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302)
Some advice for me (32)
Music (319)
Book (68)
Business (820)
Diary (60)
Gateway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8. 3. 11. 14:42

기시 사장이 위기마다 과감한 결단과 행동력으로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실천한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대기업 안 따라 하기’와 ‘경영서 안 믿기’다.

크기변환_photo_Business.JPG

일본 사이타마 현의 동아식품공업(東亞食品工業)은 1962년에 창업한 작은 식품회사다. 창업 후 10년 이상 회사 간판을 내리지 않고 살아남는 기업이 전체의 10퍼센트 미만이라는 통계에 비추어볼 때, 40여 년간 식품업 외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흔치 않은 내공이다. 물론 그동안 주식시장에 상장할 만큼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하거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고 일어나면 유수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동아식품공업이란 회사의 40년 내공의 비밀은 충분히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다. 기시 요시나가(木子吉永) 사장은 1962년에 입사해 40여 년간 동아식품공업의 변화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동아식품공업의 첫 번째 변화는 1964년에 일어났다. 당시 동아식품공업의 주력 상품은 통조림이었는데 돼지내장 통조림을 생산해서 동남아시아 일대에 수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거의 같은 상품을 훨씬 싼 가격에 대량생산하기 시작하자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해졌다. 어쩔 수 없이 동아식품공업은 주력상품을 통조림에서 당시 히트 예감을 보이던 냉동식품으로 바꾸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냉동식품은 전혀 새로운 상품이었기 때문에 만드는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식품업체의 하청업체로서 냉동식품 제조방법을 습득해가며 사업을 키우고 있었다. 그대로라면 나름대로 수익을 올리면서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곧바로 세 번째 변화를 감행해야 하는 사태에 몰렸다. 대형 식품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통고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동아식품공업은 독자적인 상품을 개발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게 되었다. 이것이 세 번째 변화다.

그 후 한동안 ‘냉동푸딩’과 ‘문파이’라는 히트상품으로 꽤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을 때 다시 네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1973년의 오일 쇼크였다. 경제는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식어가고,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생산량이 줄어 생산설비가 남아돌았고,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해졌다. 그 단계에서 동아식품공업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철저한 아웃소싱’을 활용하기로 한다.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를 찾아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고, 회사는 가능한 한 생산설비를 보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변화였다.다섯 번째 변화는 고객 측면에서 일어났다. 원래 동아식품공업은 1967년부터 10년 가까이 학교급식이라는 대형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냉동푸딩 같은 히트상품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곧바로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유통시켰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대기업과 경합을 벌인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그래서 다시 학교급식에서 산업체급식으로 고객을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형고객에서 소형고객으로 주요 고객층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산업체급식(소형고객)으로 판매망을 바꾸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과거와 달리,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영업활동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한 건만 계약해도 큰 매출로 이어졌는데, 소형고객을 상대해서 그 정도 매출을 올리려면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했다.

그렇다고 영업사원을 계속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매출이 줄었을 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시 사장은 결국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변화를 실행에 옮겼다. 1989년부터 영업사원을 늘리지 않고 DM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엽서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 회원제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동아식품이 실행한 여섯 가지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제품의 전환(통조림에서 냉동식품으로)

2. 하청기업으로 전환(독립업체에서 대기업 하청업체로)

3. 자사 메이커로 전환(납품생산자에서 독립생산자로)

4. 생산공정의 아웃소싱화

5. 대형고객에서 소형고객으로 전환(학교급식에서 산업체급식으로)

6. 마케팅 방식의 전환(방문영업에서 DM과 엽서 영업으로)

‘식품회사’라는 아이덴티티를 제외한 모든 것, 즉 주요상품부터 주요고객층까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에 몸을 맡기는 경영방식을 전략적으로 구사해왔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식품공업의 사례는 미래가 불확실해도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중소기업 생존법’을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다. 세상에는 경영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그런 책들은 일선에서 경험을 쌓은 적이 없는 경영 컨설턴트들이 대기업을 모델로 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통 빨간 줄을 치며 읽어도 중소기업 사장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몸집이 작고 가벼우며 스피디한 것은 중소기업만의 장점이다. 대기업과 다른 중소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훌륭한 경영서들은 ‘경영자는 주위에 예스맨만 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 설득이 일견 타당하긴 하지만, 오늘 사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일의 운명이 결정되는 작은 회사들의 경우에는 주위에 ‘노맨’이 있으면 매우 힘들다. 동아식품공업이 여섯 차례의 대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주위를 예스맨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실행은 뒤로 밀리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글 - 장민주 작은 회사 경영 이야기 역자(geenak@naver.com)
- Beyond Promise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