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및 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적 제휴를 효과적인 혁신 수단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객들의 요구가 복잡·다양화하고 있다. 산업 기술의 변화 속도 역시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이라도 신속한 시장 대응과 차별화로 대응하지 않고는 존립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 환경이 거칠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 선도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기업이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갖추고 있어야 할 필요 내부 역량을 증대시킨다. 이는 곧 기업의 잠재적 사업 위험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기존의 내부 역량 중심의 자생적 성장(Organic Growth)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Open Market Innovation)으로 성장 전략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개방형 혁신의 한 가지 대표적 방법인 전략적 제휴의 최근 동향을 짚어보고, 전략적 제휴를 성공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전략적 제휴의 동기와 형태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은 크게 내부 개발 역량에 의존하는 자생적/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방식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략적 제휴는 비유기적 성장 가운데 인수·합병을 제외한 방식, 즉 비(非) 지분참여형 제휴, 지분참여형 제휴와 합작투자 등을 통칭한다(<그림 1> 참조).
흔히 가장 전형적인 ‘비유기적 성장’ 방식으로 이야기 되는 것이 인수·합병이다. 그런데 미국계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매출액 가운데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발생한 금액의 비중이 1980년 2%에서 2005년 30%가량으로 증가했다. 전략적 제휴를 빼놓고는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전략적 제휴의 동기 또한 큰 변화를 겪었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과거에 전략적 제휴의 주된 동기는 기존사업의 확장을 위한 기술과 시장의 교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규 사업 진출이나 신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 사례가 더 많아졌다. 즉, 기업들 간의 단순한 상호 역량 교환 형태에서 역량 공유를 통해 신 사업이나 신제품 개발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의료, 미디어, 정보기술(IT)산업 등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 군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 제휴의 형태 측면에서 살펴보면 최근 10여 년간 합작투자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그림 3> 참조). 전략적 제휴 가운데 합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8년 42%에서 1995년 62%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3년 현재 10%에 그치고 있다.
합작투자의 비중이 감소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합작투자가 역량 교환을 통한 시장 확대의 수단으로는 적합하지만 신 사업 추진 수단으로는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합작 투자는 다른 제휴 형태와 달리 관련 당사들간의 신규 법인 설립에 따른 법률 비용과 자산 공유에 따른 관리 비용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합작 투자는 다른 형태의 제휴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다. 합작투자는 소유권의 완전한 통제라는 장점을 갖춘 인수·합병과 유연성이라는 강점을 가진 제휴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어중간한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전략적 제휴 방법으로 신규법인 설립 부담이 없는 형태가 합작투자보다 효과가 크다는 점은 다양한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전략적 제휴의 장점
내부개발이나 인수·합병 등 다른 성장전략과 비교할 때 전략적 제휴가 갖는 장점은 시간과 자원 동원 측면의 유연성에 바탕해 빠른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전략을 최종 결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준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험 부담이 큰 최종 의사결정 이전에 전략적 옵션에 대한 유용성과 가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Novartis와 Eli Lilly 등 글로벌 제약 업체들이 외부 연구소 등과 함께 신약을 개발할 경우 일단 제휴 관계를 맺고 협력을 하다가 완성품 개발 직전 단계에서 시장성 등을 고려해 인수 등을 통한 기술의 내재화나 지분 참여 또는 제휴 계약 연장 등을 결정한다.
둘째, 자원 선택의 유연성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부분 만을 외부 제휴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선택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Sony의 경우 IBM과 ‘Cell Processor’ 기술 개발 제휴를 통해 IBM의 최신 프로세스 관련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인 PlayStation 3에 장착하여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전략적 제휴가 실패하는 주 원인
이러한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전략적 제휴에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전략적 제휴 추진 과정에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때 제휴 대상 기업에 대한 사전 평가와 협상, 그리고 계약 체결을 하는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한다. 그리고 정작 제휴의 운영과 관계 유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Vantage의 연구에 의하면 전략적 제휴의 약 70%는 실패로 끝난다. 이 가운데 64%가 계약 이후 운영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실패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둘째, 전략적 제휴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인식이나 운영은 경쟁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협력의 개념인 전략적 제휴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이나 실천은 미흡하다. 이 때문에 제휴 파트너와 더불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전략 제휴의 성공 포인트
제휴 과정에서의 비효율적 자원 사용, 제휴에 대한 인식 미흡, 체계적 관리 부족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효율적인 자원 사용을 위한 개방형 인프라의 활용과 제휴 포트폴리오의 관리, 그리고 제휴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제휴 관리 역량을 재정의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1.개방형 인프라의 적극 활용을 통해 제휴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라
개방형 인프라의 활용이란, 광범위한 네트워크 환경을 활용해 필요 역량을 파악하고 제휴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제휴 파트너 탐색은 보완이 필요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역량을 갖춘 기업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제휴 상대 기업의 규모나 해당 분야에서 전반적 평판 등을 기준으로 제휴 여부를 결정하였다. 이는 정보 접근의 한계성과 제휴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동적인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접근 가능한 정보의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제휴가 필요한 역량 및 파트너 기업을 탐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소비재 기업인 P&G는 C&D(Connect & Develop) 모델을 통해 신규 사업이나 제품 개발에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발굴부터 공정 혁신을 위한 파트너 탐색까지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6개의 네트워크 허브를 전 세계에 걸쳐 세워놓고, 필요한 역량과 파트너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하여 내부의 필요한 기능과 연결한다. 이를 지원하는 NineSigma라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갖춤으로써 외부의 일반 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 등을 연결해 필요한 역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순 정보부터 구체적 사업 계획서까지 관련 정보를 빠르게 공유함으로써 제휴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로 P&G의 신제품 개발의 약 45%가 C&D 모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제휴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구조조정하라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2004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70%가 ‘현재 맺고 있는 전략적 제휴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그런데 전략적 제휴의 구조조정은 한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업 단위의 구조조정에 비해 2~3배의 노력이 소요된다. 왜냐하면 상이한 의사결정 조직을 가진 복수의 파트너들이 참여를 하며, 제휴에 대한 재협상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략적 제휴 사례를 보면 초기 계약서에 구조조정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계약서의 재작성 등에 추가적인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내의 다양한 전략적 제휴 포트폴리오들이 어중간한 형태로 관리되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법은 최초 계약 단계에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조항과 이에 따른 옵션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사전에 제휴를 성공적으로 관리·유지하여 구조조정 단계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 사업 및 신제품 개발에 Gate Review System과 같은 단계별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계별 일정과 성과 목표를 설정하여 지속적으로 관리·검증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제휴 관계에 대해서는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미래 가치 등을 평가해 계속 유지할 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통해 사전에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제휴 포트폴리오에 대한 검증 및 관리가 가능하다. 시스코(Cisco)의 경우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파트너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후 12~18개월 정도를 유예 기간으로 설정하고, 그때까지의 성과 및 미래 가치를 바탕으로 제휴 계약 연장, 인수를 통한 독자 추진 또는 계약 종료 등을 결정하는 Gate Review 방식을 도입해 제휴 포트폴리오에 대한 지속적인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3.제휴 관리 역량을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육성하라
BCG의 설문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들은 평균 60개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53%가 신규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가운데 20%의 기업만이 전략적 제휴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발표된 Jeffrey H. Dyer et al.(2001)의 논문에 따르면 전략적 제휴에 대한 전담 조직이 있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약 2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로운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을 경우 전담조직이 있는 기업의 주가가 전담조직이 없는 기업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주가상승을 보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략적 제휴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감안할 때 전략적 제휴 관리 역량을 단순 운영 기술이 아닌 성장 전략을 위한 핵심 역량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휴 관리를 위한 전담 조직과 체계적인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약업체 Eli Lilly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사업·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개방형 혁신과 전략적 제휴를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제휴 관련 전담 조직과 프로세스를 부사장급의 경영진이 담당하고 있다. 2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The Find It’ 팀이 새로운 기술과 대상 파트너를 발견하면, ‘The Get It’ 팀이 재빨리 시장성을 분석을 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제약회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 Eli Lilly가 전략적 제휴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이 회사만이 운영하고 있는 ‘The Create Value’팀이다. 이 팀은 소규모 연구소부터 거대 제약 회사, 정부와 대학 연구소까지 모든 제휴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 만을 전담 관리하는 조직이다. 이 팀은 제휴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뿐만 아니라, 제휴 실패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문화적 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현재 제휴 파트너는 물론 잠재적 파트너들의 조직 특성과 문화까지 지속적으로 분석,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을 통한 고객 가치 창출과 지속적인 성장은 오늘날 모든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위험은 분산시키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체계적 관리가 있어야 한다. 전략적 제휴는 이 같은 사업 환경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효과적인 성장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 분산이나 기존 시장의 확대 등의 관점에서 수동적으로 접근한다면 전략적 제휴는 비용의 낭비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제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의 열쇠가 될 것이다.
- 주간경제 9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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