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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15. 00:32
회사명: 폰티피시아 폰데리아 마리넬리(Pontificia Fonderia Marinelli)
설립 연도: 서기 1000년
소재지: 이탈리아 아뇨네(Agnone, Molise, Italy)
종업원 수: 12명(이중 혈연관계의 가족 4명)
주요 인력: 아르만도 마리넬리(형 51세), 파스콸레 마리넬리(동생, 41세) 형제가 공동 운영

미국 패밀리비즈니스 발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0대 기업에 이탈리아 기업이 무려 6개나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명문은 1000년도부터 현재까지 종(Bell)을 만들어온 주물기업 마리넬리이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마리넬리는 프랑스의 와인 명가 샤또 드 굴랭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 두 번째의 장수기업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종업원이 12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연간 50개 이상의 종을 만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등에 널리 수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울리는 1000년의 전통 종 제작소
마리넬리는 이탈리아 아펜닌 산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자리잡은 주조소이다. 마리넬리는 원래 베네치아의 수공업 장인이었으나, 아뇨네 지역의 부자들이 요청하여 이 곳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마리넬리의 종은 대부분 가톨릭 성당에서 사용되는데, 현재 아뇨네 지역의 14개 성당에 있는 100여 개 종들이 모두 마리넬리의 작품이다.

마리넬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두 개의 종이 있다. 하나는 마리넬리의 천년 역사를 증명하는 천 년의 종이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천년 전 종을 만들던 장인들의 신에 대한 경건함과 소탈한 마음이 느껴져 시선을 계속 잡아두는 묘한 종이다. 두 번째는 몬테까시노 수도원에 있는 종이다. 이 종은 원래 1800년 대에 마리넬리가 만든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당해 마리넬리가 다시 만들었다. 몬테까시노 수도원은 성 베네딕토를 모시는 곳으로 이탈리아 내에서도 권위가 높은 수도원이고, 폭탄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성 베네딕토의 무덤이 무사하여 '술치사 레시토' 정신(죽어 다시 부활한다)이 살아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 깊은 곳에서 마리넬리는 몬테까시노 수도원의 종을 다시 주조하는 일을 맡으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졌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피사의 종부터 쥬빌레오 종까지 종의 신화를 완성
마리넬리는 로마 교황청이 가장 선호하는 종을 만들고, 피사의 사탑의 종부터 국가 기념일을 기념하는 종을 모두 만들면서 천 년의 역사와 함께 종의 신화까지 완성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의 종 제작소
1924년 로마 교황청의 종을 만든 이후 로마 가톨릭 교회 90% 이상이 마리넬리에서 만든 종을 선호하고 있다.

마리넬리에서 제작한 피사의 사탑 스윙벨
수직선으로부터 약 4.1미터 기울어져 있는 피사의 사탑은 두오모의 종탑으로 건설되었으며 그 탑에 설치된 7개의 스윙 벨은 모두 마리넬리에서 제작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폭격으로 파괴된 종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이 종 하나의 무게는 무려 600kg에 달한다.

국가 기념일과 함께 하는 마리넬리
1961년에는 이탈리아 통일 100주년을 기념한 종을 만들었고, 1992년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지 5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한 종을 제작했다. 이후 2000년에는 성 피터스 광장에 걸려있는 쥬빌리 종(Jubilee Bell)을 만들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바쳤다.

천년 종 명가의 비밀과 비결
천년 종 명가의 비밀은 ‘종소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에서 시작된다. 종을 주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형태의 주물을 만드는 과정만은 아니다. 기본적인 형태를 만드는 일 외에도 디자인, 그리고 종소리까지 미술과 음악이 모두 결합된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마리넬리는 종소리 하나, 종 디자인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천년 종 명가의 비결은 ‘삶에서 배우는 후계자 교육’을 들 수 있다. 현재 마리넬리는 형인 아르만도 마리넬리와 동생 파스콸레 마리넬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10살 터울의 두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공장에서 뛰어 놀고 일을 익히며 가업을 이어받게 되었다. 그들에게 종 만드는 일은 어려서부터 보아 온 생활이었고 종을 만드는 기술 또한 지식이 아니라 놀이였다. 그들은 벽돌공부터, 목수, 디자인, 조각, 판매, 영업까지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 마리넬리는 존경의 정신으로 지금껏 존재할 수 있었다는 동생 파스콸레의 말처럼 형제는 서로를 존중하며 기업을 세계적인 마리넬리로 확장시키고 있다. 형의 장남은 나폴리의 미술아카데미에 다니며 아버지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고, 차남도 벌써 작업장의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장수기업들은 크게 ‘한 우물 기업’과 ‘변신 기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마리넬리는 이미 살펴보았던 콘고구미와 호시료칸처럼 ‘한 우물 기업’이다. 한 우물 기업들은 대부분 소규모 가족기업으로 시작해 여러 세대가 지난 후에도 ‘가족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고 가문의 전통을 중시한다. 마리넬리도 시대 변화를 읽고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지만 ‘본업을 중시한다’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다. 핵심을 잊지 않고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