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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2. 23:45
美 패스트푸드점 ‘인앤아웃버거’ 제품군·서비스 유형 단순화했더니
성장률·영업이익률 다른 업체 압도
‘대박 식당’ 일수록 메뉴 수 적듯 단순화가 기업 성공의 지름길
제품·서비스 수 단순한 기업이 복잡한 기업보다 성장률 1.7배 높아


끝없이 다양해지는 고객욕구와 이를 충족시키려는 기업들의 제품·서비스 혁신활동. 이 둘 간에는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함정이 존재한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과도한 신제품·서비스 개발에 나설 경우, 혁신의 과잉으로 복잡성만 높아지게 된다. 식당의 메뉴가 많다고 손님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혁신이 복잡해지면 매출성장률은 떨어지고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과잉혁신의 부작용인 복잡성을 감소시키려면, 또 복잡성 관리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인앤아웃(In-N-Out)버거’ 매장에 들어서면 ‘4’라는 숫자가 쉽게 눈에 띈다.우선 제품군(群)이 버거·프렌치 프라이·셰이크·소다 등 4종류로 단순하다. 경쟁업체인 웬디스가 버거·치킨·콤보·프렌치 프라이·샐러드·음료 등 10여 가지의 제품군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앤아웃버거는 제품군 자체는 단순화하되, 소비자들이 개성과 취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각 제품군별로 다양한 소스·첨가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인앤아웃버거는 점포의 인테리어 색깔도 빨강·노랑·회색·흰색 등 4색을 쓰며, 매장직원 4명, 계산대 4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점포 규모가 큰 곳은 매장 직원이나 계산대의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표준 매장 기준으로 4가 기본이다. 4라는 수는 인앤아웃이 복잡성(complexity)을 최대한 줄이고 단순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인앤아웃처럼 기업경영을 단순화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재료구매, 제품제작, 고객서비스 등 각 부문의 역할이 훨씬 명확해질 뿐 아니라, 표준화의 장점을 살려 구매나 관리비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버거킹 등 경쟁업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메뉴를 출시하고 매장 인테리어의 변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인앤아웃은 단순화 전략으로 수익성과 매출을 동시에 늘리는 데 성공했다. 캘리포니아·애리조나·네바다 등에 약 200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인앤아웃 버거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공시 자료는 없지만, 매출 성장률이 업계 평균의 2배, 영업이익률이 무려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라는 숫자가 모든 업종의 기업에 이상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각 회사별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기업경영의 복잡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점이 존재한다. 회사 근처의 대박 식당일수록 메뉴 수가 적은 현상은 익히 경험하였을 것이다. 메뉴가 많다고 손님 수가 늘어나거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게 아니다. 이 원리는 큰 기업을 경영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 복잡성은 비용증가와 매출부진의 주범

제품군과 서비스 유형은 너무 적어도 안되지만, 반대로 과도하게 많아도 기업에 해가 된다. 베인&컴퍼니 연구결과, 제품·서비스 수로 측정되는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매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패스트푸드·화장품·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컴퓨터 하드웨어·철강·의료기기 등 전 세계 12개 산업군의 7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복잡성이 낮은 기업이 높은 기업보다 매출성장률이 1.7배 높았다. 각 기업들도 복잡성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960개 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나친 복잡성이 비용상승 및 성장둔화의 요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81%에 달했다. 반면 임원들 중 복잡성을 야기하는 근본 원인을 이해한다는 대답은 28%, 복잡성 때문에 치러야 할 비용을 이해한다는 대답은 19%에 그쳤다. 복잡성의 부작용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문제를 적극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 혁신은 필수,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군을 다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제품·서비스를 개발하려는 혁신 노력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혁신이 매출과 수익성 증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자체로 오인돼 복잡성만 증가시키고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혁신이 목적으로 둔갑할 경우 혁신의 비용과 수익에 대한 분석이 경시돼, 고비용 저효율의 혁신이 양산될 수 있다. 서비스 업체와 지식 기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한 이동통신 업체는 연령·소득수준 등이 천차만별인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요금별로 혜택을 차별화한 1000여 종의 서비스를 개발했다가 낭패를 봤다.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이 1000여 종의 서비스를 모두 이해한 후 고객의 욕구(needs)에 맞는 서비스를 추려내 권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전(全) 고객만족’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다양한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군을 다변화하려는 혁신활동이 어째서 오히려 복잡성을 증가시켜 기업에 해를 끼치게 될까? 무조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주범이다. 비용과 수익을 고려하지 않은 맹목적인 고객만족은 혁신을 독(毒)으로 변질시킨다. 흔히 기업들은 구매자들이 선택의 폭(상품구색)에 부여하는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들은 상품 구색을 중시한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기업들은 무분별한 상품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은 이 같은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서비스 구색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글로벌 식품업체인 H.J.하인즈는 “복잡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목표하에 ‘혼잡성 제거(Remove the Clutter)’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적극적인 M&A(인수·합병)와 브랜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3만개로 불어난 SKU(stock keeping unit·상품 가짓수)를 줄이는 게 발등의 불이었다. 하인즈는 비용·수익분석을 통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에서 철수, SKU를 2만개로 줄였다. 상품 구색의 축소는 제조·포장·원자재·구매비용 절감으로 이어졌고, 수익성 높은 상품으로 매장 진열대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 혁신과 복잡성의 균형점 찾으려면

복잡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혁신의 균형점을 찾는 데는 다음 3가지 접근방법이 유용하다. 첫째, 복잡성 비용을 제로(0)인 시점에서 재측정하라. 이는 상품이 단 하나만 존재할 때의 복잡성 비용을 0으로 놓고, 추가로 상품을 도입할 경우 공정이나 비용, 품질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 비교·평가하는 것이다. 상품별로 수익기여도를 파악해 수익성이 낮은 상품을 퇴출시키는 ‘꼬리 자르기’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만 수익 기여도가 마이너스인 ‘꼬리’ 상품 중 전략적 차원에서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유지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미끼상품(loss leader)은 남겨두어야 한다. 둘째, 고객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복잡성이 높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고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소수의 상품에 집중한다. 셋째, 혁신을 추구할 때 복잡성을 멀리한다는 원칙을 미리 세워라. 불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남발을 예방한다는 원칙을 세워두면 혁신이라는 수단이 목적으로 전도되는 현상도 줄어든다.

■ 복잡성의 부활 막는 것도 중요

어느 한순간에 복잡성을 제거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혁신이나 고객욕구 변화 등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복잡성이 다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최소화시킨 복잡성이 부활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① 최소기대수익률(hurdle rate)을 높여라

신상품의 최소기대수익률을 높이면 마케팅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SKU를 추가하기가 어려워지고, 혁신활동의 규율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영업이익률이 15% 가량인 한 글로벌 선도 의류업체는 혁신상품의 최소기대수익률을 25%로 높이고 이 기준을 넘는 신제품만 출시하고 있다. 제품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복잡성 비용까지 감안해 수익률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한 것이다.

② 복잡성 발생시기를 최대한 늦춰라

R&D에서 시작해 디자인·구매·제조과정을 거쳐 물류와 서비스에 이르는 가치사슬에서 복잡성이 나중 단계에서 발생할수록 복잡성 비용은 줄어든다. 이 원리는 내구성 소비재와 산업재 부문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③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라

복잡성 관리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생산공정과 비용부문에 복잡성이 뿌리내리기 전에 뽑아내는 게 필요하다.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 책임자를 두고, 이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④ 균형점을 유지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라

복잡성과 혁신의 균형점은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다. 예컨대 생산과 유통의 노하우가 축적될수록 복잡성 비용은 절감된다. 또 고객의 욕구 변화에 따라 상품구색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주기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수익을 내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BAIN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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