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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8. 21:52
주가와 주택가격의 상승 등으로 자산가치가 증가하여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추정해 보았다.  
 
분석 결과 첫째, 외환위기 이후 주택·주식 등 가계의 보유자산이 증가하면서 자산효과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자산효과가 커지기는 했으나 2004년 이후 이자지급 부담이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외환위기 이후 금융과 실물자산 팽창으로 경제의 스톡화가 진행되면서 가계소비에 대한 소득(GNI)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효과 확대의 파급효과는 가계 저축률 하락, 소비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평균소비성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은 소득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소비가 늘어날 여지도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자산효과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소득보다 소비의 변동성이 더 높은 기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아울러 주택가격과 주가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와 전체 실물경기가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산가격의 변동이 자산효과를 통하여 경기변동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책당국은 실물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자산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가계 저축률 하락, 소비의 변동성과 자산효과의 과도한 확대 등 경제의 스톡화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적절한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Ⅰ. 서 론 
 
경제이론에서는 소비의 결정요인 중 가장 중요하고 설명력이 높은 변수로 ‘소득’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2년 경까지는 <그림 1>과 같이 국민총소득(GNI) 증가율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2003년 3월 신용카드 버블 붕괴 이후 소비와 소득 간의 안정적인 관계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국민총소득과 민간소비의 움직임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의 민간소비 회복도 가계의 구매력이 뒷받침된 탄탄한 회복세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올 1~8월 중 임금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의 5.8%보다 낮은 5.6% 증가에 그쳤고, 9월까지 취업자 수 증가도 작년의 30만명보다 적은 28만명에 불과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과 동일한 2.3%였다. 따라서 근로소득에 기반한 가계의 실질구매력(=명목임금/소비자물가지수×취업자수)은 작년보다 오히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3.8%에 그쳤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 상반기 중 4.1%, 3/4분기에는 4.9%로 높아지는 등 그동안 부진했던 소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 간 민간소비의 움직임을 소득의 변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본고에서는 2000년대 들어 민간소비의 변동을 가져 온 요인으로 주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의 변동에 따른 자산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소비는 소득뿐 아니라 주식, 부동산 등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격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자산가치가 늘어나게 되어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 등으로 자산이 증가하여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경제이론에서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라고 하며, 이러한 효과가 현실경제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은 기존의 실증연구들에 의해 잘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민간소비 증가세는 주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연평균 10.2% 하락한 종합주가지수는 2004년에는 22.6% 상승으로 반전하였으며, 2005년~2006년 중에도 평균 27.4%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작년 12월 대비 40%대로 상승 폭이 확대되며 주가지수 2,000시대를 열었다(<그림 2> 참조). 주택매매가격지수도 2002년 16.7% 상승한 이후 2005년까지 둔화되다가 작년 6.1%, 올 1~9월까지 10.5% 상승하여 소비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그림 3> 참조).  
 
현시점에서 미래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최근 유가 상승과 미국경제의 침체 우려 등으로 향후 주가가 약세로 전환되고, 주택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주가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변화가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어느 정도 주었는지를 분석하고, 최근 자산효과 변화의 특징과 그 영향, 그리고 시사점을 찾아 본다면 향후 우리 경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Ⅱ. 우리나라의 자산효과 추정 
 
1. 장기적 관점 -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은 미래의 소비에도 영향을 주는가? 
 
본고에서 자산효과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의 자산가격 변화가 1~4분기의 단기뿐 아니라 1년 이상의 장기에서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면, 최근의 주가와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의 자산소득 증가를 통해 내년에도 소비 증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점검해 보는 것은 향후 소비 전망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인 Friedman의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과 Modigliani의 생애주기가설(Life Cycle Hypothesis)에 의하면, 소비는 가계가 평생동안 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예상소득의 현재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자산효과는 현재의 소비가 현재의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산소득의 주 원천인 주가와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현재 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보유자산으로부터 자본이득(capital gain)이 발생해 가계소비가 장기는 물론 단기에서도 자산효과에 의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유자산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를 담보로 한 차입이 용이해져서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발생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기존의 많은 실증분석들도 장기와 단기의 자산효과로 가계소비가 변동하게 된다는 이러한 이론적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자산가격과 소비간에 장기적 균형관계가 존재한지 점검하기 위해 자산가격 변동이 포함된 장기 소비함수를 공적분 검정(Cointegration Test)를 통해 추정해 보았다(<박스> 참조). 분석 결과, 전체 대상 기간인 1987~2007년 중 주가와 주택가격과 가계소비간에 장기적 균형관계가 존재하긴 했으나 추정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그 관계는 상당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에 많은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외환위기를 전후로 구분해 추정한 결과, 자산가격과 가계소비간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관계가 통계적으로도 유의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소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1987~1997년 중에는 주택가격 1% 상승시 가계소비가 0.1% 증가하는 것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인 2001~2007년 중에는 0.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의 영향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주가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의 주가 상승은 가계소비를 오히려 감소시켰지만, 외환위기 이후엔 주가가 1% 상승할 때 가계소비는 0.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표 1> 참조). 이상의 분석을 통해 앞으로 다른 변수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최근의 주가와 주택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미래의 소비 증가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2. 단기적 관점 - 시간에 따른 자산효과의 변화 측정 
 
다음으로 단기 소비함수를 설정해 자산가격의 변화가 단기적으로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주). 자산효과는 ‘자산가격의 변화에 대한 소비의 탄력성’으로 정의하고 추정하였다. <모형 Ⅱ>의 GLS 추정 결과를 보면, 전체 기간과 외환위기 이전의 경우 주택가격과 주가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추정계수의 크기가 작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인 2001~2007년 중에는 주택가격과 주가가 1% 상승할 때 가계소비가 각각 0.11%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형 Ⅱ>의 GLS 추정법은 분석기간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평균적인 추정치를 주는 반면, 외환위기 기간과 같이 경제가 급변하거나 변수간의 관계에 구조변화가 존재할 경우 추정치를 신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는 < 모형 Ⅱ >를 발전시켜 가계소비의 자산가격 탄력성이 분석기간 중 일정하지 않고 매 시점별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추정계수를 구할 수 있는 시간변동계수(Time-varying parameter, 이하 TVP) 모형을 통해 단기적인 자산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그림 4, 5>는 주택가격과 주가가 1% 변동했을 때, 단기적으로 가계소비가 변동하는 정도(영향력)를 매 시점마다 나타낸 것이다.  
 
먼저,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소비 변화의 크기를 보면, 1990년대 초에는 주택가격 변동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4년 2/4분기에는 주택가격 1% 상승시 가계소비가 0.14% 증가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0.11%로 떨어졌다(<그림 4> 참조). 주가 변동의 영향도 1998년 초까지 (-)를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 (+)로 전환된 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주가 1% 변동시 가계소비 변화의 크기는 2007년 3/4분기 현재 0.019%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5> 참조).  
 
 
Ⅲ. 최근 자산효과 변화의 특징 
 
자산가격 변동이 포함된 장단기 소비함수 추정 모형의 결과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자산효과 변화의 특징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자산효과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자산효과가 커지긴 했으나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가격의 영향력이 다시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로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비에 대한 소득(GNI)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 외환위기 이후 자산효과 확대 
 
장단기 소비함수와 시간변동계수 모형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자산효과가 크게 커졌다는 점이다. 자산가격 1% 상승시 소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력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0.10% → 0.50%(주택가격), -0.02% → 0.10%(주가)로 커졌고, 단기적인 영향력도 0.06% → 0.11%(주택가격), -0.002% → 0.021%(주가)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표 1, 2> 참조). 시간변동계수 모형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상당히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그림 4, 5> 참조).
 
외환위기 이후 소비에 대한 주택가격의 영향력이 커진 주된 이유는 ‘자가주택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가계소비를 증가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오를 때 자산가치 상승의 효과는 자기집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만 나타난다.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소비자의 경우는 주택가격의 상승이 대체로 월세나 전세가격의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월세금을 올려주어 금융자산이 줄어들거나 금융부채가 늘어 소비지출 여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를 초래한다. 즉,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소비자의 경우에는 주택가격과 소비가 음(-)의 자산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가보유율이 높고, 전월세 비율이 낮아질수록 주택의 자산효과는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5년 단위로 조사하는 인구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자기집에 살고 있는 가구 수는 1995년 691만 가구에서 2000년에는 775만 가구로 5년 동안 84만 가구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2005년에는 883만 가구로 5년 전에 비해 108만 가구나 증가했다(<그림 6> 참조). 이에 따라 총 가구 수에서 자가주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인 자가점유율도 1990년 49.9%에서 1995년 53.3%, 2000년 54.2%, 2005년에는 55.6%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01년부터 매 4년마다 통계청에서 전국 3만3천가구를 표본조사하는 자가보유율(자기집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와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도 2001년 58.9%에서 2004년엔 62.9%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주가변동의 소비에 대한 영향이 더 뚜렷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커지고, 주식에 직접투자하거나 수익증권 등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가계가 대폭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말 67조원에 불과하던 내국인 보유 주식시가총액(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합산)은 올 9월말 현재 711조원으로 10년만에 10.6배나 올랐고,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주식시가총액 비율도 1991~97년중 평균 29.7%에서 1999~2007년에는 평균 41.3%로 11.6%p 상승하였다(<그림 7> 참조). 내국인 보유 주식시가총액의 증가율도 1989~1997년 중 연평균 0.6%에 그쳤으나 1999~2007년 3/4분기 중에는 연평균 36.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의 효과가 확대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의 주식 보유가 늘어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말 12.9%에서 2007년 6월말에는 19.5%까지 높아져 가계 금융자산의 1/5이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주택가격 변동의 영향력 최근 약화 추세로 반전 
 
분석모형을 통해 발견된 두 번째 특징은 2004년 이후 주택가격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의 탄력성은 상승 추세를 지속해 2004년 2/4분기에는 0.14%까지 상승한 후 하락세로 반전하여 2007년 3/4분기 중에는 0.11%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그림 4> 참조).
 
2004년 이후 이처럼 주택가격의 자산효과가 하락한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가계부채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데다 2005년 1/4분기부터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사태가 터졌던 2003년 이후 둔화되던 가계대출이 2005~2006년 중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점도 이자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9~2004년 중 개인의 연간 이자지급액은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개인의 연간 이자지급액이 연간 20조원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으나 CD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2005년 중에는 34.7조원, 작년에는 40.7조원으로 이자지급액이 급증하였다(<그림 8> 참조). 이에 따라 개인부문의 이자상환비율(=이자지급액/총처분가능소득)도 2004년 5.9%에서 2006년에는 8.1%로 2.2%p 상승했다. 소득보다 이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가계의 이자지급부담이 높아지고, 그 만큼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해 보유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더라도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 어려워져 주택가격의 자산효과가 이전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연구 중 이항용(2004)에 따르면 횡단면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부채-자산’ 비율이 높은 가계일수록 주택자산의 부(富)의 효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론을 도출해 본고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의 자산효과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영향력이 떨어짐에 따라 소비에 대한 주가와 주택가격의 탄력성을 합산한 자산가격의 영향력은 2004년 2/4분기 중 0.15%에서 올 3/4분기에는 0.13%로 떨어졌다(<그림 9> 참조).  
 
3. 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 하락 추세 
 
세 번째 특징은 2000년대 들어 가계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9>의 국민총소득(GNI) 변화에 대한 소비의 반응(탄력성)을 보면, 2000년 0.781에서 올 3/4분기 중에는 0.591까지 하락했다. 가계소비 증가율과 GNI 증가율의 상관계수도 1990년대 0.887에서 2000년대에는 0.588로 크게 떨어졌다. 소비와 소득의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현상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발견된다. 일본은 1990년대 0.814에서 2000년대에는 0.302로, 미국은 0.909에서 0.770으로 하락하였다.
 
2000년대 들어 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하락한 주된 이유로 ‘경제의 스톡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1989년도에 발간된 일본의 「연차경제보고서」는 금융 및 실물자산의 팽창으로 자산시장이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경제의 스톡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스톡화는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으로 주식시가총액이 국민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고, 금융자산이 명목 GNI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금융연관비율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8.69배까지 상승했다. 주식 이외에도 각종 펀드, 보험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규모도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경제의 스톡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자산효과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반면에 소득 중에서 소비를 할 것인지, 저축을 할 것인지 등과 같은 플로우(Flow)의 의사결정의 중요도는 점차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2000년대 들어 가계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금융과 실물자산의 팽창이 주된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일정한 규모의 자산을 축적한 개인이나 가계는 소득에 변화가 없더라도 자산 증가에 의해 소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개인은 평생 동안의 효용극대화를 고려해서 소비와 저축을 결정하고 있으며, 스톡경제화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고려해 개인의 소비와 저축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Ⅳ. 자산효과 변화의 영향 
 
1. 가계의 저축률 하락 
 
경제가 자산축적 증가로 스톡화될수록 평균소비성향이 높아져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이 앞으로 뚜렷한 상승세로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또한 가계저축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소득이 증가하면 근로소득을 포함한 전체 소득도 늘어나 저축률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평균소비성향이 높아져 가계의 저축률이 하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가계 저축률은 1974년에서 1976년에 23% 정도로 피크를 치고 1987년에는 15%로 하락, 2005년에는 3.1%까지 떨어졌다. 인구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기 이전에 일본의 저축률이 하락세로 전환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경제의 스톡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가계의 경우도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 잔액은 기존 자산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가계는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경우도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 15.0~23.2% 범위에서 움직이던 가계순저축률이 2000년부터 한자리대로 하락한 후 작년에는 3.5%까지 하락했다(<그림 10> 참조). 우리나라는 당분간 금융과 실물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평균소비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가계의 저축률이 뚜렷한 상승세로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2. 소비의 변동성 확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소비의 변동 폭이 GDP나 GNI의 변동 폭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소비는 큰 충격이 없는 한 급등락을 하지 않고 경기변동을 완화시켜주는 평활화(Consumption Smoothing)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비 변동성이 소득 변동성보다 작은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표 4>에 따르면, 1990~1997년 중 가계소비의 표준편차가 GNI의 72%에 불과했으나 2000~2007년에는 가계소비의 변동 폭이 GNI보다 52~77% 이상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소비부문별로는 내구재 소비의 변동성이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나 전체 소비 변동성 확대의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내구재의 변동 폭이 가장 커진 이유는 소비의 자산효과 확대 추세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소비지출을 내구재, 비내구재, 서비스 등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하여 자산가격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문을 찾아 본 결과, <표 5>와 같이 주택가격과 주가 변동에 내구소비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과 주가 상승이 단기간에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면, 주택이나 주식 보유자의 소비만 늘어나게 되어 자산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고가의 내구소비재의 소비가 다른 품목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자산효과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소득보다 소비의 변동성이 더 높은 기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Ⅴ. 시사점 
   
최근 몇 년간 소비의 자산효과가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산효과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어 주택가격과 주가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와 전체 실물경기가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향후 소비회복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소비에 대한 소득의 영향력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에 있어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높아지더라도 소비의 증가 폭은 과거의 경기상승기에 비해 낮아질 것이다. 주택가격과 주가도 최근 수년간의 상승세가 한풀 꺽일 가능성이 있는 점도 소비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가격과 주가 등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소비의 자산효과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자산가격의 변동이 자산효과를 통하여 경기변동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득이 안정적이더라도 자산가격이 급변동하면 소비의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변동도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실물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자산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의 자산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 있는 만큼 자산가격의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경제의 스톡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금융과 실물자본이 증가하면서 가계의 낮은 저축률이 좀처럼 상승세로 반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또한 가계저축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LG 경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