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모든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완벽한 경제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 정통파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통설이다. 이러한 통설에 따르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모든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되는 모든 가격들은 정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학의 통설은 금융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70년대 말 행동경제학자들인 다니엘 카네만 교수와 아모스 트베르스키 교수는 정통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완벽한 인간’은 사실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를 한다는 것을 여러 증거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개인의 비합리성의 근원은 ‘도마뱀의 뇌’에 있다. 이는 매우 원시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과정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도마뱀의 뇌 덕분에 우리는 번식하고 음식을 찾고 번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도마뱀의 뇌는 우리가 돈을 잃게 하는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도마뱀의 뇌가 작동하는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행동들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비합리성 1 : 최후통첩게임, 자존심을 버리고 패배를 받아들여라! 베르너 구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1982년 최후통첩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후통첩게임은 제안자와 응답자가 존재하고 제안자는 돈을 어떻게 나눌지를 제안하고, 응답자는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절할지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10달러를 가지고 익명의 상대방에게 1달러의 배수를 가져갈 것을 제안하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10달러에서 남는 돈은 제안자가 갖게 되고 응답자는 제안 받은 액수를 들고 집에 가면 된다. 그러나 만약 응답자가 제안을 거절하게 되면 둘 다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연구 결과는 어떠했을까? 실제로 응답자의 20%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잃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를 믿지 못했고, 너무 금액이 적어서 거절하기 쉬웠던 것 아니냐라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버논 스미스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100달러를 가지고 다시 실험을 했을 때도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최후통첩게임에서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액수를 영원히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종 우리는 투자를 할 때 손해를 감수하거나 완강하게 버티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선의 방법은 작은 패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비합리성 2 : 손실회피도,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손실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5달러를 벌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해 5달러를 잃고 싶어 하진 않는다. 즉, 손해를 보게 될 위험을 보상하고 남을 더 큰 이익이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카네만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손실회피도’라고 명명한다. 베어링스 은행은 영국에서 가장 명성 있는 금융기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리슨이 투기로 10억 파운드를 잃으면서 베어링스 은행도 파산하게 되었다. 이런 비극적 사태를 초래한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손실회피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리슨도 10억 파운드를 한 번에 다 잃은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적은 액수를 잃었지만 적은 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베팅 액수를 늘렸다. 잃고 있는 포지션에 액수를 자꾸 늘리면서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교훈은 확실하다. 돈을 잃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의 마음이 더 큰 위험을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합리성 3 : 랜덤워크, 패턴을 찾으려 들지 마라. 동전을 던져 앞면(H)과 뒷면(T)이 나오는 아래의 두 패턴을 고려해 보자.패턴 A: H-T-H-T-H-T-T-T-H-H-T-T-T-T-T-T-H-T-H패턴 B: T-H-H-T-T-H-T-H-H-T-H-H-T-H-H-T-T-H-T어느 패턴이 랜덤한 것일까? 답을 직접 선택하여 보라. 패턴 A는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패턴 B가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점은 도마뱀의 뇌가 비논리적인 행동에서 논리적인 패턴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주가는 임의로 움직이는 요소가 상당히 강한데도 우리는 반복적인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실제 시장은 이론대로 아름다운가? <월가에서 배우는 랜텀워크 투자전략(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의 저자 버튼 맬키엘이 했던 “다트를 던지는 침팬지조차도 전문가가 신중하게 선택하여 성과를 내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라고 한다. 만약 주식시장이 합리적이라는 효율시장가설이 사실이라면, 투자자는 고평가된 주식을 사는데 절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가설에 따르면 주식은 절대로 고평가되지 않을 것이고 시장은 절대로 비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시장가설은 참 아름다운 이론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이론대로 결코 아름답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아름답지 않은 시장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존재하는가? 저자는 다음의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1. 더 많은 돈을 저위험 자산에 할당하라. 2. 인플레이션 연계상품을 사라. 3. 단기채권들을 사라. 4. 규모가 더 작은 집에서 살아라. 5. 고정금리담보대출을 고수해라. 6. 유로나 엔화에 투자하라. 7. 부채를 즉각 상환하라. 8. 월급을 주는 안전한 직장을 구하라. 이러한 전략들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돈을 잃게 만드는 도마뱀의 뇌를 길들여야 한다. ‘이겨서 번 돈은 그냥 번 돈보다 두 배 더 달콤하다.’ 영화 <컬러오브 머니>에서 폴 뉴먼이 톰 크루즈에게 한 말이다. 과거의 패턴을 찾는 도마뱀의 뇌는 돈을 잃게 만든다. 투자에 성공하는 힘, 금융시장에서 성공하는 힘은 도마뱀의 뇌를 길들이는데서 나온다. 도마뱀의 뇌를 이해하라! 그리고 그것을 길들여라! 오직 그것만이 이 비열한 시장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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