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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0. 14:00
반도체 지고 환경·생명공학이 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현장스토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San Jose) 북서쪽에 뻗어 있는 샌드힐 로드(Sandhill Road).

구글(Google), 인텔(Intel), 애플(Apple)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을 길러낸 벤처캐피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다. 길 양쪽 끝은 각각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으로 연결된다.

지난달 이곳을 방문한 기자를 태운 택시 운전기사는 "길 초입에서부터 돈 냄새가 물씬 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기는 요즘 땅값이 너무 올라서 돈이 있어도 사무실을 구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정장 차림의 기자를 사업가인줄 알았는지 "대박 터뜨리길 바란다(Hit the jackpot)"는 작별 인사까지 건넸다.

2750번지. 전설적인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가 나타났다. 이 회사의 투자수익률은 천문학적이다. 넷스케이프(Netscape) 투자로 80배, 익사이트(Excite) 72배, 아마존(Amazon)으로 44배를 벌었다.

회사 1층 로비엔 푸짐한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신선한 과일과 스테이크, 감자 샐러드, 오렌지 주스…. 직원들은 수시로 음식을 퍼 날라 먹었다. 넥타이를 맨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티셔츠나 후줄근한 남방에 면바지 차림이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핵심 파트너중 한 사람인 매트 머피(Matt Murphy)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이 직업은 매일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내일의 일을 오늘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년 100%를 넘는 투자수익률을 올린다는 전설적인 벤처캐피털 파트너의 말치고는 너무 겸손했다.

그의 담당 분야는 인터넷과 통신이다. 최근 애플(Apple)과 함께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휴대전화 콘텐츠 관련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오늘날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만능이에요. 한국에서 오셨으니 그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네요.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통신비를 더 아낄까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요즘 통신업체 수익 중 약 30%가 정보 서비스에서 나와요. 4년 전만 해도 5%에 불과했죠. 성장세가 엄청나요. 그래서 저희는 인맥 구축, 건강 검진, 위치 추적, 오락 등 휴대전화 콘텐츠와 관련된 신생 벤처를 발굴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까다로워요. 첨단 중에서도 최첨단에 투자합니다. 그래야 미래를 잡을 수 있거든요."

■ 환경·생명 공학이 키워드

반도체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 '실리콘(Silicon)밸리'. 하지만 이제 반도체는 벤처캐피털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요즘 밸리를 달아오르게 하는 테마는 친환경 에너지, 생명공학, 콘텐츠 분야이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Doerr) 파트너는 "과거 몇 년 간 친환경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왔다"며 "자체적으로 친환경 분야를 약 50개 분야로 분류하는데 이중 바이오 에너지와 태양광 분야가 투자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분야에 독보적인 벤처캐피털인 MPM캐피털의 루크 에브닌(Evnin) 파트너에게 앞으로 뜰 생명공학 분야 기술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일단 멀리 내다보면 당연히 '줄기세포'가 결정적인 기술 분야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상업적으로 적용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자 치료법(gene therapy)'도 앞으로 각광 받을 핵심 기술입니다. 결점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교체하는 기술이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치매와 같은 고령화 질병이 늘어나면서 이쪽 분야의 기술도 향후 몇 년간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생명공학 기술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이 주목하는 '차세대 혁신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 과학자들의 수준과 연구 속도는 무시무시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분야의 특허 신청 건수를 보면 한국이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예요. 고등학생의 과학 실력도 한국이 핀란드에 이어 2위입니다. 투자자라면 한국을 빠뜨릴 수 없지요. 저희도 최근 한국의 대기업 및 전문가들과 손을 잡고 치매 치료 기술 개발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쇼크로 월스트리트가 온통 난장판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선 동요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300억 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22% 늘었다.

인맥 관리 사이트인 페이스북(Facebook)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벤처캐피털 액셀(Accel)의 10명의 파트너 중 한 사람인 이인식씨는 "벤처캐피털은 당장이 아니라 3~5년 뒤 두각을 나타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니까 일반 경기와는 사이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가 나쁘면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도 줄어들지만, 질적인 수준은 오히려 올라간다"면서 "오히려 경제가 안 좋을 때 훌륭한 사업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09/20080509006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