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4. 09:31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e-Book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가
유료 시장의 기반 없이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소비량의 증가가 시장의 유의미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문사, 잡지사, 영화사 등에서 유료화를 추진 중이나, 확실한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불법 복제가 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의 디지털 콘텐츠가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한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 이른바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을 컨텐츠의 맥락에 적합하게 활용하는 ‘융합형 콘텐츠’가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콘텐츠 판매 이후 유무선 인터넷 연결을 활용하여 고객과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81%, 개인 인터넷 이용률 77%라는 높은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집집마다 보급된 PC를 통해 뉴스, 영화, UCC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최근 들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스마트폰, 아이패드(iPad)로 인해 주목 받고 있는 태블릿PC, 아마존의 킨들(Kindle)로 대표되는 e-Book 등 다양한 유형의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마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출퇴근 중에나 약속 장소에서 기다릴 때 또는 화장실에 있을 때에도 자유롭게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디지털 콘텐츠 소비량의 증가가 콘텐츠 사업자들이 원하는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필요성과 가능성
양날의 칼, 광고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량 증가가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뉴스, 동영상 등 상당수의 디지털 콘텐츠가 그 자체의 유료시장이 거의 없고 대부분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란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0에 가깝다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을 활용하여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소비자에게는 광고와 함께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 방식이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자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아무리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광고 시장의 성장이 없다면 디지털 콘텐츠의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증가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광고 시장 규모가 고속 성장 중이라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광고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 미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중 디지털 콘텐츠와 밀접한 온라인 광고 시장도 매년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되어 2009년에는 4% 성장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광고 수익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판매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전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CPM, Cost Per Millennium)이 2,500원(네이버 초기화면 상단 배너 기준)에서 최대 35,000원(IPTV의 VOD 시청 전의 30초 동영상 광고 기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1개당 얻을 수 있는 최대 광고 수익은 2,500만원~3억5,000만원(1,000만명 이용 가정)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목표 고객이 수만~수십만에 불과한 전문 지식 등의 콘텐츠, 또는 수십~수백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영화 등의 콘텐츠에는 유료화 모델이 더욱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디지털 콘텐츠의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도 미국의 대표적인 광고 기반의 무료 동영상 사이트인 훌루(Hulu)가 25~30달러 수준,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사이트(WSJ.com) 내 동영상 광고의 경우도 50달러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화 바람과 냉정한 소비자
최근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인식한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무료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200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34억달러에 달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이미 유료화된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하여 더 타임즈,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등 뉴스코퍼레이션 산하의 모든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 뉴욕 타임즈,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다수의 대형 언론사들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훌루(Hulu)도 2009년 400억원 적자 등 실적 악화와 뉴스코퍼레이션 등 주주의 압력으로 인해 부분적인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탈업체가 올해부터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콘팅’을 오픈하였고, 조선일보 등 신문사도 유료화를 검토하는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도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바람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가 필수적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로 인해 유료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각종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는 소비자가 전체의 7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훌루 역시 유료화 이후 콘텐츠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유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Ⅱ.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위한 조건
불법 복제만 막으면 유료화는 성공?
유료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만연한 불법 복제를 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엄연한 사실이며, 2009년 기준으로 연간 2조 2,500억원 가량 발생하고 있는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법 복제를 완벽히 차단한다고 해도 현재 불법 복제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유료 구매자로 전환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강요할 경우,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야기시킴으로써 현재 유료 구매하던 소비자들마저 구매를 꺼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불법 복제의 예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유료화 성공의 충분 조건으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는 유료화 성공을 보장?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는 2개월 만에 200만대가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관련이 깊은 신문, 잡지, 만화 등 각종 출판물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패드용 e-Book 콘텐츠가 9.99달러에서 14.99달러 수준으로 종이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2달여만에 500만권, 약 6,000만 달러 가량이 아이북스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었다는 점은 미국의 2009년 e-Book 판매고 3.1억달러와 비교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성공 사례들을 고려할 때,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소비자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콘텐츠 제작에 유용한 도구들을 제공해 줌으로써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좋은 미술 도구가 있다고 뛰어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듯이, 그리고 구형 브라운관 TV로 봤을 때 재미 없는 방송 콘텐츠는 최신형 3D LED TV로 방송을 시청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재미 없듯이,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그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는 디지털 기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디지털 콘텐츠 그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료 모델을 잘 설계하면 성공?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와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례 모두 애플이라는 플랫폼 사업자 관점에서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지만, 콘텐츠 사업자 관점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디지털 음반 시장의 70%, 미국 전체 음반 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콘텐츠 스토어이다. 2000년대초, 이미 냅스터(Napster) 등 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음원의 불법 복제가 만연하던 상황에서, 애플은 원클릭 결제 시스템과 검색 기능 등 구매 방식을 최대한 편리하게 함은 물론 앨범 단위가 아닌 곡 단위 판매, 한 곡당 99센트로 통일된 저렴한 가격 등 혁신적인 유료 모델을 포함한 아이튠즈 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디지털 음원의 유료화를 성공시켰다. 2003년 오픈 후, 현재까지 100억회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영화,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까지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에는 약 20억달러의 매출(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등 포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보면, 아이튠즈 스토어의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 음반 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42%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날로그 음반 시장은 동기간 매년 19%씩 축소되었고, 결국 전체 음반 시장이 판매량 기준으로는 8%,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13%씩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아이튠즈 스토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PC 및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불법 복제 등으로 인해 음반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날로그 음반 시장의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2.6%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소수의 음원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아이튠즈 스토어의 유료 모델이 전체 음반 시장 축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 방정식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성공적인 유료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앱스토어의 경우 PC 어플리케이션 등 타 시장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가치의 차별화만이 살 길
앱스토어는 아이폰, 아이팟 터치 및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이다. 지난 2008년 7월 오픈 이후, 최근까지 50억회의 다운로드가 일어났으며, 유료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약 6억회(전체 다운로드 수의 약 12% 수준), 판매 금액 기준으로 약 14억달러에 달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앱스토어 성공 요인은 개발자 대상 개방성, 아이폰의 혁신성 및 통일된 개발 환경, 저렴한 무선 접속 환경 등 플랫폼 관련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측면에서도 크게 2가지의 성공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는 제공 가치가 무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PC 어플리케이션 등 유선 인터넷 기반 어플리케이션과도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구매 과정의 편의성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목적 그 자체에 부합하는 핵심 가치를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유료 콘텐츠라면 무료 콘텐츠 보다 차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PC 등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의 유료 어플리케이션 판매량 중 절대적인 비중(유료 판매 랭킹 20위 중 19개, 100위 중 76개 가량이 게임 또는 게임과 유사한 엔터테인먼트)을 차지하는 게임의 경우, 화면을 터치하면서 즐기는 게임, 아이폰 자체를 흔들거나 기울이면서 즐기는 게임 등 PC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기에 PC 게임을 구매했던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을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외의 어플리케이션 중 유일하게 유료 판매 랭킹 20위 안에 들어 있는 레드레이저(Red Laser)라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바코드를 사진으로 찍어 인식한 후 해당 물품의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비교해 주는 기능을 통해 PC 어플리케이션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부가적인 가치 보다 핵심 가치를 차별화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성공 요인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폰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는 반드시 꼽을 만큼,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에도 그 영향이 있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에 집중한 나머지, 사용하기 편리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유료화의 유일한 성공 요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보다 중요한 요인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무선 데이터 통신, GPS,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모바일 기술을 핵심 가치의 차별화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게임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는 게임을 하는 목적인 ‘재미’를 차별화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가속도계 등을 활용하였으며,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바코드를 인식하는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서 보여줌으로써 유틸리티 어플리케이션의 핵심 가치인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하였다.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집에 돌아와서, 동일한 물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유료로 판매해도 충분히 성공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서울 버스(Seoul Bus) 어플리케이션 역시,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버스 도착 시간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출퇴근시간에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십 분 동안 기다리다가 지각하는 상황을 막는 등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우선적인 조건은 핵심 가치의 디지털적 차별화
종합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법 복제 예방,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 적절한 유료 모델도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디지털 콘텐츠 자체가 차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때, 차별적인 가치란 무료 디지털 콘텐츠와 아날로그 콘텐츠 모두에 대해 차별적이어야 하며, 부가적인 가치에 앞서 핵심적인 가치가 차별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료 콘텐츠에 보다 심층적인 기사, 탄탄한 스토리의 소설, 뛰어난 각본 및 연출의 영화 등 품질이 높은 콘텐츠라면 유료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로만 제공되는 콘텐츠에 한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제공되는 경우에는 고품질 콘텐츠라고 해서 유료화 성공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제공되는 콘텐츠가 동일할 경우, 예를 들어 종이책의 활자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e-Book, CD의 음악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MP3, 영화 필름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동영상 파일과 같은 경우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가 2가지 콘텐츠를 모두 구매할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량만큼 아날로그 콘텐츠의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설혹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아이튠즈 스토어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디지털 콘텐츠의 단가 하락과 아날로그 콘텐츠에서 디지털 콘텐츠로의 구매자 이동에 따른 매출 감소 모두를 상쇄하고도 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차별적인 가치는 유료화를 희망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최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적 차별화도 부가적인 가치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외면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 콘텐츠의 핵심 가치 관점에서 차별점이 있어야만 유료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TV 드라마, 소설 등을 보는 목적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이며, 신문이나 전문 잡지를 보는 목적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빠르고 편리한 다운로드, 보관과 이동의 간편함, 결제의 편리함 등과 같이 디지털 콘텐츠 이용 상의 부가적인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디지털 기술이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기계적으로만 결합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기계적 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올릴 수 있다. 전체 소비자의 15% 수준으로 추정되는 혁신적인 소비자는 다르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서 부가적인 가치의 차별화에도 충분히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의 85% 수준으로 추정되는 합리적인 소비자는 지불하는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기 때문에, 아날로그 영화 보다 더 재미있는 디지털 영화, 아날로그 신문 보다 더욱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신문과 같이 핵심 가치를 차별화해야만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이용되는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것일까?
Ⅲ.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
아날로그 콘텐츠를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Convers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기계적 결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의 기본적인 뼈대만 유지하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재창조(Re-creat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유지하되 이를 영화에 적합하게 각색하여 각본을 만들고, 배우를 섭외하여 장면을 촬영하고, 촬영된 장면을 편집하는 등 영화의 기법을 활용하여 살을 붙이는 작업을 수행하면, 소설의 스토리와 영화 기술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소설과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인 해리포터 시리즈가 책으로만 총 4억권 가량 팔리면서 약 3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화를 통해서도 약 54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거두었듯이, 디지털과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아날로그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충분히 아날로그 콘텐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적 결합은 기본 요건
화학적 결합을 논하기에 앞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기계적 결합은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라면 각 기기에 대한 최적화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 디지털 기기의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조작하는 방식 등이 상이하므로,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를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무료 콘텐츠로 구성된 웹사이트의 경우도 PC에서 이용되는 웹사이트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모바일 웹사이트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디지털 기기별 최적화는 유료화 여부를 떠나 디지털 콘텐츠라면 무조건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화학적 결합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패드용 콘텐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패드용 콘텐츠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종이 잡지보다 비싼 가격(4.99달러, 종이 잡지의 정가는 4.99달러, 1년 구독 시는 1권당 0.83달러)에도 불구하고 9일만에 73,000번(1달간 가판대 판매량은 약 82,000부, 정기 구독자는 약 67만명) 다운로드 되며 뉴스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와이어드(Wired)와 13.99달러라는 높은 수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e-Book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더 엘리먼츠(The Elements)의 경우, 공통적으로 2가지 방안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루었다고 보여진다. 첫번째는 책 또는 잡지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텍스트,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융합(Mash-up)하였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막무가내로 융합한 것이 아니라 전체 콘텐츠의 맥락(Context)에 비추어 꼭 필요한 유형의 콘텐츠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융합형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만 구현할 수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이라 부를 수 있다. 아날로그 콘텐츠는 텍스트를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종이)와 음악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CD, 카세트 등)가 상이하여 텍스트와 음악을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가 없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모든 유형의 콘텐츠를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적절히 융합한다면 저장의 간편함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라 재미, 정보, 학습 등 각 콘텐츠의 핵심적인 가치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이어드의 커버스토리인 토이스토리3 기사에는 예고편 동영상을 배치하였고, 로드블럭스 기사에서는 자동차 레고 블록이 조립되는 과정을 터치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나인인치네일즈 기사 중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의 단계별 작업된 음악 자체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더 엘리먼츠의 경우도 종이책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원소에 대한 인터랙티브 3D 그래픽(눌러서 회전시켜가며 볼 수 있는 3D 그래픽)과 각종 동영상은 물론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노래까지 포함하여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배가시켰다. 물론 와이어드나 더 엘리먼츠의 아날로그 콘텐츠 자체도 품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유사한 품질의 타 콘텐츠 대비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면, 높은 품질의 기본 콘텐츠에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융합함으로써, 핵심 가치 측면에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던 화학적 결합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사례로 언급한 전문 잡지, 교육용 서적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융합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음악 콘텐츠의 경우, 해당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 작곡가, 연주자, 가수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전달해 준다면, 소비자들은 아날로그 콘텐츠로 음악만 들을 때보다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해외 여행에서 미술관을 탐방할 때 가이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감동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의 경우도 화면을 클릭하면 각 장면에 대한 설명, 등장하는 배우에 대한 정보, 사물에 대한 정보 등을 팝업으로 볼 수 있는 기능,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 각종 인터뷰와 같은 추가적인 동영상 등을 제공할 경우 아날로그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만으로는 즐길 수 없던 차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및 영화 콘텐츠와 관련된 융합형 콘텐츠를 실제 구현한 사례가 애플의 ‘iTunes LP’와 ‘iTunes Extras’라는 디지털 콘텐츠 포맷이다. ‘iTunes LP’는 음악 콘텐츠와 음악에 대한 해설, 뮤직비디오, 각종 사진 등을 함께 담은 디지털 음악 포맷이며, ‘iTunes Extras’는 영화 콘텐츠와 다른 방식의 엔딩, 등장 배우에 대한 정보, 인터뷰 동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 디지털 영화 포맷이다. 두 포맷은 2009년 9월 출시된 아이튠즈9(아이튠즈 스토어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의 가장 핵심적인 업데이트 내용으로 소개되었으며, 현재까지는 데스크탑과 애플TV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아이팟, 아이폰 등에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추후 아이패드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업데이트 된다면 급속히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
융합형 콘텐츠를 통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과 함께 연결성(Connectivity)을 활용한 화학적 결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선 및 무선 인터넷 등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디지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이를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가치의 증대에 활용하기 보다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료 케이블 방송을 제외하면 디지털 콘텐츠 중 유일하게 유료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경우와 같이 연결성을 활용하여 핵심적인 가치를 차별화 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콘텐츠는 2008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580억달러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2009년 약 227억달러로 추산된 온라인 광고 시장의 2배 이상 되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이와 같이 게임 콘텐츠가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반적인 게임에 연결성을 추가한 온라인 게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최근 4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며, 불법 복제로 인해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 등의 시장이 매우 위축되어 있는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전체 게임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결성을 콘텐츠 유통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CD, DVD 등 물리적 매체를 통해 배포하는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콘텐츠를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결성을 활용하여 사용자와 사용자가 온라인 공간 상에서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과 연결성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자체는 복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이미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서버 소프트웨어 또한 여러 해킹 수단을 통하여 복제할 수가 있다. 실제로 다수의 무료로 운영되는 불법 서버가 존재하며, 소비자는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불법 서버에 접속하면 동일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복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 서버가 불법 서버 보다 사용자 규모가 월등히 클 수 밖에 없고, 동일한 온라인 게임이라면 사용자가 더 많은 합법 서버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초 배포된 게임은 동일할지라도, 합법 서버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끊임 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Windows)에 대한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보안 취약성 및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정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불법 복제가 불가능해서라기 보다는 디지털 기술인 연결성을 통해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향상시켰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디지털과 콘텐츠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 외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도 연결성을 부여함으로써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화, TV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구매한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하는 동안은 SNS를 통해 친구들도 실시간으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교육 콘텐츠를 판매한 이후에도 새롭게 등장한 사례 또는 환경 변화로 인해 변경되어야 하는 내용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서비스는 영화와 TV 드라마의 재미, 교육 콘텐츠의 학습 효과 등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한 직후 고객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사업 모델에서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콘텐츠 사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업 모델임에는 분명하지만,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관계가 유지됨에 따라 광고, 추가 콘텐츠 판매, 관련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부가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료화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재창조는 반드시 투자를 수반
앞서 언급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 즉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뉴스 기사와 동일한 주제라도 발표자의 음성과 각종 도표,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곁들여진 파워포인트 자료가 더 풍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듯이, 동일한 내용의 교육 콘텐츠라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와 동영상 및 3D 그래픽 등 풍부한 시각적 요소가 있는 경우 이해도와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듯이, 동일한 영화라도 부가적인 정보를 통해 더 많이 알고 볼 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감정을 공유하면서 볼 때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화학적으로 결합된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에 아날로그 콘텐츠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재창조하는 수준으로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날로그 콘텐츠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투자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즉,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투자를 할 각오가 없이, 기존의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설혹 아날로그 콘텐츠가 매우 품질이 높아서 디지털 콘텐츠가 유료로 판매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추가적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모바일 기기의 확산 등으로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적인 개척가 정신을 품고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으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LG Business Insight 1097호
신문사, 잡지사, 영화사 등에서 유료화를 추진 중이나, 확실한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불법 복제가 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의 디지털 콘텐츠가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한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 이른바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을 컨텐츠의 맥락에 적합하게 활용하는 ‘융합형 콘텐츠’가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콘텐츠 판매 이후 유무선 인터넷 연결을 활용하여 고객과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 81%, 개인 인터넷 이용률 77%라는 높은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집집마다 보급된 PC를 통해 뉴스, 영화, UCC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최근 들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스마트폰, 아이패드(iPad)로 인해 주목 받고 있는 태블릿PC, 아마존의 킨들(Kindle)로 대표되는 e-Book 등 다양한 유형의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마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출퇴근 중에나 약속 장소에서 기다릴 때 또는 화장실에 있을 때에도 자유롭게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디지털 콘텐츠 소비량의 증가가 콘텐츠 사업자들이 원하는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의 필요성과 가능성
양날의 칼, 광고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량 증가가 시장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뉴스, 동영상 등 상당수의 디지털 콘텐츠가 그 자체의 유료시장이 거의 없고 대부분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란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0에 가깝다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을 활용하여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소비자에게는 광고와 함께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 방식이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자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아무리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광고 시장의 성장이 없다면 디지털 콘텐츠의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증가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광고 시장 규모가 고속 성장 중이라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광고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 미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중 디지털 콘텐츠와 밀접한 온라인 광고 시장도 매년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되어 2009년에는 4% 성장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광고 수익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판매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전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CPM, Cost Per Millennium)이 2,500원(네이버 초기화면 상단 배너 기준)에서 최대 35,000원(IPTV의 VOD 시청 전의 30초 동영상 광고 기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1개당 얻을 수 있는 최대 광고 수익은 2,500만원~3억5,000만원(1,000만명 이용 가정)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목표 고객이 수만~수십만에 불과한 전문 지식 등의 콘텐츠, 또는 수십~수백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영화 등의 콘텐츠에는 유료화 모델이 더욱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디지털 콘텐츠의 1,000회 노출당 광고 수익도 미국의 대표적인 광고 기반의 무료 동영상 사이트인 훌루(Hulu)가 25~30달러 수준,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사이트(WSJ.com) 내 동영상 광고의 경우도 50달러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화 바람과 냉정한 소비자
최근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인식한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무료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200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34억달러에 달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이미 유료화된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하여 더 타임즈,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등 뉴스코퍼레이션 산하의 모든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 뉴욕 타임즈,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다수의 대형 언론사들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훌루(Hulu)도 2009년 400억원 적자 등 실적 악화와 뉴스코퍼레이션 등 주주의 압력으로 인해 부분적인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탈업체가 올해부터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콘팅’을 오픈하였고, 조선일보 등 신문사도 유료화를 검토하는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도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바람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가 필수적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고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로 인해 유료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각종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는 소비자가 전체의 7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훌루 역시 유료화 이후 콘텐츠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유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Ⅱ.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위한 조건
불법 복제만 막으면 유료화는 성공?
유료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만연한 불법 복제를 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엄연한 사실이며, 2009년 기준으로 연간 2조 2,500억원 가량 발생하고 있는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법 복제를 완벽히 차단한다고 해도 현재 불법 복제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유료 구매자로 전환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강요할 경우,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야기시킴으로써 현재 유료 구매하던 소비자들마저 구매를 꺼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불법 복제의 예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유료화 성공의 충분 조건으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는 유료화 성공을 보장?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는 2개월 만에 200만대가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관련이 깊은 신문, 잡지, 만화 등 각종 출판물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패드용 e-Book 콘텐츠가 9.99달러에서 14.99달러 수준으로 종이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2달여만에 500만권, 약 6,000만 달러 가량이 아이북스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었다는 점은 미국의 2009년 e-Book 판매고 3.1억달러와 비교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성공 사례들을 고려할 때,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소비자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콘텐츠 제작에 유용한 도구들을 제공해 줌으로써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적인 유료화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좋은 미술 도구가 있다고 뛰어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듯이, 그리고 구형 브라운관 TV로 봤을 때 재미 없는 방송 콘텐츠는 최신형 3D LED TV로 방송을 시청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재미 없듯이,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가 그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유료화를 보장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는 디지털 기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디지털 콘텐츠 그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료 모델을 잘 설계하면 성공?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와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례 모두 애플이라는 플랫폼 사업자 관점에서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지만, 콘텐츠 사업자 관점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디지털 음반 시장의 70%, 미국 전체 음반 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콘텐츠 스토어이다. 2000년대초, 이미 냅스터(Napster) 등 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음원의 불법 복제가 만연하던 상황에서, 애플은 원클릭 결제 시스템과 검색 기능 등 구매 방식을 최대한 편리하게 함은 물론 앨범 단위가 아닌 곡 단위 판매, 한 곡당 99센트로 통일된 저렴한 가격 등 혁신적인 유료 모델을 포함한 아이튠즈 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디지털 음원의 유료화를 성공시켰다. 2003년 오픈 후, 현재까지 100억회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영화,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까지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에는 약 20억달러의 매출(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등 포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보면, 아이튠즈 스토어의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 음반 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42%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날로그 음반 시장은 동기간 매년 19%씩 축소되었고, 결국 전체 음반 시장이 판매량 기준으로는 8%,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13%씩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아이튠즈 스토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PC 및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불법 복제 등으로 인해 음반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날로그 음반 시장의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2.6%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소수의 음원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아이튠즈 스토어의 유료 모델이 전체 음반 시장 축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유료 모델은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 방정식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성공적인 유료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앱스토어의 경우 PC 어플리케이션 등 타 시장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가치의 차별화만이 살 길
앱스토어는 아이폰, 아이팟 터치 및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이다. 지난 2008년 7월 오픈 이후, 최근까지 50억회의 다운로드가 일어났으며, 유료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약 6억회(전체 다운로드 수의 약 12% 수준), 판매 금액 기준으로 약 14억달러에 달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앱스토어 성공 요인은 개발자 대상 개방성, 아이폰의 혁신성 및 통일된 개발 환경, 저렴한 무선 접속 환경 등 플랫폼 관련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측면에서도 크게 2가지의 성공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는 제공 가치가 무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PC 어플리케이션 등 유선 인터넷 기반 어플리케이션과도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구매 과정의 편의성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목적 그 자체에 부합하는 핵심 가치를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유료 콘텐츠라면 무료 콘텐츠 보다 차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PC 등에서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의 유료 어플리케이션 판매량 중 절대적인 비중(유료 판매 랭킹 20위 중 19개, 100위 중 76개 가량이 게임 또는 게임과 유사한 엔터테인먼트)을 차지하는 게임의 경우, 화면을 터치하면서 즐기는 게임, 아이폰 자체를 흔들거나 기울이면서 즐기는 게임 등 PC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기에 PC 게임을 구매했던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을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외의 어플리케이션 중 유일하게 유료 판매 랭킹 20위 안에 들어 있는 레드레이저(Red Laser)라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바코드를 사진으로 찍어 인식한 후 해당 물품의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비교해 주는 기능을 통해 PC 어플리케이션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앱스토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부가적인 가치 보다 핵심 가치를 차별화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성공 요인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폰의 직관적이고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는 반드시 꼽을 만큼,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에도 그 영향이 있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에 집중한 나머지, 사용하기 편리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유료화의 유일한 성공 요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보다 중요한 요인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무선 데이터 통신, GPS,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모바일 기술을 핵심 가치의 차별화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게임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는 게임을 하는 목적인 ‘재미’를 차별화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가속도계 등을 활용하였으며,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바코드를 인식하는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서 보여줌으로써 유틸리티 어플리케이션의 핵심 가치인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하였다. 레드레이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집에 돌아와서, 동일한 물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유료로 판매해도 충분히 성공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서울 버스(Seoul Bus) 어플리케이션 역시, 무선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여 버스 도착 시간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출퇴근시간에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십 분 동안 기다리다가 지각하는 상황을 막는 등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차별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우선적인 조건은 핵심 가치의 디지털적 차별화
종합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법 복제 예방,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 적절한 유료 모델도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디지털 콘텐츠 자체가 차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때, 차별적인 가치란 무료 디지털 콘텐츠와 아날로그 콘텐츠 모두에 대해 차별적이어야 하며, 부가적인 가치에 앞서 핵심적인 가치가 차별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료 콘텐츠에 보다 심층적인 기사, 탄탄한 스토리의 소설, 뛰어난 각본 및 연출의 영화 등 품질이 높은 콘텐츠라면 유료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로만 제공되는 콘텐츠에 한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제공되는 경우에는 고품질 콘텐츠라고 해서 유료화 성공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제공되는 콘텐츠가 동일할 경우, 예를 들어 종이책의 활자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e-Book, CD의 음악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MP3, 영화 필름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동영상 파일과 같은 경우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가 2가지 콘텐츠를 모두 구매할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량만큼 아날로그 콘텐츠의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설혹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아이튠즈 스토어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디지털 콘텐츠의 단가 하락과 아날로그 콘텐츠에서 디지털 콘텐츠로의 구매자 이동에 따른 매출 감소 모두를 상쇄하고도 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차별적인 가치는 유료화를 희망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최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적 차별화도 부가적인 가치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외면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 콘텐츠의 핵심 가치 관점에서 차별점이 있어야만 유료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TV 드라마, 소설 등을 보는 목적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이며, 신문이나 전문 잡지를 보는 목적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빠르고 편리한 다운로드, 보관과 이동의 간편함, 결제의 편리함 등과 같이 디지털 콘텐츠 이용 상의 부가적인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디지털 기술이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기계적으로만 결합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기계적 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올릴 수 있다. 전체 소비자의 15% 수준으로 추정되는 혁신적인 소비자는 다르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서 부가적인 가치의 차별화에도 충분히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의 85% 수준으로 추정되는 합리적인 소비자는 지불하는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기 때문에, 아날로그 영화 보다 더 재미있는 디지털 영화, 아날로그 신문 보다 더욱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신문과 같이 핵심 가치를 차별화해야만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즉, 디지털과 콘텐츠가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이용되는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것일까?
Ⅲ.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
아날로그 콘텐츠를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Convers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기계적 결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것이며, 아날로그 콘텐츠의 기본적인 뼈대만 유지하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재창조(Re-creation)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유지하되 이를 영화에 적합하게 각색하여 각본을 만들고, 배우를 섭외하여 장면을 촬영하고, 촬영된 장면을 편집하는 등 영화의 기법을 활용하여 살을 붙이는 작업을 수행하면, 소설의 스토리와 영화 기술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소설과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인 해리포터 시리즈가 책으로만 총 4억권 가량 팔리면서 약 3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화를 통해서도 약 54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거두었듯이, 디지털과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아날로그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충분히 아날로그 콘텐츠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적 결합은 기본 요건
화학적 결합을 논하기에 앞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기계적 결합은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라면 각 기기에 대한 최적화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 디지털 기기의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조작하는 방식 등이 상이하므로,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를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무료 콘텐츠로 구성된 웹사이트의 경우도 PC에서 이용되는 웹사이트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모바일 웹사이트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디지털 기기별 최적화는 유료화 여부를 떠나 디지털 콘텐츠라면 무조건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화학적 결합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패드용 콘텐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패드용 콘텐츠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종이 잡지보다 비싼 가격(4.99달러, 종이 잡지의 정가는 4.99달러, 1년 구독 시는 1권당 0.83달러)에도 불구하고 9일만에 73,000번(1달간 가판대 판매량은 약 82,000부, 정기 구독자는 약 67만명) 다운로드 되며 뉴스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와이어드(Wired)와 13.99달러라는 높은 수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e-Book 영역에서 유료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더 엘리먼츠(The Elements)의 경우, 공통적으로 2가지 방안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루었다고 보여진다. 첫번째는 책 또는 잡지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텍스트,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 동영상, 3D 그래픽, 인터랙티브 요소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융합(Mash-up)하였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막무가내로 융합한 것이 아니라 전체 콘텐츠의 맥락(Context)에 비추어 꼭 필요한 유형의 콘텐츠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융합형 콘텐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만 구현할 수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콘텐츠의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화학적 결합이라 부를 수 있다. 아날로그 콘텐츠는 텍스트를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종이)와 음악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매체(CD, 카세트 등)가 상이하여 텍스트와 음악을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가 없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모든 유형의 콘텐츠를 하나의 매체에 담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적절히 융합한다면 저장의 간편함과 같은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라 재미, 정보, 학습 등 각 콘텐츠의 핵심적인 가치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이어드의 커버스토리인 토이스토리3 기사에는 예고편 동영상을 배치하였고, 로드블럭스 기사에서는 자동차 레고 블록이 조립되는 과정을 터치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나인인치네일즈 기사 중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의 단계별 작업된 음악 자체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더 엘리먼츠의 경우도 종이책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원소에 대한 인터랙티브 3D 그래픽(눌러서 회전시켜가며 볼 수 있는 3D 그래픽)과 각종 동영상은 물론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노래까지 포함하여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배가시켰다. 물론 와이어드나 더 엘리먼츠의 아날로그 콘텐츠 자체도 품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유사한 품질의 타 콘텐츠 대비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관점에서 보면, 높은 품질의 기본 콘텐츠에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맥락에 맞추어 융합함으로써, 핵심 가치 측면에서 아날로그 콘텐츠 대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던 화학적 결합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사례로 언급한 전문 잡지, 교육용 서적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융합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음악 콘텐츠의 경우, 해당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 작곡가, 연주자, 가수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전달해 준다면, 소비자들은 아날로그 콘텐츠로 음악만 들을 때보다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해외 여행에서 미술관을 탐방할 때 가이드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감동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의 경우도 화면을 클릭하면 각 장면에 대한 설명, 등장하는 배우에 대한 정보, 사물에 대한 정보 등을 팝업으로 볼 수 있는 기능,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 각종 인터뷰와 같은 추가적인 동영상 등을 제공할 경우 아날로그 영화 또는 방송 콘텐츠만으로는 즐길 수 없던 차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및 영화 콘텐츠와 관련된 융합형 콘텐츠를 실제 구현한 사례가 애플의 ‘iTunes LP’와 ‘iTunes Extras’라는 디지털 콘텐츠 포맷이다. ‘iTunes LP’는 음악 콘텐츠와 음악에 대한 해설, 뮤직비디오, 각종 사진 등을 함께 담은 디지털 음악 포맷이며, ‘iTunes Extras’는 영화 콘텐츠와 다른 방식의 엔딩, 등장 배우에 대한 정보, 인터뷰 동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는 디지털 영화 포맷이다. 두 포맷은 2009년 9월 출시된 아이튠즈9(아이튠즈 스토어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의 가장 핵심적인 업데이트 내용으로 소개되었으며, 현재까지는 데스크탑과 애플TV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아이팟, 아이폰 등에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추후 아이패드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업데이트 된다면 급속히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
융합형 콘텐츠를 통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과 함께 연결성(Connectivity)을 활용한 화학적 결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선 및 무선 인터넷 등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디지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이를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가치의 증대에 활용하기 보다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료 케이블 방송을 제외하면 디지털 콘텐츠 중 유일하게 유료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경우와 같이 연결성을 활용하여 핵심적인 가치를 차별화 한다면 화학적 결합의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콘텐츠는 2008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580억달러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2009년 약 227억달러로 추산된 온라인 광고 시장의 2배 이상 되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이와 같이 게임 콘텐츠가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반적인 게임에 연결성을 추가한 온라인 게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최근 4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며, 불법 복제로 인해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 등의 시장이 매우 위축되어 있는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전체 게임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결성을 콘텐츠 유통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CD, DVD 등 물리적 매체를 통해 배포하는 콘솔 게임, PC 패키지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콘텐츠를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결성을 활용하여 사용자와 사용자가 온라인 공간 상에서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과 연결성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자체는 복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이미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서버 소프트웨어 또한 여러 해킹 수단을 통하여 복제할 수가 있다. 실제로 다수의 무료로 운영되는 불법 서버가 존재하며, 소비자는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불법 서버에 접속하면 동일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복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 서버가 불법 서버 보다 사용자 규모가 월등히 클 수 밖에 없고, 동일한 온라인 게임이라면 사용자가 더 많은 합법 서버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초 배포된 게임은 동일할지라도, 합법 서버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끊임 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Windows)에 대한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보안 취약성 및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정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불법 복제가 불가능해서라기 보다는 디지털 기술인 연결성을 통해 즐거움이라는 핵심 가치를 향상시켰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디지털과 콘텐츠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 외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도 연결성을 부여함으로써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화, TV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구매한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하는 동안은 SNS를 통해 친구들도 실시간으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교육 콘텐츠를 판매한 이후에도 새롭게 등장한 사례 또는 환경 변화로 인해 변경되어야 하는 내용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서비스는 영화와 TV 드라마의 재미, 교육 콘텐츠의 학습 효과 등 핵심 가치를 차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한 직후 고객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사업 모델에서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콘텐츠 사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업 모델임에는 분명하지만,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관계가 유지됨에 따라 광고, 추가 콘텐츠 판매, 관련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부가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료화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재창조는 반드시 투자를 수반
앞서 언급한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 즉 맥락을 고려한 콘텐츠 융합, 연결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결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뉴스 기사와 동일한 주제라도 발표자의 음성과 각종 도표,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곁들여진 파워포인트 자료가 더 풍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듯이, 동일한 내용의 교육 콘텐츠라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와 동영상 및 3D 그래픽 등 풍부한 시각적 요소가 있는 경우 이해도와 몰입도가 훨씬 높아지듯이, 동일한 영화라도 부가적인 정보를 통해 더 많이 알고 볼 때,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감정을 공유하면서 볼 때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화학적으로 결합된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에 아날로그 콘텐츠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재창조하는 수준으로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날로그 콘텐츠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투자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즉,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투자를 할 각오가 없이, 기존의 아날로그 콘텐츠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설혹 아날로그 콘텐츠가 매우 품질이 높아서 디지털 콘텐츠가 유료로 판매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추가적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모바일 기기의 확산 등으로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적인 개척가 정신을 품고 디지털과 콘텐츠의 화학적 결합으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LG Business Insight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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