터치의 유저인터페이스를 적용한다고 알려져 벌써부터 ‘킨들 킬러’란 말까지 듣고 있다.
- 글│김광현│한국경제신문 기획부장
- Beyond Promise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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