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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5. 14:52
"이번 서브프라임 쇼크의 교훈이 있다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위험을 너무 자기 입장에서만 편협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사일로 효과(silos effect·조직간 혹은 부서간 장벽과 이기주의·용어설명 참조)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의 티모시 플린(Timothy P. Flynn·52)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리스크는 보다 조직 전체적인 입장에서 통합적이고 수평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사일로 효과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사업부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만의 위험을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월스트리트의 거의 모든 금융회사는 리스크 담당 임원을 두고 있으며, 엔론 사태 이후 기업의 회계와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문제는 위험관리가 증권 매매 부서 등 특정 부서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예컨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하는 행위 등에 대해 합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플린 회장은 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경우 시가(時價) 평가제도(용어설명)의 도입으로 인해 회계상 자산 가격 조정이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다른 점"이라며 "투명성이 높아지고 손실을 보다 빨리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의 회장이라 딱딱해 보일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그는 젊고 활기차 보였고 꾸밈이 없었다. 인터뷰에 배석한 한국 직원이 "미스터 플린(Mr. Flynn)"이라고 부르자 "미스터 플린이라고 부르면 너무 거북스러우니 그냥 '팀(Tim)'이라고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나게 말이 빨랐다. 질문을 하면 속사포처럼 대답을 쏟아냈다.

KPMG의 고객 기업 명단을 보면 낯익은 이름이 많다. GE, GM, 지멘스,IBM, 마쓰시다전기…. 포천(Fortune)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KPMG의 회계·세무·컨설팅 중 어느 하나라도 서비스를 받는 기업이 85%에 이른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KPMG는 전 세계에 148개 회원 기업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삼정KPMG가 회원으로 있다. KPMG는 특히 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어 씨티그룹과 도이치방크, HSBC 등 세계 톱 10 글로벌 은행 중 5개가 회계 감사를 맡기고 있다. 플린 회장은 KPMG 아시아 회원 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경제 성장으로 세계 경제가 여전히 높은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디커플링(decoupling)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당신의 의견은?

"디커플링 이론에 동의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에서 상호 의존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투자, 인프라, 소비지출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더구나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어떤 일이 생기든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과 인도의 소비가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때까지는 디커플링이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우리는 경기 둔화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경기 둔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 비용 구조, 혁신, 연구·개발(R&D) 등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기업은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기업으로 바뀌고,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게 된다."

― 서브프라임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규제 당국인가, 은행인가, 신용평가회사인가?

"금융 시스템의 공급 사슬(supply chain)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신용 위기는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기 때문에 발생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가 하면, 시장이 위험에 둔감해져 리스크 프리미엄(위험에 대한 대가)이 사라지고, 혁신적인 파생금융상품이 등장하고, 시장에 돈이 넘쳐나던 때의 모델이다. 또 상업어음(CP) 발행 등으로 조달한 단기 자금으로 자산담보부증권 등 장기 자산을 사들이는, 이른바 만기 불일치(mismatch) 모델이다.

그러나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에 유동성이 얼어 붙고, 단기 자본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장기 자산을 헐값에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다시 신용평가회사로 하여금 금융회사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리게 만들고, 은행으로 하여금 자산을 팔고 손실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한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자와 은행, 신용평가회사, 금융감독당국 모두가 참여했다. 따라서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

―부외(簿外·off-balance sheet) 거래(용어설명)의 확산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일조했다고 한다. 모든 거래는 장부에 기록돼 투자자들이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왜 부외거래가 날로 팽창하는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담보로 확보하고 있던 자산의 위험을 모두 떠안고 가지 않기 위해 구조화투자회사(SIV)라는 특수 자회사를 통해 부외거래를 일으켰다. 그러나 나중에 결국 SIV에서 발생한 모든 책임과 손실을 금융회사 장부에 계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앞으로 부외거래에 대한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향후 어떤 자산이나 항목을 부외장부(off-balance sheet)로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씨티그룹이나 메릴린치 등 미국 금융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국부(國富) 펀드(sovereign wealth fund·용어설명)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시간이 판단할 문제지만, 지금으로선 그들은 책임 있게 행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그들이 보유한 엄청난 자본은 금융시스템이 움직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흔히 국부펀드의 투자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만 아직 그런 정황은 없다."

―최근 회계기준의 세계적 통합(convergence) 논의가 활발하다. 이것은 왜 필요한가?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글로벌해졌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에서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언어가 필요하다. 만일 어느 은행이 한국과 홍콩, 뉴욕, 런던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4개의 회계 모델을 가져야 하는가? 글로벌해진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세계 각지의 기업들을 비교하려면 회계 언어도 글로벌해져야 한다."

―국제 회계기준으로 미국 회계기준인 US GAAP 대신 유럽 기반의 IFRS(용어설명)가 부상했다. 한국도 IFRS를 채택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이 더 이상 국제금융의 중심이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미국 금융시장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IFRS가 글로벌 회계 언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US GAAP과 IFRS의 융합(convergence) 가능성은 적다. 지금 세계에서 100여개 국가가 IFRS를 이미 채택했거나 채택할 예정이다.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Cox) 회장이 IFRS를 US GAAP에 뜯어 맞추는 노력을 포기했다. 이는 IFRS가 수용 가능한 글로벌 기준이 됐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IFRS와 US GAAP의 차이는 무엇인가?

"US GAAP이 보다 '규칙(rule)'에 기반한 것이라면, IFRS는 보다 '원칙(principle)'에 기반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실 IFRS에는 원칙도 있고 규칙도 있다. 다만 US GAAP에는 2만5000페이지의 규칙(rule)이 있는 반면, IFRS에는 2500페이지의 규칙밖에 없다. US GAAP은 보다 규칙에 기반한 것이고 흑백을 가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IFRS를 적용할 때는 보다 많은 판단이 개입된다."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흔히 사람, 프로세스, 그리고 기술의 세 가지 요소를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에 '위험 관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금융과 거래가 훨씬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위험 관리가 다른 세 가지 요소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위험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하면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

―최근 KPMG는 포천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작년보다 26계단이 뛰어 71위이고, 대기업 중에서는 26위이다. 비결이 무엇인가? 연봉을 많이 주는 것인가?

"물론 경쟁기업의 보상 수준을 늘 벤치마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보상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예를 들어 누가 나의 멘토가 되어 늘 나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지, 나의 경력을 회사가 관리해 주는지, 내가 도전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 국제적인 업무를 맡아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이런 넓은 의미에서 최고의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KPMG는 탄력근무제(flexible work arrangements)와 주문형경력관리제(customised career paths) 제도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이 제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사람들이 인생의 여러 단계, 즉 대학을 졸업해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고 하는 여러 단계에 따라 사람의 니즈와 근무 스케줄도 바뀔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많은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주부 직원의 경우 자녀들이 학교에 나가는 겨울엔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대신, 자녀들이 방학이라 집에 있는 여름엔 쉰다. 또 부모님이 편찮아서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직원이 있으면 동료 직원들이 휴가를 기부할 수 있다. 그래서 해당 직원은 6개월간 쉬면서 부모님을 간병하고, 다른 직원들은 휴가 반납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


티모시 플린은?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의 글로벌 이사회 회장이자 미국 KPMG 회장이다. 1979년 KPMG의 미니아폴리스 사무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 최고 직위까지 오른 정통 KPMG맨. 미네소타주 세인프폴의 세인트토마스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용어설명]

사일로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
조직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경영학 용어. 곡식을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인 사일로(silo)처럼 조직의 부서들이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빗댄 것.

시가(時價) 평가
자산의 가격을 평가할 때 장부가격 대신 시가를 반영하는 것

부외(簿外·off-balance sheet) 거래
기업이나 은행이 대차대조표에 올리지 않는 금융 거래

국부(國富) 펀드(sovereign wealth fund)
세계 각국의 국영투자기관이 운용하는 외화자산(펀드)을 말한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한국의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있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런던의 회계 전문가 단체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에서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 2000년 국제증권감독위원회가 이를 전 세계 단일 기준으로 채택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이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에서도 작년 12월 이 기준의 한국판인 K-IFRS를 공표 했다. K-IFRS는 2011년부터 모든 상장회사에 전면 적용되며, 조기 적용을 원하는 상장사는 2009년부터 적용 가능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22/20080222008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