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9. 17:17
만화 ‘신의 물방울’은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와인 애호가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고, 새로운 와인 애호가들을 만들어 내는데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 만화는 와인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지만, 기업 경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신의 물방울’은 주인공인 칸자키 시즈쿠와 경쟁자인 토미네 잇세가 주인공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12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명명한 최고의 와인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의 만화이다.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국내에 와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런데, 이 만화를 통해 본 와인의 성공 요인은 곧 기업 경영의 성공 요인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의 물방울을 통해 본 기업경영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시사점 1. 천지인의 조화 - 그 중 핵심은 사람
작가는 와인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만화 전반에서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특히, “하늘에 축복받고, 풍요로운 대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범작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어디엔가 있다면, 그건 천지인 중에 사람 말고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 중에서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아무리 하늘의 은혜를 입고, 땅의 축복을 받았어도 문제 해결의 주체인 사람의 지혜와 노력이 부족하면 평범한 와인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진정한 명품 와인은 흉년인 해에 나온다고 했다. 포도의 작황이 좋은 연도에는 누구나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으므로 생산자의 저력을 드러내기 어렵다. 반대로 흉년인 해는 와인 생산자의 역량과 포도를 대하는 자세가 그대로 맛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지인 모두가 갖춰졌을 때 근사한 와인이 탄생하듯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 환경,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자산,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의 조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도 “각 사업부에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객 니즈 및 기술 변화 속도 등의 가속화로 인하여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할지라도 환경 변화에 따라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얼마나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구성원들의 창의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이다. 특히, 기술이나 가격 등은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있으나, 의욕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에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는 핵심자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경영학자인 페퍼와 서튼이 자신들의 연구에서 “업무가 단순할 때는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의 생산성 차이는 많아야 3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중급 정도의 난이도를 지닌 업무일 때도 생산성 차이는 최대 12배 정도다. 그렇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면 인재와 평범한 직원의 성과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뛰어난 리더나 인재는 위기 상황에서 그 빛을 더욱 발한다. 명품 와인이 흉년인 해에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휘청거리는 공룡 IBM을 다시 본 궤도에 올려놓은 루 거스너, 회사의 주력을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스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앤디 그로브, 닛산자동차를 재건한 카를로스 곤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리더들은 모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기업을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였다. 와인 생산자가 와인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듯, 인재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기업 성과를 제고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사점 2.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 시스템의 정합성 확보
신의 물방울이 우리에게 주는 주요 메시지 중의 하나는 와인이 단순히 술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즐기는 문화라는 점이다. 작가는 요리와 와인의 관계를 결혼/궁합이라는 의미의 마리아주(mariage)라고 말하고 있다. 즉, 맛있는 요리가 근사한 와인 덕택에 더욱 돋보이게 느껴지고, 반대로 요리가 와인의 매력을 끌어내 주는 등 서로의 장점을 더욱 드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리와 와인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게 되면, 서로의 장점을 방해한다. 즉, 와인이 굴의 비릿함을 더욱 강하게 느껴지게 하거나, 음식이 와인의 향을 날아가도록 하는 문제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중요하듯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궁합이 중요하다. 즉, 회사 시스템이나 정책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기업 전략 및 문화, 그리고 다른 시스템과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HR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책과 시스템 간의 일관된 주제와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구성원 간의 협력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회사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고용의 안정성을 중시하거나, 임금 격차를 크게 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거나 또는 성과만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회사가 지향하는 전반적인 목표 달성에 적합한 활동을 하느냐 여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타 기업에서 성공한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자사의 문화나 다른 시스템과의 정합성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3M을 보자. 3M은 2000년 말 GE 출신인 제임스 맥너니를 CEO로 스카우트 했다. 맥너니는 3M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GE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3M은 효율성보다는 기술 개발과 구성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일례로 R&D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시간의 15%를 원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15%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나, 당장 제품화되지 않더라도 기술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3M 고유의 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맥너니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당장의 성과 창출이 가능하거나 또는 앞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이나 사업 분야가 아닐 경우에는 비용을 축소하고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합리화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2000년 말 167억 달러였던 3M의 매출은 2005년 말에는 212억 달러로 45억 달러나 증가하였고, 주가도 거의 2배로 뛰었던 것이다. 하지만 3M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제품 출시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GE식 효율성과 3M 고유의 창의성/자율성이라는 두 철학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부딪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맥너니의 뒤를 이은 버클리는 3M의 가치관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에 보다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용접 제품 분야에 있어 세계적 리딩 기업인 링컨 일렉트릭(Lincoln Electric)은 공장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했느냐에 기초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으며, 기업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980년대 말 회사가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유럽에 진출하면서, 충분한 검토도 없이 회사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유럽 공장에 바로 적용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생산성은 계속 떨어졌다. 후에 회사는 유럽의 노동문화가 일한 만큼의 대가와 보너스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링컨 일렉트릭은 1990년 초반 대부분의 외국 공장에서 철수를 해야 했다.
시사점 3. 포도 밭 주위의 장미 - Market Intelligence를 통한 위험 관리
신의 물방울에는 “왜 포도 밭 주위에 이렇게 장미를 심어놨죠?”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장미가 포도가 걸리는 병에 먼저 감염되어 알려주기 때문이야. 말하자면 이 장미는 포도의 수호신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와 같이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병충해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포도밭 주위에 장미를 심어놓는다.
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위험 관리는 중요하다. 한때 블루오션을 창출했던 기업들이 시장 환경과 경쟁자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 위기에 빠지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 & Co.)은 SCM, 유통점 브랜드(Store Brand), 카탈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판매 기법을 도입한 우량 기업이었으나, 할인 판매점의 등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였다. 또한 DEC는 기존 중대형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미니컴퓨터 시장을 창출하고 오랫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었으나, PC와 노트북 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놓쳤고, 결국 컴팩(Compaq)에 합병되었다.
사실 시장 및 경쟁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사전적 전략 수립 및 시장 기회 확보, 시장 침투 전략 등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Market Intelligence의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곧바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Market Intelligence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특성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이미 익숙한 시장을 대상으로 기존 접근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미래의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장을 놓치게 만들고, 결국 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가장 큰 난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충해의 위험에 대비하여 포도 밭 주위에 장미를 심듯이, 기업은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이제까지의 핵심 성공요인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시사점 4. 그냥 마시고 싶다 - 일을 즐겨라
경쟁자인 잇세는 주인공인 시즈쿠에게 “당신은 이 두 병의 와인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했지?”라고 물었다. 이때 시즈쿠는 “아무것도, 그냥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어. 와인을 앞에 두면 난 항상 그래. 사막을 걷고 있는 여행자처럼 목이 말라서 미칠 것 같아”라고 대답한다.
주인공 시즈쿠는 어떤 목적을 위해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와인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와인에 좀 더 몰입이 가능하고, 자신의 역량을 보다 빨리 높여나갈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명예나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따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세계 30여 개 국에 약 200개의 회사를 두고 항공, 모바일, 음악 인터넷, 음료, 호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버진 그룹(Virgin Group)을 창시한 리처드 브랜슨을 보자. 고등학교 중퇴 후 잡지 창간을 통해 사업의 길로 들어선 그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은 없다. 단지 사업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행복한지 자문해보곤 한다. 그리고 계속 재미가 없으면 그 일을 그만둔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미를 느끼는 일을 즐겁게 하다 보니 성공과 돈은 저절로 따라왔다는 것이다.
또한 GE의 CEO인 이멜트도 어떻게 CEO가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을 이끄는 비결인 것이다.
시사점 5. 아버지, 미야비, 쵸스케… - 멘토링의 적극 활용
와인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주인공이 최고의 와인 전문가와 동등한 대결을 해 나가는 배경에는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동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 도움을 받는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즈쿠의 맨 처음 스승은 바로 작고한 아버지였다. 시즈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시켜서 뭔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의 냄새를 맡아보며 자랐거든. 뜰에 있는 허브에, 산딸기에, 산사나무, 아카시아 같은 꽃 냄새. 이상한 건 연필이랑, 허리띠, 모닥불 냄새 같은 것도 익혀두라고 하셨지”라고 말하고 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와인 영재교육을 시킨 것이었다. 시즈쿠는 이러한 아버지의 교육 외에도 아버지의 친구인 로베르 스승, 레스토랑의 와인 담당자인 소믈리에를 지망하는 미야비, 이탈리아 와인의 전문가인 쵸스케, 직장 상사, 심지어 경쟁자인 잇세로부터 다양한 조언과 도움을 받아 와인에 대해 많은 지식을 빠르게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온 힐이라는 신문기자는 20세기 초 카네기, 록펠러, 조지 이스트만, 토마스 에디슨 등 그 당시 성공했다는 리더들의 성공 비결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사, 동료, 부하 등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아무리 개인이 똑똑하고 유능하다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생각을 하고 일을 처리해나가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들과 협력하여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야 자신과 조직의 성과를 높이 수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시절 인연을 맺었던 스티브 발머라는 좋은 동료이자 조언자를 가지고 있다. “발머가 1인자이고, 내가 2인자이다”라는 게이츠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 대한 신뢰는 매우 깊다. 발머는 MS를 주식회사로 발전시키면서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최고 인재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스톡 옵션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를 실행하였다. 또한 최고의 인재 찾기에 나서 헝가리 출신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나이 등 우수 인력을 영입함으로써 MS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몰입하기 위해 2008년 7월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영원한 파트너인 발머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사점 6. 차별적 고객 가치 제공이 성공 핵심
신의 물방울로부터 배우는 마지막 경영 포인트는 바로 이 책의 성공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성공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고객의 니즈를 아주 꼭 짚어 충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최근 와인은 기호품으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부드럽게 이끄는 수단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기업의 CEO와 임원 중 84%가 와인과 관련한 지식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한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복잡한 와인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의 물방울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저자가 인터뷰 등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딱딱한 설명으로 가득한 기존의 와인 가이드 같은 책이 아니라, 추리소설처럼 사람들이 다음에 등장할 와인이 뭔지 궁금하게 만들고 와인 맛을 상상하게 만듦으로써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도 신제품의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그 제품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 없다. 신제품 개발 연구의 대가인 버트 쿠퍼는 신제품 개발의 주요 단계를 13가지로 구분하고, 제품 개발 이전 단계에 투입되는 자원의 질과 양에 따라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경쟁 제품과 가격, 고객의 필요와 수요 검토, 시장 규모 예측 등이 포함된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해야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 역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700개 산업의 13,000가지 신제품을 조사한 후, 신제품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고객 니즈의 부합이라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80호
‘신의 물방울’은 주인공인 칸자키 시즈쿠와 경쟁자인 토미네 잇세가 주인공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12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명명한 최고의 와인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의 만화이다.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국내에 와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런데, 이 만화를 통해 본 와인의 성공 요인은 곧 기업 경영의 성공 요인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의 물방울을 통해 본 기업경영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시사점 1. 천지인의 조화 - 그 중 핵심은 사람
작가는 와인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만화 전반에서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특히, “하늘에 축복받고, 풍요로운 대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범작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어디엔가 있다면, 그건 천지인 중에 사람 말고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 중에서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아무리 하늘의 은혜를 입고, 땅의 축복을 받았어도 문제 해결의 주체인 사람의 지혜와 노력이 부족하면 평범한 와인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진정한 명품 와인은 흉년인 해에 나온다고 했다. 포도의 작황이 좋은 연도에는 누구나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으므로 생산자의 저력을 드러내기 어렵다. 반대로 흉년인 해는 와인 생산자의 역량과 포도를 대하는 자세가 그대로 맛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지인 모두가 갖춰졌을 때 근사한 와인이 탄생하듯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 환경,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자산,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의 조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도 “각 사업부에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객 니즈 및 기술 변화 속도 등의 가속화로 인하여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할지라도 환경 변화에 따라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얼마나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구성원들의 창의력 및 문제 해결 능력이다. 특히, 기술이나 가격 등은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있으나, 의욕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에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는 핵심자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경영학자인 페퍼와 서튼이 자신들의 연구에서 “업무가 단순할 때는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의 생산성 차이는 많아야 3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중급 정도의 난이도를 지닌 업무일 때도 생산성 차이는 최대 12배 정도다. 그렇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면 인재와 평범한 직원의 성과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뛰어난 리더나 인재는 위기 상황에서 그 빛을 더욱 발한다. 명품 와인이 흉년인 해에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휘청거리는 공룡 IBM을 다시 본 궤도에 올려놓은 루 거스너, 회사의 주력을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스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앤디 그로브, 닛산자동차를 재건한 카를로스 곤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리더들은 모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기업을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였다. 와인 생산자가 와인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듯, 인재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기업 성과를 제고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사점 2.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 시스템의 정합성 확보
신의 물방울이 우리에게 주는 주요 메시지 중의 하나는 와인이 단순히 술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즐기는 문화라는 점이다. 작가는 요리와 와인의 관계를 결혼/궁합이라는 의미의 마리아주(mariage)라고 말하고 있다. 즉, 맛있는 요리가 근사한 와인 덕택에 더욱 돋보이게 느껴지고, 반대로 요리가 와인의 매력을 끌어내 주는 등 서로의 장점을 더욱 드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리와 와인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게 되면, 서로의 장점을 방해한다. 즉, 와인이 굴의 비릿함을 더욱 강하게 느껴지게 하거나, 음식이 와인의 향을 날아가도록 하는 문제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중요하듯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궁합이 중요하다. 즉, 회사 시스템이나 정책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기업 전략 및 문화, 그리고 다른 시스템과 정합성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HR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책과 시스템 간의 일관된 주제와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구성원 간의 협력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회사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고용의 안정성을 중시하거나, 임금 격차를 크게 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거나 또는 성과만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회사가 지향하는 전반적인 목표 달성에 적합한 활동을 하느냐 여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타 기업에서 성공한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자사의 문화나 다른 시스템과의 정합성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3M을 보자. 3M은 2000년 말 GE 출신인 제임스 맥너니를 CEO로 스카우트 했다. 맥너니는 3M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GE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3M은 효율성보다는 기술 개발과 구성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일례로 R&D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시간의 15%를 원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15%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나, 당장 제품화되지 않더라도 기술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3M 고유의 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맥너니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당장의 성과 창출이 가능하거나 또는 앞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이나 사업 분야가 아닐 경우에는 비용을 축소하고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합리화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2000년 말 167억 달러였던 3M의 매출은 2005년 말에는 212억 달러로 45억 달러나 증가하였고, 주가도 거의 2배로 뛰었던 것이다. 하지만 3M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제품 출시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GE식 효율성과 3M 고유의 창의성/자율성이라는 두 철학이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부딪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맥너니의 뒤를 이은 버클리는 3M의 가치관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에 보다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용접 제품 분야에 있어 세계적 리딩 기업인 링컨 일렉트릭(Lincoln Electric)은 공장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했느냐에 기초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으며, 기업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980년대 말 회사가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유럽에 진출하면서, 충분한 검토도 없이 회사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유럽 공장에 바로 적용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생산성은 계속 떨어졌다. 후에 회사는 유럽의 노동문화가 일한 만큼의 대가와 보너스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링컨 일렉트릭은 1990년 초반 대부분의 외국 공장에서 철수를 해야 했다.
시사점 3. 포도 밭 주위의 장미 - Market Intelligence를 통한 위험 관리
신의 물방울에는 “왜 포도 밭 주위에 이렇게 장미를 심어놨죠?”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장미가 포도가 걸리는 병에 먼저 감염되어 알려주기 때문이야. 말하자면 이 장미는 포도의 수호신이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와 같이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병충해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포도밭 주위에 장미를 심어놓는다.
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위험 관리는 중요하다. 한때 블루오션을 창출했던 기업들이 시장 환경과 경쟁자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 위기에 빠지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 & Co.)은 SCM, 유통점 브랜드(Store Brand), 카탈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판매 기법을 도입한 우량 기업이었으나, 할인 판매점의 등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였다. 또한 DEC는 기존 중대형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미니컴퓨터 시장을 창출하고 오랫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었으나, PC와 노트북 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놓쳤고, 결국 컴팩(Compaq)에 합병되었다.
사실 시장 및 경쟁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사전적 전략 수립 및 시장 기회 확보, 시장 침투 전략 등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Market Intelligence의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곧바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Market Intelligence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특성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이미 익숙한 시장을 대상으로 기존 접근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미래의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장을 놓치게 만들고, 결국 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가장 큰 난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충해의 위험에 대비하여 포도 밭 주위에 장미를 심듯이, 기업은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이제까지의 핵심 성공요인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시사점 4. 그냥 마시고 싶다 - 일을 즐겨라
경쟁자인 잇세는 주인공인 시즈쿠에게 “당신은 이 두 병의 와인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했지?”라고 물었다. 이때 시즈쿠는 “아무것도, 그냥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어. 와인을 앞에 두면 난 항상 그래. 사막을 걷고 있는 여행자처럼 목이 말라서 미칠 것 같아”라고 대답한다.
주인공 시즈쿠는 어떤 목적을 위해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와인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와인에 좀 더 몰입이 가능하고, 자신의 역량을 보다 빨리 높여나갈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명예나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따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세계 30여 개 국에 약 200개의 회사를 두고 항공, 모바일, 음악 인터넷, 음료, 호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버진 그룹(Virgin Group)을 창시한 리처드 브랜슨을 보자. 고등학교 중퇴 후 잡지 창간을 통해 사업의 길로 들어선 그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은 없다. 단지 사업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행복한지 자문해보곤 한다. 그리고 계속 재미가 없으면 그 일을 그만둔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미를 느끼는 일을 즐겁게 하다 보니 성공과 돈은 저절로 따라왔다는 것이다.
또한 GE의 CEO인 이멜트도 어떻게 CEO가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을 이끄는 비결인 것이다.
시사점 5. 아버지, 미야비, 쵸스케… - 멘토링의 적극 활용
와인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주인공이 최고의 와인 전문가와 동등한 대결을 해 나가는 배경에는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동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 도움을 받는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즈쿠의 맨 처음 스승은 바로 작고한 아버지였다. 시즈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시켜서 뭔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의 냄새를 맡아보며 자랐거든. 뜰에 있는 허브에, 산딸기에, 산사나무, 아카시아 같은 꽃 냄새. 이상한 건 연필이랑, 허리띠, 모닥불 냄새 같은 것도 익혀두라고 하셨지”라고 말하고 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와인 영재교육을 시킨 것이었다. 시즈쿠는 이러한 아버지의 교육 외에도 아버지의 친구인 로베르 스승, 레스토랑의 와인 담당자인 소믈리에를 지망하는 미야비, 이탈리아 와인의 전문가인 쵸스케, 직장 상사, 심지어 경쟁자인 잇세로부터 다양한 조언과 도움을 받아 와인에 대해 많은 지식을 빠르게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온 힐이라는 신문기자는 20세기 초 카네기, 록펠러, 조지 이스트만, 토마스 에디슨 등 그 당시 성공했다는 리더들의 성공 비결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사, 동료, 부하 등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 성공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아무리 개인이 똑똑하고 유능하다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생각을 하고 일을 처리해나가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들과 협력하여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야 자신과 조직의 성과를 높이 수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시절 인연을 맺었던 스티브 발머라는 좋은 동료이자 조언자를 가지고 있다. “발머가 1인자이고, 내가 2인자이다”라는 게이츠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 대한 신뢰는 매우 깊다. 발머는 MS를 주식회사로 발전시키면서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최고 인재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스톡 옵션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를 실행하였다. 또한 최고의 인재 찾기에 나서 헝가리 출신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나이 등 우수 인력을 영입함으로써 MS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몰입하기 위해 2008년 7월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영원한 파트너인 발머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사점 6. 차별적 고객 가치 제공이 성공 핵심
신의 물방울로부터 배우는 마지막 경영 포인트는 바로 이 책의 성공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성공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고객의 니즈를 아주 꼭 짚어 충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최근 와인은 기호품으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부드럽게 이끄는 수단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기업의 CEO와 임원 중 84%가 와인과 관련한 지식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한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복잡한 와인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의 물방울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저자가 인터뷰 등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딱딱한 설명으로 가득한 기존의 와인 가이드 같은 책이 아니라, 추리소설처럼 사람들이 다음에 등장할 와인이 뭔지 궁금하게 만들고 와인 맛을 상상하게 만듦으로써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도 신제품의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그 제품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 없다. 신제품 개발 연구의 대가인 버트 쿠퍼는 신제품 개발의 주요 단계를 13가지로 구분하고, 제품 개발 이전 단계에 투입되는 자원의 질과 양에 따라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경쟁 제품과 가격, 고객의 필요와 수요 검토, 시장 규모 예측 등이 포함된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해야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 역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700개 산업의 13,000가지 신제품을 조사한 후, 신제품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고객 니즈의 부합이라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80호
'Business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보딩 프로그램, 신임 리더의 실패 줄인다 (0) | 2008.03.19 |
---|---|
터치포인트를 관리하라 (0) | 2008.03.19 |
위기 관리를 위한 전략적 고객 커뮤니케이션 (0) | 2008.03.12 |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0) | 2008.03.11 |
중소기업으로 40년을 장수하는 비결 (0) | 2008.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