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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9. 17:25
Design or Resign.(디자인을 하든지 아니면 사퇴하든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영국 대처 수상의 말이다. 그것도 1979년 취임 후 첫 각료회의에서. 그는 "실업과 침체에 빠져있던 영국 경제는 디자인이라는 창조산업으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자인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시장에서 도태되는 기업들이 많다. 경영자들은 보다 나은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리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사랑 받는 위대한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사람'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어느 기업이 만들었나'보다 '누가 디자인했나'를 따진다. 즉, 'made in' 시대에서 'designed by'의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르마니폰이나 프라다폰, 앙드레김 냉장고 등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이너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자이너의 유명세는 제품 이미지 향상으로 직결된다. 즉, 후광 효과다. 이는 쓰러져가는 기업을 다시 일으킬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한다.

푸마의 사례를 보자. 푸마는 나이키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 푸마를 살려 낸 것이 바로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 질 샌더(Sander)였다. 그가 디자인한 스니커즈(운동화 종류)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푸마는 이를 통해 승승장구하게 됐다.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을 입은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기업은 디자이너를 차별화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스웨덴의 중저가 의류 기업 H&M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개 중저가 의류 회사들은 유명 패션쇼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디자인을 기획한다. 그러나 H&M은 최고의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독자 노선을 걸었다. 명품업체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칼 라커펠트(Lagerfeld)를 영입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라커펠트가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자, 15유로(2만원 상당)짜리 티셔츠가 10분 만에 매진됐다. 이때 판매 열기가 연간 매출액을 무려 20%나 증가시켰다. H&M은 이로 인해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했다.


두 번째 조건은 '이야기(story)'다. 담배를 피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지포(Zippo)라이터'를 사고 싶어한다.

수많은 라이터 중에서 유난히 지포라이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속 주머니에 넣어둔 지포라이터가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줘 병사의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디자인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은 전설로 남을 수 있다.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는 기업들은 이 밖에도 많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보석 전문 업체 스와로브스키는 지난 1995년에 기업 박물관 '크리스탈 월드'를 건립했다. 매년 70만 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디자인 전시의 결정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박물관 입구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개의 크리스탈 눈을 가진 녹색의 거대한 괴물이 서 있는데, 천년 동안 알프스 산맥을 지키다가 알프스의 결정체인 '크리스탈'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왔다고 한다. '자연과 보석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기업 철학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박물관의 작품 중 '크리스탈 돔'에 들어서면 신비로운 음악이 깔리면서 크리스탈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달리나, 니키드 생팔, 키스 헤링 같은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크리스탈로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박물관의 디자인 팀장인 안드레 헬러는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과 관람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매개체가 바로 '이야기'다.

이번엔 제품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자. '굿 그립스(Good Grips)'는 현재 500여종의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옥소(OXO)의 대표 제품이다. 굿 그립스에 담긴 숨은 이야기는 바로 '남편의 사랑'이다.

미국의 은퇴한 엔지니어인 샘 파버(Sam Farber)는 손에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개발한다. 끝이 둥글고 지렛대를 많이 넣어 힘이 덜 가는 용품들이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굿 그립스'다. 손이 아픈 아내를 위해 설계된 지느러미 모양의 굿 그립스 손잡이! 이 따뜻한 남편의 사랑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기업 포드 역시 '카우보이'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을 선보였다. 픽업 트럭시장을 이끌고 있던 포드는 시장조사를 하던 중 말 가죽이 얹어진 구형 트럭을 우연히 발견했다. 한 카우보이가 트럭에 말 안장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포드는 제품의 주요 고객인 카우보이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텍사스 최대 말 가죽 업체인 킹 랜치와 함께 말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한 픽업트럭을 개발했다. 텍사스의 광활한 목장과 말을 탄 카우보이의 이미지가 픽업트럭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포드의 '킹 랜치 F-150' 모델은 입 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고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은 '디자인 최우선주의' 정신이다. '위대한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 하면 애플'이라고 할 정도로 애플의 디자인 경영은 유명하다. 여기엔 디자인 최우선주의가 깔려있다. 단적인 예가 애프터서비스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일정 기간 무상수리, 이후에는 유상수리' 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원칙은 '무상교환'이다. 수리는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 이유는 좋은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애프터서비스를 하려면 전자 제품을 분해해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사구멍이나 파팅라인 등으로 인해 디자인에 제약을 가져온다. 애플은 이것을 참을 수 없어 차라리 무상교환을 해준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렇게 애프터서비스의 원칙마저 바꿔가면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바로 이처럼 확고한 디자인 철학에서 나온다.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기업인 뱅앤올룹슨(Bang & Olufsen)도 비슷한 사례다. 뉴욕현대미술관은 무려 11개의 뱅앤올룹슨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만큼 뱅앤올룹슨의 오디오는 명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는 뜻이다. 1992년에 3000달러에 출시한 베오랩 8000 스피커는 지금도 45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교체 주기가 짧은 가전산업에서 10년 넘게 장수하는 제품이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런 뱅앤올룹슨에서 가장 대우 받는 사람들이 바로 야콥 옌센(Jensen)과 데이비드 루이스(Lewis) 등의 디자이너다. 그런데 이들은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한다. 이 기업은 '디자이너가 회사의 정규 직원이 되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프리랜서를 고집한다. 하지만 아무리 외부 디자이너라도 이들은 기업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3년에 뱅앤올룹슨이 베오비전 MX8000이라는 텔레비전 모델 출시를 앞둔 상황이었다. 제품 두께를 1인치만 늘리면 10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당연히 경영진은 그렇게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디자인한 데이비드 루이스가 반대했다. 1인치를 늘리는 순간 제품 디자인이 죽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진은 1000만 달러를 과감히 포기했다. 1인치의 두께도 타협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고집을 존중한 것이다. 이런 디자인 존중 문화가 바로 오늘날 뱅앤올룹슨의 명품 디자인을 만들어 낸 비결이다.

과거에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값이 차이가 나도 예쁜 옷이 선택 받는 시대다. 21세기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변수는 디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기업은 위대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SERICEO와 함께하는 경영전략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