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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7. 00:15
지난 10년간 글로벌 업종은 에너지와 금융의 위상이 확고해지고 전기전자와 음식료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반면, 국내는 여전히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선두 업종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국내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업종에 뒤쳐지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세계경제 호조 속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경영 환경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업종별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업종마다 순환주기가 다르고 경영환경도 업종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매출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를 영위하던 업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하기도 하고, 미미한 정도로 존재했던 업종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업종 판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업종의 판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이와 비교하여 국내 업종은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파악해보기로 한다.
 
에너지·금융 뜨고, 전기전자·음식료 지고 
 
업종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업종의 분류는 ‘글로벌표준산업분류; 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GICS)’를 기준으로 국내 표준산업분류와의 유사성을 감안하여 주요 업종 18개를 선정하였다. 업종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표본은 10년 전인 1996년과   최근 시점인 2006년에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연도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업종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업종대표군으로 선정하였다. 업종별 매출액 100대 기업에는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도적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되므로 이들의 변화가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보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10년 전인 1996년에는 자동차의 매출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에너지, 전기전자, 음식료, 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최근에는 그 순위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에너지가 자동차를 제치고 가장 큰 매출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그 뒤에 은행이 포진하고 있다. 에너지 10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1996년 8,213억달러에서 2006년 35,009억달러로 10년 동안 무려 4.3배가 증가하였다. 최근의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따른 에너지 기업들의 매출증대가 이러한 결과에 크게 기여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에너지의 뒤를 이어 은행, 보험, 복합금융(Diversified Financials) 등 금융업 3총사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복합금융은 과거에 비해 3.7배, 은행은 3.5배, 보험은 3.3배 증가하였다. 복합금융에는 증권회사, 투자은행, 지주회사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투자은행의 실적개선이 복합금융의 매출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거에 3, 4위의 매출규모를 자랑하던 전기전자와 음식료의 위세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음식료는 10년간 매출규모가 겨우 1.6배 증가하여 성장성 측면에서 최하위를 보이고 있고, 전기전자도 1.8배 증가했을 뿐이다.
 
가장 돈 잘 버는 업종은 에너지와 금융 
 
기업 측면에서는 매출규모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익을 얼마나 남기느냐가 내실과 관련하여 더욱 중요하다. 글로벌 업종의 이익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의 최종이익인 당기순이익을 통해 살펴 보았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는 매출규모의 변화와 비슷하지만 이와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6년에는 에너지가 가장 큰 규모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고, 은행, 음식료, 제약바이오, 전기가스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와 은행은 여전히 가장 돈을 잘 버는 업종을 기록하고 있으나 음식료, 제약바이오, 전기가스 대신 복합금융, 보험 및 철강금속이 새롭게 상위업종으로 들어 왔다. 특히 철강금속은 이익이 10.4배가 증가하여 글로벌 업종 중 최고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 밖에 운송, 건설, 소프트웨어 등도 이익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높은 이익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과거에 가장 큰 매출규모를 자랑하던 자동차는 과거에도 순이익이 매출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으나 최근에도 순이익이 겨우 1.8배 증가하여 증가율 측면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성에 수익성 뒷받침된 업종, 시가총액도 급증 
 
매출과 이익규모에 이어 시장가치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성장성과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업종이 시장가치도 높게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최근의 매출액과 순이익의 변화와 일관되게 은행과 에너지의 시가총액이 제약바이오를 제치고 가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에 시가총액이 가장 큰 업종은 제약바이오였다. 제약바이오는 최근 들어 그 시장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기는 하였으나 매출이나 이익규모에 비해서 여전히 막대한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미래 성장성에 대한 주식시장의 긍정적 기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밖에 과거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던 전기전자와 음식료를 제치고 최근에는 복합금융과 보험이 새롭게 편입되면서 금융업의 시장가치를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는 과거에 비해 순위에 큰 변동 없어 
 
글로벌 업종이 이러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 국내 업종은 어떠한 특징을 보이고 있을까? 글로벌 업종과 비교하여 국내 업종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당연도 업종별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을 업종대표군으로 선정하여 분석을 해보았다.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를 중심으로 글로벌 업종과 대응되는 업종을 선택하고 이 중 해당 종목수가 10개가 되지 않는 업종을 제외한 최종 15개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과거 국내업종은 글로벌 업종과 달리 종합상사가 포함된 유통의 매출규모가 월등하였고 전기전자, 자동차, 은행, 건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유통을 제치고 가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운송이 새롭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유통의 매출규모가 줄어든 것에는 유통업 매출인식기준이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바뀐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유통업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업종에서 최근 들어 높은 매출성장세를 보였던 복합금융 및 보험과 달리 국내는 금융업 중 은행을 제외한 증권과 보험은 상대적 매출규모가 작은 편이다.  
 
글로벌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유통과 운송이 국내에서는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매출액의 증가율 측면에서는 규모는 아직 작지만 소프트웨어의 빠른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다. 소프트웨어는 1996년에는 해당 기업이 10개가 되지도 않았으나 1997년 매출액 3,273억원에서 2006년 27,956억원으로 8.5배 증가하여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증권의 매출규모도 4.8배 증가하여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종의 경우 글로벌 업종과 달리 과거나 현재나 업종별 수익성 및 시장가치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거 돈을 많이 벌어 들이던 은행, 전기전자, 철강금속, 유통 등이 현재에도 가장 돈을 잘 버는 사업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몇몇 초우량 대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가총액은 과거나 현재나 전기전자와 은행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와 건설은 그 위세가 약화되었고, 유통과 운송의 시장가치는 확대되었다.  
 
대부분 업종 글로벌에 비해 수익성 저조 
 
마지막으로 글로벌 업종과 국내 업종의 수익성 격차는 어떠한지 비교해보았다. 업종별 글로벌 100대는 전세계적으로 해당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군이라고 할 수 있고, 국내 10대는 우리나라에서 해당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표본기업군의 비교를 통해 국내업종의 수익성이 글로벌 업종의 수익성에 비해 얼마나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다.
 
업종별 수익성을 매출액영업이익률을 통해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영업적자를 볼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하였으나 2003년 이후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회복되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과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기전자는 2004년까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여 왔으나 최근 2년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화학, 철강은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기업의 수익성이 더 높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 상황이 역전되고 그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최근 들어 고유가 및 환율 등 경영환경 악화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우려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 밖에 국내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업종인 소프트웨어도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그 수익성의 수준이 좀처럼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종 변화 차이는 인정하되 수익성 제고 노력은 필요 
 
10년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글로벌 업종의 판도는 바뀌었다. 음식료와 전기전자의 위상이 낮아진 반면 에너지와 금융이 선두 업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국내업종은 과거나 지금이나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선두업종을 유지하면서 글로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변화가 덜한 모습이다.
 
업종의 특징은 국가마다 처한 산업구조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글로벌 업종과 국내 업종의 변화 모습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금융업의 경우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에 따른 증권산업 개편과 생보사 상장 등 제도적 변화에 따라 글로벌 업종과 유사하게 변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다만 유사업종간 비교에 있어서 수익성에 차이가 난다면 이는 분명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글로벌 업종에 비해 그 수익성이 뒤쳐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국내 업종의 수익성이 더 양호했으나 최근 들어 급격하게 수익성이 취약해진 업종이 많다는 것은 국내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관련하여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 주간경제 9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