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31. 19:15
전 지구적 물 부족 문제와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해 물 산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물 산업의 최근 현황과 비즈니스 시사점을 살펴 본다.
기업의 영속과 직결되는 성장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주력 사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성이다. 맥킨지는 계량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미치는 요인 중 산업 효과가 약 40% 수준이라고까지 분석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을 보면 끊임없이 성장 산업을 찾아내고 그에 맞게 자신을 변신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GE가 2005년 환경(Ecology)과 상상력(Imagination)을 조합한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 미래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4대 중점 분야 중 첫 번째로 물 산업을 제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그림 1> 참조). GE만이 유별나게 물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포춘지는 2000년 “Water, Water Everywhere”라는 기사에서 21세기 물 산업이 석유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세계은행은 20세기의 전쟁이 석유 전쟁이라면 21세기 전쟁의 목적은 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야흐로 석유로 대표되는 블랙 골드의 시대에서 물로 대표되는 블루 골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과 수질 오염
물 산업과 관련된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의 자연적 한계와 수요의 급증에서 연유한 물 부족 문제이다. 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물 쓰듯이’ 쓸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지구상의 물 중 담수는 2.5%에 지나지 않고 그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지하수 및 표층수의 양은 전체 담수의 30.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이마저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 증가로 갈수록 줄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인구 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급증하는 물 수요에 있다. 전 세계 인구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00년 대비 30%가 증가한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산업화는 물의 사용량을 배가 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 만에 물 사용량이 300% 이상 급증하였는데, 그 원인은 동기간 50% 증가한 인구 요인 보다는 전체 물 사용량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용 수요의 급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산업화의 속도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저개발 국가에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수자원 절대량의 부족과 인구 증가 및 산업화로 인한 수요 증가는 전 세계 물 부족 인구의 급증을 가져올 것이다. UN에 의하면 2025년 약 27억 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고, 전 세계 국가의 1/5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 자원의 부족 현상과 더불어 부각되고 있는 문제가 수질 오염이다. 산업화로 인한 수질 오염과 중동 지역의 지하수 고갈로 인한 해수 침투뿐만 아니라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설의 미비와 노후화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World Water Forum에 따르면 현재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하수 처리 역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설비를 완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물 산업의 정의와 밸류 체인
물 부족 현상의 심화와 수질 오염의 문제는 기업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회 공헌 기회와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준다.
물 산업은 물을 취수하여 정수 처리한 후 공급하고, 물 사용 이후 하/폐수를 이송 처리하는데 관여하는 제조 및 서비스업 일체를 포괄한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취수 및 배관에 사용되는 파이프 등의 제조업, 물 정제에 사용되는 필터와 같은 핵심 설비 및 자동화 시스템 제조업, 수처리 관련 화학 약품 제조업 등이 있다. 건설업은 배관 시설 및 상/하수 처리장 등의 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운영 서비스업은 상수와 하/폐수 처리 및 관리를 정부 또는 수요 기업과 장기 운영 계약을 통해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물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수행한다(<그림 3> 참조).
물 산업의 시장 규모와 수익성
2007년 현재 물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연평균 6% 내외의 성장을 통해 2012년에는 5,00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그림 4> 참조). UN이 목표로 하는 수질 개선 및 인당 수량 확보를 달성하기 위해서 향후 30년 동안 해마다 약 1,8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World Water Council에서도 해마다 8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Global Water Intelligence는 해수를 담수화하는 비용으로 2015년까지 564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물 산업 규모는 이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올해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수질 국제 표준화 (ISO/TC224)가 실행될 경우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맞물려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영역별로 나누어 보면 시장의 가장 큰 영역으로 운영 사업이 전체 시장 중 약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필터 등 제조 관련 시장이 34%, 건설 관련 시장이 30%를 차지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 정수 및 하수 처리 장치 제조업과 화학약품 제조업이 20% 수준의 높은 이윤을 향유하고 있으며, 국가별 민영화 환경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하수 운영 업체의 수익성이 10% 내외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5> 참조).
● 가속화되는 민영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을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물이 풍부하지 않게 되었고, 수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강조되는 사회적 여건은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개발 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의 정부 예산 부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금융 기법의 발전은 민간 기업이 시설물 일체를 제공하고 장기간의 운영 계약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민영 사업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아시아 지역 등 개발 국가의 민영화 계약은 3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많으며 계약 기간의 장기화는 하나의 추세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민영화가 몇몇 유럽 국가 중심에서 개발 도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림 6>에서 보듯이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물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현재 세계 인구의 9% 수준인 약 6억 명에서 연평균 10% 이상의 증가를 통해 2015년 16% 수준인 약 11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민영화가 앞으로의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 Total Solution으로 인한 통합화
민영화 방식에 있어서는 통합 솔루션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최근 발주된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설의 프로젝트 중 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계약까지 일괄로 포함된 형태가 전체의 49%에 이른다.
운영 사업과 시설물 건립을 일괄로 맡기거나, 담수 설비부터 산업 용수 공급 그리고 폐수 처리에서 재활용까지 전체 물 순환 시스템 구축을 일괄로 맡기는 사업 방식의 확대는 기업에게 통합 솔루션 역량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의 핵심인 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는 운영 전문 업체와 수처리 핵심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통합 솔루션 확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통합 솔루션 제공은 주요 업태 별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Veolia나 Suez로 대표되는 운영 전문 업체의 경우는 다소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심 수처리 제조 기술을 내부화하여 고객에게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이중 상당 부분을 매각하고, 제휴나 아웃소싱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계약의 장기화에 따라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GE나 지멘스로 대표되는 수처리 전문 시스템 제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을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여러 형태의 기술 분야를 통합, 내부화하고 있으며 운영 부분으로까지 밸류 체인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제조 기업들은 운영 전문 업체가 매각하는 제조 기술 자회사와 소규모 특화 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기술 부분의 통합에 있어 인수 합병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설 업체들은 운영 전문업체나 제조 전문 업체가 관여 하지 않는 건설 부문에 대부분 집중하고 있으나,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운영 부분을 내부화하거나 주요 제조 분야를 내부화 한 후 운영 전문 업체와 제휴 하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표> 참조). 그러나 건설 업체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인 운영 역량과 수처리 핵심 제조 기술의 전문성이 약하여 시장의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물 정제 기술의 변화
현재 물 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생화학 처리 중심에서 분리막 기술인 멤브레인 필터를 이용한 정제 기술로 전환되고 있고, 살균 방식도 염소 방식에서 자외선 방식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분리막 기술은 미세 기공이 뚫려 있는 막을 통해 정제하는 기술로 기공의 크기에 따라 역삼투압 방식인 RO(Reverse Osmotic) Filter, Micro Filter, Ultra Filter, Nano Filter로 나뉘어진다. 필터에 의한 분리막 기술은 기존 생화학 처리 방법보다 정제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방식은 프로세스 관리 및 화학 약품 처리 등의 수동 작업이 많아 인건비와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은 반면, 멤브레인 필터 기반의 분리막 기술 방식은 화학 처리가 최소화 되고, 프로세스 자동화가 유리하여 유지 관리 비용이 낮다. 시설 부문에 있어서도 생화학 방식과는 달리 침전지 등이 필요하지 않아 부지 면적이 작은 것도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멤브레인 방식이 20여 년 전에 개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가 늦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필터 비용과 전기 소모량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Dow Chemical, 지멘스, GE Infrastructure 등 전문 기업의 기술 혁신에 힘입어 역삼투압 방식인 RO Filter는 지난 10년간 가격이 75% 하락했고, 전기 소모량도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멤브레인 기반의 필터 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향후에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7> 참조).
살균 처리 부문에 있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외선 살균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는 자외선 살균 방식이 살균 효과가 높고 유지 관리 비용이 낮은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가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미국내 수처리 시설의 50% 이상이 몇 년 내에 자외선 살균 처리 시스템으로 전환 할 것으로 응답했다.
● 글로벌 거대기업에 의한 과점화
물 산업과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에 의한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매력도가 높은 중국 민영화 시장이단적인 예다. 현재 중국 시장은 민영화율이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민영화된 상하수도 사업의 60%(2004년 기준) 이상을 Veolia 등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시장 과점화는 두 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유럽 업체인 Veolia와 Suez로 대표되는 운영 사업 기반의 다국적 물 기업이다. 이들은 유럽 시장에서 100여 년간 사업을 영위하면서 유럽 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민영화율이 높은 자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산업 내의 명성과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중국 및 중동, 동유럽의 신흥 지역 민영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민영화 계약 기간이 30년 이상의 초 장기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는 시장의 과점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축은 GE와 지멘스, Dow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이다. 이들은 기존의 물 산업 제조 전문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하면서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멘스는 2004년 Veolia의 장비 사업 부문인 US Filter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전문 제조업에 진입했으며, 3M 역시 2005년 필터 분야 선도 업체인 CUNO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장비 제조 분야의 인수 합병은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최단 기간에 다양한 수처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GE 경우 1999년 시장 진입이래 5 건의 인수 합병을 통해 물 관련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으며, 이멜트 회장은 2010년에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제시 하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러한 운영 전문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지역 확장과 제조 전문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통합 가속화는 석유 에너지 산업과 같이 향후 10년 내에 물 산업의 급속한 과점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IT 이후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찾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도 물 산업은 새로운 미래 신수종 산업으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기업들의 물 산업 관련 역량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운영 역량에 있어서는 상수 시장의 민영화율 0%에서 나타나듯이 기술이 체화된 기업들이 없다. 즉, 운영 사업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렵고,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도 투자형 사업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경쟁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물 산업의 발전과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목표로 한 정부의 법규정비와 제도 개선에 발맞추어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국내 운영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다가오는 상수 운영 사업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제조 부문에 있어서도 국내 주력 기업들의 멤브레인 필터 제조 역량 수준은 역삼투압 방식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진 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조 분야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멤브레인 필터 분야의 첨단 기술 역량 및 자동화 시스템 구축 역량을 쌓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기술 통합 및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 LG경제연구원
기업의 영속과 직결되는 성장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주력 사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성이다. 맥킨지는 계량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미치는 요인 중 산업 효과가 약 40% 수준이라고까지 분석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을 보면 끊임없이 성장 산업을 찾아내고 그에 맞게 자신을 변신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GE가 2005년 환경(Ecology)과 상상력(Imagination)을 조합한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 미래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4대 중점 분야 중 첫 번째로 물 산업을 제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그림 1> 참조). GE만이 유별나게 물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포춘지는 2000년 “Water, Water Everywhere”라는 기사에서 21세기 물 산업이 석유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세계은행은 20세기의 전쟁이 석유 전쟁이라면 21세기 전쟁의 목적은 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야흐로 석유로 대표되는 블랙 골드의 시대에서 물로 대표되는 블루 골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과 수질 오염
물 산업과 관련된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의 자연적 한계와 수요의 급증에서 연유한 물 부족 문제이다. 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물 쓰듯이’ 쓸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지구상의 물 중 담수는 2.5%에 지나지 않고 그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지하수 및 표층수의 양은 전체 담수의 30.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이마저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 증가로 갈수록 줄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인구 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급증하는 물 수요에 있다. 전 세계 인구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00년 대비 30%가 증가한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산업화는 물의 사용량을 배가 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 만에 물 사용량이 300% 이상 급증하였는데, 그 원인은 동기간 50% 증가한 인구 요인 보다는 전체 물 사용량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용 수요의 급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산업화의 속도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저개발 국가에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수자원 절대량의 부족과 인구 증가 및 산업화로 인한 수요 증가는 전 세계 물 부족 인구의 급증을 가져올 것이다. UN에 의하면 2025년 약 27억 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고, 전 세계 국가의 1/5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 자원의 부족 현상과 더불어 부각되고 있는 문제가 수질 오염이다. 산업화로 인한 수질 오염과 중동 지역의 지하수 고갈로 인한 해수 침투뿐만 아니라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설의 미비와 노후화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World Water Forum에 따르면 현재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하수 처리 역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설비를 완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물 산업의 정의와 밸류 체인
물 부족 현상의 심화와 수질 오염의 문제는 기업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회 공헌 기회와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준다.
물 산업은 물을 취수하여 정수 처리한 후 공급하고, 물 사용 이후 하/폐수를 이송 처리하는데 관여하는 제조 및 서비스업 일체를 포괄한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취수 및 배관에 사용되는 파이프 등의 제조업, 물 정제에 사용되는 필터와 같은 핵심 설비 및 자동화 시스템 제조업, 수처리 관련 화학 약품 제조업 등이 있다. 건설업은 배관 시설 및 상/하수 처리장 등의 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운영 서비스업은 상수와 하/폐수 처리 및 관리를 정부 또는 수요 기업과 장기 운영 계약을 통해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물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수행한다(<그림 3> 참조).
물 산업의 시장 규모와 수익성
2007년 현재 물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연평균 6% 내외의 성장을 통해 2012년에는 5,00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그림 4> 참조). UN이 목표로 하는 수질 개선 및 인당 수량 확보를 달성하기 위해서 향후 30년 동안 해마다 약 1,8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World Water Council에서도 해마다 8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Global Water Intelligence는 해수를 담수화하는 비용으로 2015년까지 564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물 산업 규모는 이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올해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수질 국제 표준화 (ISO/TC224)가 실행될 경우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맞물려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영역별로 나누어 보면 시장의 가장 큰 영역으로 운영 사업이 전체 시장 중 약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필터 등 제조 관련 시장이 34%, 건설 관련 시장이 30%를 차지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 정수 및 하수 처리 장치 제조업과 화학약품 제조업이 20% 수준의 높은 이윤을 향유하고 있으며, 국가별 민영화 환경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하수 운영 업체의 수익성이 10% 내외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5> 참조).
● 가속화되는 민영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을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물이 풍부하지 않게 되었고, 수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강조되는 사회적 여건은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개발 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의 정부 예산 부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금융 기법의 발전은 민간 기업이 시설물 일체를 제공하고 장기간의 운영 계약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민영 사업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아시아 지역 등 개발 국가의 민영화 계약은 3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많으며 계약 기간의 장기화는 하나의 추세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민영화가 몇몇 유럽 국가 중심에서 개발 도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림 6>에서 보듯이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물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현재 세계 인구의 9% 수준인 약 6억 명에서 연평균 10% 이상의 증가를 통해 2015년 16% 수준인 약 11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민영화가 앞으로의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 Total Solution으로 인한 통합화
민영화 방식에 있어서는 통합 솔루션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최근 발주된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설의 프로젝트 중 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계약까지 일괄로 포함된 형태가 전체의 49%에 이른다.
운영 사업과 시설물 건립을 일괄로 맡기거나, 담수 설비부터 산업 용수 공급 그리고 폐수 처리에서 재활용까지 전체 물 순환 시스템 구축을 일괄로 맡기는 사업 방식의 확대는 기업에게 통합 솔루션 역량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의 핵심인 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는 운영 전문 업체와 수처리 핵심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통합 솔루션 확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통합 솔루션 제공은 주요 업태 별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Veolia나 Suez로 대표되는 운영 전문 업체의 경우는 다소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심 수처리 제조 기술을 내부화하여 고객에게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이중 상당 부분을 매각하고, 제휴나 아웃소싱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계약의 장기화에 따라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GE나 지멘스로 대표되는 수처리 전문 시스템 제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을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여러 형태의 기술 분야를 통합, 내부화하고 있으며 운영 부분으로까지 밸류 체인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제조 기업들은 운영 전문 업체가 매각하는 제조 기술 자회사와 소규모 특화 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기술 부분의 통합에 있어 인수 합병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설 업체들은 운영 전문업체나 제조 전문 업체가 관여 하지 않는 건설 부문에 대부분 집중하고 있으나,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운영 부분을 내부화하거나 주요 제조 분야를 내부화 한 후 운영 전문 업체와 제휴 하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표> 참조). 그러나 건설 업체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인 운영 역량과 수처리 핵심 제조 기술의 전문성이 약하여 시장의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물 정제 기술의 변화
현재 물 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생화학 처리 중심에서 분리막 기술인 멤브레인 필터를 이용한 정제 기술로 전환되고 있고, 살균 방식도 염소 방식에서 자외선 방식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분리막 기술은 미세 기공이 뚫려 있는 막을 통해 정제하는 기술로 기공의 크기에 따라 역삼투압 방식인 RO(Reverse Osmotic) Filter, Micro Filter, Ultra Filter, Nano Filter로 나뉘어진다. 필터에 의한 분리막 기술은 기존 생화학 처리 방법보다 정제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방식은 프로세스 관리 및 화학 약품 처리 등의 수동 작업이 많아 인건비와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은 반면, 멤브레인 필터 기반의 분리막 기술 방식은 화학 처리가 최소화 되고, 프로세스 자동화가 유리하여 유지 관리 비용이 낮다. 시설 부문에 있어서도 생화학 방식과는 달리 침전지 등이 필요하지 않아 부지 면적이 작은 것도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멤브레인 방식이 20여 년 전에 개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가 늦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필터 비용과 전기 소모량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Dow Chemical, 지멘스, GE Infrastructure 등 전문 기업의 기술 혁신에 힘입어 역삼투압 방식인 RO Filter는 지난 10년간 가격이 75% 하락했고, 전기 소모량도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멤브레인 기반의 필터 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향후에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7> 참조).
살균 처리 부문에 있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외선 살균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는 자외선 살균 방식이 살균 효과가 높고 유지 관리 비용이 낮은 장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가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미국내 수처리 시설의 50% 이상이 몇 년 내에 자외선 살균 처리 시스템으로 전환 할 것으로 응답했다.
● 글로벌 거대기업에 의한 과점화
물 산업과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에 의한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매력도가 높은 중국 민영화 시장이단적인 예다. 현재 중국 시장은 민영화율이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민영화된 상하수도 사업의 60%(2004년 기준) 이상을 Veolia 등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시장 과점화는 두 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유럽 업체인 Veolia와 Suez로 대표되는 운영 사업 기반의 다국적 물 기업이다. 이들은 유럽 시장에서 100여 년간 사업을 영위하면서 유럽 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민영화율이 높은 자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산업 내의 명성과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중국 및 중동, 동유럽의 신흥 지역 민영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민영화 계약 기간이 30년 이상의 초 장기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는 시장의 과점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축은 GE와 지멘스, Dow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이다. 이들은 기존의 물 산업 제조 전문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하면서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멘스는 2004년 Veolia의 장비 사업 부문인 US Filter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전문 제조업에 진입했으며, 3M 역시 2005년 필터 분야 선도 업체인 CUNO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장비 제조 분야의 인수 합병은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최단 기간에 다양한 수처리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GE 경우 1999년 시장 진입이래 5 건의 인수 합병을 통해 물 관련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으며, 이멜트 회장은 2010년에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제시 하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러한 운영 전문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지역 확장과 제조 전문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통합 가속화는 석유 에너지 산업과 같이 향후 10년 내에 물 산업의 급속한 과점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IT 이후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찾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도 물 산업은 새로운 미래 신수종 산업으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기업들의 물 산업 관련 역량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운영 역량에 있어서는 상수 시장의 민영화율 0%에서 나타나듯이 기술이 체화된 기업들이 없다. 즉, 운영 사업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렵고,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도 투자형 사업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경쟁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물 산업의 발전과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목표로 한 정부의 법규정비와 제도 개선에 발맞추어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국내 운영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다가오는 상수 운영 사업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제조 부문에 있어서도 국내 주력 기업들의 멤브레인 필터 제조 역량 수준은 역삼투압 방식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진 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조 분야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멤브레인 필터 분야의 첨단 기술 역량 및 자동화 시스템 구축 역량을 쌓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기술 통합 및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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