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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15. 00:25
필름업계를 양분했던 코닥과 후지가 전혀 다른 길을 갔다. 결국 한 쪽은 경영성과가 악화되며 파산보호 신청이라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한 쪽은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 핵심 사업에 집중한 코닥과 핵심 역량에 집중한 후지의 전략적 차이가 가져온 결과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을 일컬어 “코닥순간(Kodak Moment)”라고 한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하고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이전까지 필름 카메라로 이미지를 캡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한 세기에 걸쳐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의 ‘Kodak Moment’의 역사는 지속되었다. 

코닥의 사업영역은 단순히 필름 및 아날로그 카메라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코닥은 설립 이후 꾸준히 사진 및 영상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게다가 코닥은 조지 이스트만이 회사를 창업했을 당시부터 임직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와 폭넓은 기부 활동 등 상당히 앞선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경영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코닥 미국 법인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최근에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코닥에 주목하게 되었다.  1990년 이후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존 아날로그 사업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코닥은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디지털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출시하고 관련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아날로그 기업이라는 관점으로만 131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장수기업의 오늘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131년 장수기업 코닥의 최근 30년 

코닥은 관련 업계를 넘어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1917년 창간한 포브스지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1987년 미국 주요기업들의 변화를 다루었을 때, 70년 동안 시가총액의 평균 성장율이 시장의 평균 성장율을 상회한 기업은 GE와 코닥 단 두 기업뿐이었다. 

코닥의 사업 환경과 경영 성과는 창립 100주년을 맞은 1980년 이전과 이후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1980년 이전 코닥은 다각화 보다는 필름 및 필름 카메라를 주력 사업으로 하여, 필름 사업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1981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후지, 아그파, 코니카 등 경쟁 기업들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1981년 소니가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게 되면서, 경쟁 환경과 시장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된다.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한동안 기존 사업에서의 외적인 성장은 지속되어 1992년 2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게 되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89년에는 이익율이 전년 대비 급격하게 떨어지고(1988년 17%, 1989년 9%), 1990년에는 14년 간 지속되어 온 폴라로이드 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서 8억 7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매출은 점점 감소하였고, 2005년 영업적자로 전환되었다. 

100년간 주력 사업에 집중해서 시장을 선도해 온 코닥의 최근 30년의 행보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 측면에서 다음 두 가지로 특징지어진다. 
  
● 환경 변화 인식 100년 동안의 1등 기업의 지위가 오히려 독 

2008년 매슈 S.올슨과 데릭 반 베버는 대기업 매출 성장에 터닝 포인트가 되거나 상당한 매출 둔화 현상이 일어나는 특정 시점을 의미하는 ‘Stall Point’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코닥의 사례를 한 예로 들었다. 저자는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시장 선두주자 자리에 대한 과신’이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코닥도 선두기업의 위치에서 경쟁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사로부터의 위협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지적하는 코닥의 스톨은 1973년으로 이 때는 경쟁사인 후지필름이 독자브랜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다음 해이다. 후지는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에 진입했으나, 당시 선두기업이던 코닥은 이러한 상황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별다른 대응없이 기존의 제품 판매 정책을 고수하게 된다. 결국 이후 후지 필름은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게 되고 미국에서 열린 1984년 LA 올림픽의 공식 후원업체의 자리까지 차지하게 된다. 

1980년 이후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는 코닥의 자세도 이와 유사하다. 아날로그 필름 사업에서의 절대 강자라는 위치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고도 시장의 변화보다는 기존 사업의 성과에 안주하려 했고,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인지하고 난 후에도 기존 사업에 대한 믿음을 계속 고수하였다. 2005년 경쟁사인 후지가 필름 사업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달리 코닥 필름 프로덕트 부문의 매출은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 환경 변화 대응 보유 역량 강화보다 외부 역량 흡수에 치중 

필름 및 필름 카메라 영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 코닥은 1980년 이후 합작투자,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1990년 이후에도 M&A의 목적이 사업 영역 확대에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을 뿐 내부 역량 강화보다 외부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의 기본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1980년 이전 코닥의 사업영역의 핵심은 필름 및 카메라였지만, 화학 부문에서 유기화학 물질이나, 음료수 병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등 신규 사업도 일부 전개하고 있었다. 이 후 1986년 소비자 전지 시장, 건강 관리 비즈니스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등 코닥의 사업 영역은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다. 그러나 기존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1994년 영상과 무관한 의료 관련 비즈니스를 처분하고 모든 초점을 영상 비즈니스에 맞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화학약품 시장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 1988년 51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던 Sterling Drug를 1994년 원래 인수 가격의 절반 금액에 매도하는 등 손해를 입게 된다. 

코닥의 제휴 및 M&A 전략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역량 확보 과정에서 더욱 강도 높게 나타난다. 2001년 코닥은 온라인 사진 서비스 업체인 Otofo 인수를 시작으로, 대형 잉크젯 인쇄 업체인 Encard(2002년), Scitex Digital Printing(2004년)의 인수를 완료했다. 같은 해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인 Chinon Industries의 의결권도 확보하고, National Semiconductor의 영상 센서 비즈니스를 인수하였다. 반면 디지털 영상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방위 및 항공우주 관련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자사의 Remote Sensing System은 ITT Industries에 매각하였다.  또한 무선 통신 시대에 관련 기술에 접근하고 고객을 확장하기 위해, Cingular Wireless, Nokia, Verizon Wireless 등과도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하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코닥은 여러 조직을 인수하고 매각하면서 역량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기존 사업 영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내부 역량 강화 없이 외부 역량을 조합해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려 했던 코닥의 전략은 막대한 비용만을 발생시켰을 뿐이었다. 
  
코닥과 후지의 오늘을 가른 전략적 차이 

코닥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필름 및 필름 카메라를 주력 사업으로 했던 후지는 동일한 시기를 지나오면서 코닥과는 반대로 매출은 성장하고 기업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코닥과 후지의 오늘을 가르게 된 전략적 차이는 무엇이었는가. 
  
① 디지털 환경의 변화, 위협인가 기회인가 

이미 1975년에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코닥은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기존 사업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디지털화도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닥의 예상과 달리 1981년 소니가 최초의 상업용 디지털 카메라인 ‘Mavica’를 출시한 이후 카메라 분야에서의 디지털화는 급진적으로 전개되었고, 휴대폰 카메라까지 점점 고사양화되어 필름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게 되었다. 결국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던 당시 점진적으로 디지털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친 코닥은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디지털화를 위협으로만 인식한 코닥의 전략적 실패는 대응 방법에서도 나타난다. 코닥은 뒤늦게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면서 급진적인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지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필름 및 필름 카메라 사업에서 얻어왔던 이익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한 예로 코닥은 어드밴틱스 프리뷰(ADVANTIX PREVIEW)라는 필름이 필요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는 필름에 포착되고 카메라 뒤쪽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즉시 사진을 확인 할 수 있는 필름이 결합된 디지털 카메라였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사면서 코닥에 필름 가격을 지불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 제품은 결국 막대한 연구 비용만 허비하게 했을 뿐이다. 

코닥이 디지털 환경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동시에 기존 사업을 좀 더 유지하고 이끌고 가려고 했다면, 후지는 과감하게 기존 사업을 포기하고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후지는 재빠르게 사업 구조를 변화시켜 나갔다. 그 동안 회사의 주력 부문이었던 필름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평판 디스플레이, 화장품, 제약 등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현재 후지의 매출에서 사진필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던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후지에게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② 시장에 기반한 다각화, 역량에 기반한 다각화 

코닥은 디지털 환경을 단순히 위협으로만 인식하였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자체적으로 디지털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시장의 변화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하기 보다,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하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기존 핵심 역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반면, 똑같이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 후지는 필름 사업에서 화학, 디스플레이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때 철저하게 자신들의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하였다. 사진 변색을 막는 항산화 기술을 화장품 산업에 응용하였고, 기존 카메라 필름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필름 개발에 응용하였다. 현 후지의 CEO 고모리 시게타카의 2006년 인터뷰 내용이 후지의 사업 다각화의 핵심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후지 필름이 항상 조금씩 앞서갈 수 있는 그러한 지속적인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나 강점이 있으면 진출하겠다는 것이 신사업 진출의 판단 기준이다.” 
  
③ 단기 성과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흔히 주주기반의 미국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 의해 경영진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1983년 코닥 CEO에 취임한 콜비 챈들러 이후, 현재의 안토니오 페레즈는 5번째 CEO이다. 각각의 CEO 들의 교체 시기를 보면, 매출이 감소 혹은 정체되거나, 이익율이 크게 낮아지는 등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순간들이었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포기하지 못한 CEO들은 디지털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한 편으로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였다. 1993년 CEO의 자리에 오른 모토로라 출신 조지 피셔 또한 마찬가지였다. 앞서 언급한 필름이 필요한 디지털 카메라 어드밴틱스 프리뷰가 그의 작품이다. 

반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후지의 CEO 자리에 있는 고모리 시게타카는 1980년 취임한 오오니시 미노루 이후 3번째 CEO이며 1934년 창립 이후 7번째 CEO이다. 후지의 평균 CEO 재임기간은 10년이 넘는다. 고모리 시게타카의 경우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취임초기 두 자리수 이익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지게 되지만(2000년 3월 결산 영업이익율 10.4%, 2006년 2.6%)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 역량에 기반한 사업 확장이라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2008년 3월 결산 기준으로 2조 8천 억엔이라는 최대 매출을 달성하게 된다. 주주로부터의 단기 성과에 대한 압력이 적은 일본 기업이기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두 기업의 명암에서 얻는 교훈 
  
● 필요하면 자신의 강점도 딛고 넘어서야 

조지 이스트만은 연필처럼 사용하기 쉬운 카메라를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실제로 1888년에 코닥 카메라가 출시된 후, 조지 이스트만의 생각대로 사람들은 버튼만 누르면 되었고, 나머지는 코닥이 알아서 해주었다. 이는 코닥의 사업이 단순히 필름회사가 아니라, 사진과 관련하여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고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되자 코닥은 당시 가장 매출 비중이 높고 마진이 높았던 아날로그 필름 시장이 위협을 받게 되면서 자사의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필름이 아닌 사진 및 영상 산업 전반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했다면, 디지털 환경을 오히려 사업 확대의 기회, 동시에 선두 기업으로서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닥이 흑백 필름으로 시장을 독점하며 많은 이익을 얻고 있을 무렵 1900년대 초 유럽에서 칼라필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칼라필름은 비용이나 품질 면에서 흑백필름에 많이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흑백필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던 코닥은 칼라필름의 시장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고 칼라필름 연구에 돌입해 결국 칼라필름 시장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물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흑백필름이 칼라필름으로 바뀌는 것보다 더 혁신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기존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던 상황에서 다가올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였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 선택과 집중은 핵심 역량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은 수십 년간 강조되어 온 기업의 핵심적인 성공 전략이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핵심사업에 집중해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코닥이 핵심 사업이었던 전통적인 필름사업에 집중한 100년 동안 코닥의 경영성과는 탁월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코닥의 상황만 보고 핵심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코닥과 후지의 차이는 필름 사업을 끝까지 고수했는가, 포기했는가가 아니다. 코닥은 전통적인 핵심사업에 집중한 반면, 후지는 핵심사업에서 가지고 있었던 핵심 역량에 집중했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도 코닥은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에서의 자신들의 역량에 집중하기 보다 외부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후지는 핵심 사업인 필름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필름 사업에서 쌓은 핵심역량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화하면 특정 제품이나 사업 영역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도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은 환경의 변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다. 
  
● 급변하는 시장 환경일수록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우리나라 평균 CEO의 교체주기는 2년 7개월이다. 앞서 살펴 본 코닥이나 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를 갖는다. 전문경영인은 성과에 의해 평가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과감한 도전을 하면서도 현재의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업은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체질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디지털화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한 쪽에 필름 사업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한 코닥의 사례와 과감하게 구조 개혁에 나선 후지의 사례에서 보듯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영성과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할 수 있는 경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LG Business Insight 1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