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7. 11:53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활용하여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을 적극 고려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투자부진으로 인한 성장성 정체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M&A 열풍에 힘입어 국내기업들 사이에서도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M&A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에게 M&A를 통한 성장전략은 아직까지도 일부 특정기업들에게 국한되는 얘기일 뿐이고, 대부분은 경험부족 내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M&A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하에서는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M&A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M&A를 통해 과연 바람직한 결과를 얻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내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M&A와 기업성장은 정(+)의 관계
M&A를 시도하는 목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동종의 해외기업을 인수한다거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기업을 인수하는 행위 등은 영업활동의 범위를 넓혀 기업이 처한 현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의도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M&A와 기업성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업종별 매출액 상위 글로벌 100대 기업의 최근 10년간 매출액증가율(CAGR)과 해당 기간 동안 발생했던 업종별 대형 M&A 건수(거래규모 5억 달러 이상)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M&A 빈도가 높은 업종에 속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빈도가 낮은 업종에 속한 기업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통상적으로 거래규모가 5억 달러를 넘는 대형 M&A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동종 기업에 대한 M&A가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대형 M&A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그만큼 M&A를 실시한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고, 분석결과는 예상과 같이 M&A 건수와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정(+)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왔다.
일례로 M&A가 활발했던 기타금융, 에너지, 은행, 헬스케어 업종 등의 기업군은 매출액증가율 역시 매우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M&A가 활발하지 않았던 운송, 화학, 자동차, 전기전자, 음식료 업종 등의 기업군은 매출액증가율이 낮았다.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M&A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M&A가 기업성장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글로벌 초우량기업들 M&A 적극 활용
M&A와 기업성장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면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과연 성장을 위해 얼마나 M&A를 활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를 위해 Fortune Global 500 기업들을 대상으로 M&A 활용도에 대해 살펴본 결과, 최근 급성장한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10년 전인 1997년과 2006년 기간을 비교하여 10년 전에는 글로벌 500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최근 글로벌 500에 속한 기업, 그리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글로벌 500에 포함되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5억 달러 이상 대형 M&A 수행 현황을 파악해보았다.
먼저 최근 10년 사이에 글로벌 500에 속하게 된 기업은 모두 203개사로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즉 중간에 진입 및 퇴출이 반복될 수도 있었겠지만, 전체의 59%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글로벌 초우량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41%는 신규로 진입한 것이다.
분석결과 지난 10년 사이 글로벌 500에 신규로 진입한 기업 중 절반 가까이(49%)는 최근 10년 동안에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를 한 건 이상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존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초우량기업의 지위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의 M&A 활용률은 58%로 더 높았다. 이는 과거 글로벌 500에 속했다가 최근 10년 사이 탈락한 기업(203개)의 M&A 활용률(2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실제로 독일의 통신업체인 Vodafone의 경우 10년 동안 4건의 대형 M&A를 수행했다. 이 밖에 멕시코의 시멘트 제조업체인 Cemex,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Cisco 등도 다수의 M&A를 수행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세계 초우량 기업의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지난 10년 동안 최소한 한건 이상의 대형 M&A를 실행했다는 분석결과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에 있어 M&A가 매우 유력한 도구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M&A 활용기업 성장성 더 높아
다음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만을 추출해 M&A를 실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성장성 측면을 보면, M&A를 실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증가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글로벌 500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연평균 매출액증가율은 8.7%로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5.6%)에 비해 3.1%p 높게 나타났다. 신규진입 기업군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성장률이 기존유지 기업군에 비해 월등히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은 15.9%로 그렇지 않은 기업군(13.6%)에 비해 2.3%p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기존유지 기업이나 신규진입 기업 모두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보다 높아 M&A가 기업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짐작케 하고 있다.
M&A 활용기업 수익성도 더 크게 개선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를 실시했던 기업들의 주목적이 동종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였다고 가정하면 M&A를 실시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액증가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M&A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M&A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는 만큼 과연 수익성도 의도한 대로 유지 또는 개선될지 좀처럼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M&A를 시도한 많은 기업들이 무리한 인수자금 부담 또는 사후관리의 실패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분석결과 글로벌 500대 기업 중 M&A를 실시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수익성의 개선 폭도 더 크게 나타나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우선 기존유지 기업 중 M&A를 실시한 기업은 10년 전에 비해 순이익률의 개선 폭이 3.0%p로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의 2.5%p보다 높았다. 신규진입 기업도 마찬가지로 M&A를 실시한 기업군은 10년 전과 비교하여 순이익률이 3.0%p 개선되어 M&A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의 1.5%p보다 개선 폭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와 같은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의 M&A 성과에 대한 분석결과는 통상 M&A가 성장성 확보에는 긍정적이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다. 즉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성장전략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개선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 글로벌 M&A에 대한 태도 소극적
최근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Accenture와 영국의 경제주간지 Economist가 공동으로 전세계 주요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유수기업들은 M&A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고 우호적이다. 응답자의 92%가 현재 M&A를 추진 중이거나 1년 내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답하였다(<그림 4> 참조). 이는 글로벌 우량기업들의 경우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M&A를 친숙하게 여기고 있으며 또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반면 국내기업은 M&A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글로벌 M&A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BCG(Boston Consulting Group)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내 주요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M&A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2/3를 넘고 있다. 글로벌 M&A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있는 매물이 없어서(46%)’, ‘기업문화와 시스템 통합에 대한 부담감(28%)’, ‘외국기업보다는 국내기업을 인수하겠다(12%)’로 응답하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어도 M&A 경험의 부족과 기업문화 차이 등에 따른 실패의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의 성장성 저하
M&A는 기업 성장전략의 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 내부의 자체적인 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일(Organic Growth)이 가능하다면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M&A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의 현실은 소위 우량기업이라고 평가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새로운 사업성장 동력의 발굴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해 전반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20년 이상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비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의 매출액증가율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5> 참조). 외환위기 이전 평균 14%대에 달했던 매출액증가율은 최근 수년간 5% 이하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외형확장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어진 결과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된 반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성은 저하되었다. 국내기업에게 과거와는 다른 성장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현금보유비중은 오히려 증가
문제는 성장성 저하에 더해 수익성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에 따른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2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그림 6> 참조). 영업활동으로 남긴 이익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업활동 범위를 넓혀 한차원 더 높은 기업성장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이런 선순환 구조와 크게 거리가 먼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과거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비중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보유비중의 증가는 잉여현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의 활동에 지출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적 경영행태가 미래성장 동력을 고갈시켜 기업의 장기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영활동이 필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M&A를 유력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한계를 돌파하는 방편으로 활용
이상에서 글로벌 우량기업 분석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M&A는 기업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통해 성장성과 더불어 수익성까지 개선시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보수적 기업문화를 가지고 M&A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던 일본기업들도 최근 들어서는 국내외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Box>참조). 반면 과거 연평균 10%가 훨씬 넘게 고속성장을 이루던 국내기업은 이제는 연 5%의 매출성장도 버거워하는 상황이다. 성장세가 꺾이고 수익성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에게 M&A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현금 역시 M&A를 시도하기에 우호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업의 태도변화일 것이다. 위험을 기피하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의 기회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실패할 경우만을 생각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관심을 가지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M&A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우량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M&A가 성장한계를 돌파하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LG경제연구원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투자부진으로 인한 성장성 정체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M&A 열풍에 힘입어 국내기업들 사이에서도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M&A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에게 M&A를 통한 성장전략은 아직까지도 일부 특정기업들에게 국한되는 얘기일 뿐이고, 대부분은 경험부족 내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M&A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하에서는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M&A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M&A를 통해 과연 바람직한 결과를 얻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내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M&A와 기업성장은 정(+)의 관계
M&A를 시도하는 목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동종의 해외기업을 인수한다거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기업을 인수하는 행위 등은 영업활동의 범위를 넓혀 기업이 처한 현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의도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M&A와 기업성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업종별 매출액 상위 글로벌 100대 기업의 최근 10년간 매출액증가율(CAGR)과 해당 기간 동안 발생했던 업종별 대형 M&A 건수(거래규모 5억 달러 이상)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M&A 빈도가 높은 업종에 속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빈도가 낮은 업종에 속한 기업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통상적으로 거래규모가 5억 달러를 넘는 대형 M&A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동종 기업에 대한 M&A가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대형 M&A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그만큼 M&A를 실시한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고, 분석결과는 예상과 같이 M&A 건수와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정(+)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왔다.
일례로 M&A가 활발했던 기타금융, 에너지, 은행, 헬스케어 업종 등의 기업군은 매출액증가율 역시 매우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M&A가 활발하지 않았던 운송, 화학, 자동차, 전기전자, 음식료 업종 등의 기업군은 매출액증가율이 낮았다. 글로벌 우량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M&A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M&A가 기업성장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글로벌 초우량기업들 M&A 적극 활용
M&A와 기업성장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면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과연 성장을 위해 얼마나 M&A를 활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를 위해 Fortune Global 500 기업들을 대상으로 M&A 활용도에 대해 살펴본 결과, 최근 급성장한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10년 전인 1997년과 2006년 기간을 비교하여 10년 전에는 글로벌 500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최근 글로벌 500에 속한 기업, 그리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글로벌 500에 포함되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5억 달러 이상 대형 M&A 수행 현황을 파악해보았다.
먼저 최근 10년 사이에 글로벌 500에 속하게 된 기업은 모두 203개사로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즉 중간에 진입 및 퇴출이 반복될 수도 있었겠지만, 전체의 59%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글로벌 초우량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41%는 신규로 진입한 것이다.
분석결과 지난 10년 사이 글로벌 500에 신규로 진입한 기업 중 절반 가까이(49%)는 최근 10년 동안에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를 한 건 이상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존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초우량기업의 지위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의 M&A 활용률은 58%로 더 높았다. 이는 과거 글로벌 500에 속했다가 최근 10년 사이 탈락한 기업(203개)의 M&A 활용률(2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실제로 독일의 통신업체인 Vodafone의 경우 10년 동안 4건의 대형 M&A를 수행했다. 이 밖에 멕시코의 시멘트 제조업체인 Cemex,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Cisco 등도 다수의 M&A를 수행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세계 초우량 기업의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지난 10년 동안 최소한 한건 이상의 대형 M&A를 실행했다는 분석결과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에 있어 M&A가 매우 유력한 도구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M&A 활용기업 성장성 더 높아
다음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만을 추출해 M&A를 실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성장성 측면을 보면, M&A를 실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증가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글로벌 500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연평균 매출액증가율은 8.7%로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5.6%)에 비해 3.1%p 높게 나타났다. 신규진입 기업군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성장률이 기존유지 기업군에 비해 월등히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은 15.9%로 그렇지 않은 기업군(13.6%)에 비해 2.3%p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기존유지 기업이나 신규진입 기업 모두 M&A를 실시한 기업군의 매출액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보다 높아 M&A가 기업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짐작케 하고 있다.
M&A 활용기업 수익성도 더 크게 개선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를 실시했던 기업들의 주목적이 동종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였다고 가정하면 M&A를 실시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액증가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M&A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M&A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는 만큼 과연 수익성도 의도한 대로 유지 또는 개선될지 좀처럼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M&A를 시도한 많은 기업들이 무리한 인수자금 부담 또는 사후관리의 실패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분석결과 글로벌 500대 기업 중 M&A를 실시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수익성의 개선 폭도 더 크게 나타나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우선 기존유지 기업 중 M&A를 실시한 기업은 10년 전에 비해 순이익률의 개선 폭이 3.0%p로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의 2.5%p보다 높았다. 신규진입 기업도 마찬가지로 M&A를 실시한 기업군은 10년 전과 비교하여 순이익률이 3.0%p 개선되어 M&A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군의 1.5%p보다 개선 폭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와 같은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의 M&A 성과에 대한 분석결과는 통상 M&A가 성장성 확보에는 긍정적이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다. 즉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성장전략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개선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 글로벌 M&A에 대한 태도 소극적
최근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Accenture와 영국의 경제주간지 Economist가 공동으로 전세계 주요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유수기업들은 M&A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고 우호적이다. 응답자의 92%가 현재 M&A를 추진 중이거나 1년 내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답하였다(<그림 4> 참조). 이는 글로벌 우량기업들의 경우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M&A를 친숙하게 여기고 있으며 또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반면 국내기업은 M&A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글로벌 M&A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BCG(Boston Consulting Group)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내 주요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M&A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2/3를 넘고 있다. 글로벌 M&A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있는 매물이 없어서(46%)’, ‘기업문화와 시스템 통합에 대한 부담감(28%)’, ‘외국기업보다는 국내기업을 인수하겠다(12%)’로 응답하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어도 M&A 경험의 부족과 기업문화 차이 등에 따른 실패의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의 성장성 저하
M&A는 기업 성장전략의 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 내부의 자체적인 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일(Organic Growth)이 가능하다면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M&A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의 현실은 소위 우량기업이라고 평가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새로운 사업성장 동력의 발굴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해 전반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20년 이상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비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의 매출액증가율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5> 참조). 외환위기 이전 평균 14%대에 달했던 매출액증가율은 최근 수년간 5% 이하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외형확장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어진 결과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된 반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성은 저하되었다. 국내기업에게 과거와는 다른 성장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현금보유비중은 오히려 증가
문제는 성장성 저하에 더해 수익성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에 따른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2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그림 6> 참조). 영업활동으로 남긴 이익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업활동 범위를 넓혀 한차원 더 높은 기업성장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이런 선순환 구조와 크게 거리가 먼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과거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비중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보유비중의 증가는 잉여현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의 활동에 지출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적 경영행태가 미래성장 동력을 고갈시켜 기업의 장기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영활동이 필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M&A를 유력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한계를 돌파하는 방편으로 활용
이상에서 글로벌 우량기업 분석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M&A는 기업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 초우량기업들은 M&A를 통해 성장성과 더불어 수익성까지 개선시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보수적 기업문화를 가지고 M&A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던 일본기업들도 최근 들어서는 국내외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Box>참조). 반면 과거 연평균 10%가 훨씬 넘게 고속성장을 이루던 국내기업은 이제는 연 5%의 매출성장도 버거워하는 상황이다. 성장세가 꺾이고 수익성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에게 M&A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현금 역시 M&A를 시도하기에 우호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업의 태도변화일 것이다. 위험을 기피하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의 기회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실패할 경우만을 생각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관심을 가지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M&A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우량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M&A가 성장한계를 돌파하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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